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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유튜버 장인수씨가 주장한 ‘공소취소 거래설’의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당 차원에서 장씨에 대해 정보통신망법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하는 사태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이번 파문은 검찰개혁을 두고 벌어진 여권 내부의 분열 후유증과 저널리즘 기본을 망각한 일부 유튜버들의 관종성 폭로 행태라는 문제를 남기고 있다. 그런데 이번 사태의 본질은 따로 있다. 유튜브 정치 채널들의 비즈니스 장삿속이 공론의 장을 심각하게 오염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구속되고 내란 재판이 무기징역 선고 국면으로 정리되면서 이른바 진보진영 ‘빅마우스’ 유튜버들은 자신들의 가장 안정적인 콘텐츠이자 수익원이던 ‘주적’을 잃었다. 더 이상 ‘검찰·윤석열 때리기’만으로 조회수와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
경칩이 지났지만 여전히 봄은 멀리 있는 것 같다. 구름이 낮게 내려앉아 금세 눈싸라기라도 내릴 거 같은 우중충한 날이다. 멀리 중동에서 날아오는 미국 이란의 전쟁 뉴스는 날씨만큼이나 우울하게 들린다. 91년 1월이었나, 군 생활도 절반이 꺾여서 따분한 날을 보내고 있을 때 전군에 비상이 걸린 적이 있었다. 미국 중심의 다국적군이 1월 17일 이라크 공습으로 걸프전을 개시한 것이다. 실제로 어디로 출동한 것은 아니지만 군인이 전쟁 뉴스를 접하니 ‘아 남의 일이 아니구나’ 하는 현실감이 처음으로 들었던 기억이 새롭다. 그럼에도 새벽에 내무반 TV로 숨죽이며 지켜본 전쟁은 공포와는 너무도 거리가 멀었다. 밤하늘을 수놓는 수많은 미사일의 궤적을 아름답게 느낀 그 몇 초간의 분별없는 감정이 참전한 모든 군인들과 ..
최근 투데이신문은 ㈔한국자폐인사랑협회(회장 김용직)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한국자폐인사랑협회는 국내 유일의 오티즘 중심 비영리 공익법인으로 오티즘 당사자와 가족의 권익을 대변해왔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민간단체가 20년 동안 ‘대신’해온 것에 대해 존경심과 함께 미안한 감정도 들었다. 장애인을 어떻게 대우하느냐의 문제는 한 사회의 문명 지표와도 같다. 장애인 편의시설이나 제도는 특정 집단을 위한 배려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안전과 품격을 가늠하는 기준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 여전히 장애감수성이 낮은 나라에 속하고 결국 한 사회의 인권과 복지 수준은 장애인의 삶의 조건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한국장애인개발원 ‘2023 장애통계연보’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의 장애인 ..
사법권은 국민이 위임한 권력이다. 법은 그 위임 위에 서 있다. 우리가 법관을 존중하는 이유도 개인에 대한 경외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합의한 법 정신에 대한 존중 때문이다. 하지만 판사들은 때때로 그런 사회적 합의와 존중을 개인에 대한 우러름으로 오도한다. 또한 법관의 판결은 개인의 판단 취향이 아니라 시대정신과 역사의식이 담긴 공기(公器)여야 한다. 이런 점에서 지귀연 판사가 내놓은 윤석열 전 대통령 무기징역의 감형 사유는 상식을 고의적으로 비켜간 자기 과시이자 한겨울에 계엄군을 막아선 시민들에 대한 모욕이다. 지귀연은 내란 우두머리인 윤석열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내란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점, 물리력 행사를 “자제시키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감경 사유로 들었다. 그런데 더욱 황당한 것은 ..
최근 국회 대정부질문이 사흘간의 일정을 종료하고 마무리됐다. 김민석 국무총리와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 간의 설전이 잠시 화제가 됐을 뿐 한미 관세 논란이나 부동산·민생 공방도 기존 입장 재확인 수준에 그치면서 “이렇다 할 주목거리는 없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실 대정부질문은 정책 검증보다는 여야 간 감정싸움의 대결장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야당 의원들은 몇 분 주어진 소중한 시간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어 존재감을 부각하는 데 열중한다. 보좌관들이 점잖은 질문지를 써내면 의원은 더 매운맛을 요구하기도 한다. 평소 언론에 잘 나타나지 못하는 야당 의원들은 대정부 질문이 더욱 소중한 시간이다. 단번에 스타로 등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야당이 정부 고위인사들을 따끔하게 질책하고 훈계하고 빈틈을 노려 공격..
