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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급해진 황교안,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모시기'...황교안-김종인 대권 도전 밀약 있었나?

성기노피처링대표 2020. 3. 26.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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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황교안 총괄선대위원장과 박형준 공동선대위원장, 신세돈 공동선대위원장은 서울 종로구 구기동 김종인 前 대표의 자택을 찾아가 4.15 선거를 총괄하는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지지율 정체와 공천 갈등으로 궁지에 몰리고 있던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버린 카드였던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를 찾아가 SOS를 친 것이다. 김종인 전 대표는 합류 가능성은 1%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결국 80세의 노구를 이끌고 그 1%의 가능성에 도전장을 던졌다. 

 

일단 하루 이틀 사이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보자. 

 

조선비즈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26일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의 자택을 찾아가 4·15 선거를 총괄하는 선대위원장을 맡아달라고 간청한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보도했다. 

조선비즈는 김 전 대표측 핵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오늘 오전 10시쯤 황 대표가 김 전 대표의 서울 종로구 구기동 자택을 찾아와 ‘문재인 대통령의 폭정을 막기 위해 힘을 보태달라’면서 당 선거를 총지휘하는 선대위원장을 맡아줄 것을 요청했다”며 “김 전 대표는 이에 대해 고심 끝에 승락 입장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황 대표가 여러 차례 김 전 대표에게 당 선대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했고 과거에도 한 차례 집에 찾아왔었으나 이날은 특히 간곡하게 요청을 했다”며 “황 대표가 자신을 낮추는 자세로 설득했기 때문에 김 전 대표의 마음도 움직였던 것 같다”고 했다.

통합당의 박형준 공동선거대책위원장과 신세돈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11시30분 국회에서 김 전 대표 영입과 관련한 브리핑을 가졌다. 박 공동선대위원장은 “오늘 오전에 김 전 대표께서 통합당 선대위에 합류하시기로 결정하셨다”며 “선거 대책 관련 총괄 역할을 하기로 하셨으며 오는 일요일(29일)부터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고 했다.

황 대표는 지난 2월 말부터 김 전 대표 영입에 나섰으나 당내 일각의 반발 등으로 무산됐었다. 통합당 핵심 관계자는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과 문재인 정권의 문제점을 막기 위해선 김 전 대표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당내 공감대가 과거에 비해 확산됐다”며 “황 대표는 종로 선거에 집중하고 김 전 대표가 이번 선거에 당의 간판 역할을 하게될 것”이라고 했다.

 



김 전 대표의 직책은 총괄선대위원장이다. 이 직책은 황교안 대표가 맡고 있던 것으로, 황 대표는 총괄 선거 지휘 역할을 사실상 김 전 대표에게 일임하고 자신은 총선 출마지인 서울 종로 선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박 공동선대위원장은 당내 동의가 이뤄졌는지에 대해 "정치는 시점과 맥락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것"이라며 "지난 3년간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가장 날카롭게 지적하는 2가지 과제가 있는데 이에 김 전 대표가 가장 큰 상징성과 영향력을 가진 분이라고 판단한다. 그런 정치적 판단에 당내에 상당히 넓은 컨센서스가 있다"고 설명했다. 

 

선대위 구성에 대해서는 "일정한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 전 대표가) 선거를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 그 말 속에 모든 게 포함된다. 정치는 얼마든지 선거에 도움이 된다면 유연하게 바뀔 수 있는 것"이라고 답하며 김종인이 단독으로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전 대표의 원톱 체제냐는 질문에 "사실상 그런 셈"이라고 수긍했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도 이날 종로 선거활동 도중 기자들과 만나 "김 전 대표도 이 나라 위기 상황에 공감하고 힘을 보태겠다고 하신 것"이라며 "이제 같이 가겠다. 자유대한민국 살리기 위한 대장정에 함께 가겠다"고 밝혔다. 

 

이것이, 제1야당의 총괄선대위원장, 공동선대위원장이라는 사람들이 80세의 비례대표 5선에게, 보수와 진보를 제 집 건넌방 드나들듯 왔다 갔다 하던 사람에게, 간 쓸개 다 내주게 된 연유다. 안타깝다. 

