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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 칼럼] 서서히 ‘침몰’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교체론 급부상

성기노피처링대표 2024. 3. 14.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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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월 22일 오후 서울 구로구 오류동 소재 한 카페에서 행복주택 입주 신혼부부, 청년들과 간담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보통 선거는 투표일까지 2~3번의 판세 출렁임이 있다. 22대 총선의 1차 변곡점은 여야의 공천 과정에서 터져 나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비명횡사’ ‘친명횡재’ 논란이었다. 민주당의 지지율이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밖에서 밀리는 결과가 나오면서 야당은 크게 술렁거렸다. 윤석열 정권 심판론보다 ‘오만한 이재명 심판’이 지배할 것이라는 섣부른 예상도 나왔다. 

하지만 여야 공천이 마무리되면서 야당의 공천 파동이 어느 정도 진정되는 시기가 예상보다 빨리 찾아왔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공천에서 탈락한 비명계의 대규모 탈당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고, 중성동을 지역구를 ‘셀프공천’ 했다가 밀려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낙천 승복’ 등이 민주당 내홍의 흙탕물을 ‘자체 정화’의 흐름 쪽으로 틀어놓았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국민의힘 공천이 민심에 전혀 부응하지 못한 것도 민주당의 공천 파동 후유증을 경감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국민의힘 공천은 한 마디로 ‘김건희 방탄’ 콘셉트였다. 야당이 22대 국회에서 또다시 김건희 여사 특검을 요구할 경우 몸을 던져 맞서 싸울 수 있는, 그리고 지난 김건희 특검 공방에서 검증된 충성도 높고 믿을 만한 현역의원들만 대거 공천됐다. 

‘김건희 방탄’과 ‘현역 불패’로 요약되는 국민의힘 공천은 민주당의 ‘비명횡사’ 논란보다 훨씬 그 파급력이 높을 것이다. 갈수록 정치가 여야 1인 권력의 독주 독점 현상이 심화되면서 민심은 그에 상응하는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는데 국민의힘 공천은 그런 국민들의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윤석열 김건희’를 목놓아 외쳤던 의원들은 거의 대부분 공천을 받았다. 권력에 빌붙어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국민의힘 특유의 ‘보신주의’가 ‘김건희 방탄’을 매개로 ‘현역 불패’로 나타났고 이것은 그들만의 고질병이 또다시 드러난 것에 불과하다.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해 12월 29일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만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덕흠 의원(3선 보은·옥천·영동·괴산)이 경선에서 승리한 지 이틀 뒤인 지난 2월 27일 지역구 소방공무원 등과 함께 ‘당선 축하파티’를 연 것 때문에 논란이 된 점은 국민의힘의 권력 향유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박 의원이 “총선을 앞두고 사려 깊지 않게 행동해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고 송구스럽다”라고 사실을 인정하며 사과했지만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지역에 3선까지 한 ‘고인물 정치인’에게 또다시 공천해주는 ‘기득권 카르텔’이 국민의힘의 공천 수준인 것이다. 

국민의힘의 ‘무감동, 그들만의 리그’ 공천에 국민들도 완전히 등을 돌릴 태세다. 국민의힘에서는 민주당 등 야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거나 역전됐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나오자 위기론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그동안 ‘한동훈 사진 빨’에 고무돼 희희낙락하던 후보들 사이에서 ‘이 산이 아닌가벼’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8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7%를 기록해 전주(40%)보다 떨어졌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한 지난해 말 이후 이어져온 당 지지도 상승세가 일단 꺾이는 모양새다. 이런 하락세는 민주당의 공천 파동 반사이익이 소멸해가고 있는데도 그것을 대체할 만한 동력을 확보하지 못한 것에 기인한다. 

선거는 기세와 흐름의 싸움이다. 누가 기세를 매섭게 잡느냐, 누가 그 기세로 불리한 흐름을 단박에 바꿔놓느냐가 관건이다. 기세와 흐름은 국민이 상상하지 못하는 200%의 전력을 모두 쏟아붓는, 특단의 특단의 조치가 선제적으로 쏟아져야 그나마 조금 바뀔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국민의힘 현재 선거 전략은 사실상 백지상태라고 해도 무방하다. 오로지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원맨 사진쇼’에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말은, 한동훈이 무너지면 국민의힘도 같이 망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한동훈 위원장은 현재의 ‘난국’을 돌파할 능력이 있을까. 두 가지 이유에서 회의적이다. 정치판의 장수는 두 가지 강점을 필수적으로 가져야 한다. 먼저 민심 흐름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과 비전 제시 능력이다. 이는 정치 경험의 유무와는 별로 상관이 없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월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허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이 1988년 5공 청문회 때 초선 의원으로서 전두환, 장세동, 정주영 회장 등을 매섭게 몰아붙여 일약 스타가 된 것은 그가 정치 경험이 많아서가 아니다. 당시의 시대정신에 대한 고민이 그의 통찰력과 정치력을 끝없이 단련시켰고, 그런 평소 고뇌의 산물이 청문회장에서 자연스럽게 ‘발화’된 것에 불과할 뿐이다. 

