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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 칼럼] ‘윤석열 공정’에 심판의 조명탄을 쏘아 올린 22대 총선

성기노피처링대표 2024. 4. 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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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023년 12월 11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올라 출국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2대 총선이 불과 일주일 정도 남았다(4월 3일 현재). 역대 총선이 있을 때마다 중요하지 않은 선거가 있었을까. 여야는 자신들이 총선에서 패하면 당장 나라가 망할 것 같이 ‘반 협박’으로 표를 달라고 으름장을 놓았지만 나라가 망하기는커녕 점점 발전해 ‘선진국’이 돼 가고 있다. 

하지만 이 ‘선진’이라는 단어 속에 함축된 진정한 ‘선도국가’의 의미에 대해 국민들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선진이라는 단어 속에는 오랜 시간 동안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 평등과 공정의 축적을 이뤄낸 결과물이라는 의미가 함축돼 있다. 후진국일수록 공정은 권력자의 자의적인 통치 수단으로 쓰일 때가 많고 국민들의 평균적 삶의 질은 떨어지고 빈부의 격차는 극심하게 나타난다. 

지금 우리의 모습에서 선진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낯설고 생경하게 다가온다. 특히 공정의 아젠다는 이전 정권 때보다 훨씬 더 후퇴했다는 지적이 많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놓은 공정은 오로지 정적을 제거해 자신의 권력을 철옹성으로 구축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이용되고 있다. 대통령 가족이나 자신의 불법이나 외압 의혹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외면하고 깨끗한 척을 한다. 

반면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일가족에 대한 수사는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무자비하고 가혹했다. 이는 물론 조국 대표와 그 가족의 도덕성이나 불법을 저지른 행태를 변호하는 차원의 문제 제기가 아니다. 조국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법정에 선 당사자들이 사법부 판단에 따라 그 죗값을 확실히 치러야 하고 조 대표의 대권 도전 자체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럼에도 조국 대표가 자신의 억울한 정치적 박해에 대한 개인 원한을 해소하는 장으로 총선을 이용하려는 시도는 정치 사회의 공익적 측면에서 볼 때 큰 해악이 될 수도 있다. 총선을 관통하는 아젠다가 고물가와 경제난 등의 대처에 대한 사회적 합의 수렴의 과정이 아니라 ‘3년은 너무 길다’는 조국 대표의 개인 한풀이 차원에만 머문다면 새로운 정책의 제시와 대안 마련이라는 선거의 본질적 효용성이 심각하게 저해될 수도 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4월 1일 오후 경기 성남시 수인분당선 야탑역 1번 출구 앞 유세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필자 개인적으로는 조국 대표의 이번 총선 참여는 시기상조일 뿐 아니라 그 명분도 없다고 본다. 사법적 판결(대법원 최종심)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근신하고 자중하는 것이 법무부 장관까지 지낸 일국의 사회지도층 인사가 처신해야 할 최소한의 국민에 대한 예의이자 참회의 표출일 것이다. 

사회지도층 인사들만이 누릴 수 있는 ‘금수저 네트워크’를 가지지 못한 수많은 학부모들은 조국 대표와 그 가족들의 ‘당연한’ 기득권 행사에 분노했고 절망했다. 우리 사회에 ‘공정’에 대한 본질적 의문을 던지게 한 조국 대표와 가족들의 입시 비리 불법은 청와대 민정수석과 장관까지 지낸 조국 대표가 평생을 두고 반성하고 사회에 갚아야 할 천형이자 채무인 것만은 확실하다. 

조국 대표가 자신을 둘러싼 불법성의 허물을 완전히 벗은 뒤 정치에 뛰어들었다면 그때까지 기다려준 국민들은 그를 다시 평가할 것이고 조국 대표 또한 떳떳하고 당당하게 정치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국 대표는 그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이번 총선에서 ‘급발진’한 것이 결과적으로 시의적절한 선택이 되고 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그동안 윤석열 정권으로 당했던 핍박에 대한 복수심으로 똘똘 뭉쳐 시종일관 분노의 주먹질을 지르고 있다. 결국 이번 22대 총선은 조국의 판이 돼 버렸고 공정이라는 아젠다가 여야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최대의 대치 전선이 돼 버렸다. 

그런데 22대 총선이 온통 공정의 훼손에 대한 논란과 윤석열 대통령의 극악무도한 내로남불 권력 전횡에 대한 분노의 심판대가 된다고 해서 그것이 우리에게 꼭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다고 할 수는 없다. 국민들은 살인적인 물가지수와 경제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그 중차대한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해줄 권력을 새롭게 이번 선거에서 창출해야 한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안다. 

