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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영 정의당 혁신위원장, 심상정의 신데렐라로 등극...'SKY 자퇴 사건' 이끈 주인공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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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영 정의당 혁신위원장, 심상정의 신데렐라로 등극...'SKY 자퇴 사건' 이끈 주인공

성기노피처링대표 2020. 5. 25.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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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이 변화를 선택했다. 심상정 대표가 결단을 내렸다. 변화의 핵심은 세대교체다. 

 

정의당은 지난 24일 당 쇄신을 주도할 혁신위원회 첫 전체회의를 열고 장혜영 비례대표 당선자를 혁신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장애인 인권운동가 출신인 장 당선자는 시민에게 다시 희망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혁신위는 강민진 대변인, 권수정 서울시의회 의원, 김설 광주청년유니온 위원장 등 주요 당직자를 비롯해 외부 전문가, 청년 활동가, 사회 활동가 등 15명으로 구성됐다. 위원 가운데 여성이 과반이며 2030대 청년도 40%. 정의당의 혁신 지향점이 세대교체인 점을 뚜렷하게 알 수 있다.

 

혁신위는 오는 31 2차 회의를 열고 혁신위 내 소위 설치 여부 등을 포함해 앞으로의 운영 방향을 논의한다. 혁신위는 8월 말께 열릴 대의원대회에 새 지도부 출범을 위한 혁신안을 제출하게 된다. 대의원 대회에서 혁신위 안이 통과되면 새 지도부를 뽑는 선거가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심상정 대표는 혁신위 첫 회의에서 혁신위 활동부터 혁신적으로 운영되길 기대한다. 현행 5기 집행부는 남은 기간 혁신위 활동을 헌신적으로 뒷받침하겠다 정의당의 향후 전망과 비전 그리고 노선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혁신위원인 강민진 대변인은 혁신위에 당 경험이 적은 청년들이 왜 많이 들어갔느냐는 말도 있지만 경험과 관록 등의 계급장을 떼고 얘기하는 등 정치적인 생산력이 필요하다 혁신을 증명하기 위한 수단으로 혁신위가 끝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오른쪽)가 지난 2019년 11월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2차 특별위원회 위원장 임명식에서 장혜영 미래정치특별위원회 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서 지난 17일 심 대표는 당 쇄신과 새 리더십 창출을 위한 혁신위원회 구성을 당에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혁신위 결정을 토대로 오는 8월 조기 당직 선거를 치르자는 것이다. 당 대표인 자신을 비롯해 2021 7월에 끝나는 현 지도부의 임기를 단축하겠다는 뜻도 명확히 했다. 심 대표는 지난 14일에 열린 시·도당 연석회의에서도 혁신위 구성과 함께 조기 당직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는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정의당 2·3세대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고, 이 조직이 진보 의제를 새로 설정해 21대 국회에 임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번에 정의당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된 장혜영(33) 당선인은 지난 2011년 일명 'SKY 자퇴 사건'을 이끈 주인공이다. 

장혜영 정의당 혁신위원장은 연세대 신문방송학과에 재학 중 명문대의 기득권을 비판하는 내용의 '이별 선언문'이란 대자보를 붙이고 자퇴를 선언해 화제를 낳았다. 당시 서울대 유윤종, 고려대 김예슬씨에 이어 장 위원장이 자퇴 행렬에 동참하며 대학의 무한경쟁 세태 등에 경종을 울렸다.


장 당선인이 처음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리게 된 것은 중증발달장애를 가진 동생 장혜정씨와의 일상을 소개한 한 텔레비전 다큐를 통해서였다. 발달장애 동생을 돌보는 언니의 분투기가 그려졌다. 

 

그 뒤 장 당선인은 동생의 자립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이 되면'을 만들어 장애인 인권운동가이자 영화인으로 이름을 알렸다. 해당 영화는 17년간 시설에서 생활한 동생이 시설의 인권침해 논란으로 퇴소해 언니인 장 위원장과 함께 살게 되는 일상을 다뤘다. 동생과의 경험은 장 위원장이 1호 공약으로 '장애인 활동 지원 24시간 보장'을 제안한 배경이 됐다. 

 

본격적인 정계 입문은 2019년 10월 정의당에 입당하면서부텨였다. 그는 지난 4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심상정과의 뜻하지 않은 조우를 언급한 바 있다.

 

"심 대표님의 전화 한 통을 받고…(웃음) 작년 9월경 아침에 모르는 전화를 받아보니 '심상정'. (웃음) 심지어 자다가 받았는데 두 번째 말이 진짜 웃겼다. '제가 깨웠나요?' (웃음) 심상정 모닝콜이라니, 정말 받고 싶지 않은 모닝콜이었다. (웃음) 그날 점심을 같이 하자 하셨고 입당 제안을 받았다. 그리고 나서 한 달 정도 고민의 시간을 거쳤다."

 

한 달 뒤 그는 정의당 입당원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21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후보 2번으로 당선됐다.  불과 6개월만에 3대가 공들 들여야 얻는다는 국회의원 금배지를 손에 넣은 것이다. 



