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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은 '선거 전문가'인가 '선거 철새'인가...통합당 황교안의 총선 승부수

성기노피처링대표 2020. 3. 14.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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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전 대표는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의 친손자다.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내던 그는 전두환 정부 당시 집권여당인 민주정의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11대 국회에 입성했다. 노태우 정부 때는 보건사회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냈으며 14대 국회 때는 민주자유당 소속 국회의원을 지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창당했던 새천년민주당에서 17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했으며 20대 국회 때는 민주당 소속이었다. 비례대표로만 5선 국회의원을 지낸, 전무후무한 기록의 사나이다.

 

미래통합당의 공천 갈등이 봉합과 확산의 기로에 섰다.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의 공천작업은 비교적 순항하는 듯했으나 막판에 그가 갑작스럽게 퇴진하는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물론 탈락자들의 불만이 누적돼 폭발한 측면이 있지만,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출현이 김형오 체제를 순식간에 흔들었다. 

 

판을 읽는 데 탁월한 김 위원장은 김종인의 칼날이 공천 전반에 대해 들어올 것으로 보고, 자신이 전격 사퇴함으로써 갈등 봉합과 공천 리스트 지키기에 나섰다. 황교안 대표도 이석연 부위원장의 대행체제를 인정하며 공천 갈등 파문은 어느 정도 봉합 수순에 들어갔다. 

 

이 모든 사단은 김종인 전 대표에서부터 비롯됐다. 정치권에 별다른 네트워크가 없는 황 대표로서는 절체절명의 총선을 지휘해줄 '청부업자'가 필요했다. 아마 김형오 위원장 접촉 전부터 양측은 교감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김 전 대표가 김형오 위원장의 공천을 보며 일말의 불안을 느꼈을 것이다.

 

병참기지에서 지원해준 병사들이 대부분 '김형오 키즈'라는 점에서 실제 전투에서 일면식이 별로 없는 '신참'들을 이끌고 싸워야 하는 김종인 전 대표로서는 막막함을 느꼈을 것이다. 뒤늦게 공천에 반기를 들었고, 김 전 대표는 총선전쟁에서 자신의 충견을 몇 사람이라도 붙여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것이 이번 공천 파동의 실체다. 

 

2016년 4월19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국립 4·19 묘지에서 열린 56주년 4·19 기념식장에서 당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이 황교안 국무총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황 대표로서는 김형오 위원장이 대과 없이 공천을 진행했지만, 결국 김종인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준 셈이 됐다. 총선이라는 메인 게임이 다가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황교안의 김종인 발탁은 과연 효과가 있을까?

 

일단 김 전 대표에 대해 살펴보자. 김 전 대표는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의 친손자다.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내던 그는 전두환 정부 당시 집권여당인 민주정의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11대 국회에 입성했다. 노태우 정부 때는 보건사회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냈으며 14대 국회 때는 민주자유당 소속 국회의원을 지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창당했던 새천년민주당에서 17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했으며 20대 국회 때는 민주당 소속이었다. 비례대표로만 5선 국회의원을 지낸, 전무후무한 기록의 사나이다.

특히 그는 여야를 아우르는 경제 전략가로 잘 알려져 있다. 군사정부 시절부터 주요 보직을 맡았던 그는 개혁적인 성향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민정당 국회의원이던 1987년 헌법 개정 때 헌법 제119조2항인 경제민주화 조항 입안을 주도했다. ‘김종인 조항’으로 불리던 이 조항은 이후 정부의 소득재분배, 재벌 시장지배력 남용 금지 정책 등의 근거가 됐다. 최근 여당에서 주장하고 있는 ‘토지공개념’도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김 전 대표가 있다. 보건사회부 장관과 대통령 경제수석을 지냈을 당시 대기업들의 과다한 부동산 소유를 제한한 토지공개념 도입을 주창했다.

 

2011년 한나라당 비대위에서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오른쪽)과 김종인 위원(가운데) 등이 참석해 회의하는 모습. 



이런 그에게 ‘선거의 여왕’이라 불리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손을 내밀었다. 김 전 대표는 2012년 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에서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 겸 경제민주화추진단장을 맡았다. 김 전 대표는 ‘박근혜 경제 과외교사’로 활동하며 경제민주화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사실상의 선대위원장 역할을 하며 19대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고 이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까지 이어졌다.


이후 2016년 국민의당 분당 사태 등 위기를 맞은 더불어민주당이 김 전 대표에게 손을 내밀었다. 당시 문재인 민주당 민주당 대표의 요청으로 김 전 대표는 당 비대위 대표이자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민주당에서도 그는 경제민주화를 화두로 총선 전략을 짰으며 민주당의 20대 총선 신승을 이끌었다. 보수 정당에서 중도층 표심을 이끌었던 그의 경제민주화 전략이 진보·개혁 정당에서도 주효했던 것이다.

