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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 칼럼] 이재명은 과연 민주당의 깃발이자 시대정신인가

성기노피처링대표 2024. 2. 29.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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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2월 22일 오후 국회 본관 당대표 회의실 앞에서 연 현안 백브리핑에서 공천 갈등과 관련 하위 20%에 해당된 의원들의 점수 공개 요구에 대해 동료 의원으로부터 0점을 받은 의원도 있다는 사례를 소개하면서 웃고 있다. (사진=MBC 영상 캡처)



더불어민주당이 22대 총선을 앞두고 대 혼란 속에 빠져 있다. 지난해 10월 재보궐 선거 압승 이후 총선 승리에 도취돼 점수를 야금야금 갉아먹더니 지금은 어느새 패배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 이후 지지율 40%를 넘어선 적이 별로 없을 만큼 민심을 잃었음에도 왜 민주당은 이 모양이 된 걸까. 

이재명 대표는 지난해 체포동의안 정국을 거치면서 ‘이러다가 한 순간에 날아갈 수도 있겠다’라는 위기감을 뼛속깊이 인식했다. 지난 2022년 8월 전당대회에서 77.77%의 압도적 득표율로 민주당 대표에 올랐지만 그의 지위는 대장동 사건 등의 ‘사법리스크’로 끊임없이 흔들렸고 불안을 노정했다. 

이 대표로서는 권리당원 등 핵심지지층이 자신을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있는데 당은 여전히 비명계들을 비롯한 일부 냉소적인 금배지들의 ‘견제’로 장외의 뜨거운 지지가 당내로까지 연결되지 않는 것에 상당한 불만을 느꼈을 것이다. 이런 당심과 금배지들의 지지 온도차를 해소하지 않고서는 이 대표가 영원히 당을 장악하지 못하고 겉돌 것이라는 위기의식도 팽배했다. 

이 과정에서 올해 초 발생한 이 대표에 대한 테러는 그를 마이웨이를 넘어 독단으로 가는 명분과 복수심을 극대화시켰다. ‘어차피 죽은 목숨인데 천운으로 살았으니 이제는 내가 원하는 대로 원 없이 한 번 해 보겠다’는 분기탱천의 결기와 복수심이 그를 지배했을 것이다. 이 대표가 올해 초 피습 사건을 계기로 완전히 달라졌다는 해석이 심심찮게 나온 것도 이 즈음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말 비례대표제 연동형 개정을 둘러싸고 한때 당 원로들의 조언을 수용하는 모양새로 통합과 화합의 리더십을 잠시 보여주는 듯 했지만 피습 이후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그가 의지하고 멘토로 모시던 이해찬 전 대표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공천만은 주라고 간곡하게 부탁했지만 일언지하에 거절한 것만 봐도 그가 이번 총선 공천전쟁에서 어떤 ‘투쟁심’으로 임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운데)가 2월 22일 공천 파동이 한창인 가운데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정부질문 시작 전 같은 당 문정복 의원(왼쪽 두 번째)과 기념 촬영을 하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대표를 응원하는 핵심 지지층은 이번 총선 공천을 ‘역대급’으로 평가하면서 ‘이 대표가 정말 잘 하고 있다’고 반색한다. 이 대표는 자신이 지지층으로부터 끊임없는 응원과 칭찬을 받고 있음에도 여전히 일부 ‘편향된 언론’과 비명계들의 저항이 마치 민주당의 전체 분위기인 것처럼 ‘매도’되자 이쯤에서 그런 갈등 자체와 절연하는 게 소모적인 논란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을 했을 것이다. 

‘줄 것은 주고 우리가 취할 것만 확실히 취하자’는 게 이 대표와 친명계의 이번 총선 공천 기본 콘셉트다. 이를 두고 뭐라고 할 수도 없다. 이 대표로서는 70% 이상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 대표에 등극했기 때문에 민주당을 ‘이재명 당’으로 만드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대응이자 심지어 당원들의 ‘언명’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다. 

이런 민주당의 현실과 이 대표의 ‘곤궁함’을 잘 요약해서 정리해준 사람이 바로 정청래 최고위원이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지난 2월 28일 비명계가 공천 심사 과정에서 불공정 논란을 제기해 파열음이 나는 것과 관련해 “친노, 친문은 되고 친명은 안 되나”라며 사자후를 토해냈다. 정 최고위원은 “지금 민주당의 깃발이고 상징은 단연 이재명 대표”라고 밝히면서 “정치계도 신인 정치인이 노쇠된 정치인을 밀어내고 교체된다. 이것이 시대흐름이고 시대정신이다”라고 역설했다. 

