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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 칼럼] 윤석열 대통령의 총선 승리 ‘차도지계’

성기노피처링대표 2023. 10. 31.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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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28일 인천에서 열린 2023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 만찬에서 발언하며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금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인요한’입니다.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 임명된 인요한 위원장은 연일 메가톤급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중 ‘압권’은 ‘영남권 중진 험지 출마론’입니다. 인 위원장이 다분히 논란이 될 만한 중대한 사안인 영남 물갈이론을 ‘굳이’ 혁신위 출범과 함께 제1 의제로 꺼내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당사자들의 반발이 뻔히 예상되고 그것이 혁신위의 초반 착근에 상당한 부담이 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인 위원장은 만사 제쳐두고 ‘영남 영감님’들부터 건드렸습니다. 인 위원장이 김기현 주호영 등 ‘영남 스타’들의 이름까지 구체적으로 거명하며 수도권 출마를 사실상 종용한 것은 그 자체로 강렬한 정치적 메시지로 읽힙니다. 

그런데 인 위원장의 ‘영남권 중진 물갈이’는 자신이 소신껏 만들어낸 ‘독자적인 작품’일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인 위원장이 용산 윤석열 대통령마저도 무시하고 ‘내 맘대로 혁신 한번 해볼 것’이라고 마이웨이를 부를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합니다. 그렇게 큰 작품을 그리기에는 인 위원장의 정치적 경륜도 짧고 무엇보다 그런 배짱과 능력을 가진 인물이라면 애초에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인 위원장이 혁신위 초반부터 용산의 ‘눈치’를 많이 본다는 것은 여러 정황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인 위원장은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도식에 ‘개인 자격’으로 참석했고, 윤석열 대통령이나 김기현 대표에게 참석 요구도 ‘공개적’으로 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혁신위원장으로서 ‘민심’을 먼저 헤아리는 게 아니라 윤 대통령의 정치적 입장을 최우선으로 ‘배려’한 것으로 실망감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사실 이번 국민의힘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는 용산의 강한 자장에 질질 끌려가고 있는 집권여당의 무기력함과 윤 대통령의 ‘오만한 권력’에 반기를 든 민심의 폭발이었습니다. 그런데 인요한 위원장은 보궐선거 참패의 원인을 ‘원점 타격’하기는커녕 ‘영남권 물갈이’로 변죽만 울리려고 합니다. 

 

지난 10월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김기현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만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는 인 위원장이 자신의 소신과 뚝심으로 혁신위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조종’에 의해 의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의문을 낳게 합니다. 인 위원장은 지난 10월 27~28일 여러 언론 인터뷰를 통해 영남권 중진들의 험지 출마론을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언사로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그는 조선일보 인터뷰에선 “변해야 산다. TK(대구 경북), PK(부산 경남) 의원들 중 스타들은 서울이나 험지로 나왔으면 한다”, “괜찮은 스타 의원들이 있으면 어려운 곳, 서울로 오는 게 상식 아닌가. 주호영(5선·대구 수성갑)도, 김기현(4선·울산 남을)도 스타”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인 위원장이 물갈이 대상으로 주호영과 김기현을 ‘특정’한 것을 두고는 인 위원장의 ‘담력이 세다’는 평가도 있지만 배후에 누가 있지 않고서는 ‘감히’ 당내 최대 거물급 영남의원 2명을 콕 집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해석도 많습니다. 특히 자신을 임명해준 김기현 대표의 목덜미마저 움켜잡는 것은 상당히 의외입니다. 

졸지에 짐 싸서 ‘서울’로 가야하게 된 영남권 의원들은 난리가 났습니다. 어떤 중진 의원은 “그냥 잘 모르는 사람끼리 술집에 앉아서 이런저런 대화하는 수준의 이야기를 혁신위원장이 받아서 함부로 얘기하는 것은 너무 거칠다”고 비판했습니다. 선거 때마다 만만한 게 영남권 의원들이고 이제는 ‘술안주’ 수준으로까지 떨어졌다는 자괴감이 심한 표정입니다. 

특히 인 위원장이 수직적 당정 관계 개선 등 진짜 혁신에 대해선 입도 뻥긋 하지 않은 채 선거철 단골 메뉴인 ‘영남의원 때리기’에 열성을 보이는 것을 두고 ‘분명히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반응도 많습니다. 당 일각에서는 인 위원장의 ‘영남 물갈이’ 창끝이 결국은 ‘친윤계’(친 윤석열)로까지 향할 것이라며 ‘물갈이 도미노론’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2019년 12월 23일 채널A에서 방송된 '길길이 다시 산다' 프로그램에서 길한길, 최명길 부부가 당시 인요한 연세대 교수의 낙을 알아보기 위해 기차를 타고 함께 남도 여행을 떠났다. 인요한 교수는 숨겨진 '남도의 맛과 멋'을 소개해 주겠다며 여행 가이드를 자처해 시종 화기애애한 장면을 연출했다. (사진=채널A 캡처)


보수정당은 역대 총선에서 고전이 예상될 때마다 가장 먼저 ‘꿀 빠는’ 지역인 영남을 쳐다보았습니다. 영남 기득권을 자르는 시늉을 해야 다른 지역도 물갈이와 신진인사 영입의 명분이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혁신위가 당내 최대 계파이자 실세인 ‘친윤계’마저 ‘손을 본다면’ 혁신의 가장 중요한 변수인 ‘자기희생’ 명분도 커지게 됩니다.

