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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 칼럼] 최강욱의 ‘암컷’ 망언과 민주당의 고질병

성기노피처링대표 2023. 11. 24.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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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1월 19일 광주 과학기술원에서 열린 민형배 의원 북콘서트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나두잼TV' 캡처)

 

 

최근 더불어민주당 관련 뉴스가 국민들을 감동시킨 적은 거의 없다. 이준석 한동훈 등 보수진영의 ‘광대’들이 여론을 휘젓는 사이 민주당은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는’ 고요한 당에서 그들만의 안락함을 누리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와중에 들려오는 최강욱 전 의원의 ‘암컷이 설친다’ 발언은 ‘야성’을 잃어버리고 그들만의 ‘권력 놀음’에 빠져 있는 민주당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슬픈 에피소드로 받아들여진다. 최 전 의원이 민주당 내 대표적인 ‘윤석열 탄핵강경파’에 속하는 민형배 김용민 의원과 함께 자리를 해 분위기 업 차원에서 ‘오버’를 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 전 의원의 ‘암컷’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그는 지난 2월 민주당 의원들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국회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을 촉구하는 농성을 벌일 때도 “도자기가 어떻게 되든 암컷 보호에만 열중한다”며 김 여사를 ‘암컷’으로 지칭했었다. 그리고 이번 민형배 의원 북콘서트 때도 “‘동물농장’에도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고 이러는 건 없다”며 “암컷을 비하하는 말씀은 아니고, 설치는 암컷을 암컷이라고 부르는 것일 뿐”이라고 발언했다. 암컷은 물론 김건희 여사를 빗댄 것이다.

이쯤 되면 최 전 의원이 여성에 대해 가지고 있는 ‘암컷’ 인식은 다분히 혐오적이고 비하하는 성격이 있다. 사석에서야 나랏님 욕도 하니 그렇다 하지만 국회의원의 북콘서트라는 공개된 장소에서 질러버린 최강욱 전 의원의 ‘암컷’ 발언은 ‘진보’를 자처하는 정치인으로서 성평등 감수성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최 전 의원은 올해 9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 확인서를 발급해 입시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금배지가 떼였으니 못 할 말이 뭐가 있겠나 싶었겠지만, 백번 양보해도 그의 2차례 암컷 발언은 젠더문제에 더욱 예민해야 할 진보정치인의 발언과 인식 치고는 너무도 저질스럽고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그런데 최 전 의원의 암컷 발언보다 더 충격적이고 심각한 건 그를 ‘쉴드’ 쳐준답시고 터져 나온 민주당 인사들의 잇단 엄호사격이다. 남영희 전 민주연구원장(11월 24일 사퇴)은 지난 11월 22일 유튜브 채널 ‘박시영 TV’에 출연, 당 최고위원회가 최 전 의원에게 당원자격 6개월 정지 징계를 내린 것을 두고 “굉장히 유감이다. 어떻게 조중동 프레임에 갇혀서 민주당은 매번 스스로 자기검열을 하게 만드나. 앞으로 총선을 앞두고 많은 도전자들이 계속 자기검열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최강욱(왼쪽부터) 전 의원과 김용민 민형배 의원이 지난 11월 19일 광주 과학기술원에서 열린 민 의원의 북 콘서트 무대에서 웃음을 짓고 있다. 최 전 의원은 이 자리에서 "설치는 암컷"이라는 표현을 써 여성 비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사진=유튜브 '나두잼TV' 캡처)

 


또한 진행자가 “여성을 일반화한 게 아니라고 분명 덧붙였고 분명 김건희 여사를 지칭한 것”이라고 하자 남 부원장은 “동물농장에 나온 그 상황을 설명한 게 무엇이 그리 잘못됐단 말인가. 왜 욕을 못하냐”며 “(김 여사가) 학력 위조를 사과하면서 내조만 하겠다고 했는데 얼마나 많은 행보를 하고 있느냐. 더한 말도 하고 싶은데 저도 징계 받을까봐 말을 못하겠다”고 했다.

‘친명계’(친 이재명) 양문석 전 통영·고성 지역위원장도 “(암컷) 표현의 맥락은 대통령 부인 김건희를 지목한 ‘비유’였다”며 “그렇다면 이것이 여성 일반을 지칭하며 여성비하로 읽어야 하는 보통명사인가, 특정 한명을 지목하는 정치적 비유로 읽어야 하는 고유명사인가”라고 자신의 SNS에 적었다.

