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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알고리즘이 자꾸 해외여행으로 날 데리고 간다. 그 유튜버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 중 하나는 한국이 뭐든지 빠르고 편리하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계좌개설 하는데 3달이 걸렸다고 푸념하는 유학생을 보면서 나도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전화만 하면 뭐든지 빨리 와서 해결해주고 자기 전 주문하면 새벽에 물건이 도착해있는 나라에서 선진국 유럽도 우리에겐 그저 불편하고 허술해보이기만 한다. 한편으론 지금 우리가 세계신기록의 편의성을 누리는 뒷면에는 그 초고속 궤도를 멈추지 않게 뼈를 갈아서 돌려야만 하는, 누군가의 희생과 행복의 유예가 있을 거 같아 맘이 편치가 않다. 이렇게 발전하고 편리한 세상에 살면 누구나 평균율의 행복감 정도는 느껴야겠지만 불행하게도 우리는 작년 OECD 국가중 자살률이 10만명당 24.1명으로..
올해 2회째를 맞은 ACEP 발달장애 아티스트전을 준비하면서 보람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꼈다. 예술의전당이라는 큰 무대에 자신들의 그림을 올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차하던 발달장애 작가들과 부모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큰 감동과 위로를 받았다. 전시장소를 구하지 못해 동네 커피숍이나 외진 카페에서 그림을 전시해왔던 그들에게 '뜻밖의' 환대는 놀람과 경이로움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우리는 왜 전시회를 작고 허름한 곳에서만 해야 하나'라는 단순하고 기본적인 의문조차 던져보지 못한 채 발달장애 아티스트들은 '구석진' 전시장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살아왔다. 인간의 천부적인 인권이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에게까지 스며들여야 한다는 것은 보편적인 사회가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장애인들이 지하철을..
와이프가 며칠 전부터 ‘나 5월 1일에 혼자 TV 볼 테니 절대 건들지 말라’는 사전경고를 날려서 의아해했다. 뭐 그리 대단한 프로그램이 있다고 저 난리를 피우는지, 생각했다. 그리고 드디어 그 날이 왔다. 하이네켄 ‘라지’를 한캔 떡 갖다 놓더니 ‘절대 방해하지 말라’며 쇼파에 앉는다. 딸이랑 나는 그 엄포에 밀려 다른 곳에서 조용히 각자의 일을 했다. 도대체 무슨 방송이기에 저렇게 결연하고 엄숙한 표정으로 앉아서 기다릴까. 문제의 그 프로그램은 바로 올해로 55회를 맞는 ‘백상 예술대상’이었다. 레드카펫 시간부터 TV에 빨려들어 갈듯이 집중하던 와이프에게 말조차 걸 수 없었다. 연유는 간단했다. 주지훈이라는 배우에 빠져서 흔히 말하는 ‘사생’ 수준은 아니지만 트위터로 온갖 정보를 수집하고, 나를 반 ..
추석 연휴 기간동안 일본 처갓집을 오랜만에 방문했습니다. 처남가족들과도 실로 오랜만에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역시 일본은 무지 큰 나라라는 걸 새삼 느낍니다. GDP 세계 3위에 인구도 1억2천만명으로 세계 10위의 큰 나라입니다. 국토면적은 세계 62위에 불과하지만 세계 10위의 인구력으로 내수만으로도 충분히 경제가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지방과의 격차도 그리 크지 않습니다. 일본 전역 어디를 가도 도쿄 오사카 등의 대도시에 크게 밀리지 않는 지방의 경쟁력이 일본을 받치는 든든한 배경입니다. 이용자를 위한 시설들도 우리가 눈여겨봐야 합니다. 만든 사람 위주로 만든 게 아니라 이용자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미리 경험해 보고 공공시설들을 만듭니다. 안내 표지판 하나에도 그런 서비스 정신이 숨어 있습니다. 이것은..
오늘은 아오모리현 하치노헤시에서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Sanriku Fukko National Park'(산리쿠 후코 국립공원)에 갔습니다. 드넒은 태평양에 면해 있다고 해서, 대양의 기운을 받으려고 해안으로 향했습니다. 하치노헤역에 있는 관광 안내소에 들렀습니다. 직 원은 극강의 친절로 상세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몇 개의 가이드 맵과 열차 버스 시간표를 펼쳐놓고 초등학생도 알아들을 정도로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네, 직업에 그렇게 충실한 사람들입니다. 딸이 '소아용' 기차표를 가지고 있다가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서둘러 역추적 해보니 사진찍던 곳에 두고 왔더군요. 다행히 찾았습니다. 1차 분실사고. 다행히 회수. 하치노헤역에서 기차를 타고 30여분쯤 가면 '사메'라는 역이 있습니다. 상어라는 ..
