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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 칼럼] ‘저주인형 이재명에 바늘 찌르기’ 이낙연 신당은 성공할까

성기노피처링대표 2024. 1. 2.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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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 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행주산성에서 지지자들에게 신년인사를 하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우리는 큰 싸움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싸움의 대상에 이재명 대표를 포함시켰다. 이 전 대표는 "그 싸움은 정치를 이대로 둘 수 없다는 세력과, 정치가 이대로 좋다는 세력의 한판 승부"라며 "국민께 새로운 선택지를 드리겠다는 세력과 선택의 여지를 봉쇄해 기득권을 누리겠다는 세력의 한판 승부"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인과 진영을 위해 무한투쟁을 계속하자는 세력과 국가와 국민을 위해 뭔가를 생산하는 정치로 가자는 세력의 한판승부"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이재명 대표의 대표직 사퇴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조만간 탈당해 신당을 창당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제22대 총선을 4달여 앞두고 분열의 기로에 섰습니다. 이낙연 전 대표는 갑진년 새해 첫날 “정치를 이대로 둘 수 없다. 국민께 양자택일이 아닌 새로운 선택지를 드려야 한다”며 신당 창당 의지를 굳힌 모습입니다. 이로써 민주당은 지난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이 분당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갈라진 이후 또다시 적전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의 민주당 분당 상황은 지난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둔 민주당의 분열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큰 선거를 앞두고 분열과 갈등을 노정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2016년과 2024년은 분당의 소요 기간이나 규모, 파괴력 면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 체제 아래의 민주당에서 올해 총선을 앞두고 첫 탈당자가 나온 것은 지난해 12월 3일 5선 중진 이상민 의원이었습니다. 총선을 5개월여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그 후인 12월 29일 6선 중진 이석현 의원은 ‘이낙연 전 대표 신당에 참여하겠다’며 탈당을 선언했습니다. 이들이 친명계 체제 아래에서 총선 공천을 담보 받을 수 없는 대표적인 ‘낙천 대상’이라는 점에서 그 파괴력이나 정치적 함의는 그리 중대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표를 맡고 있던 새정치민주연합은 2016년 총선을 1년여 앞둔 시점부터 호남 기반의 의원들을 중심으로 ‘친노 세력의 패권주의가 당을 좀먹고 있다’며 문재인 대표의 거취를 포함한 대대적인 당 쇄신 요구가 이어졌고 결국 총선을 7개월여 앞둔 2015년 9월 22일 광주 동구 박주선 의원이 신당을 창당하겠다며 탈당을 선언했습니다. 박 의원의 통합신당은 결국 3개월여 뒤인 2016년 1월 말 안철수 김한길 등이 탈당하며 만든 국민의당과 통합을 선언했습니다.

이재명 대표 체재 아래에서 현재 진행 중인 탈당과 신당 창당의 움직임은 단속적이고 파편적입니다. 이낙연 전 대표가 유일하게 신당 깃발을 들어올리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지난 2015~2016년 진행된 민주당의 분열과 신당 창당은 안철수-김한길 계 국민의당 창준위와 천정배계 국민회의 창준위, 박주선계 통합신당 창준위, 정동영계, 박준영계, 박지원계와 동교동계 등이 시차를 두고 차례로 탈당과 신당 합류를 선언하며 현재의 이낙연 신당 창당 움직임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세를 불려 나갔습니다. 그리고 그런 신당에 대한 다양한 지류는 안철수-김한길의 국민의당으로 서서히 ‘합수’되는 과정을 거치며 국민들에게도 기대와 쇄신의 열망을 안겨주었던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의 20대 총선전략을 진두지휘할 김종인 신임 선거대책위원장(왼쪽)이 2016년 1월 15일 국회에서 문재인 대표의 소개를 받으며 수락 소감을 밝히고 있다. 김종인 위원장이 비례대표로만 5선 금배지를 다는 순간이었고, 궁지에 몰렸던 문재인 대표는 '김종인 방패'를 내세워 대선 재도전의 기틀을 마련한 중요한 순간이었다. (사진=연합뉴스)


2016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현재의 이재명 대표가 이낙연 전 대표와 비주류 4인방 정도의 탈당 ‘위협’에 맞서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위기를 맞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 일각에서는 대부분의 비주류들이 국민의당으로 ‘떠나주면서’ 당내 친문계의 결속력이 더 강화돼 문재인 대표에게 더 유리하다는 전망도 있었습니다. 

이는 현재의 이재명 대표가 이낙연 전 대표나 ‘떠나려는’ 비명계들을 잡지 않는 것과 유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당을 완전히 친명계로 재단장해 비주류들과의 불필요한 권력 갈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온전히 이재명의 색깔로 총선과 대선을 치르며 명실상부 야권의 대표주자로 확실히 자리매김 할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사실 문재인 당시 대표는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대규모로 엑소더스를 감행하는 비주류들을 일일이 붙들고 ‘공천 줄 테니 나가지 마라’며 집안 단속을 할 여력도 없었고 또 붙잡아본들 그들과 갈등을 봉합하고 통합의 길을 간다는 확신도 없었기에 ‘차라리 전부 떠나보내자’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이는 현재 이재명 대표가 비명계의 탈당 위협을 대하는 것과 비슷한 스탠스라고 이해됩니다. 

