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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 칼럼] 조국은 ‘신당 창당’의 강을 건널 수 있을까

성기노피처링대표 2023. 11. 10.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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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입시 비리 감찰 무마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8월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2심 2회 공판 출석을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조 전 장관은 지난 11월 7일 김어준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 ‘총선 출마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법률적 해명) 이것이 안 받아들여진다면 ‘비법률적 방식’으로 저의 명예를 회복하는 길을 찾아야 하지 않느냐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비법률적 방식’을 내년 총선 출마로 받아들이고 있다. 

조 전 장관은 이틀 뒤인 11월 9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하는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에서 자신의 신간 ‘디케의 눈물’ 사인회도 열었다. 이 자리에 문 전 대통령이 깜짝 ‘출연’했고, 두 사람은 ‘뜨거운 포옹’ 장면도 보란 듯이 연출했다. 조 전 장관은 ‘김어준-문재인’으로 이어지는 ‘정치적 미장센’을 이용해 자신의 내년 총선 출마에 대한 ‘여론몰이’에 나선 모양새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이 처한 상황은 결코 녹록치 않다. 그는 자신 앞에 놓인 장애물들을 돌파해야 한다. 먼저 총선 출마의 명분이다. 그는 김어준 채널 인터뷰에서 자신의 ‘명예회복’에 강한 집착을 보였다. 내년 총선 출마를 ‘가족이 도륙을 당한 것’에 대한 ‘조국 개인’의 명예회복 장으로 삼을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에서 즉각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조 전 장관이 김어준 채널 인터뷰를 한 직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인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 전 장관을 향해 “정치 출마로 명예회복을 한다는 부분과 지금의 시기가 과연 적절한가는 신중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이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대변인’이라는 점에서 조 전 장관에 대한 민주당 지도부의 의중을 알 수 있다.

조 전 장관은 민주당의 부정적 기류를 의식했던지 사흘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총선은 개인의 명예회복 자리가 아니다. 명예회복이라는 표현은 나와 내 가족만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다”라고 밝히면서 “국민이 부여한 검찰권을 오남용해 ‘대한검국’을 만든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에 뺏긴 대한민국 명예회복도 회복해야 한다. 민주와 민생, 나라의 정상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의지가 담겨있는 표현으로 이해해 달라”고 해명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1월 9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평산책방에서 이동하고 있다. 이날 평산책방에서는 '디케의 눈물, 조국 작가와의 만남'이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조 전 장관이 작심하고 발언한 명예회복 의지에 대해 며칠 뒤 ‘부연설명’을 하는 상황은 ‘궁색한 변명’처럼 들린다. 이는 곧,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의 명운이 걸린 내년 총선을 조국의 한낱 개인 한풀이 장으로 만들 수 없다’는 민주당의 단호한 의지에 대해 조 전 장관이 제대로 반박할 명분이 없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조 전 장관은 뒤늦게 “윤석열 검찰독재정권 심판, 민주진보진영의 총선 승리, 절대다수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정권교체 등은 내 개인에게도 가장 큰 ‘명예회복’이 될 것”이라며 명예회복의 ‘정치적 영역 확장’을 시도했지만 ‘총선을 개인의 복수혈전으로 삼으려 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조 전 장관이 신당을 창당한다면 먼저 그 정당의 가치와 지향점부터 명확하게 하는 것이 순리다. 조 전 장관이 오로지 ‘반 윤석열’이라는 진보진영의 ‘울화통’만을 주동력으로 삼는다면 그것의 정치적 한계는 명확하다. 극렬 지지층이 밀어 올리는 ‘팬클럽 회장’ 정도의 지위로는 총선에서 몇 석을 얻는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통합과 협치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회의적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는 이준석 전 대표가 오로지 ‘반윤 분노’로만 신당을 그려나가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이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 변화’와 ‘수직적 당정 관계 개선’ 등의 변화가 없으면 신당을 창당한다고 선언했다. 조 전 장관 또한 ‘윤석열 검찰독재정권 심판’이 곧 자신의 명예회복이라며 ‘반윤 정서’를 정치적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여야는 혐오와 저주로 서로를 헐뜯으며 적대적 공생관계를 이어가고 있는데 조국 신당이 창당되면 그 극단의 대결구도가 더 심화되면 되었지 완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 전 장관의 ‘복수심’마저 신당에 더해진다면 내년 총선 이후에도 혐오 정치가 더욱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다. 

