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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 칼럼] 민주당 200석 압승론과 이재명의 ‘천하태평’ 리더십

성기노피처링대표 2023. 11. 7.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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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1월 2일 국회에서 민생경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조용합니다. ‘옆 동네’ 국민의힘은 ‘인요한 혁신’과 ‘이준석 신당’ 등의 정치 이슈에 ‘김포 서울 편입’과 ‘공매도 금지’ 등의 정책 이슈로 연일 바람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1당인 민주당의 지금 모습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침잠 모드입니다. 오직 윤석열 대통령의 ‘똥볼’ 하나만 바라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 한심한 것은 내년 총선 200석 압승설까지 당내에 스멀스멀 번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나마 당내에서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탄희 의원은 지난 11월 1일 “내년 총선에 우리 당의 최대 목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 행사 기반을 최소한으로 축소하는 거다. 소위 말해서 (국민의힘을) 100석 이하로 최대한 내리는 거다”고 자신 있게 주장했습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회는 재의결을 할 수 있는데 재의결 요건이 3분의 2 이상 찬성이어서 200석을 확보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200석은 개헌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꿈의 의석수’입니다. 이 의원이 말로는 거부권 행사 최소화의 기반이라고 에둘러댔지만 본심은 200석 되면 당장 끌어내리자는 뜻으로도 들립니다.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도 11월 1일 KBC광주방송에 출연해 “수도권을 석권하면 200석 못 하리라는 법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0월 31일 대통령 시정연설 때 김용민 의원이 윤 대통령에게 ‘이제 그만 두셔야죠’라고 ‘지른’ 것도 민주당 내에 퍼져 있는 ‘대통령 탄핵’의 분위기를 표출한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다 민주당 일부 강성지지층과 진보 유튜버들도 내년 총선 200석을 기정사실화하며 흥분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200석 이상을 차지해 윤 대통령의 탄핵까지 몰아붙여 조기 대선 체제에서 ‘이재명 대통령 등극’ 시나리오까지 떠돌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지난 10월 30일 김포골드라인을 관리하는 김포한강차량기지를 방문, 열차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11월 1일 진행한 긴급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58.6%가 국민의힘이 총선 수도권 전략으로 추진 중인 '김포 서울시 편입'에 대해 반대한다고 밝혔다. 찬성 응답률은 31.5%로 반대와의 격차는 27.1%p다. 대구경북, 광주전라, 제주 지역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반대가 과반을 나타냈다. (사진=연합뉴스)

 

 

이들은 지난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때의 사전투표율 급등을 그 근거로 제시합니다. 당시 사전투표율이 직전 선거에 비해 2배나 급등했는데 이를 ‘윤석열 정권에 민심이 완전히 등을 돌린 징후’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보궐선거 때의 사전투표율 급등이 내년 총선 때도 ‘윤석열 정권 심판’ 표심으로 나타나 전국 지역구에서 사전투표율이 2배 이상 ‘기적적으로’ 치솟아 오르는, 일종의 ‘민심 반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런 ‘민주당 200석 압승론’에 대한 당내 경계 기류도 만만치 않습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11월 4일 “민주당이 실수를 안 해야 하건만 연일 똥볼만 찬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승리에 겸손해야지, 대세론 낙관론 운운하며 ‘총선 200석 확보로 윤석열 정권 무력화시키자’고 하면 국민이 떠난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의 민주당은 보궐선거 압승 이후 승리의 도취감에 취해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이재명 대표는 ‘자기 사람 심기’에는 쾌도난마의 정국 운영을 보여주고 있지만 정작 제1당의 대표로서 책임 있는 대응을 해야 할 때는 몸을 사리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마치 총선 압승은 ‘떼어 놓은 당상’인 것처럼 행동하면서 이슈 대응에도 굼뜨고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국민의힘의 ‘김포 서울 편입’ 아젠다입니다. 이 대표는 11월 6일 이에 대해 “정부·여당이 선거에 급하다고 정략적인 공수표를 남발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그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라며 계속 발을 빼고 있습니다. 경기도지사 시절 각종 이슈에 대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자신의 소신과 정책 방향을 과감하고 신속하게 내지르던 이 대표의 ‘사이다 리더십’과는 완전히 딴판입니다. 

 

국민의힘이 마치 야당처럼 온갖 이전투구로 총선 돌파구를 만들려고 하는데 지금 이 대표는 마치 집권당처럼 안전하게 아웃복싱을 하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총선 200석 압승론에 취해 부자 몸조심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 김병수 김포시장이 11월 6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럼에도 이 대표가 국민의힘 제안에 꿈쩍도 하지 않고 ‘무시 전략’으로 일관하는 것에는 지난 2002년 대선의 ‘학습효과’도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당시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선거 초반 지지율이 10%대까지 추락하며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한 회심의 일격을 날린 것이 바로 신행정수도 이전 공약입니다. 

