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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 칼럼] 한동훈이 절대 성공할 수 없는 이유 3가지

성기노피처링대표 2024. 2. 13.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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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월 8일 오전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에서 열린 따뜻한 대한민국만들기 국민동행 사랑의 연탄 나눔 행사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해 12월 26일 취임해 2월 13일이면 50일째가 됩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실정과 저조한 지지율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또다시 검사 출신 한동훈 위원장에게 자신들의 운명을 송두리째 맡겼습니다. 당내에 3선 이상의 중진들이 즐비함에도 큰 선거 때마다 외부에서, 그것도 평생을 유죄냐 무죄냐의 이분법적 사고를 해오던 검사 출신들만 데려와 ‘우리 금배지 좀 달게 해주세요’라고 읍소하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여당 정치인들이 지금까지 정치를 얼마나 한심하게 해왔는지 알 수 있게 해줍니다. 

 

그럼에도 한동훈 위원장은 비상대책위원회 수장으로 취임한 이후 컨벤션 효과와 ‘뉴페이스’ 전략으로 반짝인기를 얻으며 지지율도 나름대로 선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동훈이라는 실제 정치인에 대해 과대포장된 측면과 ‘착시현상’, 그리고 지지율 거품도 만만치 않게 끼어있습니다. 

 

한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비상대책위원장에 취임하기 전 기존 정치의 구태의연한 ‘여의도 사투리’를 지양하고 자신은 ‘나머지 5000만이 쓰는 언어를 쓰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한 위원장은 국민의힘 수장이 된 이후 누구보다 가장 적극적으로 여의도 사투리와 문법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습니다. 

 

정치에 처음 입문한 사람들이 느끼는 가장 생경한 장면이 바로 ‘포토타임’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언론에 릴리스 되는 사진에서 자신을 돋보이게 할까 항상 연구합니다. 여당 모 중진의원은 평소 매너도 좋고 점잖기로 소문이 나 있지만 포토타임만 되면 사람이 돌변한다고 합니다. 사진의 주인공이나 ‘센터’를 기가 막히게 찾아내 빛의 속도로 그 자리를 ‘선점’하는 기술을 본 사람들은 그의 순발력과 ‘두꺼운 얼굴’에 혀를 내두른다고 합니다. 

 

한 위원장 역시 여의도 문법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인들의 ‘사진 연출’에 대해 어색해하지 않고 부드럽게 연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영민한 한 위원장이 공개석상에서 카메라 앵글까지 의식하며 발언을 조절하는 것이나 국민들과의 셀카 샷을 주도하는 장면들을 보면 웬만한 프로 정치인 뺨칠 정도로 노련하고 숙련된 ‘기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인재영입 환영식에서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과 셀카를 촬영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아이폰 대신 준비한 갤럭시를 꺼내 촬영했다. (사진=연합뉴스)

 

또한 현재 온라인에서 한 장관의 ‘키높이 구두’ 실착 여부로 뜨거운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점이나 뿔테 안경을 능숙하게 소화하는 패션 스타일은 정치를 콘텐츠나 진정성이 아닌 이미지와 아이템으로 대결해 보겠다는 얄팍한 속내가 엿보입니다. 

 

이번 설 연휴 정치권의 공방은 난데없는 ‘한동훈 얼굴 연탄 검댕’이었습니다. 한동훈 위원장은 지난 2월 8일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을 찾아 국민의힘 지도부와 함께 저소득층 가정에 연탄을 나르는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요즘같이 국민들의 정치 수준이 높은 세상에서 뽀얀 ‘범생’의 얼굴에 연탄 검댕이 묻은 모습에서 서민적인 풍모를 느꼈을 법한 국민들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지만 이 생경하고 ‘위선적’인 장면을 능숙하게 소화한 한 위원장의 연기 실력을 보면서 ‘그동안 정치를 하고 싶어서 어떻게 참았을까’ 하는 애처로운 감정이 들기도 합니다. 

 

나름 기존 정치와 차별화하겠다는 한 위원장이 대놓고 ‘서민 코스프레’를 시전하자 야당에서도 뿔이 난 모양입니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왜 옷은 멀쩡한데 얼굴에만 검댕이 묻었을까”라며 한 위원장 얼굴에 묻었던 검댕이 인위적인 연출이라는 주장을 했습니다. 민 의원 주장에 야당 지지층이 호응하면서 뜨거운 이슈가 됐고 현장 영상에서도 한 위원장 얼굴에 누군가 검댕을 묻히는 장면이 포착되면서 사실 공방으로 이어졌습니다.

 

급기야 여당도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한동훈 위원장의 연탄 봉사를 폄하하려고 ‘일하는 티’라는 둥 왜곡하고 조롱하기까지 했다. 하다하다 ‘연탄 정치쇼’까지 등장했다”고 발끈하면서 설 연휴 최대 정치 이슈는 ‘검댕’이 돼 버렸습니다. 우리 정치의 한심한 수준이 이제는 놀랍지도 않습니다. 