조 전 장관 앞에 놓인 또 다른 장애물은 민주당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조 전 장관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면서 신당 창당설을 흘리자 민주당 내부는 외견상 조용하지만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민주당은 ‘이준석 신당’과 ‘인요한 혁신’에 치여 존재감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2년 5월 8일 인천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6.1 보궐선거 계양을 지역구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조국이라는 또 다른 ‘신당 노이즈’도 발생해 민주당은 점점 더 여의도의 ‘뒷방’으로 물러앉는 형국이 돼 가고 있다. 내년 총선에 조 전 장관이 출마한다면 민주당의 조연 전락 현상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한 이유 가운데 하나도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도 있었지만 ‘조국의 강’을 끝내 메꾸지 못한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도 결정적 요인이 됐다. 여기에다 조 전 장관이 내년 총선에 출마한다면 민주당은 ‘제 2의 조국의 강’과 마주할 수밖에 없다. 조 전 장관이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 현재도 항소심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조 전 장관 재판부는 온갖 이유로 몇 년째 판결이 지연되다가 심리 시작 38개월 만에야 비로소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은 법정 구속되지 않았고 항소심 재판을 받으면서 비교적 ‘자유롭게’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할 수 있다. 대법원 최종판결이 나기 전까지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긴 하지만 조 전 장관은 ‘1심 유죄’의 멍에를 쓰고 선거에 나서게 된다. 

지지층에서야 ‘찬란한 훈장’으로 여길지 모르지만 중도층에서 일단 ‘유죄’를 받은 정치인을 선거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여전히 미지수다. 민주당 또한 지난 대선에 이어 또 다시 ‘조국의 강을 건널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지루한 문답의 과정을 반복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바라는 윤석열 정권 심판 프레임의 전선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윤석열-조국’ 대결로 판이 바뀌면서 민주당 뒷방 전락 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 ‘내년 총선 정국에서 이재명 대표의 존재감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조국의 강이 가로지르게 되면 결국은 조 전 장관이 조중동의 맛 나는 먹잇감밖에 되지 않는다’는 게 민주당의 근심이다. 

 

2016년 6월 조국 당시 서울대 법대 교수(왼쪽)가 광화문에서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 반대 단식농성 중인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을 찾아 위로하고 있다. (사진=성남시 블로그)


그런데 과연 민주당이 조국 때문에 당이 총선에서 박살나는 상황을 수수방관할 수 있을까. 이재명이라는 대안부재의 대권주자가 있고 제1당인 민주당이 조국 전 장관 그늘에 가려져 존재감을 상실하는 상황을 그대로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조 전 장관이 총선 출마와 신당 창당을 강행할 경우 민주당이 어떤 식으로든 그를 눌러 앉힐 복안을 세울 것이라는 얘기다. 

그 유력한 방안은 ‘개딸’ 등의 강성지지층을 앞세워 조 전 장관의 총선 ‘관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환기시키는 ‘장외전’을 펼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당의 화력을 총동원해 ‘조국 집중포격’도 감행할 수 있다. 조 전 장관이 결국은 “개인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 진영에 상처를 주고 갉아 먹어가면서 신당을 만들 가능성이 없는”(전재수 의원) 상황을 맞게 될 수도 있다. 그가 아무리 명예회복을 하고 싶어도 민주당의 ‘압착’을 견뎌낼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시각이 상존한다.


 

조 전 장관이 만약 총선에 나선다면 현실적인 선택지는 비례정당 창당이다. 선거제 개편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야권의 위성정당격인 비례정당을 창당한다면 의미 있는 의석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이 장기적으로 대권구도까지 염두에 둔다면 ‘호남 신당’을 창당하거나 무소속으로 출마해 확실한 근거지를 마련하는 게 더 낫다는 평가도 있다. 

조국 전 장관은 비록 1심에서 유죄를 받았지만 앞으로 계속 “비법률적 방식으로 명예를 회복하는 길을 찾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비법률적’이라는 신박한 발상으로 유죄의 멍에를 벗어버리고 정치적으로 ‘죄 세탁’을 하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얻는 것이 고작 개인의 명예라면 조국에게는 더 많은 참회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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