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 한 장면. 왼쪽부터 장혜영 감독과 동생 장혜정씨다. 

 

하지만 그가 먼 길을 돌아 국회라는 곳에 도착할 때까지 걸린 시간이 10년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1987년은 민주화를 여는 해로 불렸다. 이 해에 태어난 장 당선인이 처음 세간의 주목을 받은 것은 2011년 11월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재학 중 자퇴할 때였다. 연세대 도서관 벽에 붙인 '공개 이별 선언문'이라는 대자보는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크게 화제가 됐었다. 그는 후일 "대학을 다니면서 내린 결론이 이 세상을 사는 데 대학 졸업장은 필요 없겠다는 거였다"고 말했다. 기득권을 냅다 던져버리는 투지와 배짱에 박수를 보냈다. 경솔함보다는 기득권 덩어리로 굴러가는 세상에 던지는 묵직한 짱돌이었다.

대학을 떠나 2년간 세계 각지를 여행한 뒤 돌아온 장 당선인은 2013년 정신장애를 가진 여동생 장혜정 씨가 지내던 장애인시설의 인권침해 문제를 고발하며 장애인 인권활동가로 거듭났다. 2018년 공개된 여동생을 시설에서 데리고 나와 함께 사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이 되면'으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등에서 입상하면서 장 위원장은 다시 주목받았다. 

 

심상정 대표가 오며가며 잠깐 스쳤을 '장혜영'을 이른 아침에 러브콜을 넣은 이유도 이것이겠다. 장애인 인권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사회 운동에 대한 구체적인 동기와 명분, 그리고 기득권을 던져버릴 줄도 아는 정치적인 담력 등에 매력을 느꼈을 법하다. 카메라를 두려워하지 않고 '이용'할 줄 아는 것도 대중성을 갖출 단단한 자산이다. 무엇보다 2004년 민노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첫 입성해 수많은 남성 기득권들을 향해 돌직구를 날렸던 심상정의 젊었을 적 기개가 오버랩됐을 것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심상정 대표는 장 당선인에게 매력을 느꼈을 것이다. 이런 요소 외에 심 대표의 지향점은 '차별성'이다. 장 당선인은 지난해 10월 영입인재로 입당한 뒤 심상정 대표와는 다른 목소리를 내 주변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임명 논란이 한창일 때 입당 제안을 받은 그는 '조국 장관 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심 대표에게 "지금이 민주당과 정의당과 어떻게 다른지 보여줄 때"라고 답했다고 한다. 당돌하면서도 신선했다.

 

조국 사태에 대해 당과는 반대되는 의견을 낸 것이 당돌하다기보다 그를 점찍어준 '보스'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내는 점이 특이했다. 웬만한 여의도 정치 먹이사슬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총선을 앞두고 금배지가 걸린 판에서 그에게 신데렐라 구두를 신게해주려는 보스에 대해 '아니다'라고 말을 할 수 있는 담력과 소신을 장 당선인은 보여주었다. 이런 점이 심 대표를 더욱 애닳게 했을 수도 있겠다.

 

2018년 9월12일 청와대에서 열린 ‘발달장애인 평생 케어 종합대책 발표 및 초청 간담회’에 참석한 장혜영씨의 동생 혜정씨가 음악이 나오자 춤을 추고 있다. 뒤에 앉아 있는 혜영씨가 동생 모습을 보며 웃고 있다. 

 

장 당선인은 지난 3월 청년선거대책본부 출범식에서 조국 사태와 관련해 "더 치열하게 싸웠어야 했다. 깊이 반성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진보 보수 양 진영에서 쌍코피가 터지던 정의당를 그나마 응급지혈해준 것이었다. 그리고 이 반성으로 정의당의 퇴로도 조금씩 열렸다. 장 당선인의 '정리'가 있고 난 뒤부터 정의당은 조국사태의 홀림에서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장 당선인은 그 뒤 여러 인터뷰에서 "필요하지만 거대 양당이 하지 않는 일을 정의당이 해야 한다"는 취지의 목소리를 계속 내어 왔다.

 

심 대표가 가장 바라는 지점이 바로 이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을 뛰어넘는 제 3의 세력으로서 인정받는 것. 노회찬 전 대표가 있을 때만 해도 이런 전략이 어느 정도 통했다. 하지만 조국 사태 이후 정의당의 선명성은 색이 바래졌다. 거대 양당이 하지 못하는 그 어떤 차별성도 보여주지 못했다. 민주당 2중대와 무늬만 진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장 당선인은 심상정이 해내지 못한 그 차별성을 혁신위를 통해 보여주어야 한다. 장 당선인의 그간 행보는 '소외 계층'을 위한 정책에 방점이 찍힌 정의당의 행보와도 맞닿아 있다. 장 당선인이 이끌 혁신위가 제시할 정의당의 미래는 '잘못된 과거'와 청산하는 것에 방점이 찍힐 전망이다. 

