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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 칼럼] 윤석열-한동훈 1차 권력 전쟁, 누가 이겼을까

성기노피처링대표 2024. 1. 27.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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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월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 수산물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1차 권력 전쟁이 끝이 났다. 이 과정에서 총선정국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양측이 사전조율한 ‘약속 대련’인지, 아니면 실제로 한 위원장의 ‘월권’에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극대노 하면서 실제로 나가라고 요구했지만 한 위원장이 버티며 파문이 확산하자 용산이 서둘러 뚜껑을 닫아버린 ‘실전’인지 의견이 분분했다. 

사건이 발생하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순발력 있게 ‘약속 대련 프레임’을 퍼뜨렸다.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의 오더를 정면으로 거부하는 장면을 공개적으로 연출해 권력갈등이 일어난 것처럼 ‘연출’한 뒤 “김건희 여사 특검을 받느냐 마느냐 문제를 이제 사과하느냐 마느냐 문제로 축소하고자 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이 대표의 약속 대련에 동조하는 사람들은 “한 위원장이 ‘무서운 보스’인 윤 대통령을 밟고 스스로 독립할 ‘깜냥’이 안 된다”는 기본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주장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이준석 대표의 ‘제 논에 물 대기’라는 시각이 상존한다. 이준석 대표로서는 이번 ‘윤-한 전쟁’에 대해 한 위원장을 ‘윤석열 아바타’로 계속 묶어둬 ‘반윤 연대’의 상징인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독보적으로 빛날 수 있게, 정치적 이해관계가 깔린 해석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양측이 진심으로 칼을 뽑았다면 갈등 발발 하루만에 눈발 날리는 서천시장 화재 현장까지 내려가 ‘화해 쇼’라는 비판을 무릅쓰면서까지 서둘러서 봉합하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또한 민주당은 총선의 정국 주도권을 계속 잡아나가기 위해 양측이 ‘정치쇼’를 벌이고 있다고 의심한다. ‘윤-한 갈등’이 부각될수록 민주당이 원하는 정권견제론 선거 구도가 희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난데없는 ‘퇴진 공방’이 예상보다 너무도 일찍 온 배경에 대해 의아해한다. 윤 대통령이 당 안팎의 우려와 견제에도 불구하고 검찰 시절부터 ‘믿는 동생’으로 막 대해온 한동훈 위원장을 데리고 올 때 용산과 여당의 긴밀한 협조체제를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제78차 유엔 총회 참석과 세계 각국 정상들과의 양자회담 일정을 소화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9월 23일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서 내린 뒤 김건희 여사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등으로 양측간의 난기류가 발생했고 급기야 용산이 한 위원장에게 ‘나가라’고 사인을 주자 한 위원장이 정면으로 거부하며 그 일련의 과정을 언론에 공개해버리면서 권력전쟁 1차전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양측의 사전조율 아래 이뤄진 ‘약속 대련’이라고 보기에는 그 시나리오가 너무도 정밀하다는 해석도 있다. 윤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 모두 정치신인으로 정무적 판단이 미숙하고 용산 대통령실도 그런 정교한 시나리오을 만들어낼 만한 정치 역량이 안 된다는 것이다. 

현재로서 가장 현실성 있고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는 “‘믿었던 동생’ 한동훈 위원장이 차기를 너무 일찍 넘보며 총선에서 (김경율 비대위원 등과 함께) 자기 정치를 하며 ‘오버 액션’ 움직임을 보이자 용산이 ‘딴 마음 먹지 말라’며 사전에 강력경고를 한 것”이라는 그림이다. 

이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가 자신과 ‘카톡’을 주고받을 정도로 가까운 한동훈 위원장이 ‘감히’ 여권의 ‘언터처블’을 터치하려 하자 윤 대통령에게 강력 대응을 얘기했고 곧바로 이관섭 비서실장이 한 위원장을 불러 ‘용산 코드와 잘 맞춰달라’고 요구했는데 이에 한 위원장이 ‘앞으로 유의 하겠다’ 정도로 받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퇴진 운운하며 ‘오버 리액션’을 해버리자 용산도 무척 당혹해했을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이번 ‘윤-한 1차 전쟁’은 공포탄이 아니라 실제로 실탄이 오간 ‘돌발 국지전’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이번 양측의 갈등이 약속 대련이라면 그런 ‘쇼’를 통해 국민들에게 특정 메시지를 보내 일정한 정치적 이익을 얻어야 하는데 이번 전쟁으로 윤 대통령이나 한 위원장이 얻은 실익이 별로 없다는 것이 그런 추론을 뒷받침한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이번에 믿는 도끼에 발등이 세게 찍힌 꼴이 돼버렸다. 사실 윤 대통령도 문재인 정권 아래에서 자신의 ‘검찰 개혁’ 의지를 믿어주었던 문 대통령의 발등을 찍으며 그 도끼로 대권까지 내달렸다. 검찰 시절 때부터 ‘윗선’의 의중을 거스르고 그 탄력으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키워온 윤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한동훈 위원장도 이번에 ‘형님의 스타일’을 그대로 따라하면서 재미를 좀 봤다. 하지만 한 위원장이 ‘조금’ 떴다고 해서 총선 공천권까지 그 영향력이 실질적으로 확장될 것이라는 문제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이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월 17일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경율 비상대책위원과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과의 ‘퇴진 공방 1차 전쟁’에서 실질적 패배자라는 주장은 그동안 ‘윤석열 꼬붕’ 정도로 인식되며 고분고분 말 잘 들을 것 같았던 ‘모범생’ 한동훈 위원장을 대번에 최고권력과 맞짱을 뜨는 담대하고 배짱있는 차기 유력한 대권주자로 띄워주고 자신은 오히려 레임덕에 빠졌다는 평가를 받은 것에서 비롯된다. 또한 윤 대통령이 이번에 3번째로 집권여당 ‘대표’를 윽박질러 내쫓으려 하자 ‘좀 심하다’는 반응과 함께 이준석 김기현 대표 때만큼 당이 일사불란하게 ‘윤심 오더’를 ‘받들지’ 않으려는 점도 대통령을 레임덕의 언저리로 밀어넣는 기제가 되고 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이번 1차 전쟁에서 한동훈 위원장이 ‘숨겨 논 결기’를 살짝 보여주며 윤 대통령에게 ‘판정승’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직 대통령과 ‘돌발 전투’를 벌였지만 결과적으로 한 위원장은 물러나지 않았다. 반면 윤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만 훼손되고 여권 내 위상에도 생채기가 남아 리더십 불신만 더 부추겼다. 