 

정치권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이상돈 의원은 과거 2012년 총선 당시 김종인 전 위원장과 함께 새누리당 혁신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 인사다. 이 의원은 1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 "김종인 박사가 이번에 과연 명분이 있나 싶다. 황교안 대표와 김종인 박사가 과연 무슨 공통분모가 있는가, 문재인 대통령 싫다는 것 외에 별로 찾아볼 수가 없다"며 "미래통합당한테도 총선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전망했다. 이 의원은 "황교안 대표의 정치적 판단이 별로라고 생각한다"고 평했다. 

 

황 대표의 '김종인 카드'는 두 가지의 관전 포인트가 있다. 먼저 정치권에서는 "이번 총선에서 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표심을 겨냥한 승부 카드로 풀이된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도 대체적으로 이 분석에 동의한다. 일정부분 맞는 말이다.

 

김종인 전 대표가 민주당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 경제민주화 관련 정책에 있어서 가장 전문가이기 때문에 '지기피기' 측면에서 유리한 점이 있다. 김 전 대표의 경제민주화 원칙에 대해서 신세돈 위원장은 "계속 고수가 될 것"이라며 "통합당이 자유한국당이나 새누리당 연장선에서 해석을 하니 논란이 되는데, 당시 사람들이 많이 당에 있어도 통합당은 다른 당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른 경제 정책이나 철학에 동의를 했기에 이번 선거에 뛰어든 것"이라며 "김 전 대표가 구상한 경제민주화에 굉장히 충실한 공약이나 정책이 나올 것으로 본다. 통합당이 이런 정책까지 내 오나, 놀라워하는 정책을 만드는 데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황 대표는 이미 작년에 '민부론'으로 경제정책을 마무해놓은 상태다. 뒤늦게, 김종인 아니라 그 할아버지가 환생해도 표를 잔뜩 끌어모을만한, 경천동지할 경제정책은 없다. 

 

좋게 분석해보면, 김 전 대표가 민주당이 간과하고 있는 경제정책의 허점을 파고들어 그것을 원포인트 정책공약으로 내걸 경우 수도권의 중도층에 일정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예측은 도식적이다. 김종인 영입 효과가 어떤 계층에서 어떤 이슈로 나올지 누구도 예단할 수 없다. 코로나19와 같은 대형 돌발변수가 이번 총선을 가르는 메인 변수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대표의 통합당 합류에 대해 "이미 늦었다. 제대로 하려면 공천부터 김 전 대표가 맡아서 선거 유세 때까지 일관성있게 이어졌어야 했다. 합류 시기가 타이밍을 놓친 것 같다. 선거는 이미 코로나19 이슈로 완전히 빨려들어가고 있다. 황 대표가 우왕좌왕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미적대다가 뒤늦게 김 전 대표를 찾은 것 같은데 시기가 좋지 않다. 영입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사실 황 대표가 김종인 전 대표를 선거 20여일을 남겨두고 부랴부랴 '모신' 것은 다른 배경이 있는 것 같다. 이번 총선에서 통합당의 승리는 비관적이다. 황 대표는 선거 직후 바로 책임론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그로서는 김종인이라는 거물을 모셔와 선거 책임론의 독박을 어느 정도 모면할 수 있다. '김종인을 모셔와도 안 되는 것 아니냐'는 변명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원톱'의 힘까지 준 이상 김종인과의 공동 책임론이 먹힐 가능성이 있다. 제1야당 대표의 처신 치고는 옹졸하고 비겁한 도주다.

 

지난 2016년 4월 19일 오전 서울 강북구 국립 4.19민주묘지에서 열린 제56주년 4.19 혁명기념식에서 황교안(왼쪽) 국무총리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여기에다 양측이 총선 이후 대권 도전 밀약을 했을 가능성에 더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황 대표가 선거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면 당연히 비대위가 구성될 것이다. 홍준표 전 대표 등이 살아돌아오면 일정부분 비대위 참여가 예상되지만 쉽지 않다. 김종인 전 대표가 잠정적으로 비대위를 맡아 당을 수습할 가능성이 있다.

