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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살린 문재인 대통령, '부동산 폭등' 성난 민심에 잡히나?

성기노피처링대표 2020. 7. 8.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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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가격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호언했지만 임기 3년이 지난 지금 21차례의 국토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수도권은 평균 몇억원씩 가격이 폭등한 상황이다. 김현미 장관과 문 대통령이 이런 사태에 대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부동산 문제가 심상치 않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해 12·16대책과 최근의 6·17대책을 잇달아 내놓았지만 백약이 무효인 상황으로 가고 있다. 민심의 이상기류를 감지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김현미 장관을 청와대로 불러 주택시장 관련 긴급 보고를 받은 뒤 투기 목적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 부담을 강화하고, 주택 공급 물량을 확대하라고 지시했다. 장관의 종합대책 발표 뒤 청와대가 그 장관을 직접 호출해 추가대책을 지시한 것은 누가 봐도 질책성 메시지다. 장관의 독자성과 정책의 신뢰성 등을 고려해볼 때 문재인 대통령의 김현미 장관 '콜 퍼포먼스'는 현재의 부동산 민심 심각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 뒤 이어진 노영민 비서실장의 '똘똘한 한채' 파동은 활활 타오르는 부동산 민심에 휘발유를 끼얹은 꼴이었다. 이것은 고위공직자가 단순히 집 한 채를 매각하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지식인들의 이기적이고 위선적인 이중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상징적인 파동이었다. 우리 사회 지도층의 이기적인 행태에 대한 비난 정서는 6.25 때 이승만 대통령이 '괜찮다'고 하면서 혼자 부산으로 도망을 친 뒤 민초들에게 각인된 불신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노 실장은 민주당에서 자리를 내놓으라고 팔을 비틀고 나선 뒤에야 부랴부랴 강남 아파트 처분도 발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대통령 비서실장부터 본인들이 강남불패 신호에 따라 살고 있다는 걸 온몸으로 보여주었다"라며 "부동산 문제의 해결은커녕 부동산 문제 해결을 논할 자격이 있느냐는 자격 시비부터 붙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정권의 이중성으로 인해 부동산 문제에 대해선 접근도 못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급기야 여권에서도 김두관 의원이 "기획재정부나 국토교통부의 다주택 소유자가 부동산 정책을 하는 것은 굉장히 문제가 있다"며 스스로 직무 기피 신청을 하거나 직무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세율로 부동산을 잡는 것보다 다주택 공직자들의 정책 개입 요소부터 차단해야 근본적인 해결이 된다는 것이다. 원 지사의 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도 언급에 대해 미래통합당에서는 위헌적인 요소가 있다며 부정적인 태도를 드러내긴 했지만 여야에서 나오고 있는 부동산 문제에 대한 인식이나 대책은 가히 헌법책을 덮을 정도의 파격적인 아이디어가 많다. 

상황이 이 지경에까지 이른 근본 원인은 다름 아닌 부동산 가격 폭등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가격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호언했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뒤 민심의 압도적인 지지로 청와대에 입성한 문재인 대통령의 기세는 등등했다. 부동산도 당시 기자회견만 본다면 당장 잡힐 듯 보였다.

 

문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만약에 부동산 가격이 시간이 지난 뒤에 또 다시 오를 기미가 보인다면, 정부는 더 강력한 대책도 주머니 속에 많이 넣어두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청와대 영빈관에서 출입기자들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밝은 표정으로 질문을 듣고 있는 모습.

그리고 3년이 지났다. 부동산 시장은 문 대통령의 호기와는 달리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문 대통령 취임 당시 6억원이던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은 9억2500만원으로 올랐다. 중위 전셋값은 4억6192만원으로 상승했다. 서울의 어지간한 아파트는 9억원을 초과하고, 전셋값은 4억원을 넘는다는 얘기다. 서울 수도권에 아파트 한 채 가진 사람에게 길을 막고 물어보면 대부분 가격이 올랐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동안 김현미 장관은 21차례의 대책을 내놓았다. 국토부 공무원들도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비슷비슷한 내용을, 몇년 전부터 책상에 묵혀둔 정책을 글자만 바꿔 다시 대책으로 내놓자니 부끄러웠을 것이다. 적어도 국토부 공무원(특히 강남에 2채 정도의 아파트를 보유한 사람이라면)들은 그들이 21번 밤을 새워 내놓은 정책을 보면서 '이래도 부동산이 잡히겠나'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들이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규제지역을 피한 ‘풍선 효과’가 발생하면서 수도권은 물론 지방 대도시의 아파트값도 역대 최고로 올랐다. 아무리 다른 통계를 들이댄들 역대 정부 중 문재인 대통령이 단기간 내 최고로 집값을 올린 장본인으로 기억될 판이다. 

 

사실 문재인 대통령이 역대 최고의 운 좋은 대통령이라는 평가가 많다. 탄핵까지 당한 최약체 야당을 경쟁자로 두고 있고, 코로나19 사태를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정권 후반기 레임덕도 180석 압승으로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코로나19가 급습하면서 모두가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심지어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자 거의 날마나 대통령이 직접 '국민들이 마스크를 편하게 살 수 있도록 하라'고 공무원들을 들볶았다. 그게 먹혔고 마스크 대란도 안정이 됐다. 비록 마스크 한장이었지만, 이에 호감을 느낀 국민들도 많았을 것이다. 

 

정치는 일종의 상징이자 메시지다. 문재인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처는 마스크 대란을 잠재우고 국민의 불편을 어느 정도 덜게 하면서 성공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특히 전세계 다른 어떤 나라보다 심각한 감염사태를 막았다는 점에서 국민들은 안도했고 그것이 총선의 압승으로 나타났다. 야당에서는 그것이 문 대통령의 공이었느냐며 질투와 시기의 성명을 발표했지만 그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리더십이 맞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의 전리품을 오롯이 챙겼고 집권후반 레임덕도 180석 압승의 의원들이 든든하게 지켜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의 최대 수혜자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훌륭하게 대처한 리더로 각인되고 있다.

