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성기노 칼럼] 현근택 ‘성희롱 논란’과 이재명의 ‘관대한’ 대응 본문

정치

[성기노 칼럼] 현근택 ‘성희롱 논란’과 이재명의 ‘관대한’ 대응

성기노피처링대표 2024. 1. 16. 11:03







728x90
반응형

현근택 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성희롱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SBS 방송 캡처)



더불어민주당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성희롱 논란 불길이 계속 번지고 있습니다. 당 내부에서는 현 부원장의 성희롱 논란이 당무 복귀를 앞둔 이재명 대표에게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안겨주고 있어 신속하게 해결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 ‘작은’ 사건이 현 부원장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총선을 앞둔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성희롱 논란의 구렁텅이 속으로 함께 몰아넣고 있습니다. 

사실 현 부원장은 그동안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서 이재명 대표의 장외 스피커 역할을 충실히 해온 만큼 총선을 앞두고 깨끗하게 불출마를 선언하고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이 대표의 당무 복귀와 쇄신 의지에 도움이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 부원장은 그것과 정반대의 부적절한 대응 행태를 보여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논란까지 일으키고 있습니다.

사실 성희롱 발언의 핵심은 그것을 들은 당사자의 반응과 심리적 피해 강도입니다. 당사자가 모욕을 느꼈다면, 그리고 그것이 정치 쟁점화되며 당사자의 실명까지 공개됐다면 이에 대해서는 분명 피해자 최우선 보호를 위한 겸손한 대응과 처신이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당사자 간 최종 합의에 이르기 전에 피해자 동의 없이 실명이 실린 합의문이 공개되고 그것에 대해 피해자가 직접 반박하는 등 논란이 확산하는 양상입니다. 

특히 현 부원장의 합의 시도 과정에서 나온 불미스러운 대응을 두고 당내에서는 안타까움과 함께 비판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현 부원장은 지난 2021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과 그 후 대선에서 대변인을 맡으며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으로 부상했습니다. 그는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서 단골 패널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이재명 대표의 ‘호위무사’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대표가 대선에서 패배했음에도 또다시 민주당에 안착해 대권 재도전의 길을 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것으로도 평가받습니다. 논리적이고 유려한 말솜씨로 방송 최일선에서 ‘친명계’의 대응 논리 개발과 민주당의 정무적 대응을 뒷받침하는 데 이바지했다는 평도 듣습니다. 

 

지난 2019년 7월 29일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오른쪽)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건물 내 재난시 구조요청 비상전원 확보 의무화 토론회'에 참석해 민주당 정성호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표가 정성호 의원에게 현근택 부원장 징계와 관련해 협의를 하는 문자메시지가 공개돼 당 징계절차가 사당화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이런 ‘공헌’으로 그는 ‘비명계’ 윤영찬 의원의 지역구인 성남중원에 ‘자객 공천’이 유력시돼 여의도 입성을 코앞에 두고 있었습니다. 현 부원장은 지난 2022년 제주시을 보궐선거에서도 유력한 공천 대상자로 떠올랐지만 김한규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에게 ‘양보’를 한 뒤 다음 총선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기에 이번 성희롱 논란은 고지를 불과 몇 미터 앞둔 그에게 더욱 억울한 일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이번 성희롱 논란으로 불거진 민주당의 대응과 현 부원장의 처신에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먼저 그동안 성 비위 사건에서 보여준 민주당의 도덕적 감수성 결여와 자기비판에는 유독 관대하고 인색한 이중적 태도가 이번 현근택 부원장 논란에도 그대로 ‘재현’됐다는 점은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어떻게 된 건지 민주당은 성 비위 사건만 터지면 그것이 마치 제1야당을 ‘박살 내기’ 위한 정치적 음모나 되는 듯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입니다. 그리고 일단 당사자들을 두둔하고 옹호하는 목소리가 서서히 나오면서 시간을 끕니다. 이 과정에서 2차 가해 논란이 벌어지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성 비위 당사자들을 최대한 ‘정치적으로’ 보호하려는 기만적이고 위선적인 대응 논리를 개발합니다.  

민주당 주류의 성 비위 사건에 대해 주류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먼저 나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이재명 대표마저 정성호 의원과의 문자 메시지가 공개된 과정에서 정 의원이 “당직자격정지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공관위 컷오프 대상”이라고 답하자 “너무 심한 것 아닐까요?”라며 현 부원장을 옹호하는 듯한 관대함을 보인 뒤 윤리 감찰만 지시한 상태입니다. 