그의 ‘일장연설’은 ‘공천 독재’ 논란으로 흔들리던 이재명 대표와 민심에 눈치 보기를 하던 민주당 핵심지지층의 가슴에 다시 불을 지르는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가 많다. 핵심지지층들은 ‘속이 확 뚫렸다’며 이재명 대세몰이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정 최고위원이 “4년 전 총선에서 친문이 아닌 국회의원 후보가 있었나. 다 문재인 이름을 걸고 국회의원이 되고 당선되지 않았나. 그런데 이재명은 안 되나. 이것은 시대 흐름에 대한 몰이해고 역행”이라고 강조한 점이 눈에 띈다. 이재명이라고 안 될 까닭은 하나도 없다. 더구나 전당대회에서 77%라는 역대 최고 득표로 당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군계일학’인데 왜 하필 이재명에게만 ‘대통령은 언감생심’이라는 주홍글씨를 새기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정청래의 피 토하는 연설은 타당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월 28일 비명계 의원들의 탈당 행렬에 대해 "입당도 자유고 탈당도 자유다"라고 논평했다. (사진=채널A뉴스 유튜브 캡처).

 


하지만 정 최고위원의 시대정신이라는 핵심 워딩을 보면서 과연 민주당의 시대정신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민주당의 시대정신이 이재명이라는 정청래의 열변은 과연 적절한가. 그가 이재명 호위무사라서가 아니라 당심의 압도적인 지지로 보나 민주당의 대권주자 이력을 보나 이재명이 이 시대의 정신이자 민주당의 간판스타라는 데 이견은 없다. 

다만 민주당의 시대정신을 굳이 이재명 대표 ‘개인’에 국한시켜 성역화 하는 정청래의 편향적이고 왜곡된 시각이 과연 민주당이 본래 가지고 있던 ‘다양성’과 ‘공정’의 가치와 부합하는지는 따져볼 여지가 있다. 김대중 정권 시절 동교동계는 차기 정권재창출을 놓고 온갖 지략을 짜보았지만 웬만한 인물을 찾지 못했다. 워낙 김대중의 카리스마가 압도적인 면도 있었고 정대철 김상현 등은 김대중에 비해 정치력이나 리더십이 턱없이 부족했고 또한 무능했다. 

동교동계가 가까스로 찾아낸 인물이 이인제였지만 그는 ‘김영삼의 황태자’였다가 변절해 민주당까지 넘어온, 허물이 많은 주자였다. 그럼에도 동교동계의 펌프질과 작업으로 그는 경선 레이스 초반 부동의 1위를 달렸지만 결국 무명에 가까운 노무현에게 대선후보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지금의 이재명 대표를 능가하는 압도적인 정치력과 당내 장악력을 보여주었다. 그가 욕심만 더 냈다면 이인제를 대권후보로까지 밀어 올리지 못했을까. 하지만 김대중은 개인과 동교동계의 욕심을 떠나 민주당의 정권재창출 가능성을 제 1의 가치로 여겼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와 별로 인연도 없던 ‘비주류’ 노무현을 대권후보 보증수표인 장관(해양수산부)에까지 등용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김대중은 요즘 유행하는 ‘선당후사’를 통해 정권재창출을 이뤄냈다. 비록 노무현이 집권 직후 대북송금 특검으로 은혜를 원수로 갚는 격이 됐지만 그럼에도 김대중은 노무현 장례식에서 가장 뜨거운 눈물을 쏟았을 만큼 그를 가슴 깊은 애정으로 대했던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월 2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과 김대중을 동일한 잣대에 놓고 비교 평가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하지만 현재 이재명 대표가 이 시대의 민주당 시대정신이라면 김대중이 동교동계 측근들의 반발과 반대를 무릎 쓰고 노무현을 ‘공정한 경쟁’의 무대 위로 올린 것 또한 민주당의 가치와 시대정신을 오롯이 실천한 선당후사의 전형이라고 확신한다. 

지금 이재명 대표는 당을 완전히 친명계 범벅으로 칠하기 위해 비명계 고사 작전에 여념이 없다. ‘개는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찐명’ 김병기 의원의 거만한 일성은 이재명의 심중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다. 여기에다 차기 이재명에게 도전할 대권주자들의 싹도 빈틈없이 자르고 있다. 공천에서 가차없이 탈락시켜버린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차기 적합한 대통령감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이재명이 이 시대의 정신이자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을 이어갈 민주당의 적자라고 생각한다면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동지의식 정도는 가져야 한다. 그것이 민주당의 진정한 가치이고 또한 시대정신이다. 이 대표에게 선당후사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그가 ‘포스트 이재명’을 생각하고 민주당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씨감자마저 갈아엎어 누구도 먹지 못하게 만들어버리는 파괴자의 길로 가서는 안 된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씨감자만은 먹지 않았던 우리 선조들의 희생정신과 내일을 준비하는 혜안을 이재명과 친명계가 되새겨야 한다. 

이재명은 공천에서 탈락한 의원을 향해 ‘0점도 있었다’며 히죽거리는 강심장의 소유자다. 그렇기에 ‘변방’ 경기도에서 튀어 올라 60년 역사의 민주당을 접수하고 대권후보 ‘재수’까지 넘보는 최강자가 되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이재명을 핵심지지층은 열렬히 응원한다. 비로소 당이 이재명 당이 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재명은 마치 오늘만 살 것 같이 무도하게 점령군 행세를 하지만 공정의 가치와 다양성은 민주당을 평생 지킬 소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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