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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 칼럼] 22대 총선 예측, ‘정권심판론’은 작동할 것인가

성기노피처링대표 2024. 3. 6.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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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대통령 선거 다음날인 2022년 3월10일 오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선거대책본부 해단식에서 발언한 뒤 주먹을 쥐어 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대 혼돈이다. 22대 4.10 총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야 판세는 역대급의 대혼전이다.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여론조사 기관들의 결과가 비슷한 것이 아니라 아예 상반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유시민 작가는 이를 ‘데이터의 대충돌’이라고 표현했다. 지지율 우세 정당이 여론조사 기관에 따라 아예 다르게 나오는 결과만 놓고 보면 이번 총선은 예측이 무의미할 정도로 혼미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먼저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의 상승세를 보자. 갤럽이나 리얼미터 등의 기존 일반 여론조사 기관은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에 오차범위를 넘어 앞서가고 있다고 발표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2월 27일부터 29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40%, 민주당 33%로 집계됐다. 여기서 핵심은 국민의힘이 5개월만에 여야 지지율 격차를 7%포인트까지 벌리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리얼미터는 한발 더 나갔다. 국민의힘이 1년여만에 민주당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는 결과다. 리얼미터는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2월28일부터 29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에서는 국민의힘이 46.7%, 더불어민주당이 39.1%로 조사됐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2주 연속 상승했고, 민주당은 4주 연속 하락했다. 이는 작년 2월 3주차 이후 약 1년 만에 오차범위 밖에서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앞선 결과다(기타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위 두 가지 지표는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세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수치다. 이런 최근 일련의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세를 토대로 일부 정치전문가들은 국민의힘이 지난 21대 총선의 민주당 180석에 비견되는 압승을 거둘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압승의 ‘설레발’도 스멀스멀 나오고 있다. 최근 장성민 전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은 국민의힘이 160석을 차지할 것이라고 ‘천기’를 누설했다가 한동훈 비대위원장으로부터 옐로카드를 받기도 했다. 

야당에 불리한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터져 나오면서 언론들은 일제히 ‘민주당 지도부에 초비상이 걸렸다’는 보도와 함께 위기론을 설파하고 있다. 급기야 이재명 대표가 직접 대책 마련을 주문하고 나섰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 대표는 2월 4일 오후 지도부가 참여한 고위전략회의에서 당 전략기획국에 지지율 제고 방안은 물론 지역별 체감 여론 등을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월 5일 오전 청주 육거리시장을 방문, 떡볶이를 시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처럼 ‘일부’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민주당의 위기론이 도미노처럼 확산하는 모습이다. 여기서 ‘일부’라고 표현한 것은 나머지 ‘일부’ 여론조사는 여전히 국민의힘 열세와 민주당의 우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자료들이 주로 야권지지 성향의 ‘스피커’들과 일부 진보성향 매체에 의해 설파되고 있어 그 ‘객관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대표적인 인사가 유시민 작가다. 그는 ‘민들레’ 매체에 기고한 칼럼과 지난 3월 5일 방송된 MBC ‘100분 토론’ 등을 통해 현재의 최근 일반 여론조사 기관이 발표하는 결과에 대해 “데이터가 스스로 모든 것을 말하지는 않는다. 적절하게 해석해야 들리는 것도 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2월의 데이터만 보면 국민의힘 상승세가 눈에 들어오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여론조사 데이터 전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한다. 

유시민 작가가 주로 인용하는 기관은 MBC가 코리아리서치와 매달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패널 여론조사와 김어준이 대표로 있는 여론조사 꽃의 결과다. MBC가 코리아 리서치에 의뢰해 진행한 4차 패널 조사의 지역구 투표 의향과 정당지지도 결과, 정당지지도는 물론 지역구 투표의향 정당 문항에서도 3차 조사와 비교했을 때 유의미한 변화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월 들어 무섭게 상승곡선을 그린 리얼미터나 갤럽 등과는 상반된 결과다. 

