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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칼럼] 홍준표, 통합당 참패의 잿더미 위에서 혼자 대권도전 설레발 본문
미래통합당은 말 그대로 초상집 분위기다. 이 와중에도 어쨌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폭망한 당을 수습해야 하는 상황이다. 당 대표는 물러났고, 최고위원 대부분이 낙선하는 사상초유의 위기에 빠져 있다. 의원들 대부분은 망연자실한 채 말을 아끼고 있다. 당원들과 당직자들도 멘붕 상태다. 선거에 승리한 당선자들도 표정관리를 위해 애를 쓴다. 미래통합당을 지지해준 국민들은 더 큰 낙담에 빠져 있다.
선거에 그냥 진게 아니라 대 참패를 했기 때문에 당을 해체할 수준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미래통합당에 드리운 실패와 실망의 그림자는 당분간 당 전체에 길게 드리울 것이다.
이런 대참사 분위기 속에서도 오직 한 사람 밝은 목소리로 인터뷰를 하며 큰소리를 치고 있다. 홍준표 전 대표다. 엄밀히 말해 그는 미래통합당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다. 그의 말대로 23년 동안 당을 지킨 원 주인으로서 참패한 당에 대해 할 말이 많을 것이다. 보수의 본거지 대구에서 살아돌아온 그는 인터뷰 일성으로 '대권 도전'을 외쳤다.
홍 전 대표의 총선 승리 직후 인터뷰 화두는 대권 도전이었다. 그는 자신의 대권 도전에 대해 “저로서는 마지막 꿈”이라며 “수성을에 굳이 출마한 것도 2022년을 향한 마지막 꿈이자 출발”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996년 DJ(김대중 전 대통령)는 83석을 가지고 대통령이 됐다. 국회의원 의석수는 대선을 결정하는 요소가 아니다”라며 “대선 때는 정치 지형이 또 바뀔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또한 “한나라당 총재를 했던 이회창 총재는 1번 후보 달고 두 번 대선에 도전해서 실패했다”며 “국회의원 수는 대선 패러다임하고는 다르고 대선 국면에선 정치 지형이 또 바뀐다”며 의원수로 대선을 치르지 않는다고도 했다.
정작 자신이 발판으로 삼아야 할 정당은 참패의 어둠 속에서 헤매고 있는데 그런 아픔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오로지 본인의 대권구상에만 빠져 있다. 이번 참패의 연원을 따지고 들어 가면 물론 박근혜 전 대표의 탄핵이 자리잡고 있지만 홍준표 전 대표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를 모두 내준 패장 중의 패장이 바로 홍준표다.
그런 그가, 보수인물이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대구에서, 그것도 현역의원도 아닌 만만한 여성 후보자를 골라 표적 출마해 당선됐다. 그리 큰소리 칠 만한 승리도 아니었다. 만약 그가 수도권의 어느 지역에 출마했어도 당선이 되었을까를 생각해본다면 이번 대구 무소속 당선을 그리 떠벌리고 다닐 일도 아니다. 오히려 당의 후배자리를 뺏은 선배의 얄미운 인터셉트를 비판해야 옳다.
그 알량한 한줌 승리로 폐허가 된 미래통합당 위에서 또 다시 대권 도전 운운하고 있는 홍준표 전 대표의 행태는 참으로 한심하다. 이번 패배에 마치 자신은 책임은 없다는 듯, 어줍잖은 성적표 하나로 자신을 키워준 당을 향해 남의 일처럼 비난부터 하는 것은 도의적으로도 있을 수 없다. 책임론을 이야기하자면 황교안 대표와 함께 전 대표인 홍준표씨의 책임이 더하면 더했지 결코 가벼운 게 아니다.
왜 미래통합당이 이렇게까지 패배해야 했는지 홍준표 전 대표도 처절하게 반성해야 한다. 본인이 치른 선거에서 패배한 것은 남탓으로 돌리면서 이번 선거는 황교안 전 대표 책임으로 돌린다. 물론 황 전 대표의 책임이 막중하다. 하지만 홍준표 전 대표와 같은 기회주의적이고, 이기적이고, 권력욕망에만 사로잡힌 정치인들이 많았기 때문에 미래통합당이 지금 이렇게 폭망을 한 것이다. 마치 남의 일처럼, 인터뷰 들머리부터 대권 도전 운운하는 홍 전 대표의 후안무치한 행태는 보수정당의 미래를 매우 어둡게 한다.
홍준표 전 대표는, '나는 계파가 없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녔다. 박근혜 전 대표가 밀려나간 공간을 운좋게 차지했던 홍 전 대표는 무주공산이 된 자유한국당에서 대선후보까지 지냈다. 하지만 극우적인 정치철학과 안하무인격의 인성, 저질스러운 말투, 권위적인 태도 등으로 수많은 안티를 양산했다. 비호감 정치인을 꼽으라면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사람이 바로 홍 전 대표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막말을 서슴지 않았던 의원들이 21대 총선에서는 대부분 낙선을 했던 민의와 시대정신을 놓고볼 때 홍준표 대권도전은 미래통합당 입장에선 최악 중의 최악 선택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홍 전 대표는 또 다시 수많은 동료의원들과 선후배들이 낙선한 '그라운드 제로'에서 자신의 대권욕망만을 발산하고 있다. 본인의 부덕으로 공천도 받지 못하고 쫓겨난 것에 대한 반성은커녕 오히려 큰소리를 치며 대권도전을 외치고 있다. 그가 예전 당에 일말의 애정이 있다면 미래통합당 의원들과 당원들이 참패에 대한 반성을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먼저 만들어주어야 한다. 보수정당의 선배로서 후배들의 재기를 위해 밀알이 되어주어야 한다. 자신의 대권 안위보다 어떻게 하면 무너진 보수정당을 바로 세울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당선된 직후부터 오직 본인의 대권도전만을 외치는 경박한 행보를 보면서 그가 다음 대선에 또 도전하겠다는 의지에 두려움마저 느끼게 된다. 책임있는 전직 대표였고, 당의 최고 원로이자 어른인 홍준표의 이기적인 행보에 분노를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원적 당의 패배를 이용한 무분별한 대권 마케팅이 지금의 미래통합당에 과연 무슨 도움이 될까.
집은 다 무너졌고 주인도 떠나갔는데, 그 폐허에 다시 집을 재건할 생각은 하지 않고 다음 주인은 나라고 선언부터 하는 전직 당 대표의 처신은 무책임하고 공허하다. 이 혼란한 와중에 잽싸게 대권도전 선언부터 하고 보는 행태에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미래통합당이 왜 이토록 철저하게 국민의 외면을 받게 되었는지, 참패 직후 홍준표의 '독고다이' 행보를 보면 미루어 짐각이 간다. 아직도 4.15 총선의 민의를 파악하지 못하고 자기도취에 빠져 있는 미래통합당 전직 대표에게서 보수정당의 미래를 발견하기란 불가능할 것 같다.
세상은 바뀌었는데, 혼자 갑옷입고 창 들고 싸우러 나가겠다는 '홍키호테'. 그의 리턴을 가장 반기는 사람들이 바로 민주당 지지층이라는 사실을 본인은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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