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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 칼럼] 새벽 2시에 ‘좋아요’ 누르는 윤석열의 자기관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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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 칼럼] 새벽 2시에 ‘좋아요’ 누르는 윤석열의 자기관리

성기노피처링대표 2024. 1. 18.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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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물러난 뒤인 2021년 6월 29일 노트북을 이용해 SNS계정을 생성하고 있는 모습. 윤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고 본격적인 메시지 정치의 시작을 예고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SNS에서 "여러분께 더 가까이 다가가고 더 자주 여러분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처음으로 SNS를 시작했다"며 "언제든지 어떠한 얘기라도 좋다. 마음을 다해 여러분과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윤석열 전 검찰총장)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17일 새벽 2시 신평 변호사의 ‘나의 때가 지났다’는 내용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에 ‘좋아요’를 남겼던 일이 알려져 정가에 작은 화제가 됐다. 신 변호사는 이 글에서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을 남겼지만 국정 최고 지도자가 한 ‘장삼이사’의 SNS에 몸소 ‘좋아요’를 날려주신 것에 감읍했는지 “(윤 대통령이 ‘좋아요’를) 누른 시간을 보니까 새벽 2시더라. 윤 대통령이 얼마나 노심초사하면서 그때까지 안 자고 이것을 보시는가 싶으니 내가 참 할 말이 없다”는 따뜻한 화답을 남겼다. 

이 ‘가십’을 좋게 보자면 윤 대통령이 그 바쁜 국사에도 불구하고 새벽 2시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가 한때 자신이 ‘정치 멘토’로 삼았던 신 변호사의 사소한 글 하나까지 챙기는 따뜻한 인간미를 미담으로 삼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윤 대통령이 새벽 2시까지 잠도 안자고 SNS에 ‘좋아요’를 누를 정도로 ‘온라인 세상’에 과 몰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혹자는 “윤 대통령이 유튜브에도 푹 빠져 있다는데 새벽 2시 ‘좋아요’를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지난해 7월 개각 때 김영호 통일부 장관(구독자 24만명)이나 김채환 국가공무인재개발원장(구독자 54만명) 등이 유명 보수 유튜버 출신임을 상기하면 윤 대통령이 새벽 2시까지 온라인 검색의 바다를 유영하면서 전국의 숨은 인재들을 찾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온.오프라인을 활발하게 오가는 대통령의 왕성한 ‘활동량’을 탓할 계제는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새벽 2시까지 ‘좋아요’를 누르고 잠을 안 자면 다음날 국가 중대사는 세밀하게 잘 챙길 수 있을지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또한 평소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 윤 대통령이다 보니 밤늦게까지 통음을 하면 다음날 국정을 제대로 보살필 여력과 체력이 될지 궁금해 하거나, 급기야 대통령의 출근시간을 체크해보자는 유튜버가 생겨나기도 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출근 시간을 아침마다 체크하던 한 유튜브 채널은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접속차단 조치를 당했다. 방송통신심의위 여당 추천 위원들은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기록하는 것은 경호처법 등 현행법 위반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며 해당 콘텐츠에 대한 시정요구 및 차단 조치를 결정했다고 한다. 

 

신평 변호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슬픔의 의미'라는 제목의 시에 윤석열 대통령이 `좋아요'를 눌러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진=신평 변호사 페이스북 캡처)

 


윤 대통령의 동선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만큼 그 보안과 비밀유지가 생명인 것은 백번 인정한다. 하지만 국민들이 윤 대통령의 하루 일정이나 출근시간까지 걱정해야 할 정도로 국가 최고 지도자의 자기관리가 느슨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새벽 2시에 잠도 안 자고 누르는 ‘좋아요’를 보면서 국민들은 대통령이 국정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잡사’에 너무 매몰돼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표할 수도 있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기간 동안 그 좋아하는 막걸리는 물론 어떤 술이라도 공식 만찬 건배주 이상은 마시지 않았다는 ‘전설’은 적어도 5년 동안은 ‘노무현 개인’보다 5000만 국민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오롯이 쓰겠다는 다짐이었을 것이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시바스 리갈과 막걸리를 가리지 않는 애주가였지만 그 외 대통령 가운데 술을 ‘두주불사’로 즐기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이는 국정 최고 지도자이자 공직자가 5년 동안 국민을 위해 지속적인 봉사를 하기 위한 최소한의 ‘몸만들기’이자 국민을 경외하고 존중하려는 작은 ‘몸짓’이었을 것이다. 

윤 대통령의 개인 시간에 대해, 출근시간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비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도 공무원인데 업무시간 외 개인의 자유를 향유할 권리가 있고 실제로 24시간 국민만 생각한다는 것도 우스운 이야기다. 하지만 심심찮게 들려오는 윤 대통령의 ‘비밀스러운 동선’을 접하면 당혹스럽고 왠지 그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인상을 받는다. 

지난해 12월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이 “우리 대통령님께서 네덜란드에서 계속 전화를 저녁 11시부터 (새벽)2시까지 그 후로 밤새도록 (전화를)…”이라고 발언한 것이 한 언론을 통해 알려져 파문이 인 적이 있었다. 당시 이 매체는 한 울산 지역 정치인의 말을 인용해 “박 의원은 평소에도 ‘대통령과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는 자랑을 했다”고도 전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정치권에서는 박 의원이 ‘윤심을 팔고 다닌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박 의원은 이에 대해 “대통령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는 모습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라고 해명했다. 대통령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는 모습에 국민들은 그 과도한 열정에 탄복을 할까, 아니면 초 단위의 일정을 날마다 소개하는 대통령의 ‘루틴’과 엄정한 자기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할까.

