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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 칼럼] ‘장제원 진압’ 윤석열, ‘김건희 특검법’도 정면 대결 나선다?

성기노피처링대표 2023. 12. 1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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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네덜란드 국빈 방문을 위해 12월 11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친윤석열계 핵심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22대 국회의원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다”고 밝히면서 여권의 총선 정국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장 의원은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불출마·험지 출마 요청을 받고도 공개적으로 거부하며 윤석열 대통령과 ‘대결 구도’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날 “윤석열 정부의 성공보다 중요한 것이 어디 있겠나”라며 사실상 백의종군의 뜻을 밝히면서 인요한 혁신위가 촉발한 영남권 중진들의 거취 문제도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습니다.

일단 장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김기현 대표가 상당한 퇴진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김 대표는 지난 3월 전당대회에서 ‘김장연대’로 집권당 수장에 올랐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장제원 의원과 사실상 ‘한 몸’입니다. 장 의원이 조건 없는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윤석열 정권의 성공’을 언급한 대목은 김 대표에게도 ‘인제 그만 내려오라’는 시그널로 읽힙니다. 또한 장 의원은 자신이 물러나면서 ‘용산의 뜻’을 공개적으로 받아들이는 장면을 연출했기 때문에 나머지 ‘윤핵관’들도 대통령의 뜻과 명령에 따라야 한다는 메시지도 동시에 던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장 의원이 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순방 직후 용산을 비운 사이 전격적으로 불출마 선언을 한 배경을 두고 당내에서는 설왕설래가 오갑니다. 장 의원이 자신의 장외조직인 여원산악회까지 동원하며 세 과시를 하고 윤 대통령에게 맞서는 듯한 행보를 계속 연출하면서 당 안팎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조기 레임덕에 빠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분출했습니다. 장 의원뿐 아니라 김기현 대표마저 혁신위의 요구에 전혀 응답하지 않고 마이웨이를 외치면서 여당은 윤 대통령의 ‘명령’도 먹히지 않는 ‘봉숭아 학당’이 돼가고 있다는 비판도 많았습니다. 

이렇게 윤 대통령이 당내에서 ‘허약한’ 위치로 내몰리며 혁신위 쇄신도 공염불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오자 장제원 의원도 엄청난 정치적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보입니다. 자신이 주도해서 ‘검찰총장’ 윤석열 대통령을 대선후보로까지 끌어올렸는데 윤 대통령이 제대로 뜻을 펴보지도 못하고 이리저리 내몰리는 상황을 장 의원도 수수방관할 수 없고, 윤석열 정권에 대한 공동책임도 회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당 안팎에서는 장 의원이 ‘새파란’ 인요한 혁신위원장에게 계급장을 떼이는 수모는 일단 피하는 모양새를 연출한 뒤 혁신위 활동이 종료되면 윤 대통령에 의해 ‘명예롭게’ 계단을 스스로 걸어 내려가는 장면으로 ‘결말’을 맞을 것이라는 예상도 많았습니다. 결국 장 의원이 물러나게 되면서 윤 대통령으로서는 당 장악력의 둑이 무너지는 최악의 상황만은 막아내며 한숨을 돌리게 됐고, 레임덕 논란도 일단 잠재울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습니다. 

 

친윤 핵심 장제원 의원이 지난 11월 11일 경남 함양고운체육관에서 열린 여원산악회 행사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마이크를 잡고 환하게 웃고 있다. 장 의원의 외곽 조직인 이 산악회는 그가 국회에 진출한 2008년 창립돼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장 의원은 이 산악회 행사를 대외적으로 과시하며 인요한 혁신위의 불출마.험지출마 요구를 공개적으로 무시하는 행보를 보이다 결국 불출마를 선언하기에 이른다. (사진=장제원 의원 페이스북)