하지만 한동훈 위원장의 차기주자로서의 정치 역량과 향후 발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남는다. 윤 위원장이 이번에 “내가 현직 대통령과 맞짱 한번 떴다”며 기분은 냈겠지만 그 후유증과 여파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아직 윤 대통령의 임기는 3년이나 남아 있다. 현재권력이 차기권력을 직접 창출할 수는 없다고 해도 미래권력의 집권은 막을 수 있는 힘이 여전히 존재한다. 1997년 대선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이 당시 미래권력이었던 이회창의 집권을 막기 위해 이인제 ‘신당지원설’을 띄워 3자 대결을 유도하며 결정적인 방해공작을 ‘묵인’ 내지는 ‘조장’했다는 점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윤 대통령은 이번 한 위원장과의 1차 전쟁으로 기세등등하던 위세가 일부 꺾이긴 했지만 여전히 여권 내 넘버 1의 파워를 가지고 있다. 이번 파문으로 전광훈 목사 등 태극기 부대 극우 보수층은 ‘한동훈 김경율 OUT’ 집회를 준비하는 등 ‘반한동훈 연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전통보수층의 조직세가 아직도 막강하고 당원들의 공감대와 지지가 대권 도전을 위해 필수 불가결한 정당이다. 지난 대선후보 경선 때 당원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은 윤 대통령은 여전히 당내 지분 1위의 최고 권력자임은 분명하다. 

한 위원장의 미래권력 전망을 어둡게 보는 것은 윤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한동훈 정도는 납작 주저앉힐 수 있는 정치적 파워를 유지하고 있고 이번에 너무 일찍 차기 도전 발톱을 드러내면서 여권 내 다른 차기주자들의 대통령 ‘등용’ 가능성만 높인 꼴이 됐기 때문이다. 이번 전쟁으로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을 ‘통제불능’의 위험한 주자로 인식해버렸고 그 결과 차기주자 ‘대안’도 더 적극적으로 모색할 수밖에 없게 됐다. 

 

대형 화재로 큰 피해를 입은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상인들이 1월23일 윤석열 대통령이 현장을 방문한 후 20분 만에 떠나자 눈물을 흘리며 항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현재 한 위원장을 떠받치는 유일한 버팀목은 윤 대통령 지지율은 떨어지고 한 위원장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오르는 ‘디커플링 현상’의 여론조사뿐이다. 한 위원장이 자신의 지지율을 계속 유지하는 유일한 길은, 그가 윤 대통령을 밟고 올라서며 강력한 미래권력 대안임을 국민들에게 직접 시연해 보이는 것뿐이다. 하지만 이번에 용산 한 마디에 한 위원장이 ‘제가 김 여사 사과를 얘기한 적이 있던가요’라며 바로 꼬리를 바로 내려버린 장면은 향후 한동훈의 대권경쟁 전투력을 미리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이번 ‘윤석열-한동훈 권력전쟁’은 두 사람 모두 예상치 못했던 상대의 ‘급발진’에 화들짝 놀라 잠시 뒤로 물러선 형국이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았던’ 동생이 진짜로 자신의 눈을 찌르려고 달려들었던 것으로 생각해 깜짝 놀랐을 수 있다. 한 위원장 입장에서는 여권의 ‘언터처블’인 김건희 여사에 대해 ‘국민의 눈높이’ 정도 발언했다고 ‘물러나라’며 과민반응을 보인 용산에 억울한 심정이 들었을 수 있다.


 

이유야 어쨌든 양측은 서천시장 화재 현장에서 서로의 필요에 의해 ‘정치적 미장센’을 한껏 연출했다. 경호원들이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단독 투 샷’을 위해 김태흠 충남도지사 등을 뒤로 밀어내는 모습은 왜 시장 상인들이 ‘사진 찍으러 왔느냐’며 항의하는지 알 것 같았던, 서글프고 슬픈 장면이었다. 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두 주축의 국민을 대하는 태도와 함께 정치를 자신들의 입신양명을 위해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한 위원장은 ‘90도 폴더인사’로, 윤 대통령은 ‘특검 패딩’으로 서로에게 드러냈던 발톱을 가려버렸다. 하지만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이 존재할 수 없듯이 윤석열과 한동훈은 언젠가는 또 다시 권력투쟁의 외나무다리에서 조우할 것이다. 두 사람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그 다리 밑에는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잃어버리고 망연자실해 있는 서천시장 화재 상인들의 피눈물과 원망만이 잔설로 쌓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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