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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이 점찍은 대선후보는 누구? 윤석열 검찰총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맞짱을 뜬다면...

성기노피처링대표 2020. 6. 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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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출범한 지 열흘이 지났다. 초반 김종인 위원장의 행보는 그리 튀어보이지 않는다. 당내 비토 세력이 있는 데다가 임기 초반부터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김종인 위원장이 대충 얼렁뚱땅 1년을 넘기지는 않을 것이다. 어차피 다시 못할 당 '대표'라면 뿌리부터 완전히 그의 스타일로 바꾸려 할 것이다.

 

그것이 보수를 위하는 길이든, 미래통합당을 위하는 길이든, 김종인 위원장에게는 별 관심이 없을 것이다. 그는 민주당에서 온 사람이다. 보수와 진보의 이념에 따라 움직였다면(김종인은 노무현처럼 자신의 가치와 원칙을 목숨처럼 아끼는 사람이 아니다), 한때 그가 몸을 실었던 민주당을 배신하고 통합당으로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로지 권력에 대한 주체할 수 없는 욕망과 근거없는 자신감, 그리고 '나 아니면 안 된다'는 독단적인 의식이 그를 온갖 비난에도 불구하고 통합당으로 이끌었을 것이다. 그러기에 김종인 위원장의 개혁과 혁신 로드맵에는 애초부터 통합당을 위한다는 명분은 없는 셈이다.

 

그는 어떻게 하면 자신이 역사에 길이 남을 정치가로 각인될 것인가에만 관심이 쏠려 있다. 그가 진정으로 쓰러져가는 통합당을 걱정했다면,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 후배들이 스스로 일어서게끔 멘토로서의 역할에 만족했어야 했다. 물론 그런 역할이 주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변할 수 있지만, 그가 진정으로 대의명분과 오로지 보수와 통합당의 재건을 바란다면 비상대책위원장 자리를 가지고 1년이냐 6개월이냐로 초 미세단위 협상까지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리와 추대형식에 집착하는 정치인들이 가장 먼저 하는 말이 나 개인보다 오로지 보수세력과 당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것이다. 김종인의 몽니는 통했고, 오갈 데 없는 통합당은 그에게 1년짜리 '폭군'의 지위를 줘버렸다. 어쨌든 그는 총선 막바지에 슬그머니 총괄선대위원장 자리를 차지한 뒤 그 여세를 몰아 제1야당의 당수가 됐다. 일은 벌어졌고, 통합당은 또 그렇게 굴러갈 것이다.

 

김종인 위원장은 두 가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총선 참패로 아사리판이 된 당을 먼저 추슬러 대권도전에 대한 동력을 확보하는 것, 두번째는 좀 있어 보이는 대권주자 한명을 골라잡아 그를 허수아비로 내세워 대선까지 자신의 상왕정치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첫번째 미션을 그는 '보수와 진보를 가르지 말라'는 말로 실현하려고 한다. 통합당이 보수당인데 기본소득법을 들고 나와 민주당의 진보색깔을 오징어로 만들어버리겠다는 것이다. 민주당보다도 더 진보스러운 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4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최일성으로 "보수란 말 자체가 싫다"고 일갈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그 보수세력 정당의 정체성과 체제를 부정한 것으로 김종인의 혁신은 시작됐다. 그는 통합당이 진보를 앞설 수도 있다면서 연일 좌클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좌와 우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당내에서는 "여당 따라하기만 급급하면서 전통적인 보수의 정체성마저 사라지게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장외 대권주자 원희룡 제주지사는 "외부의 히딩크 감독에 의해서 변화를 강요받아야 하는 바로 그 현실진보의 아류가 돼선 영원히 2등이고 영원히 집권할 수 없습니다"라고 반박했다. 원 지사의 지적은 타당하다.

