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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원구성 '법사위 쟁탈전'으로 파국 국면...아직도 정신 못차린 통합당

성기노피처링대표 2020. 6. 27.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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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0일 충북 보은군에 소재한 법주사에서 칩거중인 주호영 원내대표를 만났다. [사진=김성원 페이스북]

 

21대 국회 원 구성이 또다시 미뤄졌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26일 여야 원내대표를 불러 재차 절충안 도출을 시도했지만 이날 협상 역시 결렬됐다. 박 의장은 29일 본회의 소집을 예고했다. 주말로 예고한 의장 주재 협상은 “마지막 협상”이라고 못 박았다. 더불어민주당도 29일엔 원 구성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미래통합당 입장 변화가 없을 경우 이날 본회의에서 추가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대로라면 과반을 넘긴 집권여당이 18개 상임위 모두를 싹쓸이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국회가 개원한 지 한달이 다 돼 감에도 아직까지 원 구성을 하지 못한 1차적 책임은 집권여당에 있다. 21대 총선에서 과반을 넘겨 안정적인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했다고는 하지만 카운터파트가 없는 정치는 의미가 없다. 아무리 힘센 여당이라고 해도 소수의 야당세력을 끌고가는 게 협상과 타협을 전제로 하는 정치의 본령이다. 힘센 정당이 무소불위의 독주를 한다면 정치의 존재 이유가 없다. 군사독재 시절에 박정희 대통령은 철권정치를 휘둘렀고 야당을 탄압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야당의 존재 자체를 무시하지는 않았다. 야당이 힘이 없고 소수세력으로 전락했을 때도 그들을 지지해주는 국민들이 있었기 때문에 존재할 수 있었고, 야당을 지지해준 사람들도 엄연한 국민이라는 점에서 국민통합이 곧 정치의 최우선과제였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180여석에 이르는 안정적인 과반 확보로 국정운영의 총괄 책임지는 역할을 다시 부여받았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당 창당 이래 최대의 위기에 처했고 의석수는 103석으로 쪼그라들었다. 무엇보다 암울한 점은 차기 대선을 책임질 유력한 대권주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당의 존재이유가 권력쟁취에 있고 그것을 실현할 유력한 대권주자는 정당의 생명수와도 같다. 그런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원 구성 협상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선은 야당에 좀 더 냉혹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물론 현재의 원 구성 과정이 민주당의 오만함과 완력으로 진행되는 측면이 없지는 않지만, 민주당 또한 21대 총선의 민의를 저버릴 수도 없는 입장이다. 20대 국회에서 노정됐던 야당 법사위원장의 태업과 온갖 조리돌림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연하다. 반면 통합당의 원 구성 전략은 원칙과 유연성이 상실된 '오로지 법사위원장'이라는 외통수 벼랑끝 전술로만 일관하고 있다. 야당의 저항 핵심은 '관행'이다. 야당에게 법사위원장 직을 줘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예우해주고 소수세력과의 국민통합 원칙을 견지했던 기존 정치의 소중한 관행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치의 관행도 기존 질서를 존중하는 정도의 의미일 뿐 그것이 명문화된 법 또한 아니다. 또한 16대 국회까진 여야 관계없이 다수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가져갔다. 지난 17대 국회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야당인 한나라당에 법사위원장을 양보하면서 '야당=법사위원장' 관행이 만들어졌다. 현재의 민주당 뿌리인 열린우리당이 21대 총선처럼 노무현 대통령 탄핵 후폭풍으로 압승을 거둔 뒤 지금과 상황이 비슷하게 주저앉아버렸던 한나라당을 배려한 것이 바로 야당 법사위원장 관행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생겨난 관행을 야당이 국회 원 구성을 전면 보이콧하다시피 하면서 외통수 전략으로만 일관해야 하는 것일까. 여기에 1차적인 물음표를 던져보아야 한다. 

 

여기서 핵심은 미래통합당이 21대 총선에서 사상 유례없는 패배를 당했고 지금도 여론조사 등을 보면 정당 지지율이 바닥을 기는 등 대다수 국민들의 철저한 외면을 받고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또한 미래통합당이 관행은 18대 상임위 전부를 내팽개칠 정도로 목숨을 걸고 사수하려고 하면서 21대 총선이 주는 의미와 코로나19로 야기된 시대상황의 급변과 그에 따른 민심에 대해서는 외면하거나 간과하고 있지는 않는지 심각한 내부반성이 필요하다. 

 

국민들이 판단할 때 야당 법사위원장 관행보다 현재 우리 정치가 처한 악습에 대한 문제의식이 더 크게 다가온다. 민주당의 국회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에 대해 국민의 52.4%는 '잘한 일'이라고 긍정평가했고, 37.5%는 '잘못한 일'이라고 부정평가했다. 국민들이 국회의 관행을 무시해서 이렇게 반응한 것은 아닐 것이다. 정치권이 그렇게 관행을 존중하고 잘 지켜왔다면 왜 지금의 정치는 아직까지도 비생산적이고 비효율적인 싸움의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는 것인가. 통합당이 그렇게 목숨처럼 아끼는 법사위원장 관행도 결국은 야당의 어깃장 전술로 비쳐질 수 있다. 