 

수도권 유권자들은 ‘실현 불가능한’ 이슈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지만 행정수도가 오면 부동산 호재 등의 재산증대가 기대되는 충청권역은 ‘이게 웬 떡이냐’며 표심이 극렬하게 요동쳤습니다. 당시 앞서가던 한나라당은 ‘말도 안 되는 공약’이라며 무시하고 있다가 충청권이 들썩거릴 조짐을 보이자 민주당이 던진 ‘미끼’를 덥석 물고 말았습니다. 

 

한나라당은 뒤늦게 ‘수도권 공동화론’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민주당이 짜놓은 ‘행정수도 이전 찬반 프레임’에 외통수로 걸려들었습니다. 결과는 아시는 대로 충청권 바람을 제대로 탄 노무현 후보의 승리였습니다. 노 후보는 57만여 표 차로 이회창 후보에 신승했는데 그 가운데 36만여 표를 충청권에서 가져왔습니다. 그 후 대통령이 된 노 후보는 “신행정수도 건설을 주제로 내가 지난 대선에서 좀 재미를 봤다”며 미소를 흘렸습니다. 

 

대선 패배로 다시 야당이 된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신행정수도 이전 프레임’에 속수무책으로 걸려든 것을 패배 원인 중 하나로 인식하고 땅을 치며 후회했습니다. 훗날 당의 원로들은 ‘당시 노 전 대통령 전략에 대한 한나라당의 대비가 전혀 안 돼 있었고, 그 결과 내내 끌려다니기만 했다’고 회상했습니다(김형오 전 국회의장). 

 

그때 한나라당이 새로운 ‘메가 이슈’를 던져 프레임 전환을 시도해 민주당의 덫에서 빠져나왔어야 한다는 만시지탄이 지금도 여의도에 회자하고 있습니다. 이제 국민의힘은 ‘선배’ 한나라당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행정수도 이전 패배’의 악몽을 민주당에 되돌려주려 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김포 서울 편입’이라는 ‘제2의 행정수도 이전 이슈’를 내걸고 민주당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1월 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한 '기도를 서울에 통합해야 한다'는 내용의 무속인 천공의 동영상을 이재명 대표 등 지도부가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이재명 대표는 ‘여당 꼼수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듯 여당을 점잖게 타이르기만 할 뿐 ‘참전’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야권에서는 “이미 대통령이나 된 것처럼 거만하게 행동한다”며 야당 대표의 무책임한 대응을 비판합니다. 참모들이 이 대표에게 ‘국민의힘의 덫에 빠지면 안 된다’고 조언했겠지만 이 문제는 마냥 무시한다고 해서 그대로 묻힐 이슈가 아닙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집권 세력으로서 총선 레이스 판도 자체를 완전히 바꿀 힘과 절박함이 있습니다. ‘김포 서울 편입’은 이제 예고편일 뿐 ‘윤석열 신당’과 같은 빅뱅의 정계개편 등도 얼마든지 시도될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을 강타할 아젠다를 선점하며 이슈화에 성공하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김포 서울 편입’의 실현 가능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여야의 이슈 대응 능력과 태도에서 그 승패가 좌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지금 민주당에는 정책 이슈를 선제적으로 주도할 사람이 보이지 않습니다. 당 대표부터 불리한 전투에는 참호 속에 숨어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으니 굳이 의원들도 ‘돌격 앞으로’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무엇보다 민주당의 선제적이고 공격적인 이슈 파이팅과 ‘선거 전략’이 보이지 않습니다. 상대의 ‘똥볼’이 곧 내 득점이 되는 것도 아닌데 민주당은 벌써부터 ‘200석 환상’에 들떠 있는 것 같습니다. 

 

200석 압승론과 21대 총선 이후 이해찬의 20년 집권론은 묘하게 닮았습니다. 이런 터무니없는 낙관주의는 민주당의 고질적 병폐인 ‘받아먹기 야당 습성’에서 나온 것입니다. 지금의 이재명 대표는 ‘대세론 나무’ 아래에서 노곤한 꿀잠을 즐기며 200개의 사과가 우수수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내년 총선 때 ‘나무’ 밑동 전체가 잘려 나갈 수도 있는데 정작 본인은 천하태평입니다. 

 

이재명 대표는 국민을 현혹시키고 결과적으로 국가 전체의 피해까지 야기시킬 수 있는 집권세력의 총선용 포퓰리즘을 막아내고 합리적 대안 제시로 당당하게 경쟁해야 합니다. 그것이 야당 대표의 존재 이유입니다. 

 

(여성경제신문 11월 7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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