현 부원장은 민주당의 이런 ‘제 식구 감싸기’ 분위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사건 초기부터 성희롱 논란을 ‘피해자와의 합의 대상’으로만 접근하려고 했습니다. 피해자와의 합의 이전에 자신의 부적절한 성희롱 발언이 던져줄 민심에 대한 ‘2차 가해’는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금배지 달성’에만 집착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지난해 12월 28일 성남시 중원구 선거관리워원회에 민주당 예비후보등록을 하고 있다. (사진=현근택 예비후보 제공)


국민들은 ‘이재명 최측근’으로서 자숙과 반성의 태도를 먼저 보여야 함에도 피해자에게 2차 가해 논란까지 불러일으키는 현 부원장의 오만하고 한심한 행태에 분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민심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피해자와의 일방적 ‘합의’로 사건을 퉁 치려고 합니다.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는 ‘도덕적 면죄부’를 받았다고 ‘착각’하거나 그렇게 믿으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현 부원장의 성희롱 논란 대응을 보면서 이재명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정치인들의 면면도 다시 보게 됩니다. 이 대표 주변에는 왜 ‘주군’을 위해 과감하게 자신의 몸을 던져 희생하는 참모들이나 ‘동료 의원’들이 안 보이는 것일까요. 

현 부원장은 자신이 ‘이재명 호위무사’로 알려진 이상 그의 대응이 곧 ‘이재명의 판단’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재명 대표의 총선 승리와 차기 대권 도전을 위해 현 부원장이 선제적으로 ‘불출마’ 선언을 하고 백의종군의 의지를 과감하게 보여주었다면 당무 복귀를 앞둔 이 대표 운신의 폭도 훨씬 자유로웠을 것입니다. 

이번 현 부원장의 성희롱 사건과 2차 가해 논란을 보면서 이재명 대표의 이른바 ‘측근’들은 ‘선당후사’의 공적 사명감과 책임 의식이 너무도 결여돼 있는 것 같습니다. 오로지 내 이익부터 먼저 챙기고 봐야 한다는 ‘선사후당’의 공당 의식 결여 행태가 이재명 대표 측근들에게 만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재 이재명 주변의 핵심 실세 의원들 가운데 과감하게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선당후사’를 외치는 정치인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아직 공천 절차가 남아 있긴 하지만 지금 이 대표 주변에는 ‘어떻게든 공천부터 챙겨 선수 한 번 더 늘려보자’는 ‘친명계 중진’들만 오래된 병풍처럼 떡 버티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2024년 1월 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떡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런 금배지 권력 집착 행태는 과거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들과 비교해 볼 때 사뭇 다른 분위기입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좌동영 우형우’로 불리던 김동영 최형우는 언제든 ‘주군’을 위해 몸을 던질 각오가 돼 있었고 그들을 둘러싼 의리 비화들은 지금도 여의도에 회자합니다. 특히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민주당 상임고문은 김대중 정권 때인 2000년 16대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해 현재의 386그룹 대거 등용의 물꼬를 트는 자기희생을 했었습니다. 

지금의 정치는 더 이상 개인의 희생과 결단의 영역이 아니라 ‘권력 지분 나눠 먹기’로 변질돼 버렸습니다. 구시대 정치의 상징이었던 권노갑 고문이 당시의 세대교체와 개혁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었겠지만 지금의 ‘권력 지분’ 시각에서 볼 때 당 쇄신에 끝까지 저항하는 수구적인 행태를 보였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주군의 성공’을 위해 2선 후퇴를 감내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 행보에 힘을 실어주었던 권 고문의 희생과 결단이 없었다면 지금의 민주당 운동권 출신 주류들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작금의 정치에는 오로지 보스와 부하 사이의 암묵적인 ‘권력지분 나눠 먹기’만 횡행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의 대권 도전 ‘재집권’을 도운 ‘친명계’들은 그들의 정치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사법 리스크’가 난무하는 그를 다시 밀어 올리고 있는 게 아닙니다. 오로지 자신들의 정치적 지분 연장을 위해 이 대표의 만성적인 ‘사법 리스크’에도 눈 감고 무조건 이 대표에게 올인 베팅을 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입니다. 장제원 김기현 의원은 자신들의 정치적 지분을 더 챙기려다가 결국은 윤 대통령에 의해 ‘강퇴’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두 사람이 윤석열 정권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라고 그들이 공유했던 가치와 정책 구현에 ‘진심’이었다면 쫓겨나기 전에 과감하게 희생과 결단을 내렸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더 오래도록, 더 많은 정치적 지분을 유지하고 챙기려다 결국은 권력에 의해 쫓겨나고 말았습니다. 이것이 현재의 한국 정치 현실입니다. 

현근택 부원장 또한 어떻게 해서든 이번에는 금배지를 달아야 한다는 ‘정치적 지분 확보’에 매몰된 나머지 그가 날마다 옹호하고 변호하던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안위’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한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것이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그릇’ 한계를 말하는 것인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다만 ‘내 것부터 챙겨놓고 보겠다’는 극단적인 사익 추구 시스템으로 변질돼 가는 현재의 지분 확보 정치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누가 대통령이 돼도 국민과 민생은 점점 정치의 뒷전으로 밀려날 것만은 분명합니다. 

 

(여성경제신문 1월 16일 칼럼)

728x90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