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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 칼럼] 22대 총선과 윤석열 ‘검찰 정치’의 종언

성기노피처링대표 2024. 4. 11.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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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재임 시절인 2020년 2월 1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지검장 및 선거 담당 부장검사 회의 참석자들과 오찬을 마친 뒤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2대 총선이 집권여당 국민의힘의 대참패로 막을 내렸다. 이번 총선은 투표율이 67.0%로 32년만에 역대 최고치를 찍었고 1987년 직선제 이후 현직 대통령이 임기 내내 여소야대를 겪어야 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특히 투표율이 코로나19로 정권지원론 열기가 뜨거웠던 21대 총선보다도 높았다는 것은 그만큼 윤석열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어이없는 폭정과 지리멸렬 무능에 국민들이 열이 받아 있었고 그 분노와 울분이 직접 투표행위로까지 이어진 역대급 정권심판 선거였다. 

그렇게 총선은 끝났고, 이제는 민주당의 시간이다. 국민들은 21대 총선에서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에게 180석을 안기며 코로나19 재앙을 제대로 수습하라고 명령했다. 그런데 이번 22대 총선에서도 190석(범야권 전체 의석수)을 넘겨주며 또 다시 민주당을 선택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년 동안 저질러 놓은 의회 정치의 파행과 비정상적 국가 운영을 제자리로 되돌려 놓으라는 준엄한 명령이다. 

우리 정치의 퇴행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그만두고 사의를 표명하던 2021년 3월 4일부터 이미 예견됐다. 윤 대통령은 총장 사의 표명 하루 전날 ‘보수의 심장’인 대구를 방문해 정치 참여의 발톱을 슬쩍 보여주는 치밀함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내공 있는 정치평론가들마저 ‘설마 검사만 하던 사람이 감히 대통령에까지 욕심이 있을까’ 하며 반신반의했지만 신림동 고시원 시절 사법시험 9수를 하면서부터 배태됐을 수도 있는 윤석열의 ‘장래희망 대통령’을 간파하기에 그들은 너무도 어리숙했고 순진했던 것 같다. 

그렇게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힘을 접수했고, 딱 ‘0.7% 운’으로 대권을 잡았고, 이준석을 쫓아냈고, 용산에서 ‘사랑하는’ 김건희 여사와 함께 무소불위 권력을 마음껏 휘둘렀다. 거칠 게 없었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8월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각각이 헌법기관인 여당 의원들을 자신의 발아래 두고 권력의 오만과 위세를 마음껏 뽐냈을 때 이미 정치는 없었다. 그 빈자리에는 국민위에 군림하는 ‘벌거벗은 임금님’의 뒤틀린 욕망과 무자비한 지배만이 남았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모두 머리를 조아리고 건배잔을 양손으로 공손하게 받드는 의원들을 보면서 정치가 우습게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고개를 숙이던 의원들은 땅을 보면서 ‘총선 공천장 받을 때까지만 참자’는 생각을 꾹꾹 눌러 담았을 것이다. 필자는 이번 22대 총선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참패한 것은 당연한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하지만 집권여당이 역사에 기록될 만큼 철저하게 무너진 작금의 거대한 패배 원인은 윤 대통령의 ‘검사 정치’와 ‘윤핵관’의 ‘기생충 정치’가 빚은 불행이자 비극에서 비롯되었다고 믿는다. 

 

국민의힘 한동훈 총괄선대위원장 등 당 지도부가 4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그만두고 언론플레이를 슬슬 하다가 4개월여 만인 6월 29일 드디어 정치 참여 선언까지 한 것은 결코 ‘국민이 그를 거기까지 밀어올린 것’이 아니다. 고시원 시절부터 동생들에게 술 사주고 밥 사주면서 ‘보스 형님’ 기질을 마음껏 뽐냈던 윤 대통령은 검사 재직 26년 동안 머릿속에 온통 ‘나도 정치를 할 수 있다’는 빗나간 권력욕과 ‘여의도’에 대한 무시와 오판이 그 스스로 정치 무대에 뛰어들게 했던 근본적인 동인이었다고 본다. ‘믿을만한 동생’ 한동훈을 총선 빅매치를 앞두고 집권여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파격 선택한 것도 ‘검사 정치’의 전횡에서 나온 황당하고 어이없는 결과였다.  

