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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콤한' 이재명 지지율 급등, '밍밍한' 이낙연 '부자 몸조심' 하다 역전 당하나?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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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콤한' 이재명 지지율 급등, '밍밍한' 이낙연 '부자 몸조심' 하다 역전 당하나?

성기노피처링대표 2020. 7. 21.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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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18일 이낙연(오른쪽) 당시 국무총리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경기 포천시 거점세척 소독시설을 찾아 대화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56)가 공직선거법 족쇄에서 벗어난 뒤 대선 가도를 질주하고 있다.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켜온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과의 지지율 격차를 오차범위 내로 좁히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당내 현안이나 정책 이슈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이 의원에 비해 불안정한 당내 지지 기반과, 견제 기류는 향후 ‘이재명 대망론’을 위협하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의 지지율 상승세는 20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확인됐다. 지난 17일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번 조사에서 이 지사는 18.7%의 선호도를 기록해 이 의원(23.3%)과의 격차를 4.6%포인트로 줄였다. 이 기관의 조사에서 두 주자의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들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치권은 지난 16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판결이 이 지사의 빠른 지지율 상승을 이끌어냈다고 분석했다. 이 지사는 꾸준히 대선 후보로 이름이 올랐지만 재판 향배에 따라 대선 출마 자체가 불확실했다. 대법원의 판결로 불확실이 해소되자 지지율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이낙연 의원의 ‘지지율 쏠림’ 현상도 제동이 걸린 상태다. 

이 지사는 이날 민주당 당무위원회에 직접 참석했다. 앞서 이 지사는 2018년 12월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뒤 당원권 정지 의사를 밝혔으나 지난 대법원 판결로 당원권이 회복됐다. 주변에선 ‘금의환향’으로 해석한다. 당 관계자는 “이 지사가 당과 접촉면을 넓히며 대선 채비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최근 기자 출신의 김홍국 전 TBS 보도국장을 경기도 대변인에, 선거정책전문가인 김재용 전 경기연구원 경영부원장을 정책공약수석에 임명하는 등 대선을 겨냥한 전열을 정비했다.

이 지사는 내년 4·7 재·보궐선거 공천 등 민감한 현안에도 적극적으로 입을 열었다. 이날 CBS라디오 방송에서 “정치는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장사꾼도 신뢰를 위해 손실을 감수한다”며 민주당이 서울·부산시장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부동산 불로소득의 환수와 서민에 대한 대출금리 상한선 제한(24%→10%) 등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정책 행보에도 속도를 냈다. 앞서 17일에는 여야 국회의원 전원에게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 입법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다.


 

다만 이 지사의 당내 기반은 불안정한 편이라는 지적이 많다.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은 이낙연 의원을 선호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이 지사는 미래통합당과 무당층 지지자들에게 지지율이 높았다. ‘확장성’은 장점이지만 굳건한 지지 기반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이 지사의 지지층 중 적지 않은 이들은 “향후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재명 지사에 대한 견제 기류도 적지 않다. 당내 일부 의원들은 이 지사의 대중성을 평가하면서도, “포퓰리즘으로 흐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장 이 지사가 내년 재·보선 공천 불가 입장을 개진하면서 ‘장사꾼’을 언급해 논란의 빌미가 됐다. 정청래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금 시기에 ‘혼자 멋있기 운동’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또 다수 지지층들은 SNS에 “(장사꾼 발언처럼) 가벼운 발언과 처신이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뿌리깊은 애정이 있는 친문세력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니'를 무차별 공격한 이 지사에게 여전히 불신과 감정적 앙금이 남아 있는 상태다. 이 지사가 이 부정적 정서를 극복하지 못하면 대권주자로 올라서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친문세력이 당의 스탠스를 좌우할 정도로 응집력이 있기 때문에 이 지사에 대한 비토 정서도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또한 이 지사로서도 갑자기 친문지지 정서로 돌아서기가 쉽지 않다.

 

최근 이 지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그린벨트 해제 불가 선언에 '적절하고 현명하다'며 치켜세우기는 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친문들은 많지 않다. '떠오르는 해' 이재명이 언젠가는 '지는 해' 문재인을 공격하며 밟고 올라설 것이라는 경계심도 팽배하다. 이 지사의 지지율 반등은 대법원 판결로 대선출마의 안개를 완전히 걷어버린 것에 따른 기대감이 반짝 상승으로 나타났을 수 있다. 

 

반면 이낙연 의원으로서는 좀 더 과감하고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행보가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이낙연 의원의 최근 행보를 보면 마치 민주당의 대선주자가 된 것처럼 조심스럽게 '부자 몸조심'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최근의 부동산 파동, 박원순 전 서울시장 파문 등의 민감한 이슈에 대해 이낙연 의원은 언급 자체를 하지 않거나 두루뭉수리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이슈 파이팅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물론 이 의원으로서는 지지율 1위라는 상징성 때문에 함부로 독단적인 행보를 보이는 데 한계가 있다. 더 높이 올라가면 주류의 즉각 견제가 들어오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최대한 친문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과 한몸이 될 필요성이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왼쪽 셋째)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이해찬 대표, 이 지사, 박광온 최고위원. 

