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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 '독재' 메시지, 주말동안 다시 고쳐 쓰며 공들인 까닭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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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 '독재' 메시지, 주말동안 다시 고쳐 쓰며 공들인 까닭은?

성기노피처링대표 2020. 8. 5.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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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 논란이 뜨겁다. 부동산, 수도이전, 코로나 경제난 등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윤 총장의 '독재' 발언 논란은 국력을 낭비하는 소모적인 논쟁처럼 보인다.  2019년 8월 9일 조국 서울대 교수가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뒤 일어난 일련의 조국 사태는 이제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조국 사태와 검찰 개혁은 한 몸이다. 검찰 개혁의 '주적'으로 꼽히고 있는 윤석열 총장의 거취 여부가 1년여 끌어온 조국 사태의 결말을 어느 정도 결정할 것이다. 최근 여권의 잇단 포화에 그로기 상태에 빠졌던 윤 총장이 조국 사태에 마침표를 찍는, 마지막 승부수를 던지는 느낌이다. 

 

최근 윤석열 총장은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작심발언을 했다. '다분히 정치적이다'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윤 총장은 '독재', '전체주의' 등 지금껏 공개 발언에서 사용하지 않았던 다소 자극적인 표현을 쏟아냈고, 이는 곧 정부·여권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의심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검찰 개혁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검찰 권한이 과도하게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상황에서 윤 총장이 검찰 조직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대외 메시지보다는 정치적 행보에 신경 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윤 총장이 전날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약 40일만에 내놓은 공개 메시지는 최근 현안에 대한 입장이 담길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 사뭇 달랐다. 특히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라는 표현은 여권이 장악한 현재의 국회 권력을 비판한 것이라는 해석까지 나왔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윤 총장의 발언에 "이 한 마디 안에 민주당 집권 사회 상황이 그대로 담겨 있다"며 문재인 정부를 비판한 표현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은 "검찰 개혁 반대를 넘어선 사실상의 반정부 투쟁 선언"이라며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극언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총장의 이런 표현은 사전에 의도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윤 총장이 큰 틀에서 이전과 같은 취지의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유독 과격한 표현을 사용한 것에는 최근 검찰을 견제하는 정치권에 대한 불만이 내포됐다는 것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윤 총장은 이번 발언으로 정치권에 한발 담그게 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달 2731일 전국 성인 256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 윤 총장은 13.8%로 이낙연 의원(25.6%), 이재명 경기지사(19.6%)에 이어 3위를 유지했다. 윤 총장의 선호도는 전달보다 3.7%포인트나 상승했다.

 

 

검찰총장으로서 정치적 메시지를 앞세우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민주당의 비례대표 정당인 더불어시민당 공동대표를 지낸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정치를 하려면 검찰 옷을 벗어야 하기에 민주당은 윤 총장을 탄핵하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그를 징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동아일보는 4일 한 검찰 간부의 발언을 인용해 윤 총장의 작심 발언 이면을 전했다. 윤 총장은 최근 검찰 현안에 대해 메시지를 명료하게 전하면서도 논란이 되지 않을 만한 표현을 고르기 위해 심사숙고했다는 것이다. 특히 윤 총장은 신임 검사 신고식을 앞두고 대검 연구관이 작성한 원고를 보고받은 뒤 주말 동안 다시 썼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 총장은 초안을 작성한 뒤 일부 참모들의 조언을 받아 문구를 다듬었다고 한다.

 

특히 윤 총장은 직접 원고를 작성하면서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라는 표현을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여권 인사들은 이 표현을 문제 삼으며 윤 총장이 정치를 하려고 한다며 비판하고 있다.

 

윤 총장이 이처럼 한달 넘게 침묵하다가 내놓은 대외 메시지에 신경을 쓴 이유는 그만큼 작금의 국면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일종의 승부수를 던지기 위한 미장센을 장치한 것이다. 

 

윤석열 총장의 의도는 명백하다. 먼저 이번 메시지가 정치적이라고 해석하는 이유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은 그가 현재 대권주자 지지율 3위에 오른 '반 정치인'이라는 배경 때문에 더욱 그렇다. 윤 총장은 자신이 핍박을 받다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의해 쫓겨나는 모양새를 최대한 연출하려고 할 것이다. 윤 총장이 문재인이라는 불가침 영역의 거대권력과 싸우다 정의수호를 위해 쫓겨나는 장면이 연출되면 정국은 순식간에 '문재인-윤석열' 대결구도로 리셋될 수가 있다.

 

대학시절부터 보스 기질이 유난했던 윤 총장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대권주자 지지율 3위에 오른 것을 초연하게 바라볼 수 있을까. 윤 총장의 독재 발언은 자신을 문재인급 유력 경쟁자로 급부상시키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펌프였다. 민주주의의 수호신처럼 비쳐지는 문 대통령이 들으면 가장 아파할 만한 '독재'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윤 총장으로서도 검찰 개혁과 조국 사태로 촉발된 문재인 권력과의 전쟁에서 이런 호의적인 상황을 그냥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다. 조직 보호라는 미명하에 자신의 정치적 웨이트를 최대한 키우려고 할 것이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대표가 별다른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야당은 유력한 대권주자가 더욱 절실한 상황이 됐다. 김 위원장이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선후보는 윤석열 총장 본인 의사에 달렸다"며 약을 파는 것도 어떻게 해서든 미래통합당에 대권주자 경쟁구도를 만들어 활력을 불어넣고 자신의 존재감도 내세우기 위한 것이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누구든 영입을 해서 미꾸라지 효과를 노리는 수밖에 없다. 

