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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 칼럼] ‘한동훈 쓰나미가 몰려온다’ 민주당 초비상?

성기노피처링대표 2023. 12. 23.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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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1월 8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이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밀어 올리는 파격으로 내년 총선의 깃발을 올렸다. 한 전 장관은 자신의 ‘즉위’에 대한 일부 의원들의 반대 목소리가 나오자 한 차례 ‘튕기는’ 밀당으로 추대 분위기를 바짝 죄며 화려하게 정치에 입문했다. 한 전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호’가 아니었으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특혜를 받으며 0선의 50세 검사 출신으로 집권여당의 대표자리에 오르는 인생 로또를 거머쥐었다.

지난 2년 동안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국회에서 시종 난타전을 벌였던 더불어민주당은 표정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 일단 대부분의 의원들은 정치신인인 한 전 장관의 출현에 ‘한나땡’(한동훈 나오면 땡큐)이라며 물개박수를 치는 시늉을 하고 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정부여당의 대표를 검사 출신 한동훈으로 세우면 오히려 선명성이 더 강해진다”며 “구원 투수가 아닌 패전 처리할 것 같다”고 했다. 

김영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은 “정치를 그냥 부업으로 하거나 아르바이트로 하다가 정치의 대표이사가 됐다”며 평가절하했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내년 총선에서 한 전 장관은 윤 대통령과 같이 심판받고 정치에 입문한 지 4개월 만에 은퇴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의 대체적인 분위기는 한 전 장관이 정치 경험이 전무해 ‘여의도 사투리’ 문화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고 특히 초반부터 말실수를 연발해 미숙한 정치력을 드러낼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또한 윤 대통령의 ‘아바타’이기 때문에 그 정치적 역할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특히 민주당이 윤 대통령과 한 전 장관을 정치적 ‘한 몸’으로 묶을 수 있어 이번 총선 때 정권 심판론으로 더 세게 두드려 팰 수도 있다는 기대감도 엿보인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내는 희망과 달리 속은 타들어가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정치 신인이라고 한동훈 전 장관을 무시했다간 큰 코 다칠 수 있다’는 것이다. 친명계 4선 정성호 의원은 “‘한나땡’을 말하는 분들의 1차원적 사고를 보며 많은 걱정을 하게 된다. 한 전 장관은 평생 술을 입에 대지 않았다는 사람이다. 술을 좋아한다는 윤 대통령과는 아주 다른 사람이다. 냉철한 판단과 강력한 실행으로 여당을 변화시킬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2월 21일 오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이임식을 마치고 청사를 떠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 의원이 ‘금주’를 한 전 장관의 정치적 경쟁력 핵심으로 내세운 게 흥미로운 대목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보수세력이 배출해온 대권주자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전혀 새로운 유형의 지도자에 민주당이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빛이 역력해 보인다. 이는 곧 그동안 민주당이 지도자로서 단점이 많고 다양한 공격 소재를 끊임없이 던져준 윤석열 대통령 ‘밑’에서 편안하게 야당 생활을 해왔지만 이제 그런 호시절은 갔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한동훈은 법무부 장관 시절 야당의원들의 질의에 말이 되든 안 되든 일단 민주당의 문제점을 먼저 걸고넘어지는 특유의 어깃장 물타기와 논점 전환으로 재미를 본 게 사실이다. 민주당이 그런 한 전 장관의 얄팍한 전술에 제대로 대응해 인사검증 실패 사례 등 그의 무능력을 철저하게 까발렸다면 ‘한동훈’이라는 대권주자가 이재명 대표마저 누르고 지지율 1위까지 오르는 기적을 연출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정성호 의원이 한동훈 전 장관의 정치적 잠재력을 경계하는 것은 지난 2년 동안 민주당의 ‘한동훈 대응’에 문제가 있었음을 실토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곧 민주당이 곧 출범할 한동훈 비대위에도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자신감 결여의 또 다른 방증이다. 특히 민주당 의원들이 겉으로는 한 전 장관을 ‘윤석열 아바타’라며 평가절하하며 무시하는 척 하지만 실제로는 지난 2년 동안 이리저리 두드려 봤지만 오히려 대권주자 지지율만 야금야금 올려주고 별 무소용이었다는, 민주당의 민망한 전투력이 더 도드라져 보인다.

