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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 칼럼] ‘이준석에 눌린 이낙연...’ 제3지대 신당은 성공할까

성기노피처링대표 2024. 2. 10.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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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원칙과상식 조응천 의원, 새로운선택 금태섭 공동대표 등이 2월 9일 오전 서울 용산역에서 설 귀성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거대 양당 체제를 깨기 위해 합종연횡을 엿보던 제3지대 정당과 신당 추진 세력들이 설 연휴 첫날인 2월 9일 전격 통합을 발표했다.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 이낙연 대표의 새로운미래, 금태섭 대표의 새로운선택과 이원욱 조응천 의원의 원칙과상식은 이날 ‘같은 버스’를 타고 총선 종착역에 도착한다는 합의를 이뤄냈다. 

설 명절 밥상에 어떻게 해서든 제3지대 정당 이슈를 올려야 한다는 절박함과 급박함 때문에 그동안의 주도권 기 싸움을 뒤로 물리고 일단 ‘개문발차’를 한 것으로 보인다. 합의 전날 밤까지도 통합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했던 4개 세력은 9일 오전 서울 용산역에서 합동 귀성 인사를 진행한 뒤 이원욱 의원실에 다시 모여 협상을 계속한 끝에 오후에 합당을 전격 발표했을 만큼 통합은 극적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이들이 가야 할 길은 너무도 멀고 지난하다. 일단 정치공학적으로 볼 때 창당과 공천 과정에서 정파 간 주도권 쟁탈전으로 총선 전에 조기 와해될 가능성도 있다. 제3지대 통합 발표가 이뤄진 뒤 대부분의 언론 헤드라인은 ‘이낙연의 통 큰 양보’였다. 이준석 대표는 “이번 통합은 이낙연 전 총리의 큰 결단으로 많은 쟁점이 해소됐다. 이 전 총리의 결단에 사의를 표한다”고 특별히 사의를 표했다.

사실 이 전 총리로서는 차기 대권이라는 더 웅대한 목표가 있기 때문에 총선 판에서 어떻게 해서든 기사회생의 전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제 정파를 잘 ‘버무려’ 대권 비빔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정치력을 최대한 발휘해야 하고 양보와 배려를 해야 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준석 대표는 앞으로 짱짱하게 기회가 남아 있어 이 전 총리보다 서두를 필요가 없다. 이런 양자 간 절박함의 차이가 이 전 총리의 ‘통 큰 양보’(라 쓰고 마지못해 수용이라고 읽는다)를 이끌어 냈다고 할 수 있다. 

이준석 대표는 자신이 ‘네이밍’한 개혁신당으로 제3지대를 사실상 모두 ‘접수’해 통합의 대표자라는 상징적 이익을 챙겼고, 향후 제 정파를 자신의 휘하로 두고 총선을 주도해 나가는 실질적 명분을 얻었다. 반면 이낙연 전 총리는 꺼져가는 제3지대 신당 창당의 불씨를 되살리는 데 일단 만족했다고 볼 수 있다. 제3지대의 통합신당 출범 자체가 무산되면 가장 몸집이 큰 대권주자였던 이낙연의 정치생명이 사실상 끝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2023년 12월 30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회동을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런데 이낙연 전 총리가 이준석 대표의 ‘과도한 요구’를 무조건 받아주는 모양새가 되면서 향후 제3지대 신당의 불안정성은 더욱 커지게 됐다. 이 전 총리로서는 통합 전 양보한 자신의 몫을 창당 과정에서는 확실히 만회하고 챙기겠다는 열망과 부담감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또한 ‘새파란’ 이준석 밑으로 들어가는 모양새가 연출되면서 자존심이 상할 데로 상한 이낙연의 ‘표정 관리’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나이는 어리지만 노회한’ 능구렁이 이준석을 ‘엄중 젠틀맨’ 이낙연이 어떻게 살살 구워삶을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이런 양측의 입장 차이는 향후 정책 수립과 공천 과정 등에서 필연적인 감정싸움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개혁신당 깃발 아래 이낙연까지 발밑에 깔고 총선을 치르게 된 이준석 입장에서는 자신이 총선판을 ‘당연히’ 주도해야 한다고 믿을 것이고, 이낙연은 ‘정치 짬밥’으로 보나 화려한 경력으로 보나 자신이 제3지대 간판이 돼야 한다는 ‘꼰대 기질’을 본능적으로 발동할 것이다. 

더 나아가 이낙연 입장에서는 이 전 대표에게 살살 구슬려서 어떻게 신당 창당까지는 왔지만 ‘이준석에 눌렸다’는 굴욕을 계속 견뎌내기 쉽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어린 준석이’를 자신의 발 아래로 보고 있을 이낙연의 인내심이 이준석의 ‘깐죽거림 만렙’을 언제까지 버텨낼지도 관전 포인트다. 