 

집권여당 입장에서는 악습과 잘못된 관행을 끊어 야당과 새로운 관계설정을 원하고 있다. 18개 상임위 싹슬이에 대한 여론이 매우 긍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앞서의 여론조사처럼 불가피하게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수긍할 수 있다는 게 현재의 여론 지점같다. 이에 반해 야당은 기존의 묻지마식 투쟁과 비타협으로만 일관하고 있다. 여기서 주요 상임위 7개를 받느니, 후반기 법사위원장 확보같은 실리를 논하기에 앞서 과연 현재의 야당은 원 구성에서 어떤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왼쪽부터)가 23일 강원 고성의 화암사에서 만나 인근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한 후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겨 화기애애한 모습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일단 주호영 원내대표의 전국 사찰 떠돌기 저항 방식부터 잘못됐다. 이런 구시대적 발상과 아나로그식 퍼포먼스는 이제 먹히지 않는다. 오히려 '국회의원은 일 안하고 사찰로 놀러다녀도 월급은 나오겠지' 하는 비아냥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생떼를 쓰는 야당을 달래느라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전국 사찰을 수소문해서 찾아가는 해프닝도 벌였다. 이런 숨바꼭질 과정에서 나온 생산적인 결론은 하나도 없다. 시간만 낭비한 셈이다. 코로나19로 경제가 식물상태로 접어들고 있어 하루빨리 3차 추경안 등의 대책이 나와야 하는데 원 구성으로 국회는 허송세월하고 있다. 상임위도 안 열린 곳이 많다. 국회의원들은 그렇다면 무슨 일을 하고서 한달 세비를 받으려고 하는 것인가. 

 

두번째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책임도 크다. 김 위원장은 원 구성은 원내대표의 일이라면 주호영 대표에게 일임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물론 역할분담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비상대책위원장은 원내대표도 총괄지휘하는 당 대표의 자리다. 김 위원장이 골치 아프고 모양새도 나지 않는 원 구성에 대해서는 발을 빼고, 되지도 않는 차기 대권주자 백종원 논란만 흘리고 다니고 있다. 국정운영에서 집권여당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다. 국회가 돌아가지 않으면 행정부의 정책집행도 뜬구름 잡기나 마찬가지다. 야당이 현재의 전 세계적 코로나19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면 이같은 무책임한 시간끌기 대응은 하지 않을 것이다. 김종인 위원장 또한 '원대'와의 역할분담론만 얘기할 것이 아니라 비상한 시국에서 비상한 책임의식과 야당으로서의 새로운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그렇게 하라고 김종인이라는 인물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밀어올린 것 아닌가. 

 

주호영 원내대표의 입장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이 힘으로만 밀어붙이고 무시하는 태도에 화도 많이 났을 것이다. 하지만 21대 총선의 민의를 야당이 다시 한번 새겨봐야 한다. 코로나19가 몰고온 국가적 위기에 대한 책임의식도 다시 한번 되돌아봐야 한다. '야당=법사위원장'이라는 관행을 처음 만들었을 때 그 혜택을 받은 쪽은 현재의 통합당 뿌리인 한나라당이었다. 하지만 그 시효는 20대 국회와 함께 끝났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21대 국회는 이전의 국회와 다르고, 또 달라야 한다. 현 상황은 시대 구분도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새롭게 하는 세계사적 대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코로나19 쓰나미는 아직 우리가 경험하지도 못한 전혀 다른 차원의 위기를 의미한다. 정작 그 위험을 먼저 감지한 것은 국민이었다. 눈만 뜨면 싸워대는 정치판을 이렇게 놔두다가는 우리 목숨이 위험하겠다 싶어 국민들은 민주당을 지지해주었다. 민주당이 고깝고 예뻐서가 아니다. 본능적으로 위기를 느낀 민심이 그렇게 정치판을 강제 구조조정한 것이다. 이것이 코로나19 민심이다. 서민들은 지금 코로나19가 가져온 위기를 이미 체험하고 있다. 직장인들은 감봉과 해고를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몸으로 느끼며 하루하루 생활하고 있다. 동네 자영업자들이 문을 닫는 것은 부지기수다. 위기나 전쟁통에서 가장 고생하는 사람들은 바로 서민들이고 일반 국민들이다. 이 마당에 해고위기에 직면한 노동자들이나, 눈물을 머금고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이 법사위원장이 누가 된들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정치는 정치의 본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국민의 생활을 안정시키고 그냥 밥벌어 먹고살게끔 그런 세상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명산 사찰 찾아다니면 한가롭게 저항한답시고 떠돌아다닐 정도의 여유를 가진 국민은 이 대한민국에 단 한명도 없다. 통합당의 정치는 여전히 국민들은 안중에 없는, 그들만의 세계에 빠져 있다.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야당에게는 국회 관행만 그렇게 중요한가? 국민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 야당의 국회 원 구성 전략은 제식구 103명의 밥그릇 차지 싸움으로밖에는 비치지 않는다. 지금도 국민들의 소중한 밥벌이 수단이 그렇게 날아가고 있다. 중앙일보 4월 7일자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하루 실직자가 6100명, 매일 대기업 하나가 사라지고 있다'라는 기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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