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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권력은 쟁취보다 유지가 어렵다. 한국 정치에서 이 명제는 반복적으로 증명돼 왔다. 이명박 정부 초기의 ‘정두언 사태’가 그 대표적 사례다. 그리고 지금, 이재명 대통령 체제를 둘러싼 권력 긴장 역시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2007년 대선 과정에서 정두언은 사실상 최고 실세였다. 전략 설계와 메시지 조율, 조직 운영까지 선거의 핵심을 장악했던 인물이다. 이명박 후보의 승리에 가장 크게 기여한 공신이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권력의 정점에 가장 가까웠던 그 위치가, 집권 이후 가장 먼저 밀려나는 출발점이 됐다. 권력은 칼과 같아서 손잡이를 잡아야 안전하게 쓸 수 있지만 욕심을 부려 칼날까지 움켜쥐려 하면 오히려 제 손을 베이게 된다. 정두언 역시 집권 초 권력 재편 과정에서 그 위..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전 성동구청장이 지난 3월 11일 국회 소통관 기자실을 방문했다. 서울시장 출마를 앞둔 예비후보로서 기자들에게 첫 인사를 하는 자리였다. 구청장을 3선 하면서도 주민 행정 만족도가 90%를 넘는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과연 그 비결이 무엇일지, 그와의 첫 만남에서 뭔가를 발견하려고 촉수를 곤두세웠다. 그와 명함을 주고받으며 악수를 했다. 그런데 기대가 무색할 만큼 정 전 구청장은 평범했다. 부드러운 첫 인상에 다소 ‘샌님’같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래도 구청장 12년 동안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도 그 수많은 민원과 ‘트집’을 응대하면서 쌓은 그만의 정치적 자산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서울시 전체를 쥐고 흔들 만큼의 결기나 아우라가 느껴지지 않아 내 기대가 과하다는 생..
학생회관에 불이 꺼지고 그마저 남은 조명도 더욱 어두워졌다. 검은 암막 커튼을 친 내부에는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고 떨리는 마음으로 화면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작은 텔레비전에서 몰래 복사해 돌려보던 비디오 녹화 테이프가 돌아가고 있었다. 자상이나 총상을 입고 널브러져 있는 시체들과 몸통을 덮은 거적때기 사이로 피 묻은 팔이 삐져나와 있었다. 총을 든 남자들이 보이는가 싶더니 같은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바로 죽은 시체가 나타났다. 그것은 살육의 기록이었다. 거칠게 편집된 ‘광주의 비디오 테이프’는 몇 십분 동안, 무음으로 그날을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었다. 그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 나는 그날 밥을 먹을 수 없었다. 생전 처음 목격한 사체와 폭력의 현장을 아무런 게이트키핑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 나는..
6·3 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자마자 가장 눈길을 끈 장면 가운데 하나는 작가 유시민의 본격적인 ‘평택을 등판’이었다. 그는 21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조국혁신당 조국 후보의 평택을 출마 의미를 장시간 설명하며 사실상 공개 지원사격에 나섰다. 단순한 덕담 수준이 아니었다. 왜 조국 후보가 평택을에서 당선돼야 하는지, 그것이 왜 한국 정치 전체에 의미가 있는지까지 거대한 정치이론의 외피를 입혀 풀어냈다. 베스트셀러 작가답게 유시민이 무장한 논리는 그냥 ‘조국이 인물면에서 낫다’는 하나마나 한 썰이 아니라 장황한 정치이론과 한국 정치 지형을 설명하며 당위성과 명분을 덧입혔다. 그러나 그 화려한 아카데믹 포장지를 한 꺼풀만 벗겨내면 그 안에는 친문진영의 조급함과 위기의식이 엿보인다. 유시민의 ..