 

지금 통합당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민주당과 '누가 더 진보스러운가'의 경쟁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총선 참패로 갈기갈기 찢어진 보수의 이념도를 새로 조합해보는 것이다. 민주당과 진보의 색깔경쟁을 벌일 것이 아니라, 민주당이 진보의 이름을 달고 거침없는 레이스를 펼칠 때 떨어져 나온 파편들을 주워모아 그 허점을 지적하고 과속에 대해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것이다. 더 잘 한다면 적절한 대안도 시의적절하게 던지는 것이다. 통합당이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민주당의 2중대로 진보정책 누가누가 잘하나에 올인할 것이 아니라 진보의 보완재, 대체재로서 보수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김종인 위원장에게는 그런 미션을 할 의향이 없는 것 같다. 그 자신 전두환 시절부터 권력에 참여했던 보수 정체성 인사이지만 민주당과 새누리당을 오가면서 이념이나 정체성보다 자신의 우월적인 권력운용 능력을 우선시했기 때문에 김 위원장은 계속 제길을 갈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상당히 위험한 도박이다. 통합당 103명의 의원들이 대부분 보수의 정체성을 목숨처럼 소중하게 생각하는 정치인들인데, 김종인 위원장이 '보수란 말을 듣기도 싫다'103명의 소신과 가치관을 뭉개버리려 한다면 사달이 날 수밖에 없다. 지금은 묵묵히 김 위원장의 행보를 지켜볼 것이지만, 절대 김 위원장의 마이웨이를 그대로 묵과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렇게 사분오열과 분열이 일어나면 그 수습에 진이 빠지게 되고 '역시 통합당은 안된다'라는 평가밖에 받지 못한다. 김종인 위원장은 자신이 갈 밭의 성분부터 파악하고 씨를 뿌려야 한다. 콩 심은 데 콩이 나지 팥이 날 리가 없다. 보수의 텃밭에는 보수의 정체성과 가치가 뚜렷이 드러나 있는 정책들을 내걸어야 한다. 그래야 여론이 공감한다. '왜 김종인은 민주당 밭에 되지도 않는 씨를 뿌리려고 하느냐'는 비판이 곧 나올 것이다. 원희룡 지사가 그 핵심을 잘 지적했다. 혹자는 영국의 보수당이 오랜 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노동당보다 더 진보적인 정책을 내놓았다는 예를 들고는 한다. 하지만 지금의 통합당 위기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야기된 보수세력 자체의 정체성 혼란이 더 큰 문제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 어설픈 진보바라기 정책을 내놓는다면 국민들은 통합당에 대해 더욱 불신의 눈초리를 보낼 것이다. 

 

 

김 위원장은 원 지사의 비판에 "그 사람이 얘기한 것에 굳이 신경 쓸 것이 뭐가 있느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런 의견도 검토해보겠다는 것이 아니라 신경 쓸 게 없다는 반응이었다. 당연히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지금 통합당의 대장은 김종인이고 그가 또 남의 말을 귀담아 듣는 편도 아니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게 맞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들을 빼내 바깥에 버리고 있는 것이다. 애초 통합이나 화합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먼 김종인 식 혁신행보는 실패로 귀결될 것이다. 그래도 그는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텃밭이 애초 글러먹었다'며 당을 떠날 것이다. 너무 비관적인 전망인지는 모르지만, 김종인의 진보색깔 경쟁은 현재의 통합당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오로지 자신의 개인기에만 의존해 당을 끌고 가겠다는 소몰이식 정치전략에 불과할 뿐이다. 당내 공감대가 없는 비대위원장만의 전략이 계속 먹혀들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김 위원장은 자신에게 주어진 1년 동안 많은 것을 하려고 할 것이다. 첫째가 당의 정체성을 보수도 진보도 아닌 '김종인' 색으로 칠하려고 할 것이고 두번째는 대권주자를 키우는 것이다. 최근 통합당의 한 당내 인사가 김 위원장에게 당내에 대선주자가 보이느냐고 물으니 그가 대선 주자가 있긴 어디 있어. 아무도 없어라며 역정을 냈다고 한다. 이 말은 실제 없을 수도 있고, 또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에게 추천하지도 말고 언급도 하지 말라는 신호로 읽힌다. 동시에 대권주자 정하는 것은 오로지 김종인만 할 수 있는 일이니 신경쓰지 말라는 의미로도 들린다.

