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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 칼럼] ‘이준석 신당’은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

성기노피처링대표 2023. 11. 3.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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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11월 1일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서울 광화문 김 전 비대위원장의 사무실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과연 ‘이준석 신당’을 창당할까. 이 물음은 여러 가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준석 신당이 창당되면 보수진영의 세력 판도가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이준석 연합군’으로 간신히 승리했는데 내년 총선에서 이준석 세력이 떨어져 나간다면 상당한 전력 누수가 생길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또한 이준석 신당 출현에 대해 안심할 수만은 없다. 이준석 신당이 민주당 이탈 세력까지 일부 ‘흡수’하는 광범위한 중도신당을 지향할 경우 진보진영의 ‘반 이재명 세력’ 일부가 민주당 지지 궤도에서 이탈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 전 대표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만난 것은 단순한 신당 창당 논의뿐 아니라 민주당 이탈 세력까지 규합한 보다 ‘큰 그림’의 정계개편 가능성까지 타진하기 위함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제3지대 신당 창당은 ‘안철수 급’ 정도의 강력한 대권주자가 깃발을 들어야 가능했던 만큼 그 성공 여부는 예단할 수 없다. 이런 ‘미지의 가능성’ 때문에 이준석 전 대표는 당장 치고 나가지 못하고 ‘간’을 보고 있는 상태다.
 
국민의힘은 최근 김기현 대표가 징계자들에 대해 ‘대사면’ 조치를 취해 이준석 전 대표의 탈당 명분을 사전 봉쇄하고 나섰다. 이준석 전 대표 또한 제 발로 걸어 나가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힘에 의해 ‘쫓겨난’ 장면을 연출해야 신당 창당 명분도 커지기 때문에 최근 들어 윤석열 대통령을 직접 비판하는 등 발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하지만 양측 모두 ‘분열’에 대한 전력손실의 부담 때문에 섣불리 먼저 패를 내보이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준석 신당 창당의 가능성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먼저 신당 창당이 임박했다고 보는 견해는 이 전 대표가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지금 열심히 밑그림부터 그리며 명분을 축적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이 전 대표가 자신의 징계에 대해 ‘사면’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당 지도부를 향해 “할 말이 없다. 지도부가 지지율이나 올렸으면 좋겠다”며 비판의 수위를 높이는 것도 ‘이별’을 앞두고 완전히 정을 끊겠다는 의도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또한 이 전 대표는 최근 “당이 제대로 변하지 않으면 신당 창당 가능성은 100%”라며 “저 사람(친윤계)들을 위해 지역구를 채워주는 식으로 총선에 나갈 의향은 전혀 없다”고 강조하며 신당 창당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이 또한 신당 창당 여부에 대해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았던 ‘유보적’ 입장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전 대표는 이미 지난해 친윤계와의 갈등 폭발 이후 국민의힘에는 완전히 마음을 접었고 호시탐탐 ‘독립’의 기회만을 엿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2월 12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구 동성로에서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준석 신당의 파괴력을 상당히 높이 평가하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그는 “(이준석 전 대표가) 비례정당만 만들어도 내년에 정의당보다 의석수가 많을 것이고, 나아가 차기 대선의 캐스팅보트도 쥘 수 있다. 영악하고 한 맺힌 이준석이 그걸 모를까”라고 밝히며 국민의힘 지도부의 ‘무지하고 태평한 선거전략’을 비판하고 있다.
 
이준석 신당 창당에 긍정적인 해석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의 ‘탈당’이 국민의힘에 치명적인 전력누수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니 당 지도부가 어떻게 해서든 이준석 전 대표를 어르고 달래서 국민의힘에 묶어두어야 내년 총선도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준석 신당 창당을 부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도 긍정론 못지않게 분출하고 있다.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윤석열 대통령과의 ‘기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한 결정적 패로 사용할 뿐 실제로 폭풍 한설 몰아치는 광야로 나가기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전 대표가 지금 ‘탈당 카드’를 들이밀며 국민의힘을 압박하는 것도 친윤계에게 자신의 ‘대표성’을 다시 인정해달라는 고강도 압박 작전일 뿐 실제로 나갈 마음은 없다는 것이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한발 더 나아가 국민의힘이 이 전 대표에게 공동선대위원장 자리를 주고 대구 공천까지 보장하면서 눌러 앉힐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준석 전 대표가 지금으로선 어떤 선택을 할지 알 수 없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가 대권에 꿈이 있다면 보수세력의 본류인 국민의힘을 완전히 떠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신당 창당을 하더라도 언젠가는 국민의힘으로 되돌아와 당을 접수해야만 대권 도전의 꿈을 다시 키울 수 있다.
 
