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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긴급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 논란...따로노는 당정청, 문재인 대통령이 결단해야

성기노피처링대표 2020. 4. 2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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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전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소득하위 70%' 방침을 뒤집고 전 국민에게 모두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와의 사전 조율을 거치지 않은, 민주당의 회심의 총선 공약이었던 셈이다. 선거가 급박했던 것도 이유이지만, 집권여당이 정부를 충분히 설득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도 엿보였다. 여론의 기대치가 높았고, 여당도 어떻게 해서든 이번 기회에 전 국민 지급을 성사시켜 국민들을 한번 기쁘게 해주자는 순수한 열망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서 긴급재난지원금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듯하다.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있었던 당정청 비공개 고위 당정협의회가 일종의 분수령이었다. 이날 모임은 비공개임에도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밤 늦게까지 이어진 회의에서 당정청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해찬 대표의 표정도 어두웠다. 아마도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필사적인 반대가 먹혔다는 해석이 즉각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19일 당정청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의 핵심 인사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인 김에 전 국민 지급에 대한 완전한 합의를 이루었어야 했다고 지적한다. 이날 회의에서 합의된 안이 나오지 않으면서 긴급재난지원금은 복잡하게 꼬이고 있다. 민주당과 기획재정부 사이의 견해차는 그렇다 치더라도, 중간에 있는 청와대가 양쪽을 설득해 합의안을 도출하도록 유도했으면 어땠나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청와대가 끝까지 저항하는 홍남기 부총리를 주저앉혔어야 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완결을 짓지 못했다. 청와대가 '거절하면 옷을 벗어라'며 홍 부총리를 압박했다면 당정청의 합의안이 19일에 나올 수도 있었다. 이는 곧, 청와대가 전 국민 지급안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방증이 된다. 아니면 계속 여론 떠보기로 눈치를 보는 중이거나.

 

선거 뒤 상황이 점차 꼬이고 있는 1차적 책임은 청와대에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20일 긴급재난지원금 관련해 “여야가 합의 해야할 문제”며 “전 가구로 확대하느냐 마느냐는 이제 국회에서 논의할 사안”이라고 거듭 밝혔다. 이는 비겁한 변명이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추경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는 일단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의 국회 통과에 주력하면서 여야의 협상을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먼저 지원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나설 경우 정책 혼선을 야기했다는 비판과 함께 2차 추경안 국회 처리가 늦어질 수 있어 이를 경계하는 모습이 역력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긴급재난지원금의 최종 결정권자는 청와대다. 문재인 대통령이다. 이것이 핵심이다. 문 대통령이 총선의 민의를 받든다고 천명한 만큼, 이 문제를 책임있게 풀어내야 한다. 

 

민주당으로서는 청와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총선 때 내세운 ‘전국민 확대 지급’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보수진영에서는 이번 총선의 민주당 압승이 집권여당의 지원금 지급 공약에도 크게 기인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민주당도 총선에서의 국민 뜻을 거스를 수 없다. 하지만 화장실 들어가기 전과 후가 다른 것처럼 여권의 생각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민주당은 추후 추경 심의 과정에서 야당과 협의를 통해 그 규모를 증액하고 ‘전국민 확대 지급’을 관철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추가로 소요되는 재원 3조∼4조원을 지출조정과 국채발행 등을 통해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와 소득 하위 70% 지급을 기준으로 편성한 7조6000억원 규모의 2차 추경안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홍남기 부총리를 설득해내지 못했다. 재정당국의 반응이 회의적이다. 지난달 29일 당·정·청 고위급이 모여 논의할 때에도 ‘100% 지급안’이 이미 논의됐으나 재정의 안정성을 이유로 채택되지 못했다. 국회 논의 이후에도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통합당도 참패 뒤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황교안 전 대표가 선거 도중 전 국민에게 1인당 50만원씩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것이 미래통합당의 최종 안이 되었으면 좋겠지만, 통합당도 말 장난을 하고 있다. 정당 정책의 연속성이 없다.


 

통합당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 "예산 항목 조정을 통해서 7조6천억 원을 마련하고 소득하위 70%의 가구에 필요한 재난지원금을 주자는 것에 대해서 저희도 충분히 수긍하고 있다"며 "여당에서 다른 이야기를 하고 계속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신속하게 예산이 통과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기획재정부의 70%안을 지지한다고 말을 바꾼 것이다.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경선에 탈락해 총선에도 나가지 못한 인사임에도 20대 국회 임기가 아직 끝나지 않아 이 문제를 직접 처리하고 있다. 통합당도 사정이 급한 민주당의 상황에 무조건 따라줄 필요가 없다고 인식하는 것 같다. 총선 참패에 따라 적극 협조하라는 것은 원칙론일 뿐, 통합당이 이런 저런 이유로 민주당의 전 국민 지급안을 거절할 경우 더 꼬이게 된다. 

김 정책위의장은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을 확대하고 국채를 발행하는 것에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이미 우리나라는 '초슈퍼예산'을 마련해서 재정 건전성이 크게 악화된 상황"이라며 "정부는 이보다 더한 사태가 올지도 모른다고 하는 대비를 항상 해야 하는데, 재정적으로 거의 바닥이 난 상태에서 또 국채를 발행했다가 이후에 대응할 수 있는 아무 수단이 없게 되면 안 된다. 재정은 항상 조금의 여력을 두고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남기 부총리와 의견을 같이하고 있는 것이다. 

김 정책위의장은 '소득 하위 70%' 지급 주장이 황교안 전 대표가 선거 과정에서 공약했던 '1인당 50만원'과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예상 항목 조정을 통해 100조원의 자금을 마련해서 그중에서 재난지원금으로 (1인당 50만원을) 지급하자고 했던 것으로, 전제가 100조원 자금 마련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말장난에 가깝다. 현재의 예산을 아무리 깎고 조정해도 100조원을 긴급하게 마련한다는 불가능에 가깝다. 반대를 위한 반대로 들린다. 통합당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전 국민 지급안과 국채발행에 동의해줄 수 있다. 

 

김재원 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오른쪽)와 김재원 정책위의장이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논의하고 있다.

 

그럼에도 통합당이 이렇게 배짱 좋게 거절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문제의 핵심이 있다. 당정청의 합일된 목소리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홍남기 부총리가 국채발행에도 동의하고 전 국민 지급에도 동의하니 통합당도 적극 응하라고 하면 통합당으로서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 통합당이 저항하는 것은 홍남기 부총리가 여전히 전 국민 지급과 국채발행에도 부정적인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긴급재난지원금 논란이 야당의 배째라 식 저항 때문만은 아니다. 결국 당정청이 합치된 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움직여야 한다. 꼬인 실타래를 풀 수 있는 사람은 국정의 최고 결정권자밖에 없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여전히 좌고우면하는 것 같다. 애초 전 국민 지급안을 대통령이 통치 차원에서 결단했다면 홍남기 부총리가 저렇게까지 저항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당정이 협의해서 합의된 안을 가져와보라고 해서 사단이 난 것이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어느 한쪽 손을 들어줘야 할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국민이다. 총선의 민주당 압승이 그것을 말해준다. 

 

여론은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긴급재난지원금에 '긴급'이 없다는 볼멘 소리도 점차 커진다. 문재인 정권의 실력을 보겠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문제 해결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양단간에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 자칫 돈주고 뺨맞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민주당도 청와대의 확실한 사인을 받고 와서 야당을 압박해야 한다. 야당이 입장을 번복했다고 비난만 하지 말고 문재인 대통령의 결재부터 받고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 홍남기 부총리의 소신과 고집이 통치권자의 결단보다 위에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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