유 작가는 여론조사 기관의 비용과 기법 등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화면접과 ARS, 백퍼센트 무선전화 조사와 유선 혼합 조사, RDD(무작위 생성 번호 전화걸기)와 가상번호 조사 등 방법이 제각각이고 조사 기간과 시간, 설문 문항과 샘플수도 저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MBC 선거방송기획단의 ‘여론M’은 “기술적으로 가능한 범위에서 그런 차이를 최대한 반영해서 여론 흐름을 보여주는 하나의 수치를 추출”하기 때문에 신뢰할 만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론조사 꽃의 경우 일반 여론조사기관에 비해 몇 배의 지출을 해 샘플수를 늘리고 조사 시간을 고르게 배분하는 등의 방법으로 더 정확한 결과를 내고 있다고 주장한다. 여론조사 꽃이 지난 2월 23~24일 양일간 실시한 전화면접 조사에서 정당지지도를 물었더니 더불어민주당 40.6%, 국민의힘은 여론조사 꽃에서 진행한 조사 이래 가장 높은 지지율인 37.7%으로 집계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서울 영등포구갑에 출마한 채현일 전 영등포구청장이 3월 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뉴타운 지하쇼핑몰을 찾아 떡볶이를 먹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런데 최근의 여론조사 꽃 결과도 국민의힘 상승세 지표를 나타내고 있다는 징후도 포착된다. 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 부원장 출신인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지난 2월 4일 여론조사 꽃 조사에서도 일부 서울 강세지역에서 민주당이 뒤진다는 보고에 민주당 수뇌부가 뒤집혔다는 ‘한국일보’ 보도에 대해 “여론조사 꽃에서도 뒤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매우 크게 뒤지고 있다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김어준의 여론조사 꽃은 다른 모든 여론조사에 비해서도 ‘진보층’이 과다 포집되는 특성을 갖는다. 그래서 진보-민주당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이어스가 큰 수치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여론조사 기관마다 상반된 차이를 보이는 결과에 대해 유 작가는 ‘데이터가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고 적절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유 작가는 ‘경험적 논리적 추론’도 강조한다. 윤석열 정권이 지금까지 보인 독단 정치와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대안 없는 ‘깐족 정치’, 그리고 여전히 ‘잔불’로 남아 있는 김건희 여사 디올백 의혹 등을 토대로 경험적 논리적 추론을 해보면 집권여당이 이번 총선에서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것인데 데이터는 그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럴 경우 “양쪽 모두를 의심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국민의힘이 2월을 기점으로 정당 지지율 상승곡선을 그리는 추세는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이것은 특정 요인에 의한 일시적 ‘착시현상’일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집권 후 초반 2달여를 제외하면 거의 2년여 동안 줄곧 국정운영 지지율의 부정평가가 60% 근방을 오르내렸다. 지지율도 30%대에서 오락가락하며 정권 출범 직후부터 조기에 민심을 잃었다. 그 흐름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은 윤 대통령의 지지율과 국정운영 부정평가가 의미있는 상승과 하강 곡선을 그리지 못하고 거의 제자리 정체에 있다는 각종 여론조사 수치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는 윤 대통령 지지율이 만년 30%대로 정체돼 있는데 국민의힘 지지율이 ‘한동훈 일시 효과’로 상승하는 디커플링 현상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총선은 국민들이 권력의 정권운영에 대한 평가와 미래 비전 창출에 대한 기대를 표로써 직접  그 의사를 나타내는 것이다. 동시에 대선 때 기대했던 것과 달리 오만하고 무도하게 국정을 독단 운영하는 권력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표출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것이 선거의 본질적인 기능이다. 지난해 10월 재보궐은 선거의 ‘권력 응징’ 기능을 말해주는 대표적인 예다. 

지난 1월 말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이 “이대로는 4월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패배할 가능성이 크다”며 “총선에서 정권심판론이 크게 작동한다는 믿음은 착각이다. 2004년 이후 치러진 5번의 총선 중 4번을 집권 여당이 승리했다. 2016년만 유일하게 여당(새누리당)이 패했는데 단 1석 차이였다. 윤 정부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지만 ‘한동훈·이재명 리더십’을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 역시 이 대표에게 호의적이지 않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지난 2022년 5월 29일 공개됐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총선에서 정권심판론이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민주당의 참패를 예상한 것이다. 총선에서 정권심판론의 작동 여부를 이전 선거의 결과로 예단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역대 정권 사상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무능과 독단의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윤 대통령이 불통과 오만, 독단으로 점철된 지도자라는 것은 국민들이 대선에서도 어느 정도 그것을 인정하고 선택했다. 

문제는 지금 국민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역대 최악의 경제지표와 저출산 등의 국가중요 정책에 대한 해결 능력에 대한 절망감이다. 반 토막난 경제성장률이야 인접 국가도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상 무정부 상태의 살인적이고 급작스런 물가상승과 거의 전 소득계층의 실질소득과 순자산의 감소는 민생경제가 파탄상태에 이르렀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총선에서 이런 중차대한 문제에 대해 그 어떤 솔루션이나 대안도 제시하지 못한 채 오로지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말장난’과 ‘파블로프의 강아지’같은 조건반사 야당 공격에만 의존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전국을 돌며 노골적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민생토론회’도 그 거창한 계획을 실현시킬 구체적인 대책이나 야당과의 협력 여부는 쏙 빠져 있다. 역대 정권 최초로 가족에 대한 특검을 거부한 윤 대통령의 민심 역주행과 검찰출신 ‘형 동생’들의 ‘내로남불’은 더 지적하는 게 손가락만 아플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정권심판론이 작동하느냐, 안 하느냐의 논쟁은 큰 의미가 없다. 그나마 4년마다 총선을 치르는 것은 선거 때마다 권력을 심판하고 응징하다 보면 ‘바꾸다 날 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집권 이후 국민들이 지금까지 목도한 이태원 참사, 새만금 잼버리 파탄, 엑스포 유치 수치 등만 놓고 봐도 표심의 기저에는 권력의 무능과 독주에 대한 분노와 응징의 불길이 흐르고 있다는 게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추론이다. 

문제는 야당이 국민들의 그 뜨거운 분노의 불길과 울화를 얼마나 선거판에 끄집어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반대로 여당은 그간 노정해 온 권력의 독주를 어떻게 희석시키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여야가 여전히 표심을 정하지 못하고 떠도는 무당층을 어떻게 잡느냐는 것이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때 전체 유권자의 20%를 차지하던 무당층은 선거가 다가올수록 감소할 것이다. 이들 무당층은 ‘어느 정당이 국민을 더 기분 나쁘게 했느냐’는 감정선에 따라, 그 분노를 표출하는 ‘해원(解冤)의 투표’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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