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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성기노 칼럼] ‘특검법 거부’ ‘이철규 알박기’ 윤석열의 총선 폭주 본문
윤석열 대통령의 일방적인 정국 운영이 계속되면서 정치 실종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김건희 특검법’에 즉각 거부권을 행사해 자신의 가족에게 ‘면죄부’를 주는, 권력의 부당한 사유화를 드러냈다. 또한 대통령실과 내각 출신 최측근 인사들에게 대거 총선 공천장을 줄 준비를 하면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을 대통령의 ‘거수기’로 만들려고 한다.
먼저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그 명분이나 방어논리가 전혀 상식적이지 않다. 윤 대통령이 자신과 가족의 허물에 대해서만 관대하고 법치적용에도 예외를 주장하는 것은 권력을 오로지 내 편의대로 쓰겠다는 몰염치하고 뻔뻔한 행위다. 국회 다수당에서 발의한 법안, 그것도 대통령 부인의 비리의혹에 대한 ‘특검법’을 ‘총선용 악법’이니 ‘위헌적 요소’니 하면서 ‘정치적으로’로 거부하는 것은 3권 분립 정신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특검법이 악법’이라는 논리는 그간의 과정에서 이미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특별검사 추천권을 야당만 갖기 때문에 편파적인 운영이 될 것’이라는 주장은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참여했던 국정농단 특검법에도 똑같이 적용됐던 것이다. ‘수사 상황이 언론에 브리핑 돼 여론재판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것도 국정농단 특검법에 동일하게 적용된 것이다.
특히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주장하는 야당의 ‘총선용 정쟁 소재’라는 주장도 이치에 맞지 않다. 특검법은 이미 지난해 4월 국회 신속처리안건에 올랐고 그 숙려기간이 모두 경과되면 총선 정국에서 자동상정될 것이라는 사실도 여권은 숙지하고 있었다. 여권이 민주당과의 협상을 통해 특검법을 총선 정국 이전에 충분히 털고 갈 수 있었음에도 지금까지 미룬 것은 민주당의 특검법 상정을 정략적으로 유도하려는 의혹마저 불러일으킨다.
“12년 전 결혼도 하기 전 일로 문재인 정부에서 2년간 탈탈 털어 기소는커녕 소환도 못 한 사건(특검법은 불필요하다)”(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이라거나 “문재인 정부 당시 검찰이 2년 넘게 무리하고 과도하다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강도 높게 수사하고도 김건희 여사에 대하여는 기소는커녕 소환조차 하지 못한 사건”(법무부)이라는 주장도 어불성설이다.
무엇보다 이 사건은 현재 검찰에서 수사가 진행중인 ‘미해결’ 사건이다. 대통령실과 법무부가 수년간 ‘털었는데’ 아무런 혐의점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무죄’라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대통령 부인의 과거 의혹에 대해 미리 면죄부를 주는 월권이자 수사지침을 검찰에 강요하는 것이다.
또한 김 여사의 주가조작 관련 구체적 정황이 드러난 것도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후다. 기소된 피고인들의 재판 과정에서 김 여사 계좌가 주가조작에 이용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이렇게 김 여사 주가조작 연루와 관련한 의혹들이 고구마줄기처럼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에 검찰도 여전히 무혐의 처분을 내리지 못하고 우물쭈물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이 화끈하게 수사해서 김 여사에 대한 아무런 ‘꼬투리’도 찾아내지 못했다면 당연히 무혐의 처분을 내려 그들에게로 쏟아지는 정치적 부담도 덜어냈어야 한다. 하지만 검찰은 대통령 부인이라는, 그것도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부인이라는 ‘권력의 장막’ 때문에 과단성 있게 사건의 실체를 벗겨내지 못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대통령실과 법무부의 ‘김건희 특검법 대응책’이 공개적으로 알려진 이상 검찰이 그 ‘수사지휘’ 의중을 거부하고 독자적인 엄정조사를 할 개연성은 희박하다. 그래서 더욱 특검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대통령실이 김건희 특검법 대응책으로 내놓은 ‘제2부속실 설치 검토’는 지나가는 소가 웃을 ‘뒷북치기’다. 국민들이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찬성하는 것은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 엄중한 수사 요구도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 집권 후 터진 ‘디올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분노와 질타의 목소리도 함께 담겨 있다.