하지만 손바닥에 왕자를 새길 정도로 대통령의 욕망이 들끓었던 윤석열에게 대운이 찾아온 것은 그에게도 불행이었고 국민의힘에게도 불행이었다는 것이 이번 총선 대참패로 입증되었다. 윤 대통령은 이번 패배로 레임덕보다 더 심각한 권력공백 현상인 ‘데드덕’까지 가는, 식물 정권의 허수아비 지도자로 전락했다. 또한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보다 후보들 면면이 더 낫다’는 평가까지 받았던 꽤 능력 있는 일부 국민의힘 후보들은 제대로 한번 싸워보지도 못하고 ‘윤석열 심판’ 바람에 추풍낙엽으로 떨어져 나갔다. 

그런데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권 야망’에 제대로 불을 지른 장본인은 바로 윤핵관들이었다. 윤 대통령을 정치에 참여하도록 이끌고 꼬드겼던 ‘윤핵관’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총선 폭망과 정치의 실종을 낳은 ‘무능한 지도자’ 윤석열도 존재했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윤 대통령이 정치 참여를 선언할 때 그의 대담함과 무모함에 대해 비판적이기보다 여의도에서 의회 정치로 잔뼈가 굵은 ‘윤핵관’들의 무책임하고 파렴치한 ‘기생충 정치’가 더 혐오스러웠고 극도의 거부감마저 느껴졌다. 

2021년 6월 29일 윤 대통령이 정치 참여를 선언할 즈음 필자는 정기 칼럼에서 “윤핵관과 윤 대통령의 관계는 이념과 가치로 연대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이해관계로 얽혀있기 때문에 배신과 분열의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또한 ‘유.무죄 이분법 전문가’ 윤석열과 ‘대화와 타협’ 의회 정치의 결합은 너무도 이질적이고 무모하게 보였다. 검사 출신이 정치를 모르기도 하지만 대화와 타협이라는 의회정치 본령을 이해하고 그 과제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윤핵관들은 그런 ‘일반적인’ 회의나 우려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장제원이 윤 대통령 서초동 아파트에서 라면 대접을 받으며 희희낙락 대권 이야기를 했을 때부터 ‘윤석열의 가치와 비전’을 공유하는 정치는 이미 설 자리가 없었다. 윤핵관의 ‘권력 흑심’과 맞게 윤 대통령 또한 애초 정치에 참여할 때 가치와 통합의 정치 실현보다 그에게 온갖 아부나 떠는 ‘아랫사람’들과 술 마시며 권력을 향유하는 것에만 관심을 가졌는지도 모른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1년 3월 3일 검찰총장 사퇴 발표를 하루 앞두고 대구고검과 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권영진 대구시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랫동안 여의도에서 수많은 대권주자들의 명멸을 지켜본 윤핵관들은 윤석열 ‘검사’가 지지율만 높을 뿐 전혀 검증되지 않은 인물임에도 뻔뻔하게 그를 보수정당의 대권주자로까지 밀어 올렸다. 그 지지율이 얼마나 허망하고 헛되다는 것은 이번 총선에서 대권주자 지지율 2위를 달리던 ‘한동훈의 참패’를 통해 알 수 있다. 윤핵관의 무도하고 이기적인 ‘윤석열 선택’은 산소호흡기에 의존하던 그들의 기득권 정치를 단 1초라도 더 연장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 그 어떤 공적 의식이나 책임감같은 것은 없었다. 

윤핵관은 그들의 권력 기득권을 연장하기 위해서라면 영혼까지 팔 기세로 윤석열을 철저하게 떠받들고 아부했다. ‘쓴 소리’는커녕 언제나 예스맨의 복종에 충실했다. 불행하게도 윤 대통령에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보좌진들과 밤샘 토론을 하며 전략을 수립하고 국정을 챙기는 따위의 성숙한 정치의식도 없었다. 윤 대통령이 주먹질 파이팅으로 ‘전진’을 외치면 모두들 우르르 따라갈 뿐이었다. 자신의 직을 걸고 ‘야당 대표와 한 번이라도 만나 협치를 하라’고 간언하는 윤핵관이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은 이미 22대 총선 대참패를 예견하는 전조였다. 