그런데 민주당에게 더 골치 아픈 전쟁이 다가오고 있다. 사실 지난 2년 동안 한동훈은 법무부 장관이긴 하지만 어찌 보면 한 ‘개인’으로서 민주당 전체를 상대로 전투를 벌여온 셈이다. 그런데 이제는 집권여당 ‘대표’로서 더 강력한 힘을 동원할 수 있게 됐다. 국민의힘의 조직적인 지원과 용산의 적극적인 뒷받침, 그리고 무엇보다 한동훈 전 장관이 공언한 대로 여당의 ‘정책 실행 능력’을 앞세워 말보다는 실천으로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한동훈 전 장관은 두 가지의 무기를 더 손에 쥐고 민주당을 위협하고 있다. 바로 세대교체와 탈 진영정치다. 한 전 장관은 비대위를 구성하면서 그가 1973년생임을 감안해 새 비대위원들도 70년대 생 이하의 30~40대 젊은 인사들로 꾸린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다. 여기에다 실력 있는 정치학자 등 전문가와 여성, 청년 인재 등을 폭넓게 추천받고 있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1월 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대교체는 민주당으로서는 상당히 곤혹스러운 정치 소재다. 민주당은 내년 총선 공천에서도 지명도가 높은 현역 의원들의 프리미엄이 많이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당 일각에서는 전대협 출신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을 용퇴시키고, 그 후신인 한총련 출신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생)로 대거 물갈이를 할 것이라는 변형된 ‘세대교체’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고인물’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아 큰 진통이 예상된다. 

하지만 한동훈 비대위 체제는 73년생 한 전 장관을 내세워 인위적으로 세대교체를 할 정치적 동력이 생겼고 국민의힘 기득권들도 그 거대한 흐름에 역행할 마땅한 명분이 없는 상태라 민주당과의 세대교체 전쟁에서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내년 총선이 윤석열 정권에 대한 심판론이 우세할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지만 한동훈 비대위 체제가 제대로 성공할 경우 총선이 급격하게 세대교체와 정치개혁의 물결 속으로 휩쓸릴 수도 있다. 

한 전 장관이 신선함과 비교적 젊은 나이를 무기로 내년 총선 프레임을 정권심판론에서 세대교체론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한다면 민주당으로서는 강제로 등 떠밀려 세대교체에 나섬으로써 명분도 잃고 실리도 잃는 난망한 처지로 내몰릴 수 있다. 

탈 진영정치도 한 전 장관이 민주당과의 전투에서 우위를 노리는 핵심 전략이다. 한 전 장관이 86 운동권 세력이 주축이 된 민주당의 고루한 이념정치를 청산하고 새로운 실용정책정치를 표방할 경우 야당으로서는 정치 신인 한동훈에 의해 강제로 ‘이념의 외투’를 벗게 되는 치욕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아직까지는 한 전 장관이 표방하는 ‘새로운 정치’의 색깔과 지향점이 명확하지 않아 변수가 많기는 하지만 민주당이 다수당으로서 지난 3년 넘게 보여준 알맹이 없는 정치 실적만 놓고 볼 때 한동훈 전 장관의 ‘탈 진영 새로운 정치’의 지향점이 무엇이 되든 대중이 혹할 가능성은 높다고 볼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이던 지난 2020년 13일 오후 부산고등.지방 검찰청을 찾아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지금까지 큰 선거를 앞두고 주로 인적 쇄신을 통해 그 돌파구를 마련해오곤 했다. 지난 대선 때는 이준석이라는 파격적인 인물을 당 대표로 선출해 변화의 발판을 마련했고 급기야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 대통령을 대선후보로 내세워 결국 집권까지 이뤄냈다. 

이번에도 한동훈이라는 전혀 새로운 유형의 정치신인을 집권여당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파격 지명하는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실정과 무능을 가리기 위해 한동훈이라는 미검증되고 야당을 깡그리 무시하고 적대시하는, 가장 반정치적인 인물이 집권여당의 수장자리에 오른 것은 한국 정치에 또 다른 불행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은 오로지 총선 승리라는 단 하나의 정치 이벤트를 위해 한동훈 위원장을 내세워 다시 한번 대선 때와 같은 로또 대박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정치 경험이 전무하면서도 야당을 오로지 타도할 적으로만 대하는 한 ‘엘리트 호소인’이 추진할 세대교체와 탈 진영정치는 맛보지 않아도 그 맛이 뻔히 예상된다. 

또한 한동훈 전 장관이 지금까지 단 한번이라도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서 진심 있게 대했다면 말끝마다 잘난 척하며 상대를 이죽거리지는 않았을 것인데 비대위가 출범하더라도 그 ‘버릇’을 고칠 수 있을지 회의적이기도 하다. 그 와중에 민주당은 쇼라도 좋으니 한동훈같은 파격적인 인물이라도 내세워 야당으로서 총선 정국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하는데 그럴 의사도 능력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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