아니면 영원히 국민의힘으로 되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 지금도 국민의힘 전통 지지층은 ‘이준석 유승민을 쫓아내라’며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 전 대표가 먼 미래를 보고 대권도전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면 신당 창당은 자신의 전부를 건 일생일대의 도박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2021년 12월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부산 거리 유세에 나서기 위해 빨간 티셔츠를 함께 입었다. (사진=국민의힘 선대위 제공)


또한 이 전 대표가 일부 여론조사에서 이준석 신당의 대구경북 지지율이 국민의힘 민주당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고 있다는 점 등에 한껏 고무될 수 있겠지만, 이 또한 “막상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나면 중도 지지층의 충성도와 응집력이 약한 점 때문에 신당에 대한 지지율도 급격하게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준석 신당이 성공하려면 명확한 가치 지향점과 구체적 목표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을 끝없이 공격하며 신당 창당의 동력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는 금태섭 양향자류의 제3세력 구축 모델이 아니고 ‘반 윤석열 세력’의 결집을 신당 창당의 최대 동력으로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런 ‘반윤 지향점’은 이 전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2030 세력에게 소구력을 보였던 ‘청년 아젠다’와는 다른 접근방식이다. 이 전 대표가 2030 세력을 중심으로 신당을 창당한다고 해도 그것이 윤석열 대통령과 친윤계로부터 배신받은 것에 대한 복수 차원의 접근이라면 청년층의 외면과 함께 신당의 동력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 승리를 위해 지난 대선 과정에서 극적으로 이 전 대표와 화해를 했던 장면을 다시 연출하려는 파격적인 화해 제스처를 보여줄 경우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 동력은 급격하게 바람이 빠질 가능성이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생을 챙기며 소통하는 노력을 보이는 등 태세전환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준석 문제도 통 크게 해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이준석 전 대표는 자신의 존재감을 한껏 띄워준 최대 흥행 요소를 갑자기 잃어버리게 된다. ‘윤석열’이라는 적대적 공존 파트너가 있어야 이 전 대표의 정치적 존재감도 유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준석 신당 창당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국민의힘 안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해야 ‘여당 내 야당’의 정치력을 보일 수 있지만 신당을 만들게 되면 야당으로 그 위치가 완전히 바뀌면서 파괴력이나 주목도도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사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국민의힘 징계 정국에서 정계은퇴까지 언급될 정도로 내몰리며 ‘이준석은 끝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준석 신당 창당을 흘리며 ‘0선’ 이준석 대표 시절 이후 최대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적당히 즐기며 국민의힘으로부터 선대위원장을 비롯한 파격적인 제안이 올 경우 풍찬노숙 신당보다 못 이기는 척 보수본류 정당에 눌러 앉는 게 현실적인 선택지다.
 
이 전 대표는 ‘어리지만’ 여의도 정치바닥의 권력생리를 그 누구보다 잘 꿰뚫고 있다. 신당 창당을 하게 되면 본인이 하나부터 열까지 책임지고 민심을 얻어야 하지만 국민의힘 안에서 ‘윤석열’이라는 권력과 공존하며 야당의 역할을 할 경우 훨씬 손쉽게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유지시켜 나갈 수 있다. ‘영악한’ 이준석이 과연 신당 창당의 대도박에 나설지, 아니면 국민의힘 내에서 자신의 지분을 최대로 넓히기 위한 페인트 모션만 보여주다 실리를 챙길지 사뭇 궁금해지는 가을 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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