한국 정치사에서 대통령 사저는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닌다. 김영삼의 상도동, 김대중의 동교동은 박정희 독재정권에 맞서는 일종의 투쟁 본부였다. 그들의 사저는 권력에 저항하는 이들이 모여 시대의 흐름을 바꾸던, 공간의 지배가 이루어지던 곳이었다. 대통령 사저는 풍수와도 관련이 있어 호사가들의 가십거리가 되기도 했다. 사저의 풍수지리를 통해 대통령 당선 여부를 예측하거나 정치적 길흉화복의 소재가 되었던 것이다. 사저가 서사의 지배로도 작동한 것이다. 그런데 사저가 가압류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집이 자본의 지배로 전락한 것이다. 사저가 공간과 서사의 영역에서 물질의 밑바닥으로 추락한 것 같아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구 달성군 사저가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에 가압류됐다고 ..
한국 보수 정당사에서 전직 대표가 ‘가족 비위’ 문제로 당에서 제명되는 사례가 있었을까. 단언컨대 없다. 김영삼 전 대통령 제명은 박정희 군사독재 정권이 야당 총재를 찍어 눌러 국회의원 배지를 떼버린 ‘정치 탄압’의 성격이었지 당 내부 시스템이 당수를 도려낸 케이스가 아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도 탄핵과 구속이라는 사법적 판단이 끝난 후 옥중에서 당적 정리(제명)가 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한동훈 전 대표 제명 처리는 당내 주도권을 놓고 다투다가 벌어진 일종의 ‘숙청 참사’다. ‘장동혁 대표가 과했다’는 의견과 ‘한동훈 전 대표가 좁쌀 정치로 자기 인생을 망쳤다’는 평가가 오간다. 누가 더 잘못했느냐를 따지기 이전에 정당의 전.현직 대표가 한줌 자존심 때문에 당은 물론..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정치는 금품 수수의 사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당시 정치권을 둘러싼 여러 가지 소문, 그리고 현장을 취재하며 체감했던 분위기를 떠올리면 지금도 아찔할 때가 많다. 국회의원들의 금품 수수 패턴을 보면 몇 가지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먼저 상상을 초월하는 ‘대범함’이다.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상당히 ‘간 크게’ 남의 돈을 스스럼없이 받는다. 여기서 사실 ‘남’은 남이 아니라 정치 입문 전부터 잘 알고 지내던 막역한 경우가 많다. ‘받아도 되는’ 돈이라는 상호 간의 묵계와 신뢰가 대가성의 법적 경계를 허무는 배경이 된다. 죄의식을 마비시키는 ‘관행의 대물림’도 넙죽넙죽 돈을 받을 수 있는 명분이 된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기자들에게 촌지를 주는 것이 관행이었고 그 돈은..
사진을 좋아한다. 하지만 사진은 진실이 아니다. 렌즈가 선택한 ‘해석’일 뿐이다. 똑같은 풍경 앞에서도 어떤 렌즈를 끼우느냐에 따라 세상은 전혀 다르게 보인다. 광활한 개방감을 줄 수도, 숨 막히는 압박감을 줄 수도 있다. 사진을 좀 찍어본 사람들은 말한다. “광각렌즈가 다루기 어렵다”는 것을. 광각은 넓은 배경을 오롯이 담을 수 있지만 자칫하면 주제가 산만해지기 쉽다. 중심을 잡지 못하면, 조율되지 않은 파편들의 집합체만 남아 어정쩡한 사진이 된다. 하지만 넓은 화면 위에 피사체와 배경을 조화롭게 얹을 수만 있다면 멋진 사진이 된다. 조화와 공존이 광각의 상징이다. 반면 ‘망원 렌즈’의 유혹은 달콤하다. 망원은 초심자도 쉽게 다룰 수 있다. 줌을 당기면 배경을 뭉개버리고(아웃포커싱) 내가 보고 싶은 피..
아주 오래전 기억이다. 1999년 말부터 2000년 초반까지 대한민국은 ‘닷컴 열풍’으로 주식시장에도 광풍이 불고 있었다. 그때 놀기 좋아하던 한 고등학교 동창이 불쑥 전화가 왔다. 그는 “주식을 하는데 대박이 났다”면서 “너도 빨리 신세계에 뛰어들어라”며 흥분했다. 당시 증권 시황은 “주식을 안 하면 바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광기의 도가니였다. 그때만 해도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 보급되기 시작하는 시점이라 여전히 증권사 객장에 나가 시세 전광판을 보는 것이 익숙한 세대가 많았다. 그 친구도 아침 일찍 객장에 나가 붉고 푸른 전광판을 뚫어지게 바라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제 공부도 열심히 한다고 하면서, 자신이 찍어주는 종목은 해볼 만하다며 나를 부추겼다. 물론 나는 그 흥분된 제안을 거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