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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릴레오' 유시민 "'180석 발언' 때문에 낙선한 분들께 미안, 정치평론 그만둔다"

성기노피처링대표 2020. 4. 18.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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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당분간 정치계에서 발을 뗄 것으로 보인다.

 

유시민 이사장은 정치 비평가로서의 은퇴를 선언하며 지난 17일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 마지막 방송을 했다. 유 이사장은 '범진보 180석' 발언 관련 낙선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에게 미안하다고 전했다.

유 이사장은 이날 '알릴레오 라이브'에서 총선 국면에서 했던 자신의 180석 발언을 언급하며 "더불어민주당 비판에 대해 받아들여야 한다. 책임질 수 없는 일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형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 등 당내 인사들이 언론을 통해 유 이사장의 '180석 발언' 때문에 "조금은 손해를 봤다"고 지적한 것에 대한 반응이다. 앞서 유 이사장은 4·15 총선을 앞두고 지난 10일 '알릴레오' 방송에서 "범진보가 180석을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미래통합당에서 "오만하다"고 공격하면서 민주당은 여당 압승론에 대한 역풍 차단에 애썼다.


유 이사장은 그러면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낙선한 김영춘(부산 부산진구갑), 박수현(공주·부여·청양), 남영희(인천 동구·미추홀을) 후보를 향해 사과했다.

그는 "낙선한 후보자들이 제 발언을 통합당에서 이용했던 것 때문에 손해를 봤다고 느꼈다면 (비판을) 받아들여야 한다 본다. 다툴 필요가 없다"며 낙선 후보들을 향해 "미안하다"고 했다.

 

유시민의 180석 발언은 확실히 부산 영남권에 영향을 미쳤다. 부산은 민주당이 일부 지역에서 여론조사 강세를 나타내며 희망이 보였지만, 180석 역풍이 불면서 보수층 결집이 강하게 나타났다. 당내에서는 부산진갑 김영춘 의원의 낙선이 가장 애석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유시민이 공개적으로 미안하다고 할 만한 일이다. 


유 이사장은 정치 평론가로서의 은퇴 결심도 전했다.

유 이사장은 "기성 미디어를 통한 정치비평이나 시사토론, 인터뷰, 이런 것도 하지 않겠다"며 "180석 사건 때문에 그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100번 해서 99번의 책임줄 수 있는 결과가 나왔고 단 한번의 책임질 수 없는 결과가 나왔다면 한 번의 결과로 인해 99번의 결과를 없애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저는 민주당에서 어떤 데이터도 귀뜸받은 적이 없고, 제 말은 개인적 견해"라고 강조하며 "제가 집권세력의 대표 스피커처럼 받아들여지고, 그 말이 악용당할 때의 책임을 제가 질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유 이사장은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참여했던 JTBC '썰전' 프로그램과 관련해 "4년 전 방송할 때는 거짓말도 했다. 그때는 민주당 분들과 수시로 정보공유가 될 때였다"며 "새누리당이 이대로 가면 180석 근처까지 갈지도 모른다고 했다, 사실이 아닌 것을 알면서"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민주당이 시행한 안심번호 여론조사 내용을 토대로 판단컨대, 새누리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언론의 예상과 달리 민주당이 선전할 것을 알고 있었다는 취지다. 유 이사장은 "지금 고백하지만, 비평가로서 옳은 것은 아니다"라며 "정치비평가가 특정 정치세력과 얽혀있을 때는 이런 것이 많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당분간 휴식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유 이사장이 알릴레오을 통해 민주당의 여론 결집 확성기 역할을 성공적으로 했다는 평가를 한다. 유 이사장은 정치에서 은퇴했다는 말을 방패로 삼고, 알릴레오라는 독립적인 플랫폼을 창으로 삼아, 여론이 충돌하는 최전선에서 이슈 파이팅을 상당히 자유롭게 해왔다. 민주당이 순발력있게 결정하지 못하거나 주저하는 이슈에 대해 그는 특유의 논리력과 주제 압축을 통해 간결한 메시지를 던졌고 이는 민주당과 청와대의 향도 역할을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하지만 총선이 다가올수록 그는 점점 더 현실정치에 깊숙이 개입하게 되었고 결국 180석 발언으로 민주당을 난처하게 만드는 상황에도 이르렀다. 주변의 칭찬에 업이 돼 몇 발 짝 더 나가며 오버를 해 버린 것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유 이사장이 집권여당의 총선 등대 역할을 한 것은 인정해줘야 한다. 이제 총선에서 민주당의 압승도 이끌어냈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성공이라는 본래의 목표도 절반은 달성한 셈이 됐다. 

 

그는 당분간 조용히 잠수를 타면서 그 동안 내뱉었던 그의 자극적인 말들이 대중으로부터 잊혀지거나 매운맛이 빠지기를 기다릴 것이다. 정치평론을 중단했지만 어떤 식으로든 현실정치에 다시 돌아올 것이다. 친문에 유력한 대권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유시민의 존재는 킹이거나 킹메이커로서 다양하게 쓰여질 수 있다.

 

특히 유 이사장은 알릴레오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해 “코로나19 과정에서 신속하고 전광석화 같은 일처리, 단호함으로 매력을 샀다”며 대권후보로서 상당한 지지율을 구축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치인으로서 상당히 호감이 간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 이는 친문의 대권후보군을 다각화하는 효과가 있다. 앞으로 유 이사장이 이재명-친문의 타협과 접점을 어떻게 만들지도 관심있게 지켜볼 대목이다. 경기도 지사 선거에 출마해 낙선한 경험이 있는 유시민 이사장과 현직 경기도지사 이재명과의 향후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유시민의 정치평론 은퇴는 총선 180석이라는 만루홈런을 친 뒤 격하게 배트플립을 하고 유유히 세리머니를 하는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이제 할 만큼 했으니 좀 쉬겠다'는 뜻이다. 민주당이나 친문세력에서도 유시민의 공적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것으로 그의 위상과 존재감은 충분히 확인이 됐다. 다음 대선에 어떤 식으로든 기여할 수 있는 충분한 자양분을 확보한 셈이 됐다. 방송을 통해 얄밉던 이미지는 상당히 많이 희석됐고 '알쓸신잡 지식인' 이미지도 더해졌다. 이만하면 대권주자로서의 기반 다지기도 충분히 한 셈이다.

 

정치는 타이밍의 예술이고 치고 빠지기를 잘 해야 한다. 이번의 치고 빠지기도 유시민 특유의 정치센스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잘 했을 때 일단 내려와 그 이미지를 길게 끌고가면서 여운을 남겨야 한다. 하지만 언젠가는 돌아올 것이다. 그때는 유시민이 더 매운맛이 되어 있을지, 아니면 순한 맛이 되어 있을지, 무척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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