인 위원장은 영남권 중진 험지 출마론으로 대표되는 ‘인적 쇄신’ 이슈로 혁신위의 초반 프레임을 확실하게 잡았습니다. 인 위원장의 정치적 경륜이나 그 위상을 생각해볼 때 본인이 직접 그 ‘칼’을 휘두르기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차도지계’가 작동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과 불신을 보여 온 것은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그 정황은 윤 대통령이 지난 대선 과정 때 모 인사와 나눈 전화 녹취록을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일부 언론을 통해 드러난 내용을 보면, 윤 대통령은 ‘민주당보다 국힘을 더 싫어한다’ ‘개판 치면은 당 완전히 XX버리고’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올해 초 ‘김기현 체제’를 당무개입 의혹까지 받으며 ‘내리꽂은’ 것도 국민의힘에 대한 강한 불신 때문에 ‘대통령 입맛’대로 통제하기 위해서라는 게 정설입니다.  

그래서 “윤 대통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체질개선’을 강하게 원하고 있다”는 분석도 점차 설득력을 더하고 있습니다. 아예 ‘윤석열 신당’을 창당해 내년 총선에서 ‘모 아니면 도’의 담대한 도전을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이렇듯 윤 대통령의 국민의힘 불신에 대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역시 핵심은 ‘사람’입니다. 영남에서 안주하며 온갖 기득권을 누리는 ‘일부 중진’들 때문에 국민의힘은 더욱 오만한 권력집단으로 비쳐집니다. ‘영남 기득권’을 쳐내는 것은 당의 쇄신을 위한 상징적이고 가시적인 조치라는 점에서 여론의 응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월 18일 서울 용산어린이집정원에서 국민의힘 김기현 당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이만희 사무총장, 유의동 정책위의장 등 당4역과 산책을 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제공)


하지만 ‘영남 의원’들에 대한 정리는 당내 기득권의 필연적인 저항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특히 윤 대통령으로서도 아무리 당을 쇄신하고 싶어도 자신이 직접 ‘칼’을 드는 것은 ‘당무개입’에 대한 정치적 부담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이 과정에서 주목되는 인사가 바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입니다. 김 위원장과 윤 대통령의 인연은 2013년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 때부터 시작됐습니다. 그 후 김 위원장은 지난 대선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로 알려지면서 여권의 ‘숨은 실력자’로 등극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집권한 후 두 사람이 한 달에 두 세 차례 만나는 사실도 알려지면서 김 위원장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은 상당히 뜨겁습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선거를 앞두고 탈당과 창당을 주도한 ‘정당 분쇄기’이자 ‘창당 전문가’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김 위원장의 ‘역할’에 비상한 관심이 쏠려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인요한 혁신위원장도 김한길 위원장과 ‘매일 통화를 하는 사이’일 정도로 친분이 깊다는 얘기까지 나오면서 국민의힘 쇄신 과정에 ‘윤석열-김한길-인요한 조합’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인 위원장이 김한길 위원장의 ‘오더’를 받아 취임하자마자 애먼 영남권 중진들부터 ‘두드려 잡으려’ 하는 프레임 설정은 총선을 앞둔 인적 쇄신 신호탄이자 더 나아가 ‘윤석열 신당’ 창당의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일종의 시험무대로 보입니다. 민주당 대표 출신인 김한길 위원장이 만약 신당을 만들게 된다면 향후 민주당 ‘비명계’(비 이재명계) 등 ‘탈당 유력’ 의원과 중도파 인사들까지 포함하는 일종의 ‘정계개편’ 가능성도 열려 있습니다. 

이 거대한 시나리오의 첫 번째 출발점이 바로 국민의힘에 대한 ‘강제 물갈이’입니다. 인요한 위원장이 언론에 몇 차례나 특정인사(김기현 주호영)의 이름까지 구체적으로 흘리며 바람을 잡는 것도 윤석열 대통령의 난국 돌파 전략과 더 나아가 ‘신당 창당’을 위한 차도지계 전략의 일환일 수 있습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윤석열-김한길 조합’과 어떤 ‘쇄신의 하모니’를 그려나갈지 관심을 모읍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월1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원회 만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성경제신문 10월 31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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