하지만 문재인 대표는 비주류의 잇단 탈당과 새누리당의 보수지지층 결집 등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이 완전히 위기로 빠져들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집을 찾아가는 등의 삼고초려 끝에 인적 쇄신을 이루고 변화의 몸부림을 보여주었습니다. 바로 이 대목이 현재의 이재명 대표도 이낙연 신당이 민주당의 기존 지지층을 대거 잠식하며 큰 위협으로 다가오거나 ‘사법리스크’를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 상태로 총선에 임하는 과정에서 당의 지지율이 빠지는 등의 위기가 닥칠 경우 ‘제2의 김종인’같은 ‘긴급 대타’를 내세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만드는 기제가 됩니다.

당시 문재인 대표는 자신은 총선 과정에서 완전히 2선으로 물러나고 김종인 비상대책위 체제로 선거를 치르는 승부수를 던졌고 민주당은 야권 분열에 따른 비관적 ‘패배’의 전망을 뒤집고 20대 총선에서 123석을 얻으면서 122석을 차지한 새누리당을 1석 차이로 따돌리고 제1당이 되는 기적을 연출했습니다. 만약 분당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당시 야권은 더불어민주당의 123석과 국민의당 38석, 그리고 야권 분열로 새누리당에 지역구를 내준 의석을 합쳐 161석 이상이라는 결과를 얻었을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해 12월 30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회동을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이날 이 대표와 이 전 대표는 초반 20여분만에 제갈길을 가려는 서로의 입장만 확인한 뒤 30여분 동안은 먼 산을 보는 등 대화를 거의 나누지 않았을 정도로 갈등의 골과 감정의 앙금이 깊게 남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두 사람이 씁쓸한 표정으로 식당을 나서는 모습이 민주당의 분당을 예고하는 것 같다. (사진=연합뉴스)


그런데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총선에서 당이 분열되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제1당 승리를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은 김종인 효과나 자신의 2선 후퇴 때문이 아니라 집권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이 친박, 비박으로 분열돼 만성적인 권력투쟁만 일삼고 오만에 빠져있던 박근혜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이었습니다. 

이런 20대 총선의 뜻하지 않은 승리에 대한 학습효과 때문인지 이재명 대표는 웬만해선 당내 계파갈등 불식과 통합의 정치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표도 당 전력의 30% 이상이 대거 빠져나가는 극단적인 분열 상황에서도 제1당을 지켜냈고, 그것이 박근혜 정권의 실정에 대한 반사이익이었다고 생각한다면 이재명 대표도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실축’만 바라보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20대 총선 ‘학습효과’에서 이재명 대표가 간과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바로 국민의당이 전통적인 지지기반이었던 호남지역에서 광주광역시를 싹쓸이하는 등 호남의 의석 대부분을 확보하며 더불어민주당에 큰 타격을 안겼다는 점입니다. 특히 비례대표 득표율에서도 국민의당이 더불어민주당을 앞섰던 결과(새누리당 33.6%, 국민의당 26.7%, 더불어민주당 25.5%)는 더불어민주당에게 치명적인 타격이었습니다. 

국민의당이 총 38석을 얻어 강력한 제3당으로서 양당 체제의 확고한 캐스팅보트 주체가 되었기에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당에 한동안 끌려가며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국민의당의 돌풍은 비록 안철수 대표의 지리멸렬하고 무능한 리더십과 대권에 대한 탐욕으로 2년만에 막을 내리고 말았지만 제3당의 출현 가능성과 양당 체제의 기득권 정치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은 평가할 만합니다. 

 

1월 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행주산성에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자들이 이 전 대표의 신년인사를 듣고 있다. 500명이 넘는 지지자들은 새해 새 출발은 여니와 함께' '지금 타실 곳은 신당' '헌 집 버리고 새집 가는 우리' 등의 손팻말을 들었다.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과 최운열 전 의원, 최성 전 고양시장 등도 합세했지만 현역 국회의원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현재 이낙연 전 대표가 시도하고 있는 신당 창당의 흐름은 2016년 폭풍전야와도 같았던 대규모 엑소더스 탈당과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입니다. 따라서 이낙연 신당의 파괴력도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낙연 전 대표가 이준석 신당이나 금태섭 전 의원의 ‘새로운 선택’ 등 제3지대 정당과의 통합을 주도하며 자신이 신당의 대표주자로 우뚝 설 경우 중도층 등 지지 기반이 겹치는 민주당에 막대한 피해를 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이낙연 전 대표는 이런 정치적이고 실리적인 ‘표 계산’보다는 2021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패배 이후 친명계와 개딸 등의 강성지지층으로부터 ‘테러’ 수준의 공격을 받으면서 사실상 ‘집단린치’를 ‘사주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악감정과 분노만을 자신의 정치적 동력 소재로 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통합형 리더에 다분히 합리적인 성품을 지닌 이낙연 전 대표가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고 ‘자신이 마신 우물에 침을 뱉는 격’인 민주당 탈당과 신당 창당에 목을 매는 것에 대해 주변 측근들도 이해를 하지 못하고 만류를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이 전 대표의 최근 언행과 행보를 보면 이재명 대표에게 그동안 설움과 냉대를 받은 것에 대한 악다구니와 저주, 복수심이 어른거리는 것 같습니다. 정치인들은 자신이 성공을 하지는 못해도 ‘적’의 성공을 저지하고 발목을 잡는 것에는 특화가 돼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낙연 전 대표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만 집중 공격하는 ‘저주 인형에 바늘 찌르기’ 전략으로 앞뒤 가리지 않고 덤빌 경우 이 대표는 뜻하지 않은 곳에서 일격을 당할 수 있습니다. 

2016년 더불어민주당에 총선 위기론이 분출할 때 문재인은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김종인을 앞세워 더듬더듬 탈출구를 찾아 나갔습니다. 2024년 이재명에게는 과연 어디에 그런 탈출구가 숨어 있을까요. 

 

(여성경제신문 1월 2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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