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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 칼럼] “김기현 장제원은 ‘국정농단’으로 정계은퇴를 해야”

성기노피처링대표 2023. 12. 1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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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12월 11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출국에 앞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등 환송 인사들과 차례로 악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 경제는 치솟는 물가와 제자리걸음인 임금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면서 소비는 꽁꽁 얼어붙고 내수시장은 IMF 수준으로 처참한 지경에 빠져 있다. 노동부가 2011년에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로 조사 대상을 확대한 후 2023년 상반기 누계 기준으로 실질임금이 감소한 것은 12년 만에 처음이다. 실질임금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은 물가 급등으로 노동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물가 상승을 고려하지 않은 명목임금이 올해 상반기 2.4% 오르는 동안 물가는 이의 2배 수준인 4%가 올랐다. 고금리·고물가에 월급쟁이로 통하는 상용근로자들의 자산은 1년 새 8%나 줄었다. 또한 최근 들어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 소비가 부진해지면서 서비스업 생산 증가 폭이 32개월 만에 가장 작았다. 고금리·고물가로 실질소득이 줄면서 내수 침체가 길어지고, 소상공인 등 서민경제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생계가 빠듯해지면서 미래의 안정을 담보해주는 보험을 해지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보험 해약환급금은 27조2437억원으로, 지난해보다 62.8% 증가했다. 2020년과 비교하면 75.6% 늘어났다. 경제가 안 좋거나 소득이 줄 때 보험을 해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보험 해약환급금 증가세는 서민 경제가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지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렇듯 서민경제 지표의 어디를 봐도 나아지거나 그대로인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대기업들은 폭망 수준의 불경기가 엄습할 것이라고 예견하며 조직축소 등 선제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경제는 오로지 대기업의 수출로 연명하고 있는 불안한 외줄타기 상황을 노정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세일즈 외교로 달러를 벌어들인다는 구실로 거의 매달 해외로 출장을 가면서 수출에 목을 매지만 그것은 서민경제는 방치한 채 오로지 대외적인 경제지표만 ‘보기 좋게’ 만들어 면피를 하려는 정부의 구차한 숫자놀음일 뿐이다. 

서민들은 ‘먹고 사는 문제가 이토록 어려웠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실질소득 감소’와 고물가에 허덕이는데 지금 여의도를 돌아보면 민생경제와는 하등의 관련이 없는 그들만의 흥청망청 권력놀음으로 떠들썩하기만 하다. 물론 4년마다 돌아오는 총선이 여야에게는 지상최대의 생존경쟁이긴 하지만 갈수록 정치는 그들만의 권력쟁투에 매몰돼 서민경제 아젠다를 순발력 있게 해결하는 능력을 상실해가고 있다. 

 

지난 6월의 소비자물가가 2%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는 정부와 달리 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전혀 다르다. 물가가 최소 두 자릿수 올랐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서울의 한 전통시장에서 주부가 장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저출산과 지방몰락으로 대한민국도 소멸할 것이라는 우려는 내년 총선 금배지에 눈이 먼 정치인들에게는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는 것 같다. 미국 정치학자 스콧 애들러와 존 윌커슨은 정치의 역할이 ‘사회문제를 실제 해결하는 것’이라고 봤다. 여야가 경쟁과 협력으로 시시각각 터져 나오는 중요한 민생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정치임에도 국민들은 여의도의 문제해결 능력에 대한 기대를 접고 있다.  

윤석열 정권은 비민주적 검찰 독재로 야당을 무시하고 탄압하면서 정치의 실종을 초래했고 여당은 대통령에 대한 견제와 직언의 소통구조를 스스로 폐쇄해버렸다. 그 결과 집권세력의 국정운영은 무능과 무책임으로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이런 엄중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임에도 지금 여의도는 국민의힘 장제원 김기현 두 ‘윤핵관’의 불출마와 퇴진이 마치 거룩한 희생이라도 되는 듯 온갖 가십과 ‘배경풀이’로 날을 새는 한심한 정국을 노정하고 있다.

장제원 의원은 인요한 혁신위 활동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국회에서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 마치 자기가 구국의 영웅이라도 된 듯 카메라 세례를 온몸으로 즐기며 불출마의 변을 밝혔다. 장제원은 자신이 국민의힘 쇄신의 물꼬를 튼 ‘구당의 영웅’으로 등극하기 위해 절묘한 타이밍 정치를 보여주었지만 이는 비겁한 도주일 뿐이다. 

장제원은 국민의힘 쇄신 요구 분출이 극에 달하던 시점에서 금배지를 던지며 자신의 ‘정치적 희생’을 극대화했지만 그 뒤로는 차기 부산시장이나 대통령실 비서실장 등을 언론에 흘리며 또 다른 ‘꽃길’을 도모하려 했다. 이는 국민들과 엑스포 유치 실패로 분노에 찬 부산시민들을 두 번 우롱하는 처사다. 