김기현 대표 또한 이 상태로는 버티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중론이라 지난 3월 탄생한 여당의 핵심 실세 ‘김장연대’는 9개월 만에 사실상 문을 닫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자신이 밀어 올린 김기현 대표를 자신이 1년도 안 돼 쳐내는 모양새가 되면서 당 안팎으로부터 정치력이 미숙하고 즉흥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미스터리가 남아 있습니다. 장제원 의원 불출마 선언 전 여당 내부에서는 “윤 대통령이 김기현 대표를 함부로 ‘쳐내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습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12월 28일 단독 처리할 것으로 보이는 ‘김건희 특검법’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동영상’이 민주당의 ‘김건희 특검법’ 처리를 앞두고 공개돼  함정취재의 위법성과 비윤리성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심각한 ‘사고’로 떠올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으로서는 난감함을 넘어 진퇴양난의 벼랑 끝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국회를 통과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이 경우 민주당은 해당 법안을 재 표결에 부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재 표결 법안의 통과는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국민의힘에서 18표 이상 이탈 표가 생기면 김건희 특검법은 그냥 통과됩니다. 상황이 이렇게 급변하자 다급해진 쪽은 윤석열 대통령이었습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검찰 뉴라인으로 새롭게 진용을 짜기 위해 윤핵관과 영남 ‘고인 물’들을 걸러내야 하는데 윤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 통과 저지를 위해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온 것입니다. 윤 대통령이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을 내세워 김기현 대표부터 쳐내려고 초반부터 움직였지만 결국 실패한 것도, 12월 김건희 특검법 처리를 두고 김 대표가 국민의힘 ‘수장’ 지위를 내세워 일종의 딜이나 ‘으름장’을 놓아 윤 대통령의 물갈이 자체를 주저앉혔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실제로도 윤 대통령은 지난 5일과 8일 퇴진론으로 허덕이던 김기현 대표를 2차례나 잇따라 ‘만나주며’ 정국 협의를 하고 그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를 공개적으로 ‘연출’해 주었습니다. 김기현 대표의 어깨가 으쓱 올라간 것은 물론이고 김 대표 체제가 내년 총선까지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예상도 이 시기부터 급속도로 여의도에 퍼졌습니다.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12월 11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출국에 앞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김 대표는 출국 전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윤 대통령으로부터 '모종의 언질'을 받았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향후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이것은 윤 대통령이 지난 3월 전당대회에서 보여준 ‘절대적 권위’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치욕스러운 장면입니다. 취임 2년도 안 돼 대통령의 ‘힘’이 빠졌다는 것이 공개적으로 드러나는 굴욕을 윤 대통령으로서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장제원 의원이 ‘때마침’ 불출마 선언을 해주는 정치적 급변이 발생하면서 향후 윤 대통령의 운신의 폭도 넓어지게 됐습니다. 

그런데 김기현 대표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습니다. 윤 대통령이 김 대표의 지위를 용인해 주며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당내 표 단속을 잘해달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김 대표가 ‘날아가면’ 특검법에 대한 당내의 ‘조직적인 대응’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은 왜 김건희 특검법 대응을 자신의 입장에서 잘 ‘관리’해 줄 김기현 체제가 무너지는 것까지 감수하려는 것일까요. 앞서 지적했듯이 윤 대통령으로서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와 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 등으로 지도력에 상당한 생채기가 났고 조기 레임덕 논란에까지 휩싸이는 듯 대통령의 권위에 대한 총체적인 균열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고 정면 대결로 이 상황을 돌파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 것 같습니다.

또한 김건희 특검법과 관련해서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굳이 김기현 대표를 앞세워 당내 표 단속을 할 필요도 없고 당 쇄신을 자신의 입맛대로 더 밀어붙일 수 있습니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이 이미 문재인 정권 때 검찰이 탈탈 털어도 별다른 결과물이 없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특검법이 통과돼도 ‘민주당과 한번 붙어볼 만하다’는 정치적 계산을 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승부수는 윤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을 내주는 대신 레임덕을 저지하고 당을 재장악하는 ‘육참골단’ (肉斬骨斷: 자신의 살을 베어 내주고, 상대의 뼈를 끊는다) 전략으로 야당과 여당에 동시 선전포고를 한 것으로도 해석됩니다.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2월 11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올라 출국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건희 여사는 자신이 ‘헌법 기관’이 아님에도 ‘대통령의 배우자’ 지위를 이용해 관저에서 금품을 수수하거나 남북문제 등의 국정에 관여할 것이라는 말들을 공공연하게 내뱉고 다닌 실질적인 권력자로 의심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찬성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고 보수언론에서도 ‘김건희 리스크’를 확실하게 제거해야 한다는 불만과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심지어 김 여사가 대통령 관저를 떠나 서초동 자택으로 돌아가 근신해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윤 대통령은 김건희 특검법과 총선 승리라는 ‘양곤마’에 몰려 있는 상황입니다. 김기현 대표 체제로는 총선 승리는 언감생심입니다. 김건희 특검법은 민주당과의 정면 대결로 돌파하려 합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엄청난 리스크가 상존합니다. 앞으로 김건희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유의미한 사법적 결과가 도출된다면 이는 집권 세력 권력구조의 와해와 재정립까지 부를 수 있는 메가톤급 정국 핵폭탄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건희 특검법으로 김 여사가 특정 혐의에 대해 기소돼 유죄를 받을 경우 이는 집권 세력을 지탱하는 권력의 한 축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동시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의 김 여사 관련 발언 문제 등의 위법성 문제로 정권 퇴진 운동에까지 직면할 수 있어 권력 기반 자체가 뿌리째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여론과 보수층의 ‘김건희 리스크 정리’ 압박 기류 속에서 윤 대통령이 과연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할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김 여사를 내년 국민의힘 총선과 맞바꿀 정도로 의리가 있는지, 아니면 전직 검사로서 열정과 사명감이 아직도 남아 있는지, 그 ‘사랑의 징후’ 실체가 조만간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여성경제신문 12월 12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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