6.3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가 한창이다. 다소 뜬금없지만 오늘은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주자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다음 대선은 2030년으로 아직 한참 남아 있지만 민주당 내부의 차기 권력 경쟁은 진작 달아오르고 있었다. 민주당은 이 대통령 집권 직후부터 정청래 대표의 연임 여부와 합당 논란 등이 이어지면서 비교적 이른 시일에 차기 권력를 둘러싼 치열한 물밑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압도적 존재감으로 여권을 장악하고 있지만 정치의 시간은 언제나 권력의 다음을 준비한다.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정치인들은 공개적으로는 “지금은 이재명 정부 성공이 우선”이라고 말하지만 실제 머릿속은 ‘포스트 이재명’으로 꽉 차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누가 민주당의 차기 대권주자가 될 것인지 예측하는 것은..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를 불과 한 달여 앞두고 조작 기소 특검법을 밀어붙이려다 결국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이 문제는 선거를 앞두고 잠시 물밑으로 가라앉았을 뿐 여전히 활화산인 상태다. 국민의힘이 극렬 반발하고 있지만 여권도 쉽게 물러설 기미가 없다. 무엇보다 이 특검법 하나를 위해 그동안 쌓은 빌드업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여권은 특검법의 명분을 쌓기 위해 기관보고와 청문회 등을 두루 거치며 절차적 정당성과 여론 정지 작업도 충분히 했다고 판단한다. 이는 지방선거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선거 책임론과 특검법 프레임을 분리시켜 강력하게 재추진할 동력이 되고 있다. 그런데 이 조작 기소 특검법은 단순히 법안 통과 여부보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일종의 ‘인생극장 선택’을 요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특검법의..
하정우 전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이 결국 부산 북갑 재보궐 선거 출마를 위해 청와대를 떠났다. 그가 없다고 해서 AI 3대 강국을 부르짖던 이재명 대통령도 같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하정우보다 훨씬 더 똑똑한 인재를 모셔 오게 돼 이재명 개혁에 더 다행인지도 모른다’는 자조 섞인 넋두리도 나온다. 그래, 하정우가 뭐라고. 청와대 탈출 단 몇 시간만에 3선급 의원 뺨치는 유권자 친화 퍼포먼스를 보고 있노라면 청와대 입성 훨씬 이전부터 그의 열길 마음 속에는 대통령의 꿈이 불타오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필자는 하정우가 왜 북갑으로 갔는지 여전히 의문이다. 청와대 탈출 미스터리의 해답은 결국 ‘하정우의 시커먼 정치 야망 속마음’을 들여다봐야 할 수 있겠지만 이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
최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6·3 평택을 재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유튜브 영상과 각종 클립에서 소비되는 그의 이미지는 호감이라기보다 비호감에 가깝다. 단순한 인상비평으로 치부하기엔, 그가 여권의 유력한 차기 주자라는 점에서 이 변화는 짚어볼 필요가 있다. 조국 정치의 분수령은 지난해 8월 이재명 대통령의 광복절 특별사면·복권이었다. 자녀 입시 비리 등으로 실형이 확정돼 의원직을 잃고 구속됐던 그는, 출소 직후 곧바로 정치 전면에 복귀했다. 하지만 형기의 3분의 1 정도만 치르고 나온 이 조기 사면은 처음부터 ‘특혜’ 논란을 낳았다. 조국은 형식적 사과를 반복했지만 여전히 검찰 권력의 희생양이라는 피해자 서사를 놓지 않았고 사면을 ‘정치적 부활의 신호탄’으로 적극 활용했다는 비..
청와대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은 6.3 재보궐 선거(부산 북갑)에 출마할까. 사실 하 수석이 이재명 대통령의 ‘뜻’대로 청와대에 눌러앉으려고 했으면 이미 출마와 관련한 거취를 결정했을 것이다. “출마는 없다”고 못을 박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 수석이 이 문제로 여러 차례 언론에 출연해 언급을 하는 것 자체가 출마에 ‘개인적’ 관심이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하 수석의 이런 ‘미련’ 때문에 이 문제는 이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의 하 수석 모셔가기 경쟁처럼 비쳐지면서 여권 내 불필요한 논란도 낳고 있다. 친명계 입장에서는 ‘정청래 대표가 당의 입장만 너무 내세우며 이 대통령의 개혁에 오히려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 입장에서는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이 대통령도 협조해..
이재명 대통령이 개혁에 대한 조급함과 초조함을 에둘러 표현했다. 이 대통령은 9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회의장으로) 오면서 생각해보니 우리가 이렇게 일할 시간이 4년 1개월 남짓밖에 안 남았더군요”라며 “(남은) 시간이 짧긴 하지만 국정 속도를 두 배로 올리면 9년 2개월이 남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사실 “9년 2개월이 남는 것”이라는 발언을 들었을 때 요즘 진보진영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 대통령 연임 이야기와 맞물려 화들짝 놀랐다. 이 대통령이 내심 자신의 연임을 열망하다가 그 속내가 터져 나온 것 아닐까 고개가 갸웃거려지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이 현재의 국정과제와 중요 의제 추진이 얼마나 어려웠으면 속도를 2배로 해서 일하는 시간을 늘려보자는 제안을 했을까 싶기도 했다. 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