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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 칼럼] 총선 승부수 이재명, ‘2선 후퇴’ 결행하나

성기노피처링대표 2023. 12. 29.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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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가 12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꿋꿋이 자신의 길을 가고 있다. ‘옆 동네’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내세워 세대교체와 혁신으로 꽤나 떠들썩해도 이 대표는 조용하다. 이석현 의원이 탈당을 선언하며 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 합류를 선언했지만 이 대표는 미동도 없다. 

오히려 총선 공천을 관장할 당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이 대표의 대선 정책자문그룹 ‘세상을 바꾸는 정책’ 멤버였던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를 임명하고 내년 선거를 확실히 ‘친명 체제’로 틀어쥐었다. 대외적으로는 김건희 대장동 ‘쌍특검’으로 윤석열 정권에 대한 공격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 이 대표가 재판정에 불려나가지 않는다면 ‘사법리스크’가 존재했었느냐는 듯 조용한 정치 일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의 속내는 ‘시간’에 있다. ‘이렇게 제발 몇 주만 버티자’는 게 이 대표의 솔직한 심산이다. 이제 공관위원장도 뽑았으니 당을 빠르게 총선 공천 정국으로 전환시킬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온통 공천 전쟁 뉴스로 도배가 될 것이다. 그렇게 연말, 연초만 버틴다면 당이 곧바로 본격적인 총선 체제로 들어가기 때문에 더 이상 ‘이재명 흔들기’는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멀쩡한 당 대표를 주저앉히고 비상대책위를 구성하느라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는 친명계의 방어 논리는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이 대표가 아무리 당 안팎의 악재를 모른 척 하며 시간만 때우자고 해도 이는 어디까지나 그의 기대일 뿐이다. 먼저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좌충우돌 내지를 인적 쇄신과 세대교체 압박을 견디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에는 이 대표의 기득권 이미지가 너무 강렬하고 정치적 명분도 빈약하다. 

실제로 현 민주당 주류는 대부분 586 운동권 ‘늙은 군인’들이 대부분이다. ‘586 운동권의 당’으로 불릴 정도로 586이 당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 진보진영 특성 상 학생운동 세력의 정치 진출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지만 2000년 초반에 국회에 입성한 586 운동권 출신들은 지난 20년 동안 민주당의 주류로 군림하며 어느새 ‘고인 물’이 돼 버렸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2월 26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꽃다발을 들고 윤재옥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국민의힘은 1073년생인 만 50세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필두로 비대위원들 평균 연령이 43세에 불과하고 비 정치인 출신으로만 채워 넣어 일단 민주당과의 외양적인 차별화에는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위원장이 비대위 취임 일성으로 ‘586 운동권 세력 청산’을 내건 것도 현재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제의 아킬레스건이 어딘지를 정확하게 꿰뚫고 있고 최종 타격지점이 어디인지를 미리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민주당의 현재 대응 분위기는 냉소와 무시가 뒤섞여 있다. 일단 586 운동권 출신 의원이 당내에 폭넓게 포진해 있기는 하지만 자신들이 ‘조직적인 결사체’로 엮여 정치 세력화 한 적이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586 계파’를 형성해 주류 기득권 사수를 조직적으로 일삼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세대교체의 기준 또한 각자의 판단과 선택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이라는 생물학적 기준으로 정치의 주체를 바꾸려는 인위적인 접근 방식은 폭력적이고 권위적이라는 공감대도 형성돼 있다. 실제로 당 내부에서는 국민의힘이 의식적으로 나이를 기준선으로 삼아 인적 쇄신을 과대포장하려는 ‘쇼’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운동권 출신을 떠나 정치적 능력과 경륜을 쌓아온 의원들의 ‘경쟁력’은 돈으로 살 수 없고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한 마디에 모두 휩쓸려 떠내려 갈 만큼 민주당이 허약한 정당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당 안팎에서 나오는 운동권 출신 세대교체의 논의 수준도 즉흥적이고 단편적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현재 86운동권(60년대생, 80년대 학번)으로 대변되는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출신 정치인들과 70년대생, 90년대 학번이 주축인 한국대학생총학생회연합(한총련) 출신 원외 인사들이 정면충돌하는 권력투쟁 양상이 드러나고 있다. 이는 국민이 원하는 진정한 의미의 세대교체가 아니라 운동권 선후배간의 ‘순번 교체’라는 비판이 나온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이 발휘되어야 한다는 게 당 안팎의 요구다. 윤석열 대통령은 내년 총선이 여의치 않자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당겨쓰는’ 초강수로 승부수를 던졌다. 그리고 한 위원장을 내세워 민주당에 ‘세대교체 경쟁’을 강제하며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는 최근 들어 각종 정치현안에 대해 말을 아끼는 수준이 아니라 철저히 무시하며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4월 9일 이낙연 전 대표의 장인상 빈소를 찾은 이재명 대표.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표는 지난 2022년 1월 대선 당시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혀 답보 상태에 빠지자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젊은 청년세대가 새로운 정치의 주역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하겠다. 30대 40대 장관을 적극 등용하겠다”고 밝혔다. 당시에도 ‘586 용퇴론’이 분출하던 때였다. 결과적으로 이 대표의 당시 ‘세대교체 의지’는 단순히 선언적인 의미였음이 대선 패배로 드러났다. 