이준석은 2022년 9월 국민의힘 대표직에서 쫓겨난 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윤석열’과 ‘윤핵관’의 관계를 저격한 바 있다. 당시 이준석은 “‘윤핵관’은 상황에 자신을 맞추는 최고 달인들이다. 그들은 냄새를 기가 막히게 맡는다. 대통령과 함께 라면 끓여 먹고 술 마시면서 분위기 맞추다 그리됐을 거다”라고 비판한 바 있다. 

윤핵관들이 권력의 냄새를 기가 막히게 맡는다는 것은 ‘윤석열의 성공’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금배지 생명 연장에 대한 끊을 수 없는 탐욕의 추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혹시 집권해서 장관까지 시켜주면 금상첨화다. 22대 총선 공천 과정을 한번 복기해보자. 공천이 확정되기 전까지 윤핵관들을 비롯, 초선 재선 가릴 것 없이 국민의힘 의원들 중에 윤 대통령의 무능과 폭정에 대해 단 한 번이라도 ‘아니오’라고 공개 비판을 한 정치인이 있었나. 없었다. 

하지만 윤핵관을 비롯한 국민의힘 유력한 현역 의원들은 22대 총선 공천장을 손에 딱 쥐자마자 태도가 돌변했다. 윤 대통령이 ‘대파 875원’ 논란 등으로 선거를 앞두고 잇단 ‘사고’를 쳤을 때 윤핵관들이나 의원들 중에 대통령의 편에 서서 한번이라도 옹호하거나 지원해주는 사람들이 있었나.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8월 28일 인천에서 열린 2023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 만찬에서 발언하자 윤재옥 김기현 의원 등이 주먹을 들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물론 선거 정국이라 표 날아가는 언행을 삼가는 게 이해가 가지만 윤핵관들에게 윤석열의 권력 용도는 딱 22대 총선 공천장 수여 때까지였다. 이번 총선에서 윤핵관들이 대부분 공천을 받아 영남 등 꿀 빠는 지역에서 생존해 화장실에서 혼자 웃고 있을 장면과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 위기 수준의 대 폭망으로 보수언론마저 ‘용도폐기’ 한다는 불안과 공포에 혼자 떨고 있을 장면은 너무도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윤핵관들이 앞으로도 윤 대통령을 돕는 척 하겠지만 22대 총선 전과 같은 우직하고 한결같은 충성심을 시전할까. 오히려 끈 떨어진 윤석열 대통령에게 서서히 등을 돌리며 모른 척 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윤핵관들은 금배지를 포기하면서까지 지킬 윤석열의 가치나 비전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언제든 배신할 준비가 돼 있다. 오로지 아랫사람들 위에 군림하면서 1시간 중 59분을 혼자 떠드는 맛에 정치를 하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윤핵관들도 지금까지 딱 그것에 맞는 충성심만을 보여주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국민의힘 총선 참패의 복기는 다양하게 나올 것이다. 필자는 윤핵관들이 그 달콤한 금배지 기득권 정치의 유혹으로 윤석열 대통령 지지도에 들러붙어 한국 정치를 근 3년 동안 퇴행시키다 못해 질식시켜버린, 그래서 32년만에 최대로 국민들을 투표장에 집결시켜 ‘윤석열 아웃’을 외치게 한 그 국가적 재앙 야기에 대해 분노를 금치 못한다.


 

이제 민주당의 시간이 왔다. 21대 국회에서 180석으로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는 뼈아픈 교훈을 거울삼아 22대 국회에서는 딱 한 가지 해야 할 절체절명의 국정 과제가 있다. 바로 검찰 개혁의 재개다. 다시는 윤석열 대통령이나, ‘혹시나’ 하며 집권여당의 운명 전체를 통째로 맡겨버린 ‘얼치기 국민 문법’ 한동훈같은 ‘검사’들이 ‘하찮은 정치판’을 기웃거리지 않도록, 그래서 무너져버린 의회 정치의 주춧돌을 소중한 마음으로 다시 일으켜 세우도록 민주당은 뼈를 깎는 자성과 매진을 해야 한다. 

22대 총선의 국민 명령은 ‘검찰 정치’를 당장 끝내고 와해된 의회 정치를 복원하라는 것이다. 다시는 윤석열, 한동훈같은 ‘정치 검사’들이 의회 정치를 퇴행시켜 국가적 재앙 사태를 재연하지 않도록 검찰 시스템을 철저하게 개혁해야 한다. 이제는 이재명 대표가 그 검찰 개혁 과제를 잘 수행하고 추진하는지 끊임없이 감시하고 비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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