김건희 여사가 국민에게 위임받지도 않은 권력을 사적으로 남용한다는 의혹이 만연한 상태에서 과거 사건인 주가조작 특검을 통해서라도 김 여사에 대한 견제와 자중을 요구하는 ‘민심의 명령’도 깔려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김건희 특검법을 정치적 공세로 단정하고 이제부터라도 제2부속실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보수언론과 여당 일각에서마저 “‘김건희 리스크’를 제거하라”고 이구동성으로 요구하는 배경에는 김 여사의 권력남용 재발 방지책 마련과 디올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 요구가 깔려있는데도 대통령실은 오히려 김 여사의 대외활동을 법적으로 보장해 주려는 제2부속실 설치 검토로 ‘남의 다리 긁기’ 대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이 ‘김건희 리스크’의 본질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것인지, 알면서도 엉뚱한 대응으로 논점을 흐리겠다는 것인지 모를 일이지만 뜬금없는 제2부속실 설치를 내세우며 그것을 윤 대통령의 ‘결단’이라고 추켜세우는 것은 불타오르는 민심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실과 내각에서 근무했던 ‘윤석열 부대’의 대거 출마도 윤 대통령의 일방독주에 날개를 달아주는 ‘반 정치적’인 전략이자 명백한 불공정 공천이다. 특히 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모셨던’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이나 내각 출신 장관들은 지역공약을 구체적으로 약속할 수 있는 ‘권력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있다. 그들이 ‘공천=당선’인 ‘꿀 빠는 선거구’에 낙하산을 타고 줄줄이 뛰어드는 것은 공정한 공천경쟁을 위반하는 명백한 특혜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이 발표되었을 때 그 중에 이철규 의원(사무총장 역임)이 끼여 있었다는 것도 많은 함의를 품고 있다. 윤 대통령이 김기현 장제원 의원 등의 ‘윤핵관’을 날릴 때도 이철규 의원은 홀로 살아남았다. 경찰 출신이라 평소 입이 무겁고 자기정치를 하지 않는 ‘충복형’으로 분류되는 그를 윤 대통령이 신임하는 것은 당연하다. 당 안팎에서는 이철규 의원이 윤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파악해 그것을 당에 ‘확실히’ 전파하는 데 특화돼 있다며 그를 친윤계 중에서도 핵심실세로 분류하고 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당 밖 인사로 변호사, 의사, 교수, 기업인 출신 등 6명에다 장동혁 사무총장, 비례대표 이종성 의원 등이 포함됐는데 윤 대통령은 이철규 의원을 ‘알박기’로 내려 보내 이번 총선에서 자신과 김건희 여사의 공천 지분을 확실히 챙기겠다는 ‘탐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역대 공천관리위원회 활동을 보면 당내 사정을 잘 모르는 외부인사들은 들러리일 뿐이고 한 두 명의 실세가 권력의 오더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식으로 운영돼 왔다. 이번에도 이철규라는 가장 확실한 ‘윤석열 공천 집행관’이 딱 포진해 있는 공관위에 공정한 공천을 기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전망이다.
하지만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지금 당을 이끌고 있는 것은 나다. 나와 공천관리위원장이 공정한 공천, 설득력 있는 공천, 이기는 공천을 할 것”이라는 하나마나 한 말을 쏟아내고 있다. 한 위원장이 오늘의 ‘한동훈’을 있게 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제치고 독자적이고 공정한 공천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믿는 국민들은 없다.
윤 대통령이 이철규 의원을 공관위원으로 밀어 넣은 것은 이번 총선 공천을 ‘미래권력’(한동훈)을 위한 대권 포석용이 아니라 ‘현재권력’(윤석열-김건희)의 안전한 하산을 위한 퇴임루트 확보임을 당에 확실히 ‘고지’한 것으로 봐야 한다.
이번 한동훈 비대위원장 체제에서 이뤄질 ‘윤석열 부대 공천’ 시도는 지난 20대 총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친박’을 무리하게 당내에 입성시켜 권력의 철옹성을 쌓으려다 오히려 탄핵을 당한 것과 비슷한 상황을 유발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옥새 나르샤’ 등의 공천 전쟁을 통해 다수의 친박의원들을 당에 포진시켰지만 그것이 오히려 독이 됐다.
당내에서는 ‘박근혜’라는 일종의 ‘교주’를 비판하고 쓴소리를 하는 ‘언로’가 싹 사라졌고 오로지 권력의 오더를 충실히 따르는 ‘거수기 의원’들만 넘쳐났다. 그러다 결국은 그것이 대통령의 탄핵까지 부르는 부메랑이 됐다. 당의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해 건전한 비판세력의 틈입을 허용하고 친박과 비박간의 견제와 균형이 이뤄졌다면 박 대통령이 탄핵까지 당하는 최악의 사태까지는 가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이번 한동훈 비대위원장 체제의 공천 명단도 공관위원 면면과 윤 대통령의 ‘당무 개입’ 의지를 보면 오로지 거수기 역할만 하는 ‘친윤계 꼭두각시’들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권력은 손에 쥐려하면 더 빠져나가는 모래와 같다. 집권후반기에 권력의 힘이 빠지면 윤 대통령이 공들여 쌓은 ‘친윤계’들도 모래알처럼 빠져나갈 것이다. 윤 대통령을 끝까지 지켜줄 방패막은 ‘모래알 거수기’들이 아니라 비판의식과 대안으로 무장한 소신파 의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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