한동훈을 노무현에 비교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하지만 한동훈이나 노무현 모두 정치 일선에 뛰어든 지 얼마 안 됐을 때 이미 두 사람의 정치 행보는 하늘과 땅 차이만큼 벌어지고 있다. 지금 한동훈 위원장이 유세에 나와서 떠드는 말의 9할은 ‘이재명 비난’이다. 어떻게 하면 적의 상처에 소금을 더 뿌려 아프게 할까만 생각하는 것 같다. 

노무현은 5공 청문회 당시 정주영 회장에게 질의할 때 비록 말속에는 뼈가 있었지만 정중하고 겸손한 태도를 시종일관 유지했다. 그것이 오히려 그의 점잖은 질책의 무게를 더 높여주는, ‘정치의 품격’으로 승화된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지금은 진영대결의 증오심과 상대 실정의 반사이익 추구로 정치의 품격을 찾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그럼에도 잃어버린 가치에 대한 희망과 기대 정도는 품을 수 있는 것 아닐까. 

이런 점에서 한동훈 위원장이 집권여당 선거 사령탑으로서 보여준 통찰력이나 시대정신에 대한 고민, 상대에 대한 존중은 백지에 가깝다. 윤석열 정권이 손 놓고 있는 살인적인 물가에 대한 대책이나 한동훈만의 경제 비전 제시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법무부 장관 그만 두고 바로 여당의 ‘대표’로 오면서 최소한의 공부량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동훈의 무지와 무능이 이번 총선에서 서서히 가라앉고 있는 국민의힘 침몰의 ‘최대 구멍’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리더의 위기관리 능력이다. 이것은 정치적 감각과 순발력에서 좌우된다. 어느 정도 타고나야 하는 측면도 있지만 이 역시 첫 번째 언급한 시대정신에 대한 고민이 녹아있어야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집권여당의 총선 수장 정도라면 선거판이 몇 번 급격하게 요동칠 때 그 변곡점을 간파해내는 능력과 그것을 과감하게 돌파하는 과단성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3월 4일 오후 충남 천안 백석대학교를 찾아 새 학기를 시작한 대학생들과 '타운홀미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런 점에서 한동훈 위원장의 위기관리 능력은 0점에 가깝다. 한동훈 위원장은 평생을 검사로 살아온 법조인 출신이다. 불법 탈법을 분간해내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기에 이 자리까지 올랐을 것이다. 그런 그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출국금지까지 내린 이종섭 전 국방무 장관(현 호주대사)의 호주 도피에 대해 “내가 (법무)장관 그만 둔 다음이다. 당대표 입장에서 설명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그 역시 도망을 쳐버렸다.  

한동훈 위원장은 자신에 불리하거나 ‘용산 대통령실’ 권부 핵심과 관련한 민감한 이슈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모른 척 하거나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 물론 한 위원장이 흙탕물에 발을 담가 더 지저분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확전을 피하고 있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채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은 윤석열 대통령의 ‘격노’까지 얽혀 있는 고난도 민감 이슈다. 

한 위원장이 그런 메가 이슈를 피하고 제 몸 하나 살기 위해 도망다니는 것은 명백한 책임 회피다. 그가 이 문제를 정면으로 끌어안고 해결해내지 못한다면 현재 국민의힘에서 이 골치 아픈 난제를 해결할 정치인은 누가 있을까. 미래권력으로 뜨고 있는 한동훈 위원장이 득이 되든 실이 되든 총선판을 관통하는 ‘도주 대사 이종섭’ 논란을 정리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몸만 사린다면 그는 미래권력이 아니라 현재권력 방패막이에 불과할 뿐이다.


 

한동훈 위원장이 집권여당 대표로서 지금까지 보여준 정치 퍼포먼스는 사진 촬영 때마다 포즈가 다양하게 바뀐다는 것 정도다. 이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한동훈 물갈이론’이 스멀스멀 피어나고 있다. “선거 판에서 다 죽게 생겼는데 한동훈이 대수냐”는 아우성이 후보들 사이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안철수 나경원 등의 대권주자급 후보들마저 이종섭 전 장관의 호주 도피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한동훈 결심’을 점잖게 압박하고 있다. 

애초 한동훈 위원장의 여당 ‘대표’ 등극은 윤석열 대통령에게로 몰려오는 쓰나미를 잠시 피하기 위한 ‘임시제방’에 불과했는지 모른다. 한동훈의 어깨 위에 윤석열 정권의 존망이 걸린 22대 총선의 성적표를 오롯이 얹어 놓기에는, 비전도 없고 용기도 없는 그는 너무도 버거워 보인다. 한 달 남은 선거를 뒤집을 만한 국민의힘의 ‘비상 카드’는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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