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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 칼럼] 윤석열 권력 운용, 윤핵관에서 ‘김한길-한동훈’으로?

성기노피처링대표 2023. 11. 28.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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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28일 인천에서 열린 2023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 만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지금 국민의힘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들 사이에 ‘권력 쟁투’의 ‘대환장 파티’가 연일 벌어지고 있습니다. 정권이 출범한 지 아직 2년이 안 됐는데도 벌써부터 집권당 핵심 세력들이 대통령의 명령을 ‘전혀’ 들어먹지 않고 반항하는 것이 이번 사태의 본질입니다.  

지난 10월 31일 자 칼럼(윤석열 대통령의 총선 승리 ‘차도지계’)에서 윤 대통령이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그 배후로 의심받고 있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을 내세워 차기 총선 물갈이를 위해 ‘윤핵관’들을 치려고 ‘차도지계’를 이용할 것이라는 내용을 쓴 바 있습니다. 그런데 그 후 어찌 된 일인지 한창 짱짱하게 권력의 매운맛을 보여줘야 할 ‘2년 차’ 윤 대통령의 칼날이 아직 그렇게 날이 서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인요한 위원장이 혁신위 출범하자마자 영남 중진들의 험지 출마를 제1 아젠다로 몰아붙였던 것은 다분히 정략적으로 의도된 윤 대통령의 윤핵관 정리 ‘본심’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배신’을 간파한 윤핵관들은 일제히 ‘개기는’ 쪽으로 분위기를 잡았습니다. ‘대통령은 바뀌어도 금배지는 영원하다’는 여의도의 ‘기득권 제1강령’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윤핵관들은 윤 대통령이 자신들을 치려 하자 일제히 본거지에서 장기 참호전에 돌입했습니다.

장제원 의원은 자신에게로 향하는 ‘윤석열의 비수’에 콧방귀를 뀌며 관광버스 92대로 맞받아쳤습니다. “권력자가 뭐래도 할 말은 하고 산다”며 부산 사상구 사수 의지를 거듭 되새겼습니다. 윤 대통령을 ‘권력자’로 지칭하며 자신이 그로부터 핍박받는 희대의 반전 드라마를 쓰려는 것 같습니다. 지난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과 대통령 선거 때 ‘윤석열’ 아니면 나라가 망할 것처럼 ‘떠들고 다니던’ 그 장제원이 맞나 싶습니다. 

장 의원이 윤석열 정권 출범 후 지금까지 국가의 주요 정책과 고위직 인사에 두루 관여해 국정운영의 ‘공동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식한다면, 대통령이 ‘잠시 물러나라’고 하기 전에 정권이 휘청거릴 수도 있는 총선 전쟁에서 ‘백의종군’ 하겠다고 선언해도 모자랄 판입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1월 1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산악회 행사 사진. (사진=장제원 의원 페이스북)


 
김기현 대표는 한술 더 떴습니다. 혁신위 초기부터 ‘희생 1순위’로 지목된 김 대표는 12년 만에 자신의 지역구(울산 남구을)에서 의정 보고회를 하루에 3번이나 열며 ‘당은 나 몰라라’ 하는 수치스럽고 민망한 행보를 시전했습니다. 그는 그 자리에서 “내 지역구가 울산이고 내 고향도 울산이다. 지역구를 가는데 왜 시비인가”라고 말했습니다. 

아마 본인은 정치적으로 ‘새파란’ 인요한 위원장에게 거의 한 달여 동안 온갖 모욕과 능욕을 당한 뒤라 ‘왜 시비냐’고 지르면서 속이 시원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김기현 대표 또한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국정을 이끌어가고 그것에 책임을 져야 하는 권력의 핵심입니다. 그는 올해 3월 8일 전당대회에서 전국의 당원 대의원 24만4163명(52.93%)으로부터 지지를 받아 과분하고도 넘치는 자리인 집권여당 대표로까지 밀어 올려진 사실을 까맣게 잊었는가 봅니다.

김 대표는 밀려오는 쇄신의 쓰나미를 일단 피하고자 민심을 외면하고, 21대 총선 때 울산 남구을에서 자신을 찍은 4만8933명의 유권자들 등 뒤로 숨는 비겁한 도주 전략을 택했습니다. 하지만 김 대표가 윤 대통령의 ‘뜻’이 담겼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공개적으로 ‘왜 시비냐’며 거만하게 반응하는 것을 보면 총선 전 ‘고향 앞으로’를 예감한 마지막 단말마의 비명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정권의 핵심 실세들이 이렇게 최고 권력자를 ‘배신’하는 것은 총선 공천을 앞두고 흔히 벌어지는 일이라 새삼 놀랍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드러난 윤석열 대통령의 매끄럽지 못한 권력 운용에 대해서는 한번 짚어봐야 합니다. 윤 대통령은 자신과 김건희 여사의 안위를 확실하게 책임져 줄 여당의 든든한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합니다. 

