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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허망했다. 지난 2년 동안 온 나라를 난리법석으로 몰고 갔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사법부의 ‘첫 번째’ 판결이 구속영장 기각으로 나오자 사람들은 허탈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일국의 검찰력이 총동원돼, 그것도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과 정권 2인자 법무부 장관이 똘똘 뭉쳐 최정예 검사들만 골라 소몰이하듯이 2년을 끌고 가며 만든 쌓은 탑 치고는 허술하고 뼈대도 엉성했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재명 대표 수사는 지난 정권 때부터 시작된 것”이라며 검찰의 정치적 탄압을 부인하고 있지만 윤석열 정권 들어 검찰은 제1야당 대표에 대해 압수수색만 수백차례 했고 소환조사도 6번이나 했다. 여기에 동원된 검사만도 서울중앙지검과 특수부를 포함해..
9월 26일은 사상 최초로 야당 대표의 구속 여부를 가를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심사)이 진행되는 날입니다. 지금 친명계(친이재명)의 ‘막가는’ 분위기로 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구속되더라도 당 지도부가 결재 서류를 들고 자주 구치소를 찾아가는 장면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사실상 당으로부터 ‘불신임’을 받은 데다 구속까지 된 마당에 공천권을 사수하려는 ‘벼랑 끝 작전’을 펼친다면 민주당의 혁신 의지는 또다시 훼손되고 여론도 악화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친명계는 이제 이 대표와 함께 총선을 치르는 것을 기정사실화 하며 자기들끼리 똘똘 뭉치고 있습니다. 친명계는 분당마저도 불사할 태세입니다. 여론이 부정적임에도 체포동의안 가결 의원 색출 작업에 ..
돌이켜보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현명했다. 그는 지난 1992년 대선에서 패배한 직후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영국으로 떠났다. 승자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을 정치보복이 두려웠을 것이다. 독재시대의 ‘잔설’이 남아있던 당시만 해도 대선에서 패배한 사람이 권력자의 정치보복에 대해 가지는 공포심은 목숨이 걸린 문제 그 이상이었다. 김대중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5년 뒤 대통령으로 보상받는 탁월한 ‘엑시트’(Exit)가 됐다. 하지만 한국 정치사에서는 권력에 맞섰던 경쟁자들의 말로가 불행했던 경우가 훨씬 많았다. 92년 대선 후 김대중이 순발력 있게 영국행을 결행한 것과 달리 당시 대선에서 3위(1위 민주자유당 김영삼 997만 7332표(41.96%), 2위 민주당 김대중 804만 1284표(33.82%), 3..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를 텔레비전에서 처음 보았을 때 그는 기자들의 질문에 내내 환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그 웃음을 언뜻 보면서 ‘사람이 밝고 긍정적인 것 같다’는 첫인상이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그가 회전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진 하나가 언론에 보도됐을 때의 모습은 첫인상과는 완전히 딴판이었습니다. 이균용의 트레이드마크로 불릴 만한 밝고 환한 웃음기는 싹 사라지고 근엄하다 못해 조금 무서운 표정의 그가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순간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본 모습은 과연 어떤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친분 때문에 대법원장으로 지명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더 환하게 웃으며 대답하는 것 같다고 느낀 건 기분 탓이겠죠. 곤혹스러운 질문에도 웃으며, 별일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이 15일을 넘어서고 있다. 이제 이 대표의 생명을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할 때다. 이 대표의 단식은 여당의 사상 유례없는 조롱과 무시 속에서, 국민들의 압도적인 성원과 응원은 다소 부족한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에서는 ‘지지층의 결집을 이뤄냈다’며 절반의 성공이라고 자평한다. 사실 정당의 대표가 보름 넘게 목숨을 건 단식을 하는 상황이라면 당원들이나 의원들도 웬만해선 계파갈등이나 불만을 표출하지 않고 당 대표를 중심으로 완전히 똘똘 뭉치게 된다. 이번 이재명 대표의 단식에서도 반명계(반 이재명)들도 단식현장을 방문하는 등 최대한 이 대표에 대한 ‘저항’을 자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단식으로 그의 체제를 위협하는 당..