 

박근혜-문재인의 권력창출을 이루는 데 그가 있었던 것이다. 선거 전문가라는 훈장도 달게 됐다. 경제 전문가를 자처하는 그는 선거 공약도 보수-진보 가릴 것 없이 '경제 민주화' 관점에서 만들어냈다. 국민들의 경제에 대한 환상과 기대를 잘 이용한다는 평가도 있다. 큰 선거에 강한 면도 있다. 카리스마도 남다르다. 까다로운 권력자들이 그들의 지분을 선뜻 떼어줄 만큼 김종인의 성과는 정치권에서 정평이 나 있다. 

 

그래서 그는 이번에 또 다시 황교안 대표와 손을 잡으려고 한다. 사실 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김종인 전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으로 갈 때 "선거 때마다 자신의 입지를 위해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자신만이 최고 전문가인 듯 처신하는 일을 국민은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하지만 4년 뒤 총선이 다가오면서 통합당은 언제 그랬냐는 듯, 김 전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통합당 한 관계자는 “지금 이 시점에서 김종인만한 선택지가 없는 게 사실이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경제가 너무도 어려운 이 시점에서 경제전문가인 김종인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카드”라고 말했다.

 

선거를 한번도 치러본 적이 없는 황교안 대표로서는 김종인이라는 든든한 책사가 그 누구보다도 필요했을 것이다. 공천을 김형오 위원장에게 전권을 맡겼듯, 선거도 김종인 전 대표에게 통째로 맡길 것 같다. 황 대표로서는 공천이나 총선 등을 총괄 지휘할 만한 능력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남의 말에 올라타고 장수 노릇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2016년 1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4차 중앙위원회의에서 당시 문재인 당 대표(왼쪽)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겸 선거대책위원장이 연단에 올라 손을 들고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그렇다면 큰 선거에서 두 번이나 이긴 김종인 전 대표는 과연 이번에도 승리의 로또를 안겨줄까? 기자는 앞서의 두 번 큰 선거에서 김 전 대표의 공헌을 인정한다. 하지만 이번 총선은 아닐 것으로 본다. 

일단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과거에 민주당에서 선거를 이끌었던 사람이 왔다는 것만으로도 상징성은 충분하다. 일반인들이 볼 때는 ‘민주당이 잘못을 많이 해서 다시 왔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 전문가인 김종인 전 대표가 오는 건 중도 표심에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통합당에서 영입하려는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정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정치 전문가들도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김종인의 유통기한은 사실상 끝난 게 아닌가 싶다”며 “2016년 총선에는 1월 중순 민주당에 합류해 공천 전반 관리를 하면서 김종인 색깔이 많이 투입했다”며 “지금 상황에서 합류는 시간도 촉박하고 호박에 줄 그어 수박만 만드는 식의 효과를 낼 뿐이다”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래통합당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노회한 인물이 들어오는 게 얼마나 플러스가 될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황 대표가 김 전 대표를 영입하는 것은 예측가능한 수순이었다. 그만한 선거꾼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접근법이 너무도 구태의연하고 주먹구구식이다. 탄핵 뒤 새로운 보수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 없이, 선거꾼을 데려와 적당히 상황을 모면하려는, 고민 없는 선택이라는 점을 유권자들이 어떻게 평가할까. 김종인의 영입 절차는 국민 감동이 없는 통합당의 얕은 수에 불과하다. 총선이라는 정치권 최대의 이벤트를 앞두고 이런 뻔히 보이는 인물 영입은 국민들에게 식상함을 준다. 벌써부터 일각에서는 "언제적 김종인이냐. 그의 약발도 다 했다"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종인 식 선거전략도 시대정신과 맞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그의 경제민주화론은 노태우 정권 때부터 이어져온 것이다. 1987년 즈음 만들어 30여년 이상 써먹고 있는 맛집의 비법같은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 맛을 모르는 국민들이 없다. 이미 익숙해져 있다. 경제민주화가 주는 환상에 한때 취했던 유권자들이 이번 총선에서도 그 맛을 다시 보려고 할지는 미지수다. 기자가 볼 땐 부정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종인 전 대표가 짜놓은 경제민주화의 틀도 참고하여 경제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재의 성적표는 신통치 않다. 김종인 식 경제개혁론이 이 시대에 얼마나 유효한 것인가 하는 것은 논쟁의 여지가 있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지난해 11월 28일 서울 경희궁의아침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면서 밝게 웃고 있다. 