오늘은 북부지방 아오모리현의 하치노헤시에 살고 있는 처남 가족을 방문하러 갑니다. 도쿄 우에노 역에서 하치노헤까지 가는 도호쿠 신칸센을 이용했습니다. 요금은 좀 비싼 편입니다. 성인 2명, 어린이 1명에 호텔 1박 포함 가격이 54,600엔(56만원)이었습니다. 호텔 연계 상품이라 할인이 좀 더 된 가격이라고 합니다. 성인 왕복 신칸센 요금이 약 16만원 정도입니다. 신칸센은 비행기보다 더 애용할 정도로 일본인들에게 속도와 신뢰의 상징입니다. 일단 좌석간 간격이 상당히 넓습니다. 한국 KTX에서 가장 많은 민원이 아마 좌석간 간격일 것입니다. 일반석의 경우 성인 2명이 앉으면 상당히 비좁습니다. 일본 신칸센 일반석도 한국 KTX의 특실 수준 좌석입니다. 중간에 정차하는 역도 최소한으로 줄였습니다. 최대한..
일본에도 추석은 있습니다. 오봉이라고 하는데요. 8월 13일부터 15일까지 휴일입니다. 오봉은 공식적인 휴일이 아니기 때문에 공공기관이나 금융기관 등은 오봉 기간에도 정상적으로 운영되지만, 제조업에서는 문을 닫고 대대적인 휴식을 취하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봉 앞뒤로 ‘오봉야스미’(お盆休み)라는 연휴를 갖습니다.한국에서 추석은 한해의 풍성한 수확에 대한 감사와 즐거움을 표현하는 성격도 있는 반면 일본의 추석은 조상의 영혼을 '돌보는' 성격이 좀 더 강한 것 같습니다. 이날은 우리가 차례를 지내는 것처럼 일본인들도 조상들에 대한 의례를 한다고 합니다. 그들은 오봉 기간이 되면 조상들이 길을 잘 찾아들 수 있도록 무카에비(迎え火, 마중하는 불)를 피우고, 집에 임시 제단인 본다나(盆棚)를 마련해 예를 올리거..
오늘은 도쿄 디즈니랜드에 갔습니다. 딸을 위한 메인 이벤트입니다. 도쿄 디즈니랜드는 1983년에 개장했는데, 미국 이외 지역에서 건설된 첫 번째 디즈니랜드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디즈니랜드와 같은 방식으로 건설했습니다. 하지만 서비스 노하우나 직원 교육법, 조직운영 등은 일본 특유의 문화가 녹아 있습니다. 외국의 유명한 명소를 갈 때마다 항상 뭐 어쩔 수 없이 '우리는...'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도쿄 디즈니랜드는 지금도 운영이 상당히 잘 되고 있습니다. 쇠락하고 있는 우리의 '과천 서울랜드'가 오버랩되면서, 마냥 부럽기도 합니다. 아, 그래도 우리에게는 에버랜드가 있군요. 삼성의 힘이죠. 하지만 규모나 모든 면에서 비교하기도 어렵습니다. 도쿄 디즈니랜드가 세계 3위 정도라면 에버랜드는 10위 정도 ..
아침에 산책을 했습니다. 평일인데도 길거리에 사람들이 별로 없네요. 노인과 아이들뿐 젊은 사람들은 모두 일터로 간 것 같습니다. 일본은 노인의 나라입니다. 일본의 고령화는 일찌감치 진행됐습니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6.7%에 달하는 초고령사회입니다. 당연히 한국에서 문제가 되는 노인 문제들이 일본에선 10~20년 전 이미 발생했고, 그 수준 또한 심각했죠. 초고령사회 일본은 노인 문제를 국가 아젠다 상위에 두고 그 해결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노인문제는 노인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젊은층의 일자리 문제 등 사회전체의 구조와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노인층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부양하느냐 하는 것은 우리에게 곧 닥칠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인구 구성층이 노인위주로 바뀌게 되면 젊은층이 실버세대를 지..
나리타 역에서 전철 약 30분 타고 처갓집에 도착했습니다. 여기는 마츠도시입니다. 일본 지바 현의 북서쪽에 위치한 곳입니다. 도쿄 시내에서 30분 거리에 있기 때문에 1950년대 이후 도쿄 근교의 위성 도시로서 인구가 급증했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서울 북쪽 일산쯤 되겠습니다. 현재 지바 현내에서는 3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입니다. 여기에 전철역에서 가까운 곳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있습니다. 장인어른은 대표적인 단카이 세대입니다. 1947년에서 1949년 사이에 태어난 일본의 베이비 붐 세대를 가리키는데, 1970년대와 1980년대 일본의 고도성장을 이끈 현재 일본 경제번영의 주역들입니다. 여기 아파트는 1980년대 이후 집중적으로 건설돼 제 처도 여기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다녔습니다. 그런데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