 

김 전 대표 스스로 지금까지 두 명의 대통령을 만들었는데 모두 후회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황 대표와 김 전 대표의 동선은 지난해부터 겹치는 부분이 있다. 김 전 대표가 '대통령 만들어줄 테니 내말만 잘 들어라'고 황교안 대표를 꼬드겼을 가능성이 있다. 반신반의했던 황교안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비관론이 계속 나오자 마지막으로 김 전 대표에게 구원요청을 했다. 물론 엄청난 반대급부가 있었을 것이다.

 

양측이 합의한 그 이익은 무엇일까? 김 전 대표가 고작 20여일 총괄선대위원장 자리에 만족했을까?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양측은 이미 선거 이후의 판을 예상하고 밀약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황교안-김종인의 '당권-대권 밀약'이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래통합당은 친박계가 공천 과정에서 많이 떨어져 나가고 예전부터 훨씬 '친황 체제'가 강화된 측면이 있다. 황 대표가 선거 패배로 쫓겨나더라도 최소한의 영향력을 행사할 공간은 있다. '바지사장'을 내세울 수도 있다. 아니면 총선 뒤 잠깐 쉬고오라고 황 대표에게 약속한 뒤 김 전 대표가 그것을 뭉개버릴 수도 있다. 

 

앞서의 이상돈 의원은 총선 이후 상황과 관련해 "황교안 대표가 이번에 총선에 원내에 들어오느냐 안 들어오느냐 이런 것에 대해서 여러 가지 당에 리더십 변경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저는 상당히 미래통합당이 총선 후에도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가 있지 않겠나 본다"고 했다. 상황에 따라 김 전 대표가 '다음 미래통합당 리더십'을 염두에 둘 수도 있다고 추측한 것이다.


 

무엇보다 '포스트 황교안'을 대체할 만한 주자가 당내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1년 전 뜬금없이 황교안 전 총리가 당 대표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대부분 의아해했지만 결국 그가 당을 접수했다. 그만큼 현재 보수정치권에는 차기 대권주자 인물이 없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황교안이라는 말이 계속 나오겠는가.

 

김 전 대표는 이번 판에는 확실히 몸이 달았던 것 같다. 예의 자존심 강하고 오만한 행보를 그렇게 보여주지 않고 두루뭉수리 꺾고 들어왔다. 이는 현재 보수세력에 황교안의 대안이 될 만한 사람이 없다는 점을 간파하고 황교안과 한번 합을 맞춰보고 싶은 욕심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어차피 김 전 대표는 '킹메이커'로 특화된 인생을 살았다. 쉽사리 움직이지 않는 김 전 대표가 공천권한도 받지 않고 모양새도 아주 우스워졌음에도 뒤늦게 총괄선대위원장 카드를 받은 것은 차기 대권의 킹메이커 자리에도 욕심이 크게 났기 때문일 것이다. 김종인으로서는 '마지막으로 서산을 붉게 물들이고 싶다'고 했던 김종필처럼 마지막 대권 도박을 위해 풀 베팅을 헸을 수 있다. 

 

앞서의 이상돈 의원은 김 전 대표의 목표에 대해 "본인은 두 번 정권(박근혜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 섭섭한 게 많으니까 이번에 다시 한번 미래통합당에 합류해서 다음 번 대선의 킹메이커가 되겠다는 그런 생각을 갖고 계신 것 아닌가 싶다"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문제는 이런 시나리오에 대한 여론의 반응이다. 누가 봐도 이 둘의 조합은 퇴행적이다. 수구적이다. 기득권 유지책이다. 국민들의 새로운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보수 기득권세력이 누렸던 강고한 권력 나눠먹기 사슬을 끊어야 한다. 김종인 카드는 그런 점에서 보수기득권의 확대 재생산이다.

 

창조는 파괴에서부터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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