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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 칼럼] 한동훈 장관의 ‘총선 출마 베팅’은 과연 성공할까

성기노피처링대표 2023. 11. 2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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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1월 17일 대구 수성구 스마일센터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연일 언론의 강렬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17일 동대구역에서 펼쳐진 한 장관의 사진 촬영 ‘소동’은 한 편의 잘 짜인 각본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한 장관은 이 자리에서 “총선은 국민 삶에 중요하다”며 “평소 대구 시민들을 깊이 존경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 최고의 립 서비스를 날리며 내년 총선 출마를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판을 기웃거리며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던 중의 ‘대구검찰청 퍼포먼스’를 연상시킵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퇴임 전날인 2021년 3월 3일 대구지방검찰청을 찾았을 때 시민들이 몰려들어 꽃다발을 주고 열렬히 환영했던 것이 화제가 된 후 정치판으로 직행했던 장면과 너무도 흡사합니다. ‘정치 신인’ 윤석열과 한동훈은 의원들을 뒤에 병풍으로 깔고 정치 참여를 선언하는 ‘여의도 구 문법’이 아닌, 대구라는 일종의 ‘보수 성지’를 무대로 국민에게 직접 ‘신고식’을 하는 ‘검찰식 신 문법’을 택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한동훈 장관은 그동안 민주당으로부터 무수한 펀치를 맞으며 맷집을 키웠고 보수층의 야전사령관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그의 논점 흐리기와 적반하장 식 대응 방식은 장관으로서 직무 유기에 가까운 불성실과 오만 그 자체였지만, 그 과정에서 민주당과의 극단적인 감정대결을 유도하며 정치적 웨이트를 한껏 끌어올렸습니다. 

하지만 한 장관이 여의도에 한눈을 파는 사이 그의 업무수행 능력은 낙제점에 가까운 수준임이 드러났습니다. 역대 정부 인사청문 결과보고서 미채택 비율은 노무현 정권이 6.2%로 가장 낮았고 운석열 정부는 41.0%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이것만 봐도 인사 검증 주무 부서 장관인 한동훈이 법무부의 고유 업무를 얼마나 태만하고 무능하게 처리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최근만 봐도 김행 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와 이용균 전 대법원장 후보자, 최근의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김명수 합참의장 후보자에 이르기까지 주요 공직자에 대한 한 장관의 인사 검증 수행 능력은 탄핵을 당해도 할 말이 없을 만큼 엉터리였고 허점투성이였습니다. 민심에 조금이라도 민감한 대통령이었다면 당장 장관 사퇴를 시킬 정도의 미숙하고 무책임한 일 처리였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1월 17일 대구 수성구 스마일센터 방문 중 시민들의 요청으로 셀카를 찍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윤 대통령의 강력한 ‘빽’을 등에 업은 한 장관은 민주당의 인사 검증 실패 지적에 대해 대통령실에 책임 떠넘기기(“법무부는 기계적인 자료수집만 하고 판단은 대통령실이 한다”), 답변 아예 회피하기, 그리고 역공과 비아냥으로 물타기를 하며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갔습니다. 한 장관이 총선에 출마한다면 법무부 재임 시절의 인사 검증 총체적 실패에 대한 민심의 냉혹하고도 엄정한 심판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한 장관이 자신의 업무 수행 능력 무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총선 판에 뛰어든다면 민주당은 기존의 ‘한동훈 대응 전략’을 완전히 갈아엎어야 합니다. 그동안 윤 대통령의 실정에 안분지족을 느끼며 느긋하게 내년 총선을 준비하던 민주당 발등에 제대로 불이 하나 떨어졌습니다. 민주당은 이제까지 만나보지 못한 전혀 새로운 유형의 적과 내년 총선 전쟁을 벌이게 될지도 모릅니다. 

한동훈 장관은 민주당이 저주의 막말을 퍼부으며 무시하면 할수록 더욱 야당을 괴롭히는 찰거머리 같은 존재가 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한 장관이 ‘정의로운 검사’ (이런 비현실적인 거짓이 먹히는 게 극단적인 양당 진영정치의 후과이긴 하지만) 프레임을 내걸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부패한 정치인’으로 몰아세울 경우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 이어 또다시 ‘사법 리스크’ 덫에서 허우적거려야 합니다. 

그리고 한동훈이 ‘스마트’한 정치인으로서 신선함과 새로운 패러다임을 내세울 경우 ‘대권 재수생’ 이재명의 정치적 식상함과 잦은 노출 피로감이 대비되면서 민주당이 고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한 장관의 대중적 인기와 흡입력도 윤석열 정권의 실정을 ‘분칠’해 줄 가능성이 있고, 이재명 대표에게로 쏠릴 스포트라이트를 빼앗아 갈 수 있습니다. 

