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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성기노 칼럼] 정치가 하정우를 소비하는 법 본문

청와대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은 6.3 재보궐 선거(부산 북갑)에 출마할까. 사실 하 수석이 이재명 대통령의 ‘뜻’대로 청와대에 눌러앉으려고 했으면 이미 출마와 관련한 거취를 결정했을 것이다. “출마는 없다”고 못을 박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 수석이 이 문제로 여러 차례 언론에 출연해 언급을 하는 것 자체가 출마에 ‘개인적’ 관심이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하 수석의 이런 ‘미련’ 때문에 이 문제는 이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의 하 수석 모셔가기 경쟁처럼 비쳐지면서 여권 내 불필요한 논란도 낳고 있다.
친명계 입장에서는 ‘정청래 대표가 당의 입장만 너무 내세우며 이 대통령의 개혁에 오히려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 입장에서는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이 대통령도 협조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대통령의 결단을 기다리는 형국이 됐다.
이는 자칫 이 대통령이 끝까지 하 수석을 붙들고 있다가 북갑 재보궐 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이라도 된다면 그 패배의 책임을 이 대통령에게 독박으로 뒤집어씌울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하 수석 입장에서는 이 대통령을 ‘배려’하고 존중한다는 취지에서 대통령 의중을 따르겠다고 했지만 출마 여부를 대통령에 떠넘기는 모양새가 되면서 그에 따른 정치적 책임도 윗사람에게 전가하는 형국이 돼 버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강훈식 비서실장이 기민하게 움직였다. 이 대통령에게 쏠리는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해 강 실장이 칼을 빼 들고 “본인이 결정할 문제”라며 확실하게 교통정리를 한 것이다. 언뜻 보기에 원론적인 말 같지만 하 수석의 방점은 ‘하정우 수석 본인 문제는 스스로 결정해야 할 문제이지 대통령과 엮으려 하면 안 된다’는 공개 경고에 가까웠다.
사실 청와대 입장에서 볼 때 하 수석 출마 여부가 마치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가 ‘하정우’를 두고 옥신각신하는 것처럼 비쳐진 것에 자존심이 상했을 수 있다. 정 대표가 이 대통령 공개 제지를 농담으로 받아들이며 자신과 대통령을 동급에서 농을 치는 수준으로 이 문제를 대한 것도 적절치 않아 보였을 것이다.
이렇게 하정우 수석을 놓고 벌이는 당청간의 ‘밀당’을 보면서 한국 정치의 퇴행적 관행을 목도하게 된다. 정청래 대표와 당 지도부는 일 잘하는 있는 청와대의 에이스 참모를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북갑 출마 리스트에 올려 놓고 흔들고 유혹했다. 이 대통령이 ‘하GPT’ 부르며 신뢰하자 그 ‘상품성’에 더욱 탐이 났던 모양이다.
하지만 정청래 대표는 꼭 그런 식으로 ‘하GPT’를 정치 입문시켜야 할까. 아직 정치의 정자도 잘 모를 듯한 하 수석(그의 정치력을 낮게 평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을 이 대통령 개혁 로드맵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마치 먹기 좋은 곶감 빼먹듯 쏙 빼내는 게 과연 정당한 것인가. 정청래 대표와 당 지도부가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전국의 인재를 발굴하려는 노력을 얼마나 했는지도 묻고 싶다.
이 지점에서 어떤 인물이 정치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곰곰이 되새겨 본다. 특정 사건이나 이슈가 있을 때 반짝 튀어 대중의 관심을 받은 인물들이 갑자기 ‘스타 정치인’이라는 이름으로 인재 영입 시장에서 소비된다. 그 어떤 정치적 숙성 과정이나 정책 개발 훈련도 받은 적이 없는, 그냥 대중의 감정선을 파고드는 데 재능이 있는 ‘탤런트’들이 급부상해 어느 날 갑자기 금배지를 달고 돌아다니는 경우를 종종 본다.
한국 정치의 인재 영입 방식은 여전히 ‘발굴’이 아니라 ‘차출’이나 ‘길거리 캐스팅’에 가깝다. 정당 생활을 통해 정책개발 능력을 인정받았거나 전문 영역에서 성과를 낸 사람을 장기적으로 검증하고 훈련시키기보다 선거 시점에 맞춰 즉각 투입 가능한 ‘상품’으로 끌어오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정책 역량이나 정치력은 뒷전으로 밀리고 인지도와 상품성, 그리고 당장의 선거 경쟁력이 우선 기준이 된다. 결국 인재는 국가적 자산이 아니라 선거용 자원으로 소비되고 당선 이후의 역할과 책임은 개인의 역량에 방치되는 구조가 반복된다.
하 수석은 국가 대사를 책임지는 중요한 인물임에도 지금 그가 언론 시장에서 소비되는 행태는 ‘북갑 가느냐, 안 가느냐’는 이분법 질문의 소재일 뿐이다. 그가 지역구 정치인으로서는 어떤 전략과 비전과 능력이 있는지는 전혀 검증이 되지 않은 채 베팅 적중의 여부로만 소비될 뿐이다.
필자는 하 수석이 북갑 출마를 하지 않는 데 베팅을 할 것이다. 하 수석의 워딩 한 자락을 해석하며 은근히 출마를 부추기는 ‘평론가’들의 촉에 비록 미칠지 못할지라도 국가 중대사를 책임지는 한 젊은 인재가 이런 식으로 선거 투전판의 판돈으로 소비되어선 안 된다는 저항의 의미로, 나는 하정우의 불출마에 건다.
*이 글은 2026년 4월 17일자 투데이신문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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