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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성기노 칼럼] 유시민 평택을 참전이 부른 역풍 본문

6·3 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자마자 가장 눈길을 끈 장면 가운데 하나는 작가 유시민의 본격적인 ‘평택을 등판’이었다. 그는 21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조국혁신당 조국 후보의 평택을 출마 의미를 장시간 설명하며 사실상 공개 지원사격에 나섰다.
단순한 덕담 수준이 아니었다. 왜 조국 후보가 평택을에서 당선돼야 하는지, 그것이 왜 한국 정치 전체에 의미가 있는지까지 거대한 정치이론의 외피를 입혀 풀어냈다. 베스트셀러 작가답게 유시민이 무장한 논리는 그냥 ‘조국이 인물면에서 낫다’는 하나마나 한 썰이 아니라 장황한 정치이론과 한국 정치 지형을 설명하며 당위성과 명분을 덧입혔다.
그러나 그 화려한 아카데믹 포장지를 한 꺼풀만 벗겨내면 그 안에는 친문진영의 조급함과 위기의식이 엿보인다. 유시민의 논리는 비교적 명확했다. 지금 민주당은 보수정당의 침체와 분열 속에서 압도적 권력을 향유하며 독주 체제에 빠져 있으며 진보 진영과의 연대·연합 정치에 대한 문제의식이 부재하거나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본다.
또한 그는 민주당이 ‘권력 본능에 충실한 정당’이 돼가고 있다고 비판하며 개헌이나 사회개혁 같은 중장기 과제를 위해서는 민주당 단독 체제가 아니라 진보 진영과의 연대, 연합 정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 연합 정치의 상징적 시험장이 바로 평택을이라는 것이다. 민주당이 보수 출신 인사인 김용남 후보를 내세운 상황에서 조국 후보가 당선돼야만 민주당도 진보 진영과의 공존과 연대를 고민하게 된다는 논리다. 반대로 김용남 후보가 당선되면 민주당은 “굳이 진보와 연대하지 않아도 된다”는 성공 경험만 축적하게 되고 결국은 권력의 기득권 본능을 더욱 공고화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시민의 이런 논리는 과도한 자기 몰입과 자의적 해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유시민이 강조한 연대와 통합의 관점에서 그의 주장은 자기모순에 빠진다. 유시민은 국민의힘에서 민주당으로 넘어온 김용남 후보를 향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는 민주당 적자가 아니며 보수가 분열, 약화되면서 그 부산물로서 민주당에 넘어온 ‘귀순자’일 뿐이라는 얘기다.
이는 유시민의 ABC론을 그대로 재탕하는 것이다. 민주당의 적통은 유시민 김어준 등 민주의 가치를 고난을 뚫고 고수해온 사람들에게만 있으며 다른 사람들은 자기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불순물’이라는 것이다. 이는 친문진영의 선민의식일 뿐인데 유시민은 이를 민주당의 연대, 연합 정치로 포장하려고 한다.
김용남은 안 되고 자기들편이었던 조국은 된다는 논리는 민주와 통합이라는 가치를 독점하려는 위험한 특권의식이다. 보수 성향의 인물이 넘어오는 것을 두고 귀순이자 보수의 분열 산물이라 폄하하면서도 정작 민주당 간판을 달고 뛰는 김용남을 꺾고 조국이 되어야 진보진영의 연대와 연합 정치가 완성된다는 기괴한 결론을 내린다.
상식적으로 묻지 않을 수 없다. 진정한 외연 확장과 통합의 취지에 부합하는 것은 어느 쪽인가. 보수 진영의 중심에 있다가 민주당의 가치에 동조해 합류한 인사를 포용해 승리하는 것이 민주당스러운 외연확장 통합인가, 아니면 특정 세력을 중심으로 연대 논리만 반복하는 ‘자기복제 정치’가 통합 가치인가.
유시민의 주장은 거대한 연합 정치 담론으로 포장돼 있지만 결국 특정 정치세력의 영향력 유지 논리로 읽힐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조국의 평택을 승리와 한국 정치의 발전을 연결시키는 데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
일각에서는 유시민의 의도적인 정치성 부여가 조국 후보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평택을 재보선을 한국 정치 전체의 연합 정치 실험으로 확대 해석하는 순간 지역 정책대결보다 진영 대리전의 이미지가 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시민의 뉴스공장 발언 이후 유튜브의 수많은 평론가들이 공동으로 ‘반 유시민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오히려 조국 후보 입장에서도 “진보 진영의 관심은 감사하지만 이번 선거는 평택 시민들과 함께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식으로 선을 긋는 것이 더 현실적인 전략일 수 있다. 조국 후보로서는 치열한 평택을 전투에서 ‘안티 유시민’ 세력까지 적으로 불러들일 이유가 없다.
유시민의 평택을 참전은 조국 후보 개인의 경쟁력을 논증하기보다 거대한 정치 담론으로 선거 의미를 과잉 해석할수록 오히려 당사자에게 피해를 주고 중도층 피로감만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논쟁적이다. 유시민의 ‘온라인 유세’가 과연 평택을 유권자들에게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 지식인의 고차원적 정치 선동을 바라보는 대중의 눈은 갈수록 더 매서워지고 있다.
*이 글은 2026년 5월 22일자 투데이신문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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