 

미래통합당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유력한 대권주자로 '인큐베이팅'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현재 여권이 윤 총장의 발언에 대해 산발적인 코멘트를 보내고 있지만 자제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언론 제목도 '부글부글'이라는 단어가 많다. 여권으로서는 윤 총장의 발언에 대대적인 반격을 할 경우 오히려 자락을 깔아주는 격이 된다. 확전을 자제하며 윤 총장을 '검찰총장'급으로 묶어두려는 것이다. 윤 총장을 대대적으로 공격하고 나설 경우 그가 바깥으로 뛰쳐나갈 명분을 주게 된다. 야당으로 입성까지 할 경우 여권의 권력층 정보를 쥐고 있고 아킬레스건을 잘 알고 있는 윤 총장의 행보에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윤석열 총장이 만약 대권 욕망이 있다면 '독재' 발언은 그 출사표나 마찬가지다. 윤 총장으로서는 또 다른 측면도 노렸을 수 있다. 현재 윤 총장은 일부 친문 검사들을 제외하고는 검찰조직의 큰형님이자 수호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나라 권력의 지점이 육사-중앙정보부-경찰로 이어지면서 김대중 정권 때부터 서서히 검찰이 청와대 국회 권력과 맞서는 권력기관으로 힘을 팽창해왔다. 검찰로서는 당연히 그 기득권을 지킬 필요성이 있다. 그들에게는 권력으로부터의 검찰 독립이라는 로망이자 사명감이 있다. 젊은 검사들에게는 비전이 되고 조직을 지키는 훌륭한 방패막이가 된다.

 

윤 총장은 후배들의 열망을 모아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하는 여권의 검찰 힘빼기에 대항하는 상징적인 의사로 남고 싶은 열망도 충분히 있을 것이다. 나는 비록 전사하지만 후배들이 검찰의 권력견제 기능을 잘 유지하기 바란다며 물러선다면 그는 검찰 조직에 좋은 인상을 남기고 야당으로 향할 수 있다. 정치도 하고 조직도 지키는 일석이조의 효과인 셈이다. 민주당의 일방독주가 계속되고 민심이 거부감을 표출하게 되면 검찰조직도 순식간에 문재인 정권에게서 등을 돌릴 수 있다. 윤 총장 독재 발언 파문은 결국 문재인-검찰의 한판싸움 일부분인 것이다.



문제는 여권의 대응책이다. 여권의 검찰 권력기관 구조조정 전략이 자칫하면 여권 전체를 잡는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윤 총장이 중도사퇴한다고 해도 검찰은 이번 여권과의 싸움에서 결코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이라는 꽃놀이패가 있기 때문이다. 윤 총장이 야당에 입성한다는 상황을 조성하면서 여권을 견제하며 저항할 경우 이를 제압할 만한 기제가 만만치 않다. 

 

보기 싫어도 지금의 수준에서 상황관리를 해야 한다. 윤 총장을 쫓아내는 순간 그는 유력한 대권주자로 공중부양하게 된다. 그것도 '문재인'과 정면으로 맞서는 호랑이가 되는 것이다. 여권으로서는 이런 상황까지 가지 못하도록 윤석열을 '검찰총장'급으로 묶어두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적의 목을 취하기 위해 나의 팔을 내줄 각오도 해야 한다. 권력형 비리 의혹 하나 정도를 과감하게 내주며 검찰의 위신을 회복시켜 주는 선에서 타협을 해볼 여지가 있다. 그렇게라도 검찰과의 전쟁은 봉합을 해야할 수도 있다. 윤 총장이 검찰총장으로 '조용히' 끝나도록 어떻게 해서든 여권은 상황관리를 해야 하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가장 큰 변수는 바로 미래통합당이다. 윤석열이라는 원석을 발견했지만 그것을 보석으로 만들 당 역량이 되느냐는 것이다. 윤 총장이 이회창같은 카리스마가 있는 것도 아닌 점을 고려해볼 때 입당을 하는 것도, 입당을 해서도 대권주자로 커나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미래통합당은 대권을 만들 능력이 없다. 그냥 이대로 야당의 국회권력에 만족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의원들도 많을 것이다. 남 주기는 아깝고 나 하기는 벅차니 그냥 현재의 상황을 유지하는 게 나은 것이다. 그래서 미래와는 거리가 먼 김종인이라는 '퇴물'을 앉혀놓은 것이다.

 

미래통합당에게서 과거 한나라당 박근혜와 같은 강력한 권력의지와 응집력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진중권이 가끔 주호영 원내대표를 향해 '점수 다 까먹고 있네'라고 비아냥거리는 것도 그들에게서 기대할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누가 야당을 먹여살리나? 역설적으로 윤석열이든지 다른 유력한 대권주자를 중심으로 하루빨리 일사불란한 체제로 만드는 길밖에 없다. 

 

윤석열의 대망론은 그 자체로 실현 가능 여부를 따지는 건 의미가 없다. 사상 최초로 검찰총장 대통령이 나올 수도 있지만 정치영역을 경험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왜 대권주자로 급부상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봐야한다. 문재인 대통령 이하 여권이 만들어낸 자업자득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 문 대통령의 권력관리는 점점 실패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180석을 안겨준 총선이 역설적이게도 그런 상황을 더욱 재촉하고 있다. 총선 승리는 개표가 끝난 순간 잊어야 한다. 윤석열 하나 잡자고 초가삼간 다 태울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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