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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성기노 칼럼] “국민의힘 초비상” 윤석열 한동훈 ‘동반 추락’ 시작됐다 본문
3월 21일부터 이틀간 22대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 등록이 시작됐다. 4월 10일 총선까지 20여일밖에 남지 않았다. 이제 웬만한 대형 변수는 선거 구도에 모두 반영돼 대략적인 큰 흐름이 잡혀가고 있다. 지난 2월에 국민의힘 지지율이 반짝 반등하면서 윤석열 정권 심판론이 묻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지만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파동이 일단락되고 전열도 재정비되면서 총선 태풍의 눈은 다시 ‘윤석열+한동훈’ 변수로 수렴되고 있다.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은 어떤 선거에서든 상수가 될 수밖에 없다. 1인 권력 집중에 따른 당연한 귀결이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할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50%에 육박하며 정권 심판론을 버텨주었기 때문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권 출범 직후부터 국정운영 평가에서 부정응답이 긍정보다 줄곧 높게 나타난 유일한 지도자다. 이런 윤 대통령의 일관된 ‘지지율 바닥’ 흐름이 22대 총선의 최대 상수임은 부정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은 집권 후부터 지금까지 노정한 국정운영 ‘독주’의 후유증을 이번 총선에서 톡톡히 치르고 있다. 그는 이번에 이종섭 호주 대사의 ‘귀국 조치’와 황상무 시민사회수석 ‘사퇴’로 단단히 체면을 구기고 말았다. 고군분투하던 한동훈 위원장의 ‘선거 방해 투정’에 굴복하고 만 것이다.
윤 대통령이 여당이나 외부의 ‘압력’에 굴복해 인사권마저 포기(황상무 전 수석은 사실상 경질된 것으로 봐야 한다)하거나 자신이 직접 임명해 외교업무를 수행하던 호주 대사를 ‘회의’를 명분으로 다시 불러들인 것은 ‘철옹성’ 윤석열에게 치욕적인 굴복으로 기록될 것이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이태원 참사’ 책임론으로 퇴진 압박을 받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끝까지 자르지 않을 정도로 인사에 관한 한 그 어떤 외력에도 굴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그 둑이 무너져버렸다. 국민의힘이 이번 총선에서 10석 이상의 의미 있는 승리를 거두지 못할 경우 윤 대통령은 완전히 뒷방으로 밀려나 조기 레임덕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의 2가지 요구를 모두 들어준 것은 총선 패배 책임론을 한동훈에게 뒤집어씌우려는 고도의 술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대통령 인사권까지 포기하면서 여당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었는데도 여당이 선거에서 패배했다면 그것은 대통령 책임이 아니라 일선에서 뛴 한동훈 책임”이라는 대응 논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이 선거의 핫이슈로 떠오른 해병대 채상병 사건의 ‘외압’ 장본인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무리하게 호주 대사로 임명해 ‘몰래’ 빼돌렸다는 의혹을 자초한 것은 이번 총선 최악의 패착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도주 대사 이종섭’ 논란은 총선 판에서 야당의 ‘노리갯감’으로 전락해 선거의 반전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다 윤 대통령은 비례대표 후보 선정을 놓고도 한 위원장에게 ‘판정패’한 셈이 됐다. 윤 대통령과 20년 검찰 인연을 맺어온 주기환 후보가 비례대표 당선권에서 물을 먹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윤심 메신저’인 이철규 의원이 공개적으로 반발한 것도 윤 대통령이 한동훈 위원장의 일방적 자기 사람 심기에 노골적인 불만을 ‘대변’한 것이었음에도 주기환 후보는 끝내 금배지를 달지 못하고 패퇴했다.
집권여당 비례대표 리스트에는 으레 ‘대통령 몫’이라는 게 있다. 하지만 여권 권력의 무게 추를 가늠해볼 수 있는 비례대표 명단에 ‘윤석열 우군’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총선 승리를 위한 대통령의 불가피한 후퇴라는 해석도 있지만 비례대표 후보 선정 논란은 윤 대통령의 여당 통제력 상실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이 총선에 ‘힘’을 보태기 위해 3월 21일 22번째 민생토론회를 개최하며 전국 투어를 하고 있지만 이 또한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빠진 채 민생을 핑계로 국민들에게 ‘그림의 떡’만 잔뜩 던져주고 있다는 비판이 대세를 이룬다. 특히 윤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아 “대파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 같다”고 말한 뒤 이어진 논란은 그의 국정운영 ‘능력치’를 웅변하는 기괴한 해프닝이었다.
살인적인 장바구니 물가에 지친 시민들은 황당하다 못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대통령이 지금까지 뭐 하고 있다가 마트의 대파 할인 행사를 물가대책이라고 내 놓는가”라는 비판은 한편의 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 윤 대통령의 고물가 대응 수준이 이 정도이니 정부의 경제난 대책은 안 봐도 뻔하다. 대통령이 총선에 도움은 안 될지언정 이처럼 사사건건 고춧가루를 뿌리며 지속적으로 악재를 만들어내는 것은 가히 ‘역대급 팀킬’이라 할 만하다.
