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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성기노 칼럼] 어느 민주당 권리당원의 절규 본문

최근 더불어민주당 당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이었는데 이번 8.17 전당대회 예비경선 때 투표도 했던 권리당원이라고 밝혔다.
그의 목소리는 분노에 차 있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이제 갓 집권 1년을 넘겼는데 그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국민의힘보다 민주당 내부에서 더 크게 터져 나오는 것에 대해 상당히 격앙돼 있었다.
“(이 대통령에 대한 비난이) 상상 이상입니다. 윤석열 때보다 욕을 더 많이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분노에 가까운 상태입니다.”
“민주당을 지킬 수 있게 해준 건 국민들입니다. 그런데 당내 일부 인사들의 말에 꼴 보기 싫어집니다. 이제는 국민들이 더 깨어있고 쉽게 속지 않습니다.”
“(이 대통령 비난을 하는 것에 대해) 내 새끼에게 욕을 해도 남 앞에서 하면 못 참습니다. 공개적으로 하면 안 됩니다. 나라와 국민을 위한다면 직접 찾아가 얘기해야 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굉장히 힘들어합니다. 당 내부에서 이렇게까지 대통령으로 공개적으로 ‘까대기’ 하는 건 미친 짓입니다.”
이 권리당원이 울분을 토하는 지점은 민주당 내부에서 “이 대통령이 강단은 있지만 일 처리 면에서는 비판이 많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윤석열 때보다 더 분노하고 욕하는 건 참을 수 없다”라는 것이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유시민 작가 등 친문성향 장외 스피커들이 이 대통령을 흔들어대는 수준이 도를 한참 넘었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들의 정치적 성향이나 ‘습성’같은 것도 언급했다.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권리당원 등 오랫동안 당을 지켜온 사람들이 당에 대한 주인의식이 상당히 강하다고 한다. 그래서 조금만 ‘주인’ 눈에 어긋하는 일이 발생하면 그것을 참지 못한다고 한다.
이는 국민의힘의 전통적 지지층과는 다른 정치적 성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 당원들은 대통령이나 당 대표가 정해지면 대체로 그 현실을 수용하고 공개적인 비판을 자제하는 편인데 민주당의 ‘터줏대감’들은 당을 지켜왔다는 자부심 때문에 그들의 존재를 인정받기 원하고 누구도 당원들의 뜻을 거스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 대상에 당연히 대통령도 포함된다.
물론 이런 주장은 필자에게 전화를 한 권리당원의 개인적 ‘느낌’이긴 하지만 대체로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이 더 배타적이고 또한 ‘보수적’이라는 주장에 수긍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지금까지 민주당이 배출해온 대통령만 봐도 국민의힘이 이명박, 윤석열 등 장외에서 끌어온 외부영입 사례가 있지만 민주당에는 ‘외지인 대통령’이 한 명도 없다(2012년 대선 정국 때 안철수가 유일하게 될 뻔했지만 문재인과의 단일화 실패 후 사퇴하면서 없던 일이 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비록 비주류였지만 민주당에서 정치를 처음 시작했다. 당 내부에서 대권을 쟁취할 만한 인물이 없다면 외부에 눈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비록 지더라도 ‘내부자’를 끝까지 고집하는 것에는 민주당 전통 지지층의 배타적인 성향이 묻어 있는 것이다. 민주당 당원들은 자신들과 정체성이 다르다는 것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분노하는 묘한 문화가 있다.
지금도 친문성향 지지자들은 현재 이재명 대통령의 명확하지 못한 외연 확장 노선과 무분별한 보수 인사 영입 등을 두고 ‘당이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서도 친청-친문계 성향의 당원들이 이재명 대통령의 ‘정체불명 확장 노선’에 상당히 분노하며 ‘촛불을 들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런 민주당 당원들의 당에 대한 애착과 열정, 주인의식은 보수정권 아래에서 오랫동안 정치적 탄압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강력한 생존본능의 발현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또한 민주당은 오랫동안 단순한 정당이라기보다 민주화 운동과 시민사회의 흐름 속에서 성장한 정치 공동체의 성격이 강했다.
보수정권 시절 거리에서 함께 싸우고 선거에서 함께 패배하며 버텨온 시간이 길었던 만큼 당원들의 주인의식도 자연스럽게 강해졌다. 그래서 민주당에서 대통령은 절대 권력이라기보다 당원들이 함께 만들어낸 ‘대표 선수’이자 ‘동지’에 가까웠다. 대통령이라도 당의 가치와 노선을 벗어난다고 판단하면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문화가 형성된 것도 이런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그 전통은 민주당이 야당이던 시절의 미덕이었다. 집권당이 된 지금은 다른 숙제가 생겼다. 이상적인 집권당의 모습은 비판을 진압하는 정당이 아니라 비판을 국정의 에너지로 바꾸는 정당이다. 민주당이 100년 정당을 꿈꾼다면 이제는 투쟁의 문화에서 책임의 문화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비판은 자유롭게 하되 대통령의 리더십 자체를 부정하고 무조건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대안을 만드는 경쟁으로 이어져야 한다. 당원들의 비판이 민주주의를 건강하게 만드는 견제인지, 아니면 대통령의 국정 운영 에너지를 갉아먹는 내부 ‘소모전’인지는 100년 정당을 지향하는 민주당 당원들이 이제 스스로 답을 내놓아야 할 차례다.
”너무 화가 나서 전화했다“던 한 권리당원의 절박함이 특정 정치인을 위한 호소가 아니라 집권당이 스스로 무너져서는 안 된다는 울부짖음처럼 들렸다.
*이 글은 2026년 7월 24일자 투데이신문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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