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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성기노 칼럼] ABC로 무너지는 진보의 가치 본문

진보 진영이 갈등과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유시민 작가가 제기한 ‘ABC론’을 놓고 국회의원, 유튜버, 정치평론가 등이 뒤엉켜 치열한 논전을 펼치고 있다. ABC론은 사실에 의거한 논란이 아니라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그 해석도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어 난전의 양상만 짙어지고 있다.
소위 말하는 ‘민주 진영’의 분열과 갈등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노무현 정부 초 열린우리당 분당의 이른바 ‘빽바지–난닝구’ 논쟁부터 새정치민주연합 분당까지, 진보진영의 역사는 늘 갈등과 분열로 점철돼 왔다. 그때마다 내세운 간판은 늘 비슷했다. “낡은 지역주의·구태와 결별하자”, “패권을 청산하고 새 정치를 하자”, “원칙과 개혁의 순도를 지키자”는 등의 구호로 편 가르기가 횡행했다.
그러나 실제로 안을 들여다보면 호남 당권파와 친노 개혁파의 힘겨루기, 운동권 출신 NL과 비NL 사이의 당권 다툼, 문재인계와 안철수계의 대선 주자 경쟁과 공천 지분 싸움 등이 얽혀 있었다. 명분은 고상했지만 그 밑바닥에서는 계파·지역·인맥·당권이 서로 엉겨 붙은 처절한 권력 투쟁이었고 그 과정에서 항상 상대를 “덜 개혁적”, “덜 순수한” 쪽으로 낙인찍는 도덕적 순도와 서열 매기기가 뒤따랐다.
김영진 의원이 20여 년 전 빽바지 논쟁을 다시 꺼내며 “그때도 유시민이 핵심 세력이었다”고 말한 이유는 지금의 ABC 논란이 그때와 똑같은 도식으로 진영 내부를 쪼개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실 정치는 싸움의 연속이다. 다만 그 싸움의 방식과 내용이 언제나 같은 것은 아니다. 오늘의 한국 정치를 보면 진보와 보수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싸우고 있다.
보수의 싸움은 대체로 권력의 싸움이다. 누가 당권을 쥐느냐, 누가 공천을 배분하느냐, 어느 계파가 인사와 자원을 장악하느냐를 놓고 다투는 싸움이다. 공천 학살, 계파 갈등, 혁신위와 윤리위를 동원한 징계전이 반복되지만 이 싸움은 냉혹한 만큼 명료하다.
결국 숫자와 조직, 힘과 결과로 정리된다. 지는 쪽은 탈당하거나 낙선하고 이기는 쪽은 차기 공천과 집권을 준비한다. 권력의 경쟁은 잔인하지만 동시에 승패가 명확하게 나눠지고 필연적인 혁신을 동반한다. 새 세력이 들어오고 낡은 세력이 밀려나며 어쨌든 판은 주기적으로 갈린다.
1990년 1월 3당합당 때 민정계가 민자당의 주인이었지만 ‘가치’를 앞세운 소수파 민주계에 의해 밀려나 버렸다. 민정계는 계파 숫자도 많았고 권력 위세도 더 대단했지만 민주계의 의해 결국 복속되고 말았다. 정치는 이처럼 새로운 세력이 낡은 세력을 밀어내는 과정의 연속이다.
민주당을 지켜왔다고 자부하는 유시민이 합당 논란에서 패배한 뒤 ‘긁혀서’ ABC 논란을 유도했다는 해석은 이 지점에서 유효하다. 친문 적자들이 뉴이재명 세력에게 당 주인 자리를 뺏길까 봐 ‘우리도 A로 모이자’ 하며 깃발을 든 것이 ABC 전쟁의 실체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도 ‘가치’는 상대를 반개혁이자 어용으로 몰아세우는 데 유용한 도구로 사용됐다.
진보의 싸움은 노골적인 권력투쟁보다 가치의 싸움인 척 하는 경우가 많았다. 누가 더 깨끗한가, 누가 더 고매한가, 누가 ‘진짜 개혁’이고 누가 ‘가짜 개혁’이냐를 두고 벌이는 싸움이다. 일견 외형은 고상하게 보인다.
이번 ABC논란에서도 가치와 정의, 도덕성, 순도 등의 단어가 난무한다. ‘누가 더 민주당을 잘 지켜왔는지’ 그 공헌도 싸움이 이번 논란의 본질이다. ‘너는 내가 싸울 때 옆에 없었으니 적이야’ 하며 밀어내고 ‘이럴 때일수록 우리편(가치)끼리는 더 잘 뭉쳐야 돼’라는 깃발을 유시민이든 셈이다.
하지만 그런 갈라치기 끝에 남는 것은 꼭 정의와 개혁만이 아니다. 오히려 감정과 분노, 원망과 시기, 배신감과 적개심이 쌓이고 또 쌓인다. 보수의 싸움은 “내가 더 강하다”는 증명을 위한 권력의 전투라면 진보의 싸움은 “내가 더 옳고 네가 더 더럽다”는 도덕 윤리를 위한 가치의 전투에 가깝다.
권력 싸움은 패배해도 다음을 기약할 수 있지만 가치 싸움은 패배한 쪽을 영구히 낙인찍는다. 보수는 밀려난 계파도 언젠가 다시 합류할 수 있지만 진보의 가치 싸움은 상대를 ‘배신자’와 ‘적폐’로 규정하며 돌아올 다리를 불태워버린다.
그래서 진보의 분열이 훨씬 더 치명적인 때가 많다. 권력의 경쟁은 구조를 바꾸지만 가치의 싸움은 관계를 파괴하고 인간성을 말살한다. 권력 싸움은 시간과 선거가 정리해주지만 가치 싸움은 인간관계가 파괴되고 악감정이 쌓이면서 끝날 줄을 모른다.
20여 년 전의 앙금을 이제야 꺼내놓으며 사과를 주고받는 유시민과 정청래의 화해 장면은, 가치로 포장된 감정 싸움의 응어리가 얼마나 깊은지, 그리고 그 해소의 순간조차 정치적 타이밍과 이해관계의 계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유시민이 촉발한 ABC논쟁은 결국 가깝게는 8월 전당대회 당권, 멀게는 2030년 차기 대권 경쟁의 출발 총성을 너무 일찍 울린 꼴이 되고 말았다. 지금도 유튜브에서는 유명세 있는 진보 인사들이 저마다의 경험담을 얘기하며 상대에 대한 원망과 악의, 훈계를 쏟아낸다. 속으로 ‘저 사람은 누구 편일까’를 따지면서.
A도 아닌 B도 아닌 C도 아닌 D를 선택할 권리조차 주지 않는 지금의 진보진영 악다구니 싸움은 과연 누구를 위한 전쟁이란 말인가.
*이 글은 2026년 3월 27일자 투데이신문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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