이 대표 정치의 최대 단점이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민심이 움직일 만한 과단성 있고 예상을 벗어나는 파격적인 정치력을 보여준 적이 거의 없었다. 야당 대표는 사실 허울뿐인 권력이다. 오로지 여론과 민심을 먹고 사는 야당 대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파괴적인 승부수를 던져 끊임없이 국민들의 요구와 기대에 조응해야 함에도 이 대표의 정치력은 집권여당 대표로 보일 만큼 수구적이고 보신적인 대응이 많았다. 

이번 한동훈 비대위원장 출현으로 민주당의 세대교체도 자연스러운 시대흐름이 되고 있다. 이 대표가 막강한 당내 지위와 권력으로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견뎌내고 지금까지 온 정치력으로 ‘586 용퇴’에 대한 최소한의 상징적인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 이 대표가 당사자들의 팔을 비틀어 억지로 내몰 수는 없어도 공천권을 최대한 활용해 의미 있는 세대교체 성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야당대표로서의 책임을 전혀 다하지 못한 결과다. 

현재 이재명 대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꽉 막힌 상황에 와 있는 게 사실이다. 당장 총선이 코앞에 와 있는 중차대한 이 시점에서 ‘통합 비대위’ 체제를 선뜻 받아들이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대표 딱지를 떼는 순간 아무리 막후에서 힘을 쓴다고 해도 임혁백 공관위원장을 완전히 자신의 수중에서 관리할 수는 없다. 

특히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김건희 특검법 수용 등과 같은 파격적인 수로 총선판을 주도할 경우 민주당의 패배가 가시화될 가능성이 있고 이때 이재명 2선 후퇴는 더 이상 불가능이 아니라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수밖에 없다. 이 대표로서는 등 떠밀려 2선 후퇴를 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만은 막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세대교체와 비주류 통합 행보 등에 대해 선제적인 대응을 해야만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1월 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이 대표는 김부겸 정세균 전 총리 등과 잇따라 회동을 하며 ‘통합’의 명분을 쌓으려고 하지만 벼랑에서 손을 놓는 파격적이고 위험한 선택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님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와의 만남 또한 그의 탈당을 최대한 막는다는 상징적인 제스처만 보일 뿐 ‘나갈 테면 나가라’며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이 대표의 최근 행보를 보면 내년 총선 때까지 2선으로 물러날 의사가 없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친명계들도 지난 대선에서 1600만표 이상을 득표한 이 대표의 대안을 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계산 때문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이재명으로 총선과 대선 ‘엄동설한’을 버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민주당에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새로운 대안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지 않으면 또 다시 선거 폭망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울 것이다. 이 대표의 최근 답답한 행보를 보다 못한 친명계 ‘좌장’격인 정성호 의원은 “한동훈 바람이 여당의 공천 혁신 과정을 통해 일어난다면, 민주당도 거기에 상응하는 정도의 공천 혁신이 있어야 될 것이다. 공천이 다 끝난 이후에도 한동훈 바람이 분다고 하면 거기에 대응해 이재명 대표도 그에 상응할 만한 나름의 결심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파괴력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 되면 민주당도 ‘이재명 2선 후퇴’라는 히든카드로 맞대응을 해야 그나마 총선 판에서 비벼볼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재명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야당 대표는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전력의 200%를 쏟아부어야 그나마 국민들을 조금 감동시킬 수 있다는 절박함과 간절함이 있어야 하건만 이재명에게는 그런 비장함이나 결기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윤석열 김건희의 폭망’에 묻어가려는 잔기술로는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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