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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 칼럼] ‘유시민은 간신’ 정청래의 20년 악연

성기노피처링대표 2026. 3. 20.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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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8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진행자 김어준씨와 검찰개혁안 당정청 협의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뉴스공장 유튜브 캡처)

 

유시민 작가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의 ‘사과 티키타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유 작가는 19일 유튜브 방송 ‘최욱의 매불쇼’에 출연해 정청래 대표와의 과거 ‘악연’을 언급하며 먼저 사과의 뜻을 밝혔다. 유 작가의 공개 사과 소식을 들은 정 대표도 그 후 페이스북에 유 작가로부터 받은 사과에 화답하는 사과를 공개적으로 했다.

두 사람이 공개적으로 ‘전투’를 벌인 것은 정청래 대표의 ‘유도탄’ 때문이었다. 2005년 열린우리당 의장 선거 과정에서 당시 정 대표는 “유시민 의원만이 개혁인지, 그가 무오류의 예수 같은 신인지 공개토론을 할까요?” “유시민만이 옳은지, 그는 모두 옳은 일만 했는지 흠이 없는지 제가 유 의원과 맞짱 한번 뜰까요.” 등등의 글을 일방적으로 올렸다. 정 대표는 유시민 지지 여부를 선악으로 나누는 듯한 분위기를 두고 “유시민을 지지하면 선이고 그렇지 않으면 악이라는 선동에 모든 누리꾼이 숨죽여야 하느냐”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경선 과정에서도 정청래 대표는 당 홈페이지와 칼럼 등에서 유시민 작가를 거듭 공격했다. 당시도 정 대표는 “친노 완장 차고 개인의 이익을 위해 설치지 말라”는 등의 말로 치받으면서 유 작가를 ‘친노이용세력’ ‘친노완장세력’으로 규정했다. 또한 정 대표는 유 작가를 ‘정치기술자’로 규정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끊임없이 대통령에게 기대 분란을 조장하는 참 나쁜 사람”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유 작가가 정 대표의 선공에 대해 일일이 맞대응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그는 2015년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카페’에서 “정청래 의원은 자기 맘에 안 들면 그 사람이 어느 정파에 속했든 공격하는 정치인” “정 의원은 친노라고 봐주고 비노만 공격하지 않는다. 수틀리면 누구라도 공격한다. 정 의원과는 싸우지 말아야 한다”는 등의 반격을 가한 바 있다.

그동안 드러난 양측의 공방을 보면 정 대표가 유 작가를 향해 “유시민은 대통령 얼굴에 먹칠하는 간신” “유시민은 간신, 내쳐야 한다”는 등으로 거세게 몰아붙인 사례가 더 많다. 유 작가가 19일 매불쇼에서 “내가 먼저 못되게 했고 정청래는 10배 더 했다”라고 말한 것이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두 사람의 설전 양상을 보면 특정 정책이나 이슈에 대한 것이 아니라 다분히 사감이 포함된 인신공격 수준의 막말에 가깝다. 두 사람의 갈등은 단순한 이견이 아니라 ‘정치적 낙인과 인격 공격’이 반복되며 누적된 적대의 결과로 보는 게 맞다.

그럼에도 유 작가가 먼저 불미스러운 과거사를 다시 소환한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진보진영을 선도하는 여론은 김어준의 뉴스공장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김어준이 ‘찍은’ 정치인들이 선거에서 대거 승리하고 당대표 경선에도 막강한 영향력이 있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그에 대한 ‘줄서기’ 행태도 이어진다.

하지만 최근 김어준씨는 뉴스공장에서 유튜버 장인수씨의 공소취소 거래설을 여과없이 퍼뜨려 궁지에 몰렸다. 이에 ‘찐친’으로 평가받는 정청래 대표가 문제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김어준을 구해주었다. 여기에 유시민 작가도 매불쇼에 출연, 진보진영의 ‘순혈 세력’에 대한 옹호와 그 ‘적’들에 대한 맹렬한 비난을 통해 ‘김어준 일병 구하기’에 참전했다는 시각도 있다.

매불쇼에서 유 작가는 자신을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현실적 이익과 생존을 함께 고려하는 합리적 현실주의자’ 그룹에 포지셔닝하면서 ‘이익과 생존’을 목적으로 움직이는 정치인과 스피커들의 행태를 비판한 바 있다.

최근 김어준씨의 배타적이고 적대적인 ‘정치언론’ 행태에 대해 함돈균씨가 ‘독점적 해석 해체’를 주장하며 맹공을 퍼붓자 진보진영 일각에서도 ‘김어준-정청래-유시민’으로 이어지는 일방적 여론 형성 구조에 대한 회의론과 불신이 확산하고 있다.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유 작가가 정청래 대표와의 화해 모드를 통해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현실적 이익과 생존을 함께 고려하는 합리적 현실주의자’ 세력의 결집과 그 반대편을 ‘적’으로 규정하는 갈라치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는 과거 정 대표가 유 작가를 향해 쏘아 올린 ‘유시민을 지지하면 선이고 그렇지 않으면 악이라는 선동에 모든 누리꾼이 숨죽여야 하느냐’는 비판의 화살이, 20년의 세월을 돌아 이제는 ‘김어준-정청래-유시민’ 삼각 권력 편대를 향해 되돌아온 형국이다. 과거 정 대표가 거부했던 ‘진영의 흑백논리’가 이제는 그들 스스로를 지키는 견고한 성벽이 되어버린 셈이다.

최근 유시민-정청래-김어준 등을 위시한 진보진영의 일부 ‘순혈 세력’들은 자기들만이 민주세력을 지켜왔다는 선민의식과 ‘투쟁 강도’에 따른 서열의식으로 똘똘 뭉쳐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순혈 집단에 반대하면 적,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찬성하면 동지로 구분 짓는 정치행태가 사라지지 않을 경우 민주진보진영은 급격하게 분열할 수밖에 없다.

선과 악으로 줄 세우는 이분법의 정치는 결국 파국에 이른다. 폐쇄와 배제의 올가미를 풀고 다양성과 포용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그때서야 ‘간신’들이 칼춤을 추며 공존의 상대를 조롱하는 시대도 막을 내리지 않을까.

 

*이 글은 2026년 3월 20일자 투데이신문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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