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성기노 칼럼] 이재명은 ‘조작된 독배’를 마실 것인가 본문

정치

[성기노 칼럼] 이재명은 ‘조작된 독배’를 마실 것인가

성기노피처링대표 2026. 5. 8. 08:47







728x90
반응형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월 14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지방 경제 회복의 돌파구로 관광 분야 민관 협력 강화를 주문했다. (사진=JTV NEWS 캡처)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를 불과 한 달여 앞두고 조작 기소 특검법을 밀어붙이려다 결국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이 문제는 선거를 앞두고 잠시 물밑으로 가라앉았을 뿐 여전히 활화산인 상태다. 국민의힘이 극렬 반발하고 있지만 여권도 쉽게 물러설 기미가 없다. 무엇보다 이 특검법 하나를 위해 그동안 쌓은 빌드업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여권은 특검법의 명분을 쌓기 위해 기관보고와 청문회 등을 두루 거치며 절차적 정당성과 여론 정지 작업도 충분히 했다고 판단한다. 이는 지방선거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선거 책임론과 특검법 프레임을 분리시켜 강력하게 재추진할 동력이 되고 있다.

그런데 이 조작 기소 특검법은 단순히 법안 통과 여부보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일종의 ‘인생극장 선택’을 요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특검법의 상당 부분이 ‘이재명 사법리스크’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해당 특검법에는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 등 1심 재판 중인 사건도 특검이 이첩 받아 공소 취소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조항(8조 7항)이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특검의 진실 규명 여부에 따라 이 대통령은 자신을 둘러싼 혐의들에 대한 공소 자체를 취소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이 대통령에게 사법적 특혜를 줄 수 있다’는 야당의 거센 반발과 마주하고 있다.

이에 정치권의 시선은 법안의 통과 여부를 넘어 이재명 대통령의 ‘전략적 선택’으로 쏠리고 있다. 이 대통령이 퇴임 후 자신의 재판이 재개된다면 정정당당하게 법적 절차에 따르겠다고 선언한다면, 여권이 조작 기소 특검법을 무리하게 추진할 명분이 옅어진다. 피해 당사자가 직접 ‘소크라테스의 독배’를 들겠다고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최근 논란이 된 조작 기소 특검법 추진에 대해 그 시기만 언급했을 뿐 대통령 특혜설이 나도는 특검법의 수정이나 추진 중단 등의 지시는 하지 않았다. 이는 이 대통령도 특검법의 필요성만은 인정하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되는 대목이다.

현재 이재명 대통령은 거대한 철학적, 정치적 기로에 서 있다. 한쪽에는 ‘악법도 법’이라며 조작된 기소라 할지라도 기존 사법 시스템의 결과를 수용하고 재판을 통해 결판을 내라는 소크라테스식 ‘독배’의 길을 주장한다. 보수 언론들의 ‘정면 돌파론’이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대통령과 친명계의 시각에서 이 ‘독배’는 그냥 들이켜기에는 그 정당성이 빈약하고 사법정의의 목마름을 해소시키지도 않는다고 볼 가능성이 높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의 회유와 압박, 증거 조작과 날조의 정황이 국정조사를 통해 드러난 상황에서, 그리고 그런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조작된 전제 위에서 진행되는 재판을 그대로 따르는 것은 ‘법치’가 아니라 ‘법을 도구로 한 탄압’에 굴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 입장에서는 “조작은 결코 법치의 영역에 들어설 수 없다”는 프레임으로 이 문제를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 취임 후 이 대통령이 보인 검찰과 언론의 잘못된 기소와 보도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강력하게 해결을 요구하는 것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이 선택은 ‘자신의 사건을 스스로 재판하는’ 법질서 파괴의 비판과 정면으로 맞닥뜨려야 한다.

이번 조작 기소 특검법 연기 논란을 관통하는 실체는 ‘명분과 실리의 결합’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홍익표 정무수석을 통해 ”여론을 보고 판단해달라“는 메시지를 던짐으로써 스스로를 여당의 독주를 제어하는 ‘합리적 지도자’로 포지셔닝했다.

이는 보수 언론의 정면 돌파 요구를 수용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면서도 실제로는 지방선거 이후 특검 추진을 위한 국민적 숙의라는 명분 축적의 시간을 번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럴 경우 이 대통령은 소크라테스의 독배가 ‘조작된 것’임을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과정을 밟는 것이기도 하다.

만약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한다면 이후 추진될 조작 기소 특검은 ‘대통령의 방탄’이 아닌 ‘민의를 등에 업은 사법 정의 실현’이라는 강력한 방패를 얻게 될 수 있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은 조작 기소 특검법 처리를 유보했을 뿐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무리한 강행으로 법치 부정 세력이라는 프레임에 갇히기보다 지방선거 압승을 통해 얻은 권위로 사법 시스템 재편의 ‘조용한 혁명’을 선택하는 전략적 탄력성에 가깝다. 이 대통령 퇴임 후 안전판은 법 조문이 아니라 승리한 권력이 만들어낸 ‘새로운 정의’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독배 논쟁이 단순히 이재명 대통령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앞으로 어느 권력이든 자신을 향한 수사를 ‘조작된 법치’라고 규정하기 시작하는 순간 한국의 사법 질서는 완전히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지적은 뼈아프다.

그나저나, 독자들은 ‘이 대통령이 소크라테스의 독배를 마셔야 하는지, 아니면 독을 마시면 부정한 권력에 굴복하는 것’이라고 보는지 궁금해진다.

 

*이 글은 2026년 5월 8일자 투데이신문 칼럼입니다. 

728x90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