민주당에는 막말과 관련한 대응 방식에 대해 일종의 패턴이자 악습이 존재하고 있다. 정치는 곧 말이기 때문에 누구나 실언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강성지지층의 ‘환심’을 사려는 것이다. 이번 최강욱 전 의원도 다분히 지지층을 의식한 의도적인 발언에 속한다.

민주당 인사들이 국민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발언을 하면 먼저 개딸 등의 강성지지층이 가장 먼저 반응한다. 아무리 격한 발언도 ‘왜 우리만 도덕군자 프레임에 빠져야 하느냐’ ‘그럴 수도 있다’는 1차 필터링에 의해 망언의 강도가 희석되고 정무적으로 마사지 된다.

그 후 개딸의 분위기를 이어받아 장외의 지역위원장이나 강경파 인사들이 잇따라 쉴드를 치며 방어력을 업 시킨다. 이 과정에서 국회의원들보다 원외 인사들이 적극 나서 막말 옹호를 하며 민주당에 쏠리는 정치적 부담을 상쇄시키는 역할을 한다.

 

남영희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유튜브 방송 박시영TV에서 최강욱 전 의원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가 파문이 확산되자 부원장직에서 사퇴했다.  (사진=박시영TV 캡처)


‘개딸’들의 1차 물타기와 원외 인사들의 지원 사격으로 당 지도부도 무조건 막말 당사자에 대해 엄정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지지층의 눈치를 보게 된다. 강성지지층의 등쌀에 엄청난 부담을 느낀 당 지도부는 결국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징계를 내리는 선에서 사태는 마무리된다.

 

이런 막말 대응 악순환이 최근 몇 년 사이 민주당에서 수도 없이 반복됐다. 한 번도 막말 논란에 대해 깔끔하게 사과를 하고 사태를 매듭지은 적이 없다. 일종의 민주당 고질병인 것이다. 이는 민주당에 강고한 계파 위계질서와 패거리 문화가 존재하는 한 절대로 고쳐지지 않는다.

현재 민주당의 가장 심각한 정치 악습은 자당의 진영논리가 ‘절대선’이라고 착각하며 서로의 막말을 옹호해주는 ‘혐오 품앗이’다. 상식을 뛰어넘는 막말을 하더라도 빗나간 동지의식으로 일단 무조건 감싸고 본다. 민주당이 지난 대선에서 정권을 잃어버린 것도 이런 ‘오만과 편견’ 때문이다.

조국 사태는 권력과 인적 기득권을 가진 한 엘리트의 빗나간 자식사랑과 사회지도층의 특권의식이 그 본질이다.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에 대한 겸허한 반성과 질책이 우선이다. 하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그 가족들의 불법은 진영논리로 포장돼 지금까지도 ‘조국 수호’의 명분이 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1월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 강경인사들이 막말을 하면 반드시 그것에 동조하는 한 두 명의 빗나간 ‘동지사랑’이 나온다. 이는 그들이 더 이상 정치적 가치로 연대하는 공당이 아니라 권력을 위해 엮인 사적인 이익집단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민주당이 공익에 부합하는 가치와 목표를 가진 정당이라면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언행에 대해 가차 없는 징계와 반성의 태도를 먼저 보여야 한다. 하지만 정치의 최상위 목표를 권력 획득과 진영의 이익으로만 놓고 보니 자신들의 실수나 망언에는 눈감고 모른척한다.

그리고 그런 비이성적이고 감정적인 진영논리를 극단적으로 주장하면 할수록 ‘진성 민주당원’이라는 칭호와 찬사를 받을 수 있다. 현재의 민주당은 그 어떤 이견이나 내부비판도 허용되지 않는다. 그 어떤 문제 제기도 당의 단결을 깨뜨리는 해당 행위로 몰아세우고 극단적인 배타심과 증오의식을 드러낸다.




이는 민주주의 정당에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파시즘’에 불과할 뿐이다. 일부 강성지지층에 휘둘리는 민주당은 이미 공당의 기능을 상실했다. 최강욱 전 의원은 자신의 ‘암컷’ 발언에 대해 그런 표현마저 허용하는 게 민주주의라는 취지로 글(It's Democracy, stupid. 이게 민주주의다, 멍청아)을 남겼다.

아직도 국민을 가르치려 드는, 선민의식에 찌든 한 정치인의 망상에 민주당 전체가 병들어가고 있다. 이견을 허용하지 않고, 이견이 있어도 그것을 소신껏 표출할 수 없는 민주당은 스스로 위기국면을 탈출할 능력을 상실했다. 국민의 감정선을 건드렸다면 깨끗하게 사과하고 반성하는, 상식과 순리의 정치 실천이 그렇게도 어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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