 

사실 정치권에서 연탄배달 봉사나 쪽방촌 방문 등은 대표적인 ‘가난 마케팅’ 아이템으로 통합니다. 새 정치를 부르짖으며 호기롭게 나선 검사 출신 여당 ‘대표’가 비어있는 수레에 ‘홍보용 사진’으로 사용하기 위해 들러붙은 주변의 ‘당 관계자’들과 만면의 웃음을 띠며 힘겨운 포즈를 짓는 장면을 보노라면 과연 이 봉사활동이 누구를 위한 ‘쇼’인지 의구심이 듭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월 8일 서울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을 찾아 연탄이 가득 실린 손수레를 끌며 연탄 나눔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마이뉴스는 한동훈 위원장이 봉사활동을 했던 백사마을을 다음날 찾아 주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다고 합니다. 어떤 주민은 “정치인들의 봉사는 진짜 조용히 자원봉사를 하러 온 사람들과 비교된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주민은 “마을이(정치인 방문으로) 언론에 보도되면서 (가난을) 파는 것처럼 보여요”라고 지적했습니다. “평소에는 정치인들이 서민들에게 무관심하고 이야기도 들어주지 않다가, 명절이나 선거 직전 달동네나 재래시장에 들르는 건 생색내기로 보인다. 살기 좋은 마을인데 언론 보도를 통해 마을이 가난하게만 보도되는 것이 싫다”는 것입니다. 

 

당시 한 위원장이 “일부러 안 묻혀도 된다”고 말했지만 그 또한 ‘검댕’이 주는 시각적 서민 효과에 ‘미필적 고의’로 동조했음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한 위원장이 그렇게 비난하던 여의도 사투리 문화를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습득하며 자기 것으로 체화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가 손에 꼽을 정도임에도 굳이 정치인들의 단골 ‘가난 코스프레’ 촬영지인 마을을 찾아가 기존 방식대로 사진 찍고 심지어 검댕까지 묻혀가면서 ‘쌍팔년도 홍보영상’을 찍었어야 했는지, 이것이 그가 말하는 5000만의 언어인지 궁금합니다. 

 
 

한 위원장의 구태의연한 이미지 홍보 정치도 문제이지만 그가 과연 어떤 철학과 비전으로 이 나라를 이끌어가려 하는지, 그것도 불분명합니다. 이것은 ‘검댕’ 논란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입니다. 한 위원장의 정치개혁안 하나만 봐도 그가 이 문제를 얼마나 즉흥적인 대증요법으로 접근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한 위원장은 △재판 지연 국회의원의 금고 이상 형 확정 시 세비 반납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국회의원 정수 50인 축소 △당 귀책으로 인한 재보궐 선거구 무공천 원칙 △출판기념회를 통한 정치자금 확보 금지 등 5가지 정치개혁안을 국민의힘 정치개혁 시리즈로 공약한 바 있습니다. 세비 반납이나 의원정수 축소안 등은 기존 정치권이 기회 있을 때마다 내놓은 단골 아이템입니다. 야당이 반대하면 추진도 못 하는, 현실성도 떨어지는 이야기입니다. 

 

한 위원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의 정치철학과 비전을 설파하고 국민들을 설득하는 데 진력하지 않고 오로지 ‘반민주당’ ‘586 운동권 특권정치 청산’만 ‘기우제 주술’처럼 외치고 있습니다. 검찰 출신에다 공정의 전도사 역할을 자임해온 그는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서는 그 어떤 전향적인 태도도 보이지 않습니다. 한 위원장은 성역 없는 권력 수사로 검찰에서 그 ‘정치적 웨이트’를 키워 집권당 수장에까지 올랐지만 정작 윤석열 정권에서는 ‘내로남불’의 구태를 답습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월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허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위원장은 이렇다 할 비전이나 식견이 없다 보니 오로지 상대를 공격하는 ‘혐오 정치’로 자신의 콘텐츠 부재나 무능을 덮으려고 합니다. 정치권에서는 '운동권 청산' 프레임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운동권 세대의 특권의식에 비판적인 2030 세대나 60대 이상은 이미 국민의힘 지지층에 포함돼 있습니다. 

 

문제는 4050 세대를 위시한 중도층의 향방인데 그들은 이미 정치권에서 여러 번 써먹은 운동권 청산 프레임에 쉽게 공감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안이 무엇이냐”는 주제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운동권 세력이 정치에 끼친 ‘공과’는 역사의 흐름과 선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습니다. 한 위원장은 벌써부터 정치를 구호와 혐오로만 해결하려고 하는 ‘여의도 사투리’를 능숙히 구사하고 있습니다. 한동훈만의 해결 방식과 대안을 구체적으로 내놓고 이에 대해 국민들의 평가를 받지 않는 이상 운동권 청산론은 허망한 구호에 불과합니다.


 

 

한동훈 위원장의 리더십과 정치 철학이 국민의힘에 그대로 이식되고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현재 여당 지지율과 한 위원장의 지지율은 긍정적으로 동조하지 않고 오히려 그 격차가 벌어지는 ‘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동훈=국민의힘’이라는 등식이 성립하지 않고 오로지 한동훈 개인의 1인 플레이만 난무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동훈 위원장의 정치력과 리더십이 국민의힘 전체를 통솔할 능력과 역량이 부족하다는 방증입니다. 이에 대해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여의도 개혁을 위한 본인(한 위원장)의 진정성 있는 발언들을 계속해서 해나가고 있는데 거기에서 지금 후속 조치가 당이 지금 못 따라가고 있는 측면이 (있다)”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한동훈 위원장은 말로는 5000만 국민의 언어를 쓰겠다며 기존 정치와 차별화하려고 하지만 실제 행동은 연말연시 정치인 단골 메뉴인 연탄 배달에 ‘검댕’까지 묻혀가며 프로 연기자들 못지않은 쇼맨십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광경은 윤석열 대통령이 온갖 미사여구로 현란한 ‘입 정치’를 하고 있지만 정작 국정운영 방식은 ‘불통’으로 얼룩진 장면과 어쩌면 그렇게도 닮았을까요. 

 

(여성경제신문 2월 13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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