 

이를 부동산 파동에 대입해보면? 지금 문재인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 철저하게 비켜서 있다. 김현미 장관을 청와대로 불러 한마디 한 것 빼고는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초기 사태 때 마스크 때문에 국민들이 불편해하자, 식품의약처장 정도가 발표해도 될 사안을 문 대통령은 사흘이 멀다 하고 언급하고 챙겼고, 그것을 진정시킨 바 있다. 대통령의 책임 있는 리더십이 국민들의 불편을 빠르게 해소한 결과다.

 

노영민 비서실장은 민주당에서 '자리를 내놓든 집을 내놓든가 하라'는 강한 압박에 결국 강남 아파트도 처분하기로 발표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노 실장을 희생양으로 삼아 부동산 파동 국면을 탈출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다주택 의원들도 이에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이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를 적극 해결하려고 한다면 김현미 장관뿐 아니라 무슨 일 하는지도 잘 모르는 김상조 정책실장 이하 전 참모들을 불러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정책들을 끌어모아 밤샘 토론을 거쳐 대책을 내놓을 수도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특히 부동산 문제의 민감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 자신이 노무현 대통령을 모시면서 부동산과 함께 추락한 과정을 너무나도 상세하게 체감한 사람이다. 2017년 ‘8·2대책’ 직후 당시 김수현 사회수석은 “참여정부 기간 크고 작은 대책을 17번이나 발표했음에도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점에서 명백한 실패다”라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은 부동산 폭등과 함께 하릴없이 추락했었다. 이를 문 대통령이 모를 리 없다. 노 대통령을 무너뜨린 그 부동산 폭탄이 바로 자신에게로 향하고 있음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의 액션은 미흡하다. 아니, 책임을 방기하고 아랫사람들에게 전가하는 듯한 인상마저 주고 있다. 물론 참모들 입장에서는 민감하고 어차피 당장 고쳐지지도 않는 부동산 문제를 대통령 손에 묻힐 수 없다며 원거리 전략을 유지하라고 조언할 것이다. 하지만 바로 이 스탠스가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때는 마스크 한장 때문에 문 대통령은 식약처장이 할 일을 발로 뛰어다니며 해결했다. 부동산 문제는 왜 그렇게 하지 못할까? 문재인 정부 내에서 부동산 해결 불가라는 광범위한 패배의식이 팽배해있지는 않을까? 관료들과 기득권들이 떠받치고 있는 이 정부가 과연 그들의 알짜 기득권 하나를 내놓을 수 있을까? 노영민 비서실장의 똘똘한 한채 파동은 현 정부 인사들의 이런 '미필적 고의'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참여정부는 17번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실패했다고 정책 입안 당사자 김수현 전 수석이 토로한 바 있다. 그 잣대를 대면 21번의 크고 작은 대책을 쏟아냈음에도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성공하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이것이 당장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공급량 확대 주문에 KBS에서는 며칠 뒤 공급문제를 분석하는 리포트를 내놓았는데 대부분 공급 시기가 2025년 등 먼 후일이라 지금 당장 부동산 가격이 다운될 여지가 없다는 게 요지다. 민심은 2025년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 갈길이 먼 문 대통령의 발목을 부동산이 잡을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진보언론에서도 "한 번 더 집값이 폭등하면 정권재창출이 어려울 정도로 치명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정권이 부동산 가격을 잡지 못하면, 필시 부동산이 정권을 잡는다"(양권모 경향신문 편집인)라고 강력하게 경고하고 있다. 

사실 부동산 폭등이 뉴욕 런던 등의 전세계 주요도시의 공통된 골칫거리이긴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을 지난 시점에서 부동산 정책에 대한 총체적인 재점검과 미래를 내다보는 장기적인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억지대책을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내놓을 수는 없지만 한국 정치와 관료문화의 특성상 대통령이 정책적 의지를 가지고 덤빈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체감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민심의 최전선에 있는 민주당은 본능적으로 부동산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 노영민 비서실장을 압박해 백기투항을 받아냈지만 그것으로 그칠 파도는 아니다. 다주택자 처분 문제는 민주당으로도 번질 것이다. 불길을 잡으려면 선제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국민들이 과도하다고 느낄 정도로 선제적으로 처분하는 모양새를 연출하지 않으면 부동산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엄청난 타격을 줄 것이다. 집권 후반기의 동력을 총선 압승으로 겨우 마련해놓았는데 예상치 못한 부동산 쓰나미가 모아놓은 동력을 모두 쓸어갈 수도 있다.

 

주당에서 희생양 찾기로 노 비서실장을 압박했지만, 이는 현재의 상황을 대증요법으로 모면하려는 꼼수에 불과하다. 이해찬 대표의 최근 사과와 워딩도 심상치 않다. 일단 민주당이 다주택 보유 의원들을 설득해 1차 불길을 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부동산으로 촉발된 민심이 국정운영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다. 18개 상임위원장 독식같은 문제도 국민들이 일을 하라며 여당을 밀어주고는 있지만, 그들이 책임있는 자세와 도덕성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독재'라는 인식이 퍼질 수도 있다. 도덕성을 담보하지 않는 권력은 무너지게 마련이다. 역대 최고의 힘을 가진 여당이 부동산이라는 '돈'까지 가진 괴물로 인식되는 날,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후반은 비단길이 아니라 거친 자갈길로 돌변할 것이다. 코로나19가 살린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에 잡힌다면, 그동안의 노력이 너무도 아깝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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