그의 불출마 선언으로 국민의힘 쇄신 의지에 기뻐할 국민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장제원은 윤석열 정권 출범 후 ‘깜냥’도 되지 않는 김기현 의원을 집권여당 대표로 밀어올린 것이나 경제 리더십이나 정치 통합능력이 전혀 검증되지 않은 윤석열 ‘검사’를 대통령으로 밀어 올려 오늘의 총체적 난국을 유발한 ‘악의 축’일 뿐이다. 장제원은 그 정치적 책임을 반드시 지고 정계은퇴를 해야 함에도 오히려 총선 불출마로 거대한 희생 코스프레를 시전하고 있다. 사실 장제원은 정계은퇴가 아니라 국정운영을 망가뜨리는 데 일조한 책임을 물어, 윤석열 정권이 가장 잘 하는 ‘검찰 수사’를 받아야 마땅하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12월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22대 총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기현 전 대표 또한 등 떠밀려 당 대표직에서 사퇴를 했지만 총선 불출마에 대한 견해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 등 손가락으로 빠져나가는 모래알같은 한줌 권력을 움켜쥐려고 몸부림을 치고 있다. 그는 울산 지역구 출마를 위해 총선 불출마 부분은 쏙 빼놓고 대표직만 던져 비난의 오물을 더 뒤집어쓰고 있다. 

이에 대해 여의도에서는 ‘역시 김기현 식 좁쌀 정치’라는 비아냥이 흘러나온다. 정치인은 과감하게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질 수 있는 승부사적 기질이 있어야 한다. 금배지라도 한 번 더 달고 싶은 미련한 정치 감각과 노욕 때문에 김기현은 앞으로 울산 지역구 출마도 하지 못하고 비참하게 무장해제를 당할 것이다. 

필자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김기현 대표 체제가 참패하자 그에게 ‘과감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 10월 17일자 칼럼에서 국민의힘 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김 대표가 이번에 물러나게 되면 완전히 재기불능 상태에 빠져 내년 총선 공천도 위험해지니 어떻게 해서든 버티면서 자신의 공천권만 확보하기 위해 용산과 ‘딜’을 한 뒤 미련 없이 대표직을 던질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김기현 대표 또한 자신의 정치적 역량이나 능력을 과대평가해 벅찬 자리를 감당하지 못하고 불명예 퇴진했는데, 오히려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를 방치한 채 일방독주를 일삼고 불필요한 이념 논쟁을 야기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도 참패하게 한 데 대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그 또한 당 대표 퇴진 선언 때 울산 지역구 불출마는 당연한 것이고 정계은퇴로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과 책임을 덜어주었어야 마땅했다. 

하지만 그의 사퇴 과정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는 불미스럽다 못해 민망하기까지 하다. 4선을 지내고 집권여당 대표까지 한 사람의 정치적 운신 치고는 너무도 비겁하고 졸렬했다. 여의도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네덜란드 국빈 방문 전 김기현 대표에게 ‘당 대표직은 유지하되, 총선 불출마를 해 달라’는 메시지를 최종적으로 전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 대표는 윤 대통령의 일말의 ‘봐주기 제안’과는 정반대로 ‘대표직은 포기하고 지역구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답변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를 전해 들은 윤 대통령은 격노한 채 출국길에 올랐단다. 

김기현 대표는 그 알량한 5번째 금배지를 수집하기 위해 한때 숨소리도 거칠게 내지 않으며 조신하게 굴었던 자신의 ‘주군’ 명령을 보란 듯이 차버리는 미련하고 미숙한 정치를 결행했다. 게도 잃고 구럭도 잃은 김기현의 부끄러운 금배지 사수 욕심은 5선 고지는커녕 그나마 남은 집권여당 대표라는 명예마저도 악취 나게 만든 채 쓸쓸하게 퇴장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2월 11일(현지시간) 암스테르담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 만찬 간담회에서 미선 힐터만 씨의 전자 바이올린 연주를 감상하며 박수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금 국민의힘은 장제원 김기현의 불출마와 퇴진으로 쇄신의 발판을 마련했다며 비상대책위원장을 누구를 뽑네 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 출범 2년이 돼 가도록 ‘노동 연금 교육’ 3대 개혁은 변죽만 울린 채 아무런 성과가 없고, 경제지표는 보기가 민망한 수준이고, 외교도 엑스포 유치 참패로 대통령 리더십에 대한 심각한 불신만 초래했고, 정치는 국민들이 그동안 목도한 그대로다. 김기현 장제원은 윤 대통령이 올바른 국정운영을 하지 못하고 엉뚱한 길로 빠지게 한 ‘국정농단’의 장본인일 뿐이다. 

이런 총체적 난국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또 다시 ‘김기현 장제원 정리’로 그간의 책임을 퉁 치려고 한다. 비대위원장을 윤석열 대통령이 겸직하는 불가능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그 자리는 ‘허수아비’의 지정석일 뿐이다. 비대위원장 하마평에 오르는 김한길 김병준 등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아부의 1인자’들일 뿐 피폐해진 서민경제와 무너져가는 국정운영의 축을 바로 세우는 데 그 어떤 능력도 발휘할 수 없다. 오히려 공천을 누구를 줍네 하면서 그들만의 권력놀음 시즌 2를 찍을 가능성이 더 크다.


 

국민들은 윤석열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국민은 무조건 옳다’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를 적당히 물타기 하며 난관을 빠져나간 뒤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오히려 검사출신을 더 중용하는 인사를 하고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며 ‘일신하는’ 정치 행보는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말 따로 행동 따로’인 대통령을 누가 신뢰하겠는가. 

윤석열 대통령이 바뀌지 않으면 만사 도루묵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변해야 한다. 초토화돼 가는 경제를 살리고 넋 놓고 있는 저출산에 뭐라도 대책을 세워야 하고 투쟁만 외치는 야당의 손도 잡아야 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자기 쇄신’은 당위가 아니라 국가의 생존을 위한 필연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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