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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통합당 변화 모자랐고 자세도 갖추지 못해...매우 송구”...일상으로 돌아가는 노정객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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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통합당 변화 모자랐고 자세도 갖추지 못해...매우 송구”...일상으로 돌아가는 노정객

성기노피처링대표 2020. 4. 16.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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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관련 입장표명을 하기에 앞서 잠시 고개를 숙이고 있다.

 

4·15 총선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16일 오전 검은색 정장에 통합당 상징색인 분홍색 넥타이를 매고 나와 시종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불과 하루 전 "통합당이 제 1당을 차지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개표를 앞둔 형식적인 덕담 이상의 자신감에 취재진 일부는 '정말 예상밖의 결과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다음날 결과를 받아든 그의 표정은 풀이 죽어 있었다. 유세기간 동안에도 그는 미래통합당과 더불어민주당을 자주 헷갈려하며 힘들어했다. 나이를 속일 수는 없었던지 유세 목소리에도 왠지 힘이 없어 보였다.

 

선거 필패의 노정객은 통합당 합류 뒤 당 상황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당 대표를 비롯해 오합지졸로 모인 조직이 총선이라는 거대한 산을 어떻게 넘을지 걱정이 태산이었을 것이다. 그는 최선을 다했지만 중도에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든 때도 있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선거 운동 도중에 총괄선대위원장이 그런 사심을 내비친 것만 봐도 이미 선거는 끝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진작에 김 위원장은 도망가고 싶었겠지만, 비례대표 5선의 체면으로 그 상황을 버텨낸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 참패의 책임을 온몸으로 짊어진 한 노정객의 목소리는 더욱 힘이 없었다. 그는 16일 기자회견에서 “정부 여당을 견제할 작은 힘이나마 남겨주셨다.. 솔직히 아쉽지만 꼭 필요한 만큼이라도 표를 주신 것에 감사 드린다”며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에 통합당의 변화가 모자랐다는 걸 인정한다”고 선거 패배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이어 “자세도 갖추지 못한 정당을 지지해달라고 요청한 것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야당도 (선거 결과를) 변화하라는 명령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나라를 옳지 않은 길로 끌고 간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어쩌겠나. 국민이 이 정부를 도우라고 요구한 만큼 야당도 국민의 뜻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부족하고 미워도 나라의 앞날을 위해 야당을 살려주셔야 한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과반 의석을 확신한 것과 대조되는 선거 결과에 대해 “크게 놀라진 않는다. 선거과정에서 어떻게든 (통합당이) 변화할 수 있을까 했는데 변하지 않은 결과가 그대로 반영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당이 변화해야 할 시대상황에 대한 인식이 잘못됐고 노력한 흔적도 보니이 않고 계속해서 보수 보수만 외치다가 지금에 이른 거 아니냐. 그러니까 아무 변화도 안 한 거지”라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향후 총선 패배 수습을 위해 꾸려질 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대해선 “그런 얘기 들어본 적 없다. 여기 올 때 말한 것처럼 선거 끝나면 일상으로 돌아간다”고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의 선거운동 20일은 정말 그가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혼돈의 카오스였을 것이다. 그만큼 현재의 보수야당은 힘을 잃고 헤매고 있다. 한때 과반을 차지했던 정통 보수야당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정치초년병에 권력욕만 앞세운 황교안 대표가 맡을 때부터 예견된 것이기도 했지만, 당이 그동안 쌓아왔던 보수정권의 권력 쟁취 노하우마저 잃어버렸다. 

 

아직도 의문인 것은, 그가 과연 도탄에 빠진 나라를 진정으로 구하기 위해 이 험한 꼴을 무릅쓰고 선거에 나온 것인지, 아니면 아무리 오합지졸이라도 내가 가면 승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근거없는 자신감에서 나온 것인지, 헷갈린다. 그 대답도 김종인은 가슴에 묻고 떠났다. 아마 그는 알 것이다. 

 

'선거 끝나면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말과 함께 노정객 김종인은 쓸쓸하게 역사의 무대 뒤로 사라질 채비를 하고 있다. 1980년 신군부의 국보위(국가보위비상대책위) 참여로 정치에 입문한 지 만 40년만이다. 하지만, 그가 완전한 일상으로 돌아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전두환 국보위 상임위원장 부부가 활동을 마친 국보위 위원들의 노고를 격려하고 있다. 당시 김종인 위원장은 재무분과위원으로 참여해 입법회의에도 참석하는 등 비교적 적극적인 활동을 했다. 그 후 민정당 창당에도 참여해 11대 국회에서 전국구 의원으로 활동하는 등 정권에 적극 참여했다. 비례대표 5선의 시발점이 된 것이 국보위 참여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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