 

이는 곧 현재 통합당 안팎의 여러 대권주자들을 오징어로 만들어버리겠다는 강한 의중을 드러낸 것이다. 자신의 성에도 차지 않을뿐더러 그를 존경하고 따르지도 않는 사람에게 굳이 제1야당의 대권주자 면류관을 씌워주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장외의 강력한 대권주자 원희룡 제주지사가 최근 김종인 위원장의 노선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낸 것도 애초부터 김 위원장이 물색해 논 대권주자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인 셈이다.


 

김 위원장이 취임한 뒤 진행한 여러 인터뷰를 보면 그가 대권주자를 특정한 것이 아니라는 인상을 받게 된다. 그 자신 중앙일보(427)와의 인터뷰에서 대선 주자가 없으니 쓸데없는 잡음이 안 생긴다. 당 수습엔 더 효과적이다. 궁지에 몰리면 누군가 나타난다. 위기의식을 느껴야 거기서 집약된 방안이 나온다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김종인 위원장이 원하는 보수진영의 차기 대권 주자는, 지난 대선에 출마하지 않았으면서 현재 통합당 등 주류 보수 진영과 거리를 두고 있는 사람 가운데 정치력이 있는 사람이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즉 현재의 통합당 언저리에 있는, 기존 대권주자는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다만 김 위원장이 특정인을 염두에 둔 건 아니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근 그와 만난 당내 인사는 통합당이 변했다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만한 새 인물이 나와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에서 나온 말이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 특정인을 거명하면 여당은 물론이고 당 안팎의 공격에 직면할 수 있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이 점찍은 인물이 있긴 하지만 아직 그 구상을 밝힐 때가 아니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김 위원장이 지난 61일부터 당무를 시작했을 때 바로 언급된 인사들이 바로 윤석열 검찰총장과 홍정욱 전 의원이다. 여기에서는 일단 홍 전 의원은 대권주자군에서 제외하기로 한다. 본인의 권력의지, 당내 기반, 정치이력 등을 놓고 볼 때 홍 전 의원처럼 백마타고 온 왕자님은 대권주자가 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필자가 주목하는 사람은 윤석열 검찰총장이다. 그가 향후 통합당의 대권주자 중 최대 변수가 될 수 있다. 윤 총장은 임기를 1년 이상 남긴 현직 검찰총장이다. 본인 스스로 정치를 하겠다고 한 적이 없으며, 특히 야권 성향을 드러내지도 않았다. 하지만 보수 진영을 대표할만한 차기 대선 주자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지난해 '조국 사태' 등을 거치면서 '윤석열 대세론'은 암암리에 보수 진영에서 싹트기 시작했다. 그는 대권 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 자신의 이름을 넣지 말아 달라고 거듭 요청했지만, 주관식 문항 여론조사에선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4.15 총선 직후 중앙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윤 총장을 두고 보통사람 같으면 자기 자리를 엄호하려 할 텐데 소신대로 검찰총장직을 유지한다는 게 대한민국을 위해서도,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결과적으로 가장 충성스러운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이 멘트만 보면 까다로운 김 위원장에게 윤석열 총장의 최근 정치적 이력이 마음에 꽤 들었던 모양이다.

 

김 위원장은 그 뒤 윤석열 대권주자 카드에 대해 입을 다시 열었다. 김 위원장은 TV조선 뉴스 9’에 출연해 차기 보수야권 주자로 윤석열 검찰총장의 이름이 제기된다는 점을 앵커가 상기시키자 "나는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라고 답했다. "여론상으로 듣기로는 그 사람도 하나의 후보군 될 수 있지 않냐(라고 하지만). 본인(윤석열 총장)은 현직에 있기 때문에 부정적 자세를 갖고 있다"라는 답이 이어졌다. 그러나 "만일 일반인으로 돌아와서 본인이 그런(대선 출마) 의사가 있다고 천명하고, 대통령 후보로 나타난다"라는 전제를 붙인 뒤 "그 당시 여러가지 여건 하에서 과연 그게 가능할 건가 안 할 건가는 그 때 가 봐야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완전히 가능성을 닫지는 않은 것이다.