 

윤석열 대통령이 1월 15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성균관대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세 번째, 민생을 살찌우는 반도체 산업’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국민들은 경제보다 공정이라는 화두가 우리 사회의 ‘선진’을 가로막는 더 중대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그런 흐름이 조국당의 열광적인 회오리바람으로 나타나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도 참을 수 있지만 모든 것을 가진 권력자의 내로남불 불공정 전횡만은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것이 이번 22대 총선을 관통하는 강력한 구도이자 바람인 것이다.

사실 보수적 논객들은 이번 22대 총선이 ‘묻지마 분노 표출’의 선거가 돼 가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선거는 국민들의 원한을 푸는 ‘해원의 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들은 선거가 국민들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과 대안의 사회적 합의 과정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이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윤석열 정권 출범 2년을 거치면서 공정의 훼손이 국민들의 일상에 어떤 해악을 주고 있고, 그것이 사회 경제 문화 등의 발전에 얼마나 심대한 장애물이 되고 있는지를 목도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총장 재직 시절 조국 대표의 입시 비리 의혹 등에 대한 수사로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 행태를 정면으로 건드렸고 그 동력으로 최고의 권좌에까지 올랐다. 

그 자신이 공정의 최대 전도사임을 자임했고 국민들은 정치의 1도 모르는 ‘순진한’ 검찰총장 검사를 대통령의 자리에까지 밀어 올려 주었다. 우리 사회에 무너진 공정의 기준을 다시 세우라는 준엄한 언명이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돌변했다.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고 야당과는 철저하게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며 독주와 오만의 리더십을 시전했다.

국민들이 조국 대표의 자녀 입시 비리 유죄와 사회지도층 인사의 타락한 도덕성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조국당을 광폭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조국의 문제보다 윤석열과 그 가족들의 뻔뻔하고도 파렴치한 내로남불 행태가 더 큰 사회 해악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조국당이 ‘3년은 너무 길다’는 단순하고도 비타협적인, 어찌 보면 대안도 없이 ‘일단 몰아내고 보자’는 과격한 ‘운동’을 전개하는 것이 정책 선거의 본질적 존재 이유를 벗어난다고 해도, 국민들은 조국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내로남불을 대신 심판해준다고 인식하는 것은 우리 정치에 불행한 일이다. 

 

2019년 7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국당은 정책 정당이 아니라 일종의 ‘권력 응징 정당’이다. 벤처회사의 ‘단타 전략’은 도박에 가깝다. 여전히 불가능해 보이기는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무너지면 조국당은 그 존재 이유를 상실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어느날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개과천선’의 통합과 협치의 리더십을 시전할 경우 조국당은 어떤 전략으로 대응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메뚜기도 한철’인 조국당에 광적인 지지세가 모이는 것은 그만큼 윤석열 대통령이 초래한 파렴치한 불공정 행태와 내로남불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와 응징의 열망이 넓고 깊기 때문이다. 

이런 민심을 탓할 수는 없다. 그 최대 수혜자가 조국 대표가 되는 것도 공정과 도덕의 기준으로 볼 때 불행한 일이다. 그럼에도 22대 총선은 윤석열 정권에 대한 응축된 분노가 폭발 직전에 있다. 윤 대통령과 그 가족에 대한 법적 잣대와 조국 대표로 대변되는 정적들의 법적 잣대 등가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균형점을 잃었다는 것이 이번 22대 총선을 대하는 국민들의 판단이자 선택이다. 집권여당과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들의 엄청난 저항과 원망을 불러온 ‘총선 응징 사태’에 대해 철저하게 반성하고 자각해야 한다.


 

조국 대표가 22대 국회에서 원내에 입성하면 여의도는 또다시 난장판이 될 것이다.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조국당의 존재 이유는 윤석열 정권 타도이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여야의 협치나 타협, 대화는 불가능하다. 민주당이 180석으로 출발했지만 지금 비례대표정당 지지율에서 조국당에까지 밀리는 이유도 윤석열 정권의 내로남불 행태에 맞서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국민적 실망감의 표출이다. 이런 점에서 조국당이 22대 국회에서 어떤 자세로 임할지는 명약관화다. 

이것이 바로 22대 총선의 불행의 시작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기가 쏘아올린 공정의 조명탄을 오로지 적 진영에만 투하하다가 이번 총선에서 폭망 직전까지 몰리고 있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자신이 낳은 ‘투쟁의 괴물’ 조국 대표와 죽기살기 식 생존의 전쟁을 벌여야만 한다. 불공정의 허물을 오로지 적들에게만 뒤집어씌워 대통령과 가족의 안녕을 도모하려 했던 윤석열의 어리석은 정치의 말로는 이전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생사의 전장터가 될 것이다. 대통령의 잘못된 선택 하나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큰 해악을 끼치고 있는지를 이번 22대 총선이 웅변하고 있다. 자업자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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