 

하지만 이런 소극적이고 조심스런 행보는 '평시'일 때 해당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데드크로스를 보이며 급전직하 하고 있고 민주당 지지율도 미래통합당과의 격차가 급격히 좁혀질 정도로 현재의 여권 분위기는 최악이다. 이런 난국을 치고 나갈 파이터가 필요하지만 여권 내에서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이해찬 대표는 노쇠해 수습할 여력이 없다. 새 지도부가 출현하기 전의 과도기임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권의 위기 대응능력은 역대 최약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낙연 의원이 현안에 대해 더 목소리를 내서 지지율 하락으로 불안감에 떨고 있는 민주당을 수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이낙연 의원은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마치 대선후보가 된 것처럼 굼뜨게 행동한다면 그를 견인해주던 지지율도 순식간에 허공으로 사라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낙연 의원은 아직 친문으로부터도 명확한 인정을 받지 못한, '현재의' 지지율 1위 주자에 불과할 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었을 때 지지율 1위는 이인제 전 의원이었다. 양측의 지지율 격차가 상당히 컸지만 노무현은 광주의 기적을 바탕으로 역전극을 이끌어냈다. '남들이 뭐라건' 노무현의 길을 걸었다. 노무현은 잃을 게 없었기 때문에 과감했고 용감했고 도발적이었다. 

 

마라톤 레이스에서 1위가 수성하는 것보다 2위가 추월하는 역전레이싱이 더 극적이다. 1위는 그냥 앉아서 우승컵만을 바라보며 현상유지를 외치지만 2위는 갖은 수단을 동원해 1위를 무너뜨리려 한다. 그 과정에서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1위는 막는 데 급급하다가 자신의 페이스대로 레이스를 펼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 2002년 새천년민주당 광주 경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극적인 역전극으로 승리한 후 환호하고 있다.

 

최근 이낙연 의원의 조심스러운 행보는 평소 그의 신중한 정치 스타일과도 맞물려 있다. 이재명 지사의 좌충우돌식 행보가 안정감을 주지는 못하지만, 한국 정치의 변화무쌍한 분위기와 역동성 등을 감안해보면 뒤에서 추격하는 이 지사의 페이스가 대중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요즘 트렌드인 '사이다 정치'와도 콘셉트가 맞다. 이 지사가 자신의 한계로 지적되는 '포퓰리즘' 비판에만 적극적으로 대응해 신뢰를 보여준다면 이낙연 의원의 1위 지지율은 조만간 허망하게 꺼져버릴 수도 있다. 

 

필자는 앞서 수차례 이낙연 의원의 정치적 상황을 지적한 바 있다. 이 의원이 현재 민주당에서 지지율 1위를 기록하며 유력한 대권주자로 인식되는 것은 하늘이 내린 운이다. 하지만 청와대 입성까지는 아직도 멀고 먼 고개가 수없이 남았다. 이 의원이 여기까지 온 것은 당내 계파도, 폭넓은 친문 지지도 아닌, 오로지 진중한 입담의 '개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약발도 서서히 사라지려 하고 있다. 대중은 뉴리더의 새로운 워딩과 비전과 퍼포먼스를 원한다. 아직까지는 대중적 인기가 있지만 그마저도 현실에 안주하는 순간, 무참히 식어버릴 수 있다. 

 

이제 이낙연 의원은 '입담' 외에 더 새로운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부동산, 박원순 등의 민감한 이슈에 대해 '이낙연 식 비전과 해석'을 내놓아야 한다. 이재명 지사는 그 문제에 대해 거침없이 반응했다. 책임있는 정치인이라는 인식도 심어준다. 반면 이낙연 의원은 거의 모든 현안에 대해 오로지 신중하고 이도 저도 아닌 미지근한 모범답안만 내놓고 있다. 현재의 지지율이 떨어져나가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얼마 되지 않는 땅덩어리를 잃어버릴까봐 노심초사하며 지키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그땅은 원래 이낙연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잃어도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이런 양 주자의 인식과 대응 차이는 지금은 지지율 면에서 별반 다를 게 없겠지만, 갈수록 격차가 좁혀져 순식간에 1위가 바뀔 수도 있다. 

 

이낙연 의원이 지금 상황에서 가장 먼저해야할 일은, 자신은 허공에 뜬 지지율 1위 주자일 뿐이라는 인식을 명확히 하는 것과 땅에 발을 내디뎠을 때 대중이 궁금해하는 모든 현안에 대해 이낙연만의 해법과 비전을 분명하고 자신있게 내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현 상황에 안주하지 말고 극강의 수, 200%의 전력투구를 보여주어야 한다. 

 

이낙연은 원래 혼자였다. 계파로서만 보면 흙수저에 속한다.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기적이다. 앞으로의 레이스는 덤으로 생각하는 '하심'(心)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집착과 욕심은 지금까지 쌓아올린 탑마저 허망하게 무너뜨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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