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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안철수 "국민 200만명 지지 받았다… 국민의당은 지금부터가 시작"...그런데 왜 뛰었어요? 본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7일 “4·15 총선에서 200만명의 지지를 받았다. 선거가 끝난 지금이 바로 시작”이라고 했다. 안 대표는 지난 1일부터 2주간 412㎞를 달리는 ‘마라톤 유세’를 벌였지만, 이번 총선에서 6.79% 지지율로 비례 3석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안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국민의당 서울시당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 참석했다. 국민의당을 상징하는 오렌지색 점퍼를 입고 한쪽 다리에는 깁스를 했다. "투표하신 유권자분들의 6.8%, 거의 200만 명에 달하는 분들이 저희를 지지해줬다”며 “민심이 천심이다. 중도의 길과 실용정치가 나라를 구하는 길이라는 각오로 출발했고, 여기 계신 많은 분께서 힘든 상황에서도 함께해줬다”고 했다.
국민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문재인 정권 심판을 위해 중도표 분산을 막겠다”며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았다. 안 대표는 이날 “선거운동 과정 중에 지역구 후보가 없다 보니, 현수막을 걸지도 못하고 대중연설도 할 수 없는 정말 극심한 제한 상황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제가 참 많이 부족했다”고 했다.
그는 “양극단의 진영 대결 때문에 할 수 없이 거대 정당 중 하나를 찍을 수밖에 없었던 분들의 마음까지도 저는 생각하고 있다”면서 “그분들의 마음을 담아 실용정치가 무엇인지, 실제로 우리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어려운 현장에서 고통받는 국민과 함께하는 정치가 어떤 것인지, 약속을 지키는 정치가 어떤 것인지 국민의당이 꼭 보여 드리겠다”고 했다.
안 대표는 “다른 거대 정당들은 선거가 끝나면 다 끝났다고 생각하겠지만, 저희는 선거가 끝난 지금이 바로 시작”이라며 “그 마음으로 저희를 지지해주신 많은 분과 함께 하겠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안철수 대표의 실험이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비례대표 재선을 한 최측근 이태규 의원 금배지 한번 더 달게 해주려고 고생하며 바보 마라톤을 한 것"이라며 비꼬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의원은 안 대표의 참모들이 대거 떠났음에도 굳건하게 옆에 남아 있다. 한 정치평론가는 이에 대해 "비례대표 2번을 연속으로 하는 것은 국회의원 기득권 중에서도 기득권이다. 안 대표에 대한 충성심보다 본인 의원직이 더 중요했기 때문에 안 대표의 철 없는 잔소리쯤은 한 귀로 흘리며 선거운동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례대표 1번은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대구 계명대 동남병원 간호부원장 최연숙씨가 당선되었고 그 외에는 이태규 권은희 두 의원으로 3번까지 채운 셈이 됐다. 이는 비례대표의 전문성이나 다양성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다. 오로지 자신의 대권 교두보를 국회에 확보하기 위해 측근들에게 기득권을 준 것이다. 안 대표가 200만명의 선택을 얻었다고 자화자찬을 하고 있지만, 이들이 두 의원에게 편안하게 4년 의정권력을 주려고 찍은 것은 아니다. 중도정치를 실현하라는 의미다.
안 대표의 국민의당 히트상품 재도전은 물거품으로 끝났다. 선거운동 기난 내내 '도대체 왜 뛰는가'라는 의문부호가 그를 계속 따라다녔다. 그의 마라톤은 시종 희화화되고 조롱거리가 되었다. 여론의 최전선에 있는 당 대표의 행보 치고는 민심과 완전히 동떨어진 자신만의 세계를 보여주었다. 비례대표만 출마했기 때문에 뾰족한 선거운동 아이템이 없어서 선택한 고육지책일 것이다.
본인은 '언행일치'를 실현하기 위해 뛰었다고 한다. 하지만 선거운동을 하려면 1명의 국민이라도 더 만나 국민의당의 정책과 비전을 알려야 한다. 뛴다고 능사가 아니다. 그가 뛰는 내내 사람들은 '왜 뛰느냐'고 웅성거렸다. 조롱의 도가 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대중과 호흡하는 정치인이 민심의 지점을 잘 못 짚고 '마이웨이'를 하는 것이 답답하고 안타깝게 보였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선거와 정치에 대한 명확한 개념이 재정립되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시대가 엄청나게 바뀌었는데 안철수 대표는 아직도 구태에 빠져 있다'는 반응도 많다.
안 대표는 진보에서 중도, 이제는 미래통합당을 기웃거리는(공수처장을 두고 미래통합당과의 연대설) 신세가 되었다. 정치를 왜 시작했는지 이제는 그의 지지층들도 헷갈린다. 초심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이쯤에서 다른 분야에서 사회에 공헌하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뛰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정치는 혼자 뛰는 게 아니라 '국민'과 함께 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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