두 번째 제3지대 신당의 변수는 보수와 진보의 강제 ‘정략결혼’이 낳을 부작용이다. ‘제3지대 신당 버스’가 각 정파들간의 그 어떤 정책적 공감대나 정치이념의 공유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오로지 ‘윤석열과 이재명에 대한 분노’만으로 성공의 종착역까지 가는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국민들은 ‘이준석 양향자’, ‘이낙연 김종민’, ‘조응천 이원욱’, ‘금태섭 류호정’이 버무려 낼 비빔밥의 ‘정책과 가치의 재료’가 과연 무슨 맛일지 전혀 알지 못한다. 하지만 4개 정파는 일단 비빔밥을 만들기만 하면 맛은 당연히 좋다는 식으로만 접근해 어떻게 꾸역꾸역 합의해서 설 명절 밥상에 던져놓기는 했다. 그들은 일단 섞기만 하면 맛있을 거라고 내심 기대하겠지만 국민들은 제3지대 비빔밥의 맛이 그들의 입맛에만 맞을 뿐 민심의 기호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원칙과상식 이원욱 의원(왼쪽부터), 새로운선택 금태섭 공동대표, 개혁신당 김용남 정책위의장, 새로운미래 김종민 공동대표가 2월 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연단으로 향하고 있다. 개혁신당, 새로운미래, 새로운선택, 원칙과상식 등 제3지대 4개 세력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통합신당(가칭) 합당 방안에 합의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또한 제3지대가 가장 혐오하는 거대 양당의 기득권 유지 전횡과 정치 이권 담합 체제를 그들이 깰 자격이 있는지도 회의적이다. 국민들은 여전히 제3지대의 급조된 신당 창당이 겉으로는 거대 양당 체제 타파를 내세우지만 속모습은 ‘비빔밥’을 어떻게 해서든 대충 만들어 자신들의 ‘총선 금배지 밥상’에 날름 올릴 것이라고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 

더구나 이준석 이낙연 등에게는 ‘팬덤’까지는 아니더라도 고정 지지층이 제법 있는 편이다. 이들 지지자들이 과연 제3지대 창당 과정에서 양 극단을 오가는 ‘짬뽕밥’ 정강 정책과 공약 등에 대해 완전한 입맛의 합일을 보일지 회의적이다. 또한 ‘통합’이라는 이름 아래 억지로 지지층에게 복종과 수용을 강요하는 것은 민주주의 정신에도 어긋난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후보 공천 지분 싸움도 언제든 제3지대 신당이 두 동강 날 수 있는, 하나같이 시한폭탄같은 이슈들이다. 

제3지대 신당의 성공 열쇠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거대 양당 체제가 보여준 구태의연하고 수구 기득권적인 행태들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으면 된다. 그 첫 걸음은 제3지대 신당의 ‘대표’들과 그 구성원들의 과감한 자기희생과 헌신이다. 특히 이준석과 이낙연은 금배지와 대권에 초월해 오로지 거대 양당 타파와 정치개혁의 물꼬를 트는 것에만 매진하고 있다는 ‘진심’을 국민들에게 끊임없이 각인시켜야 한다. 

제3지대 신당이 그렇게 진정성이 있다면, 그래서 이준석 이낙연 김종민 조응천 이원욱 금태섭 류호정 가운데 일부라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제3의 인물’ 발굴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들도 조금 ‘감읍’할 수 있겠다. 단순히 국민의힘과 민주당에 실망한 중도층이 투표장에서는 ‘할 수 없이’ 신당을 찍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만으로는 국민들의 표심을 절대 설득시킬 수 없다. 

 

지난 2021년 12월 4일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상임선대위원장 겸 홍보미디어본부장을 맡은 이준석 대표가 부산 유세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날 윤 후보는 이 대표에게 "전권을 드리겠다"라고 밝히며 "한국정치 백년사에서 최초로 나온 30대 당대표와 제가 대선을 치르게 된 것이 후보로서 큰 행운"이라고 밝혔다. 또한 윤 후보는 "이 대표가 계획하신 부분을 전적으로 수용해서 이런 옷을 입고 뛰라면 뛰고, 이런 복장을 하고 어디에 가라고 하면 가고 그렇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와 함께 부산을 방문 중인 윤 후보가 전날(12월 3일)까지 불거진 두 사람 간의 갈등이 반복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돼 대선 유세의 새로운 전환점이 됐다. (사진=국민의힘 제공)

 


제3지대 신당에 그나마 고무적인 것은 여전히 여론조사 지표에서 그들에 대한 국민들의 ‘일말의 기대감’이 부표처럼 선거판을 떠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26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제3지대 정당 후보가 많이 당선되기를 바라는 응답자는 24%(국민의힘 민주당 지지율은 33%로 같았다)였다.

이는 제3지대 정당 후보 지지율이 거대 양당에 근접하는 ‘희망적인’ 조사 결과다. 제3지대 신당이 순탄한 창당으로 ‘바람몰이’를 할 경우 현재의 거대 양당 구도를 위협하는 최대 변수가 될 수도 있음을 말해주기 때문이다(기타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준석과 이낙연의 ‘통 큰 합의’는 노태우-김영삼-김종필의 3당 합당 이래 보수와 진보의 최대 결합이다. 당시 ‘3당 합당 비빔밥’은 대권주자 3인의 ‘릴레이 정권교체’ 야심과 확실한 지지층이 그 든든한 밑반찬이었다면 이번 이준석-이낙연의 제3지대 신당 합의는 보스에게 차였거나 보스가 되지 못한 패배자의 미련한 복수극에 더 가깝다. 3당 합당 때보다 각 대표들의 정치적 중량감이나 당의 규모 자체도 현저하게 떨어진다. 

그럼에도 보수와 진보가 이념과 정책의 공조 실험을 통해 유의미한 협치의 결과물을 생산해낸다면 이번 총선에서 국민들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윤석열-이재명 양당 거두 체제의 적대적 공생이 낳은 ‘정치 실종’을 이준석과 이낙연의 ‘짬뽕 비빔밥’이 과연 되살려 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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