윤석열 대통령이 조만간 소폭 개각을 할 것으로 알려집니다. 개각 대상은 국방부와 문화체육부 등 2~3개 부처가 될 것이라고 전해집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인사 검증은 다 마쳤고 대통령의 선택만 남은 상황이다. 순방 귀국 후 개각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새 장관 물망에 오른 인사 중 눈에 띄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유인촌 대통령실 문화체육특별보좌관입니다. 그는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고 합니다. 유 특보는 이명박 정부 시절 이미 한 차례 문체부 장관을 역임한 바 있습니다. 당시 유 특보는 강력한 업무추진력과 거센 조직 장악력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높은 신임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집니다. 그리고 이번에 이례적으로 또 다시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문체부 ..
언제부터인가 정치에 감동이 사라졌습니다. 국민이 고개를 주억거릴 만한 정치의 감동 스토리를 아무리 생각해 봐도 떠오르는 게 없습니다. 기억회로를 저 먼 1987년으로까지 되돌려서야 6.10 항쟁으로 전두환의 6.29 ‘항복 선언’을 이끌어냈을 때의 그 벅찬 감동이 떠오릅니다. 가까이는 지난 2017년 3월 10일 오전 이정미 헌법재판소 소장 권한대행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을 인용하던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2016년 말부터 2017년 초까지 전국에서 1600만명(주최 측 누적 연인원)이 촛불을 들고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분노했고 부패한 권력을 권좌에서 끌어내렸습니다. 6.10이나 촛불 항쟁 등 정치의 주요 변곡점에서 감동의 서사시를 직접 쓴 주인공은 민초들이었습니다. 국민의 희생과 단결은 척박하고..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8월 28일로 6일 차를 맞았습니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일본에 의해 강제적으로 사상 초유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 실험에 나서게 됐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보이지 않습니다. 현세대뿐 아니라 미래세대의 생존과 안전에도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는 국민의 ‘건강 안보권’에 대해 대통령은 최소한의 설명도 하지 않고 뒤에 숨어 있습니다. 무엇이 두려운 것일까요. 윤 대통령의 이런 ‘선택적 기만행위’는 한두 번이 아닙니다. ‘대통령이 괜히 나서서 정쟁의 한복판에 설 필요가 없다’는 정무적 판단은 이럴 때 기가 막히게 빨리 작동합니다. ‘국민의 80% 이상이 반대하니 소나기는 일단 피하고 보자’는 전략입니다. 일본 오염수 방류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박구연 ..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최종 선택의 기로에 섰습니다. 이 대표는 8월 18일 당 대표 취임 후 네 번째 검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지난 1월 10일(성남FC 후원금 의혹), 1월 28일·2월 10일(대장동·위례 개발 특혜 의혹)에 이어 이번에는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네 번째 검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검찰은 지난 2월 ‘성남FC 의혹’과 ‘대장동 의혹’을 합쳐 이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민주당의 체포동의안 부결로 좌절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백현동 의혹’과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을 합쳐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데 영장청구 시기를 두고 이 대표와 검찰 간에 치열한 눈치싸움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검찰의..
‘실패’로 끝난 새만금 세계잼버리대회로 정국이 어수선합니다. 여야는 눈꼴 사나운 ‘네 탓’ 공방에 들어갔습니다. 두 거대정당은 말초적인 언어로 상대를 물어뜯기 바쁩니다. 국민을 부끄럽게 했던 잼버리 대회의 실패를 두고 서로 머리를 맞대고 원인 분석과 대안을 수립하는 장면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여야 모두 행사 실패의 근원적 원인을 밝힐 능력도, 의지도 없습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사태의 책임을 근본적으로 까발리기에는 여야 모두 엄청난 정치적 부담이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합심해서 치밀한 복기로 국가 재정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헐뜯으며 허송세월하다가 희생양 한두 명 처리하는 선에서 정치적 타협을 할 것입니다. 국민들은 여야의 잼버리 대회 실패에 대한 책임 공방에 질려버렸습니다. “책임자가 여럿이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