 

윤석열 대통령과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이 차담을 나누는 모습.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부친이 별세했을 때 조촐하게 가족장으로 치를 예정이기 때문에 조문객의 방문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빈소를 방문한 첫 번째 인물은 윤핵관이 아닌 윤 대통령과 검사시절부터 인연을 맺은 박성민 국회의원이었다. 박 의원은 국민의힘 당 지도부보다 앞서 조의를 표했다. (사진=박성민 의원실 제공)

 


윤 대통령이 늦은 밤에도, 새벽에도, 날을 세우면서까지 일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그의 건강을 해할 수도 있지만 공식일정을 벗어난 야심한 시간에 중대한 국정과제가 즉흥적으로, 변칙적으로 결정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루틴과 공식일정에 충실한 모습을 날마다 시계추처럼 보여주는 것이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국정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도 담보해줄 수 있다는 것은 오래된 의전 상식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로봇처럼 자신들의 동선과 종일 일정을 충실히 따르는 것도 그런 노력에서부터 국정운영의 돌발변수가 제거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낮밤을 가리지 않고 하루종일 국정운영에 매달리는데 지지율은 왜 30% 대에서 2년 동안 맴돌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정작 대통령이 의무적으로 반드시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구렁이 담 넘듯이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자기편의적 태도다. 윤석열 대통령과 용산 참모들이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개최 여부를 두고 심각한 장고에 들어간 모양이다. 윤 대통령의 공식 기자회견은 2022년 8월 이후 1년 5개월간 중단된 상태라 올해 신년 기자회견은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지난해 연말부터 가능성이 부쩍 거론됐지만 1월 말을 향해하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도 개최 여부를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한 보수언론의 정치부장이 윤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며 그에 대한 비판 칼럼을 쓰면서 기자회견 취소가 기정사실화 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후 대통령실은 그 매체에다 다시 ‘단독’을 줘 “윤 대통령이 17일 오후 주요 수석비서관들과 핵심 참모를 불러 신년 기자회견 개최 여부를 놓고 난상 토론을 벌였고 곧 신년 기자회견에 대한 방침이 정해질 것”이라며 기자회견 취소 보도를 뒤집었다. 윤 대통령과 참모들이 신년 기자회견을 두고 과감하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를 짐작해보면 아무래도 김건희 여사 명품 백 수수 의혹과 특검법 거부가 기자회견 전체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거라는 우려 때문일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만나기도 싫은’ 기자들을 앞에 두고 하기도 싫은 말을 억지로 해야 하는 고역을 꾸역꾸역 해마다 했던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 요소인 권력의 견제와 균형을 존중한다는 상징적인 의미에서다. 그 기자회견이 아니면 국민들이 묻고 싶었던 것, 국민들이 의심스러워하는 것들을 묻고 답할 기회도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8월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대통령에게 듣는다'에서 취재진이 질문하기 위해 손을 드는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역대 대통령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거의 해마다 신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던 2008년 한 차례 신년 기자회견을 했지만, 취임 후에는 별도 회견 없이 참모들만 참석한 가운데 신년 국정 연설을 해마다 발표했다. 

윤 대통령도 ‘이명박 스타일’을 따르려고 하는 것일까. 윤 대통령은 현재 ‘민생토론회’ 형식을 통해 파격적인 대형 정책들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총선이 열리는 해에 윤 대통령이 여당 득표에 유리하도록 ‘표퓰리즘’을 남발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지만 용산은 이를 개의치 않는 듯하다. 신년에 열리는 민생토론회를 대통령 기자회견과 퉁 치자는 의도도 엿보인다. 

하지만 대통령이 자기 할 말만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민생토론회는 의미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민생도 토론도 없는 선거용 홍보쇼’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고, 윤 대통령이 쏟아낸 각종 대형 정책들은 야당의 협조 없이는 재원 마련이 어렵거나 입법이 제한되는 반쪽짜리 헛공약에 불과할 뿐이다.


 

윤 대통령은 새벽 2시에 한 ‘촌로’의 별스럽지도 않은 글에까지 ‘좋아요’를 남기는 꼼꼼함을 가지고 있는데 왜 국정과 민생의 절대 파트너인 야당에 대해서는 그런 배려심을 보여주지 못할까. 한 유튜버의 대통령 출근시간 촬영은 경호 보안을 이유로 ‘입막음’을 하는 꼼꼼함을 보이면서도 여당 의원으로부터 밤늦게까지 술 마시는 대통령의 ‘동선’이 노출되는 허술함은 또 무엇인가. 

대통령의 권위에 조금이라도 손상이 날라 치면 유튜버의 촬영까지 강제로 제지하며 엄정함을 내세우는데 정작 대통령의 의무이자 책임인 대 국민 기자회견은 대통령 입맛대로 미루거나 거부하는지 그 이유를 알 길이 없다. 다만 대통령이 폼 나는 자리이긴 하지만 그래도 역대 대통령들은 비록 ‘쇼’로 비쳐질지언정 최소한의 겸손과 낮은 자세 정도는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대선 사상 역대 최소 표차인 0.7%(25만표) 차이로 당선된 윤 대통령이 최근 보이는 행보는 너무도 자신만만하고 거침이 없다. 윤 대통령이 그 거침없는 ‘근자감’으로 신년 기자회견에서 김건희 여사 명품 백 수수 의혹에 대한 솔직한 심경과 특검법 거부에 대한 소신을 당당하게 밝혔으면 한다. 국민들은 새벽 2시보다 오후 2시에 국정 최고 지도자의 ‘일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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