내년 총선에 윤석열 정권의 생존이 걸려 있습니다. 그러니 대선 승리에 버금가는 획기적이고 강력한 집권 2기 구축 시나리오를 내년 총선에서 가동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윤핵관들은 대선 승리 이후 그 역할이 끝났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총선 패배는 곧 자신의 ‘몰락’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의리나 명분을 따질 계제가 아닙니다. 최측근이라도 가차 없이 자르고 내쳐서 국민의힘을 ‘윤석열 정권 백업 정당’으로 확실하게 리모델링해야 합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1월 25일 자신의 지역구인 울산시 남구에서 열린 의정 활동 보고회에서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런 윤 대통령의 ‘배신’은 그의 집권 이후 이미 예견된 것입니다. 윤 대통령과 윤핵관들은 오랜 기간 동안 정치적 가치나 정책의 공유로 태어난 정권이 아니라 오로지 권력 획득과 그 분배로 이합 집산하는 ‘이권 조직’을 만드는 과정에서 집권했습니다. 윤핵관들은 국민의힘 대선후보 윤석열을 대통령으로서 국정을 운영해 나갈 자질이나 능력으로 봤던 게 아니라 권력만 잡게 해 준다면 영혼이라도 팔 기세로 덤벼서 결국은 집권을 이뤄냈습니다. 

‘박근혜 탄핵’으로 난파하는 국민의힘에 아무런 준비도 없이 승선해 ‘대통령 솔직히 귀찮다’고 말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오로지 권력의 떡고물을 주워 먹기 위해 검사 출신 신입사원을 대기업 회장으로 밀어 올려버린 윤핵관은 철저한 ‘이권 관계’로 대권 쟁취까지 이른 것입니다. 윤 대통령은 자신에게 아부하는 ‘아랫사람’이 있으면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에서 라면을 끓여주는 것으로 동지 의식의 비등점을 확인해 주었습니다. 윤핵관들은 대통령에게 사탕발림 문자를 보내 체리 따봉의 극한 애정을 확인하며 감읍하고 그것을 자랑하는 수준의 충성심뿐이었습니다. 

그러니 이번에 윤 대통령이 ‘너 일단 총선 나가지 말고 나중에 기회를 한번 보자’는 명령에 장제원이나 김기현은 처음부터 아예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습니다. 윤핵관들은 윤 대통령이 무서운 게 아니라 금배지를 달지 못한다는, 그 지독한 ‘권력 금단현상’을 이겨낼 재간이 없었던 것입니다. 윤 대통령과 정권 끝까지 관철해 나갈 정치적 가치나 신념은 더더욱 없었습니다. 

이번 윤 대통령의 윤핵관 정리 ‘수순’을 두고 말들이 많습니다. 윤 대통령이 영남 중진 험지 출마를 진정으로 실현하고 싶었다면, 최소한 인요한 혁신위 출범 전에 윤핵관의 상징적인 인물과 사전 정지 작업을 진행해 험지 출마나 총선 불출마를 약속받은 뒤 인적 쇄신을 진행했다면 그 결과는 사뭇 달랐을 것입니다. 윤핵관의 가장 상징적인 인물의 희생을 본 국민의힘 기득권들도 함부로 그들의 이익부터 챙기려 하지 않았을 것이고 인요한 혁신위에도 더욱 힘이 실리는 결과를 낳았을지도 모릅니다. 

아마 윤 대통령은 장제원 의원이 지난 전당대회에서 권성동 의원의 대표 출마를 주저앉힌 것이나, ‘김장연대’로 자신의 파워를 노골적으로 과시하거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 실시된 당직 인선에서 장 의원이 측근인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밀어 넣으려 한 ‘권력 전횡’을 보면서 ‘더 이상 장제원을 봐줄 수 없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습니다. 김기현 대표야 장제원 의원과 ‘한 묶음’이니 그리 중요한 고려 대상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내년 총선에서 김한길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왼쪽)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사진 합성)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은 정권의 권력 운용을 재정비하기 위해 1기 ‘김장연대’를 해체하고 2기 ‘김한길-한동훈’ 체제로 총선을 치르고 싶은 유혹을 받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과정에서 아마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의 ‘사탕발림’이 많은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국민통합위원회의 구성원들을 향후 장관 인재풀로 활용하겠다는 언론플레이도 나오고 있으니 앞으로 더욱 김한길의 광폭 행보를 주목해 봐야 합니다. 

윤 대통령의 ‘콜’을 받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공무원의 정치 중립 위반 시비까지 초래하며 노골적인 총선 행보를 시작했습니다. 한 장관이 민주당과의 전투에서 계속 ‘현란한 언변과 덮어씌우기’ 변칙 전술로 여론을 강하게 끌어당길 경우 그의 총선 역할 비중이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혁신위가 자신들의 쇄신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활동 조기 종료를 선언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김기현 대표는 그 책임론으로 조만간 퇴출당할 수 있습니다. 결국 윤 대통령은 ‘한동훈 간판-김한길 백업’의 집권 2기 권력 운용으로 총선에 대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최근 보여준 윤핵관 축출 작전은 개국공신을 ‘공개 처형’하며 그들에게 불명예와 치욕을 안겨 주고 있습니다. 윤핵관들의 너저분한 기득권 사수 저항도 국민들을 짜증 나게 합니다. 분명한 건, 최근 한 달여 동안 흘러나온 ‘혁신위 야단법석’이 서민들 생활고 해결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그들만의 ‘권력 놀음’이었다는 것입니다.  

 

(여성경제신문 11월 28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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