 

김 위원장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그는 "현직 검찰총장은 거론하면 안 된다"라면서도 "본인이 채비하고 경쟁에 뛰어들면 결과는 지켜봐야 된다"라고 이야기했다. ‘상황에 따라 윤석열 총장도 후보군이 될 수 있다는 뉘앙스다.

 

윤 총장이 통합당의 대권주자가 되기 위해서는 선결조건이 있다. 먼저 윤 총장의 권력의지다. 이는 본인을 통해 확인하지 않는 이상 여부를 알기란 불가능하다. 본인이 대권에 꿈이 있다는 전제 하에서 볼 때 두 번째 조건은 문재인 정권과의 대결구도다. 검찰개혁을 두고 현재 윤 총장이 문재인 정부와 힘 대결을 벌이고 있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 뇌관도 많다. 윤 총장이 대권으로 직행할 마음이 있다면 이 전쟁에서 성과물을 내야 한다. 아니면 문재인 대통령과 아예 맞짱을 크게 한번 뜨고 총장직에서 잘리는 것이다. 보수진영에서는 난리가 날 것이다. 국민영웅으로까지(보수층 일부이기는 하겠지만) 추앙받을 수도 있다.

 

 

이 에너지가 두 번째 선결조건이다. 이럴 경우 김종인 위원장이 강한 그립으로 윤 총장을 끌어올 가능성이 있다. 어차피 김 위원장은 통합당에서 오래 있을 처지가 못 된다. 주어진 1년 동안 최대한 자신이 점찍은 대권주자를 당에 안착시켜 놓든지, 아니면 보수세력의 암묵적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 김 위원장이 현재 윤 총장을 점찍었다고 해도 섣불리 발설을 하지 못하거나 흉중의 뜻을 드러내 놓지 못하는 것은 윤 총장에 대한 신뢰와 접점이 없는데다가 윤 총장이 두 번째 선결조건을 충분히 만족시킬 정도의 정치적 퍼포먼스를 보여준다는 확신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켜보는 것정도로 언급하는 것이다. 윤 총장이 짧은 기간 동안 두 번째 선결조건을 스스로 해낸다면 대통령에도 한번 도전해볼 배짱과 능력이 있다고 김 위원장이 판단할 것이다. 그 조건을 김 위원장이 해결해줄 수는 없다. 그리고 김 위원장이 윤 총장의 맷집과 전투력을 시험해보는 것일 수도 있다.

 

사실 김종인 위원장이 1년여 동안 통합당 대표직을 맡으면서 여러 가지 일을 해낼 수도 있고, 아니면 이리저리 조리돌림을 당하다가 처참하게 쫓겨날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은 일단 통합당 주류들과 편안한 동행은 포기한 상태다. 자를 사람은 자르고 자신의 말을 잘 듣는 순둥이 의원들만 데리고 대선까지 가려고 할 것이다. 1년 뒤 재보선에서 좋은 성과를 낸다면 풀타임 대표로 당을 완전히 먹을 수도 있다. 그리고 내친 김에 대선까지 직행하려고 할 것이다. 그 지난한 레이스를 끌어갈 가장 확실한 카드가 바로 대권주자다. 김 위원장은 당내 기반이 거의 전무한 현재의 상황을 자신이 점찍은 대권주자를 통해 돌파하려고 할 것이다. 김종인 허수아비를 내세우려는 것이다.

 

김종인 위원장은 보수라는 단어조차 듣기 싫다며 통합당을 보수도 아닌 진보도 아닌 맹탕 야당으로 만들려고 한다. 여기에다 대권주자마저 시대정신에 제대로 부합하고 당을 위해 헌신해온 정치인이 아니라 오로지 김 위원장의 권력연장을 위한 도구로 내세우려고 한다. 김종인 위원장이 통합당에 들어와서 해야 할 일 두 가지 모두 기둥뿌리가 뽑힌 당의 진정한 재건을 위한 것이 아니라 '김인'이라는 이름 석자를 정치역사에 새기기 위한 헛된 권력 망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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