이날 혁신위 발족식 장 당선인은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그는 "단순히 정의당의 혁신을 얘기할 게 아니라, 혁신이란 어쩌면 정의롭다는 게 무엇인가를 규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또는 코로나19 이후 시대에 진보정당이 가져야 하는 건 뭔지 새로운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보의 재정립이 이뤄져야 그것에 맞는 정의당 주물도 나온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시민들에게 정의당 이름이 다시금 희망의 이름이 되도록 제가 가진 모든 것을 걸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4·15 총선에서 정의당 소속 당선인은 심상정 대표를 비롯한 총 6명. 기대 이하의 성적이다. 이에 정의당은 당의 비전과 노선을 재정비할 혁신위원장이란 중책을 사회의 기득권에 정면 도전해 온 장 위원장에게 맡겼다. 

 

장 당선인이 혁신위원장으로서 정의당에 신선한 자극과 국민적 관심을 이끌어낼 경우 차기 당 대표 도전에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심상정 대표로서도 자신만으로 정의당을 이끌어가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이번 총선을 통해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에 차기 당 대표 후보군으로 장 당선인을 염두에 두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장 당선인이 당 대표 출마를 하는 것에 대한 제약은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정의당의 홍보팀 관계자는 "나이 경륜 선수에 상관 없이 누구나 당 대표에 출마할 수 있다. 장 당선인도 본인이 원하면 얼마든지 당 대표에 출마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장 당선인은 자신이 주도한 혁신안을 제출하고 본인이 그 토대 위에서 출마하는 것에 대한 정치적 부담은 있을 수 있다. 

 

사실 심상정 대표로서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다. 정의당은 지난해 조국 사태 이후 스텝이 제대로 꼬이기 시작했다. 조국 찬성도 반대도 아닌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자 진보 보수 양쪽에서 정의당을 몰아세웠다. 진보로부터는 '보수진영 시각에 경도된 사이비 진보'라는 비판을 들었고 보수진영으로부터는 '반 여당 기득권을 놓치 않으려는 기회주의자'라는 비난을 들었다.

 

정의당은 그뒤부터 정의당의 색깔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헤매는 행보를 보였다. 정의당은 약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선명성이 강점이었다. 자신을 희생하고 소수자를 배려하는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하지만 조국은 소수자가 아니었고 권력이었다. 권력에 대한 견제와 비판도 정의당의 중요한 정신이었지만 좌고우면하면서 자신들만의 아이덴티티를 놓치고 말았다.

 

어차피 조국사태는 피아를 구분짓는 가장 확실한 권력투쟁의 최전선이었다. 이념보다는 세력의 생존과 명분이 더 중요한 전투였다. 정의당은 이념도 실리도 모두 놓친 전투가 되고 말았다. 그 후유증은 총선에서 고스란히 나타났다. 10여년 이상 정의당을 후원했던 전통적인 지지세력들이 이탈한 것이 너무도 컸다. 

 

 

심 대표로서는 장혜정 당선인의 혁신위원장 지명은 분명 모험이다. 여의도 꼰대들은 벌써부터 '33살에 정치입문 1년도 안 된 새파란 애가 얽히고 설킨 정치혁신을 어떻게 해낼 수 있다는 말인가'라며 회의적인 시각을 던지고 있다. 하지만 21대 총선 이후 정치는 달라졌고, 코로나19가 일상을 뒤흔든 것 이상으로 더 많이 달라질 것이다. 정의당이 정치 생초짜에게 혁신위원장 자리를 맡건 것이 바로 그 변화의 상징이다. 미래통합당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서 엄청난 세대교체를 예고하고 있다. 

 

정의당은 나이와 경륜을 배제한 새로운 변화의 단초를 마련하려고 한다. 여의도 정치도 거대한 시대정신을 거스를 수 없다. 장 당선인의 혁신위원장 임명으로 정의당은 실패의 후유증보다는 새로운 자극에 대한 다양성의 힘을 비축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여기에 꼰대의 기우가 약간 남아있기는 하다. 장 당선인은 발달장애 여동생과의 일상이 화제가 돼 얼굴이 알려졌고 장애인 인권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21대 국회의원에까지 올랐다. 그의 꿈이 무엇인지는 명확하게 알 수 없지만, 여동생과의 일상이 권력을 오르는 사다리가 된 것은 사실이다. 정치 입문 계기가 본인의 의지보다는 대중성에 기반해 발탁된 점이 그를 시험대에 오르게 할지도 모른다. 

 

장혜영 당선인은 'SKY 학벌'에 장애인 인권, 대중성 등을 두루 갖췄다. 이렇게 정의당의 신데렐라는 탄생했다. 이제부터 장혜영이 해야할 일은 심상정이 신겨준 멋진 구두를 벗어버리는 것이다. 맨발로 대중들과 호흡하는, 멋부리고 끼부리지 않는, 진정성과 희생정신을 갖춘 젊은 지도자가 되기를 기대한다. 새로운 정치도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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