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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성기노 칼럼] 민주당의 차기 주자는 누구인가 본문

6.3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가 한창이다. 다소 뜬금없지만 오늘은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주자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다음 대선은 2030년으로 아직 한참 남아 있지만 민주당 내부의 차기 권력 경쟁은 진작 달아오르고 있었다.
민주당은 이 대통령 집권 직후부터 정청래 대표의 연임 여부와 합당 논란 등이 이어지면서 비교적 이른 시일에 차기 권력를 둘러싼 치열한 물밑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압도적 존재감으로 여권을 장악하고 있지만 정치의 시간은 언제나 권력의 다음을 준비한다.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정치인들은 공개적으로는 “지금은 이재명 정부 성공이 우선”이라고 말하지만 실제 머릿속은 ‘포스트 이재명’으로 꽉 차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누가 민주당의 차기 대권주자가 될 것인지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의 영역이다.
그럼에도 유추해볼 수는 있다. 앞으로 민주당의 차기 주자가 되기 위해서는 과거와는 다른 조건이 필요하다. 필자는 민주당의 차기 주자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의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인물론’이 아니라 ‘시대론’에 적합해야 한다. 과거 민주당의 대권 경쟁은 대체로 강력한 개인 서사 중심이었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이재명 모두 각자의 상징성과 정치적 드라마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도래할 시대, 특히 민주주의의 위기가 심화되면서 개인의 선악 이미지나 대권 서사만으로는 돌파하기 어려운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AI 패권 경쟁과 미중 갈등, 북핵과 에너지 위기 같은 거대한 구조 변화 속에서 국민은 이제 단순한 개인 서사보다 국가의 방향을 진취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지도자를 원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의 민주당 대권 주자는 과거처럼 강성 지지층 결집이나 내부 권력투쟁 능력만으로는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민주당은 검찰개혁, 적폐청산, 정권수호 같은 내치형 의제에서 강한 동력을 만들어왔다. 물론 이것 역시 중요하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과 탄핵 국면을 거치며 국가 시스템 정상화가 시대적 과제가 되었고 이재명 대통령이 비교적 그 미션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 문제는 이재명 대통령 이후 그 다음 단계의 질문인 ‘정상화된 대한민국은 어디로 갈 것인가’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두 번째 조건인 ‘외치형 지도자’의 필요성이 등장한다. 앞으로 한국 대통령은 국내 정치에 능숙하고 행정력만으로 난국을 돌파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국가 생존 전략을 짜야 하고 AI와 반도체 패권 경쟁 속에서 산업 질서를 재편해야 하며 북핵과 안보 위기 속에서 국가의 외교 반경까지 넓혀야 한다.
다시 말해 ‘국내 정치형 선수’가 아니라 ‘국가 전략형 리더’가 필요한 시대가 오고 있다는 뜻이다. 과거 민주당 정치인 상당수는 시민운동과 민주화운동의 연장선에서 성장했다. 그래서 권력 감시와 내부 개혁에는 강했지만 국제정세와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런 한계가 있었지만 대통령이 된 후 비교적 균형감 있게 외교안보 전략을 펴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의 시대는 내치만으로 지지를 얻기 어려운 정치 지형이 펼쳐질 것이다. 경제와 산업, 안보와 기술 패권이 모두 국제 외교안보 환경과 연결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이란 전쟁으로 에너지 위기가 심화되고 그것이 민생 추락으로 직결되는 작금의 상황이 그것을 잘 말해준다. 민주당 역시 앞으로는 ‘국내용 정치인’이 아니라 세계 질서를 읽고 국가 전략을 진취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글로벌 리더십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세 번째 조건인 ‘원석형 정치인’의 등장은 향후 더욱 중요해질 가능성이 있다. 지금 한국 정치는 유튜브와 팬덤, 계파 연합과 유튜브의 친소 관계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특정 진영의 ‘순도 인증’을 받거나 특정 스피커와 결합해야 정치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구조가 점점 심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정치 구조는 의외로 생명력이 짧다. 팬덤은 강력하지만 외연 확장성이 약하고 패거리 정치는 순간적인 결집력은 있어도 시대를 관통하는 지도자를 배출하기 어렵다. 자신을 뽑아준 팬덤에게 충성한다는 명분으로 국가 이익과 국제관계마저도 그 치맛자락에 휘둘리게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앞으로는 조직과 계파를 넘어 스스로 현장을 뚫고 살아남은 정치인, 즉 원석형 정치인이 주목받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지금처럼 정치 불신이 극단적으로 심화된 시대에는 지나치게 ‘기획된 정치인’보다 거칠더라도 자신만의 결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정치인에게 대중이 더 강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민주당 차기 주자 경쟁은 단순히 누가 이재명의 후계자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이재명 이후 어떤 시대가 올 것인지, 그리고 그 시대를 누가 가장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는지의 문제를 풀어내는 정치인이라야 한다. 지금 민주당 안에서 벌어지는 대권 경쟁 역시 결국은 그 질문을 둘러싼 탐색 과정인지도 모른다.
민주진영의 강훈식 김경수 김동연 김두관 김민석 김부겸 송영길 우상호 임종석 전재수 정청래(가나다 순) 중에서 차기 민주당 대권주자는 과연 누가 될까. 물론 이 명단에 없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
*이 글은 2026년 5월 15일자 투데이신문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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