한 장관의 대구 사진 촬영 열풍은 마치 아이돌 사인회 행사가 큰 주목을 받는 것처럼 무료한 정치판에 말초적인 가십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의 부인 진은정 씨 자원봉사 활동도 삽시간에 전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는데 이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가 ‘은밀한 행보’로 주목받은 것과 유사한 ‘후광 효과’를 주고 있습니다. 

 

11월 15일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연말 이웃 돕기 적십자 행사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부인 진은정 변호사(앞줄 왼쪽) 등 국무위원 부인들이 선물을 포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런데 한 장관의 총선 출마가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이긴 하지만 여권은 그의 전면 등장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어떤 플러스 요인이 될지 아직 확신을 하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한 장관의 총선 등판이 윤석열 정권 심판론을 일정 부분 희석시킬지, 아니면 완전히 기름을 들이부을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두 가지 견해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여권 일각에서는 “한 장관이 총선에 출마한다면 윤 대통령 최측근이라는 점으로 ‘윤석열 아바타’론이 부각되면서 정권심판론을 더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주 타깃이 될 한 장관이 윤 대통령과 ‘한통속’이라는 점에서 총선 판이 온통 정권심판론으로 도배가 될 우려가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동훈 장관이 작심하고 좌충우돌 ‘변칙 공격’으로 민주당의 정권심판론 프레임을 무력화시킬 경우 총선이 대선 전초전인 ‘한동훈-이재명 대결 구도’로 귀착될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이는 한동훈이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총선 구도일 것입니다. 

한 장관은 민주당과의 지난 2년간 전투에서 야당이 던진 프레임 싸움에 좀처럼 말려들지 않고 오히려 자신이 유리한 전선으로 ‘적’을 유도해 내는 ‘되치기 기술’을 축적해 나갔습니다. 그동안 한 장관이 민주당 의원들을 조롱하거나 비아냥거리며 지금까지 국민의힘 의원들이 보여준 것과 전혀 다른 ‘깐죽 플레이’로 재미를 본 것을 생각하면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은 한 장관의 변칙 전술과 난전 유도에 고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한 장관은 그의 ‘총선 출마 유용론’이 일거에 뒤집어질 만한 결정적인 약점이자 정치발전에 역행하는 치명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집권 이후 드러낸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검찰 정권’의 불통과 독단이 낳은 정치의 실종이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윤석열식 독단 정치는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사상 최악의 정치 부재 상황을 노정했고, 그 결과 생산적인 여야 합일점을 거의 만들어 내지 못했습니다. 

 

지난 2021년 3월 3일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구지방검찰청을 방문해 권영진 대구시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윤 총장 뒤로 한 지지자가 '윤석렬 대통령'이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런 점에서 한동훈 장관이 내년 총선 판을 휘저으며 정치에 뛰어들 경우 국민들은 ‘윤석열 매운맛’ 시즌 2를 맞이해야 할 판입니다. 그동안 한 장관이 국회에서 보여준 막무가내식의 조롱과 비아냥 대응은 민주당과의 정치적 거리를 윤 대통령보다 더 크게 벌려 놓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또한 윤 대통령이나 한동훈 장관은 ‘정의로움’을 무기로 개인플레이에는 무척 강하지만 팀플레이에는 의문부호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검사 직무는 혼자 열심히 범죄자만 두드려 잡으면 됩니다. 하지만 정치는 언제나 상대(적)가 존재하는 대표적인 팀 매치입니다. 상대도 아주 고약한 상대입니다. 언제나 말도 되지 않는 논리와 꼬투리 잡는 저열한 방식으로 상대를 죽이려 합니다. 그런 적들과 한 장관은 매일 부딪히며 타협과 협력을 끌어내야 합니다.


 

윤 대통령이야 이제 최고 권력자가 되었으니 팀플레이를 굳이 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정치 신인 한 장관이 총선 판에 뛰어든다면 변화와 혁신을 거부하는 국민의힘 ‘영감님’들과 매일 부딪쳐야 합니다. 국민의힘은 ‘윤핵관’들도 윤석열 대통령을 ‘배신’할 만큼 기득권 안주 DNA가 뿌리 깊게 박혀있는 집단입니다. 한 장관은 그동안 전혀 상대해 보지 못한 새로운 유형의 ‘정치 동료’들과 강제로 팀워크를 맞춰나가야만 하는데 이 과정에서 더 큰 혼란과 내분이 발생해 총선에서 ‘폭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현재 국민의힘은 한동훈 장관의 총선 출마 가능성으로 내심 기대에 부풀어 있는 것 같습니다. 김기현 대표가 총선 대책 수립과 당 혁신을 전혀 끌어내지 못하고 사실상 뒷방으로 물러앉아 있는데 한 장관이 여당으로 와서 무언가 돌파구를 마련해줄 것으로 막연하게 바라고 있습니다. 한동훈의 총선 출마는 대안 없는 국민의힘에는 희소식일지 몰라도 협치와 통합의 정치를 바라는 국민들에게는 또 다른 ‘빌런’의 출현이 달갑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여성경제신문 11월 21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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