지난 3월 20일 한동훈 위원장이 “최근에 여러분들이 실망한 부분이 많았던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문제나 이종섭 주 호주대사 문제를 저희가 결국 오늘 다 해결했다”고 ‘공개 선언’한 것은 여러 모로 상징적이다. 한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을 대신해 집권여당 ‘대표’가 사과를 하는 모양새를 연출함으로써 총선의 주도권을 완전히 자신에게로 끌어 당겨올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방임’과 ‘용인’ 아래 1인 권력으로 군림하고 있는 한동훈 위원장에게도 기대할 만한 것이 별로 없다. 윤 대통령이 ‘잇따라’ 사고를 치자 한동훈 위원장마저 동반 추락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윤 대통령이 저질러 놓은 온갖 악재 뒤치다꺼리만 하다 보니 자신의 ‘능력’마저 발현할 기회도 없어지고 단점만 더욱 부각되는 형국이다.
한동훈 위원장에게 딱히 ‘반전의 기적’을 기대할 만한 구석이 없다는 것은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에게 큰 불행으로 다가온다. 그는 ‘이재명은요?’ 전략과 ‘셀카 포즈’ 퍼포먼스가 우매한 대중들에게 먹히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 같다. 한 위원장은 현재 보수층과 중도층 사이에 끼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갈 길을 잃고 있다.
열혈 보수층들은 한 위원장이 대구 중남구 도태우 후보를 사퇴시킨 것에 대해 상당히 격앙돼 있다. 보수당 ‘대표’가 ‘좌파 선동 논리’에 현혹돼 그들의 ‘난전 유도’에 계속 휘말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 위원장이 강경보수의 압력을 막아내기는 했지만 이는 보수 고정 지지층의 이반을 부를 수 있다. 극우 유투버를 중심으로 ‘한동훈 교체론’이 계속 터져 나오는 것도 한 위원장의 당 장악력을 약화시키는 악재가 되고 있다. 한 위원장에게 한번 등을 돌린 강경보수 지지층이 선거 판에서 어떤 표심으로 나타날지 막판 변수가 될 것이다.
한 위원장으로서는 중도층을 잡기 위해 ‘5.18 망언’을 한 도태우 후보를 자를 수밖에 없었겠지만 중도층도 그에게 서서히 등을 돌리고 있다. 한동훈의 지도력과 국정운영 능력에 실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위원장은 기자들의 거의 모든 질문에 ‘이재명은요?’를 먼저 들이밀고 있다. ‘국민의힘 공천 교체율이 낮아 쇄신이 쇠퇴했다’는 질문을 받으면 ‘이재명 대표가 하고 있는 건 쇄신이냐’며 특유의 ‘깐죽 반문’을 자동응답기처럼 틀고 있다.
자당의 쇄신 의지에 대한 답변이 아니라 ‘상대도 못하는데 왜 나만 가지고 그러냐’는 유치한 트집 잡기 ‘동문서답’만 내놓고 있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한동훈 예상 답변’이 회자 되고 있다고 한다. 무엇을 물어보든 뻔하고 식상한 대답만 늘어놓아 기자들도 질린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말끝마다 종북세력 척결을 외치고 있다. 종북세력의 실체도 모호할 뿐만 아니라 그것이 국민의힘이 집권여당으로서 책임 있는 대안을 내놓는 것과 어떤 인과관계가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종북세력 척결이라는 관념적이고 정치공세적인 ‘앵무새 답변’으로 보수층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단견’은 국민을 우습게 보는 오만방자한 발상이다.
여권에게 가장 치명적인 것은 한동훈 위원장이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낼 능력도 없다는 것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한 위원장의 ‘정치인으로서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용산 대통령실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국정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조율과 여당의 대안 제시 능력 자체가 아예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총선을 불과 20여일 앞둔 현 시점은 ‘100미터 미남’으로 열광적인 박수를 받던 한동훈이 대중들에게 점점 가깝게 다가서자 국민들이 그의 ‘실체’를 알고 슬며시 뒷걸음질 치고 있는 형국으로 대변된다.
총선은 한동훈 대권주자의 경험무대가 아니라 국가 아젠다 해결 능력을 국민들에게 제시하고 그것을 심판받는 자리다. 한동훈이 대권으로 가기 위해 경험을 쌓는 기회라고 보기에 경제난과 물가고 당면 해결이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이번 총선은 생존이 걸린 국민들에게 너무도 절박하다.
2년여 집권 기간 내내 저조한 지지율을 보여준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에서 ‘혹시나’ 하며 기적을 바라고 있지만 ‘런종섭’과 ‘황상무 망언’, ‘민생토론회 쇼’ 등으로 여당에 재만 뿌리고 있다. ‘형님’이 저질러 놓은 일을 수습하기 위해 얼떨결에 총선에 뛰어든 한동훈은 자신의 무능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정치를 우습게 보고 질투와 우월의식만으로 무대에 난입한 검찰 출신 권력자 2인의 존망은 4월 10일 투표함이 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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