 

또한 통합당은 김종인 전 대표에게 일종의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만 데려오면 중도층 표를 싹쓸이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사실 박근혜 전 대표가 그를 영입해 경제민주화추진단장을 맡겼고, 19대 총선 승리의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그때는 그게 통했고 시대정신과도 부합했다. 하지만 지금도 중도층이 김종인의 경제민주화론에 반해 또 다시 표를 찍어줄까? 그렇지 않을 것 같다. 그때는 박근혜 전 대표의 이미지가 워낙 강경보수로 굳어져 있었고 중도층도 경제정책 등에 있어서 너무 보수적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있었는데 그것을 김 전 대표가 상쇄시켜 주는 효과가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은? 현재의 통합당 경제정책이나 민주당의 경제정책은 별 다른 차이가 없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개념도 정권 후반기로 들어서면서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오히려 통합당이 더 개혁적인 경제정책을 입안하기도 한다. 이미 2번이나 사용됐던 김종인의 경제민주화 약발이 이번 총선에서는 그리 먹힐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 오히려 중도층은 이번 총선에서 경제문제보다 탄핵에 대한 극복 가능성과 보수의 정체성 재확립을 통합당에 더 원하는지도 모른다. 그럴 경우 김종인이 할 역할은 많지 않다. 적임자가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다. 

 

통합당에 뿌리깊게 존재하는 '김종인 비토' 분위기도 악재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김 전 대표에게 '태영호 전 공사의 국가 망신' 발언에 대해 사과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굴러온 돌' 김종인 전 대표에 대한 당내 정서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구 친박계 백승주 의원은 '김형오 공관위'에 의해 컷오프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YTN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김종인 전 대표의 영입이) 쇄신 이미지에 맞지 않다"며 "지금 81살 노구를 이끌고 나오시는데, 외국은 선거 기획을 젊은 사람들이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백 의원은 "우리같이 분명한 대결적 정치구도에서 여야를 넘나드는 선거 기술자가 된다는 것, 여야를 넘나드는 것도 이해가 안 된다"고 일갈했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영우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김종인 선대위원장은 말도 안 된다"며 "장점이 많은 분이지만, 지금 시점에 선대위원장을 맡아달라 애원하는 것은 참 없어보이고 못난 짓"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종인씨를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한다는 설익은 계획과, 김종인씨의 태영호 후보 저격은 완전 자충수요 패착"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당 지도부에서도 '김종인 영입'에 대해 찬반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영입 분위기에 김이 빠진 형국이다. 설령 영입한다고 해도 반대파들의 흔들기에 김 전 대표가 강력하게 당을 지휘할 수도 없게 됐다. 이런 과정에서 갈등은 필연적이다. 장수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 병사들이 있다면 그 전쟁은 해보나마나다. 특히 총선이라는 전쟁은 여론이 최고조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기다. 작은 갈등도 큰 폭의 파장을 낳는다. 당내의 김종인 비토 움직임이 선거 분위기를 흐리고 당의 역량을 떨어뜨릴 수 있는 빌미가 된다.

 

김 전 대표는 과거 새누리당 비대위원 시절에도 경제민주화 관련 노선 갈등으로 강성 보수 성향 의원들과 노선 갈등을 빚은 바 있고, 그에 대한 '비대위원 해임 촉구' 연판장이 돌기도 했었다. 초반부터 이렇게 삐걱거린다면, 이번 총선도 김종인과의 갈등으로 날이 샐지 모른다. 


 

통합당은 총선에서 최대한 힘을 모아야 한다. 김종인 깃발 아래 의원들이나 당원들이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를 잘 만들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통합당의 정서가 극히 부정적이라 그의 밑에서 금배지를 달고 도왔던 김종인에 대한 분위기도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나이로 정치의 역량을 평가하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도 새롭게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유권자들은 외면할 수 있다. 

 

한때 대선후보였던 박찬종 변호사는 김종인에 대해 “(20 총선에서) 스스로 비례대표 2번을 받는억지 나도 DJ 못했다. 그런 점에서 YS DJ 순수했다. 속이 보였다. 그런데 김종인의 정치는 속이 보이지 않는다. 점에선 오히려 박지원보다 고수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김종인은 지난 20 총선에서 빗발치는(특히 친노 패권세력으로부터) 비난을 받았지만 끝내 비례대표 2번을 셀프 공천해 당선됐다. 권력욕망과 자기애가 강한 인물임을 알 수 있다. 그 뒤 2017년 대선 과정에서 탈당을 하며 금배지를 던져버리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지원하기도 했다.

 

박근혜-문재인-안철수-황교안으로 이어지는 그의 오랜 정치 역정을 보면 대단하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보수-진보 가릴 것 없이 오로지 권력의 정점에 있는 정치인에게 붙어 일신의 영달을 돌보거나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선거 전문가'와 '선거 철새'는 한끝 차이이지만 정 반대의 의미를 지닌다. 김종인이 황교안의 기대만큼 해준다면 '선거 전문가'로, 그것이 아니면 '선거 철새'로 판명날 것이다. 김종인은 선거 전문가일까. 선거 철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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