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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 칼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윤석열 대통령 레임덕 시작?

성기노피처링대표 2023. 10. 12.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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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1월 24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방문해 KF-21 시제기 3호기를 참관하며 손짓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예상대로’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후보의 압승으로 끝이 났다. 정치권에서는 15%포인트 이상 격차(최종 개표 결과는 진교훈 56.5%,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 39.4%로 17.1%포인트 차이)가 커질 경우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일방독주와 불통에 대한 중도층이 결집한 것이라고 분석했는데, 결과적으로 이번 선거는 ‘정권심판’의 민심이 강하게 작동했음을 보여주었다. 

2021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 등에서 연전연승하던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참패했다. 강서구가 민주당 강세지역에다 구청장 선거이긴 하지만 집권세력의 ‘독주’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으로까지 그 파급력이 ‘증폭’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현 상황을 자초했고 국민의힘이 남일 보듯이 그것을 수수방관한 결과다.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국민의힘이 자당의 귀책사유로 치러지는 선거에 다시 똑같은 후보를 내는 어처구니없는 공천을 저지르면서부터 이미 ‘선거 난장판’은 예고돼 있었다. 특히 선거 과정에서 김태우 후보는 보궐선거 비용 40억원에 대해 “수수료 정도로 애교 있게 봐 달라”는 철부지 망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오만한 선택’에 비위를 맞추는 언행으로 보여 김 후보는 선거 초반부터 강서구민들에게 단단히 미운 털이 박혔다.   

사실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은 누가 봐도 ‘윤석열 맨’이다. 김 전 구청장은 올해 윤석열 대통령이 사면해주지 않았으면 이번 선거에 명함도 못 내밀 ‘범죄자’일 뿐이다. 그는 2018년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관 재직 시 공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한 혐의로 기소돼 올해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고 구청장직도 잃었다. 법원은 1심부터 대법원까지 일관되게 그의 공익신고자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최근 들어 법원이 공직자의 내부 고발에 대해 관용과 이해를 해주는 추세이긴 하지만 김 전 구청장의 경우 그 ‘죄질’이 매우 나빴다. 법원은 김 전 구청장이 자신의 개인 비위에 대한 감찰 절차가 진행되자 각종 폭로를 시작한 점 등을 들어 폭로 동기와 목적에 공익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최고의 보안의식이 요구되는 청와대 근무자가 내부 비밀을 누설한다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공직자로서 적절치 못한 행동이었다. 

그럼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형 확정 석달만에 김 전 구청장을 보란 듯이 사면해버렸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아무리 대통령이지만 형 확정 석달만에 풀어줘 다시 선거에 나가게 하는 건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대통령실은 꿈적도 하지 않았고 여당은 곧바로 입을 다물어버렸다. 그래도 국민의힘은 양심에 찔렸던지 김 전 구청장을 ‘대통령 뜻’이라며 전략공천으로 내려꽂지 않고 경선으로 최소한의 형식을 갖춰 윤 대통령에게 ‘소심한 저항’을 하기도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하루 앞둔 10월 10일 오후 서울 강서구 발산역 앞 광장에서 열린 김태우 후보 파이널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 뒤 선거 결과는 본 그대로다. 검찰총장을 지내며 법질서를 목숨처럼 ‘지켜왔을’ 윤 대통령이 죄질도 좋지 않은 ‘범법자’를 석달만에 사면해주고 다시 선거판에 풀어놓은 것 자체가 아무리 정치가 ‘아사리판’이지만 말이 안 되는 처사였다. 하지만 그런 비상식적인 공천 과정에서 국민의힘 지도부는 그 어떤 토도 달지 않고 침묵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선거 과정에서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기회주의적인 처신으로 일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뿌리 깊은 ‘원한’으로 구청장 한명 뽑는 선거에도 호랑이 발톱을 들이대며 ‘뒤끝작렬 전투’로 민심과 담을 쌓고 있는데도 집권여당은 남의 집 불 보듯 방관했고 용산에 쓴 소리 하는 ‘금배지’ 하나 없었다. 

선거야 어떻게 되든 말든, 그래서 ‘정치 초짜’ 윤 대통령이 ‘동네 선거’를 전국 선거로 뻥튀기해서 그 패배의 오물을 전부 뒤집어써도 ‘내 공천 하나 받으면 그만’이라는 보신주의 악취가 국민의힘 당사에 넘쳐났던 것이다. 선거판에서 난다 긴다 하는 ‘꾼’들이 포진해있는 국민의힘에서 ‘이대로 가면 윤석열 대통령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 내가 대신해서 그 화를 짊어지겠다’며 직언을 하는 정치인이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은 새삼 놀랄 일도 아니다.

 

보수정당은 원래 기회주의자들이 득실거리는 곳이다. 정치인의 철학과 소신보다 오로지 금배지와 권력 줄타기에 천부적인 재능이 발휘되는 곳이다. 직을 걸고 끝까지 반대하는 것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항명’이 아니라 ‘충정’으로 읽히는 정당 민주주의의 흔적은 애초에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군대처럼 일사불란한 수직명령에 순응하며 ‘허수아비’처럼 아무 생각 없이 당사만 지키는 것이 국민의힘 의원들에게는 너무도 자연스런 모습이다. 

이번 선거의 국민의힘 후보 패배를 두고 온통 ‘윤석열 책임론’이 나오고 있지만 사실은 금배지 달기에만 혈안이 돼 있는 국민의힘 지도부와 의원들의 얍삽한 기회주의의 산물일 뿐이다. 대통령은 5년이 되면 집으로 돌아가지만 보수정당은 앞으로도 계속 대선후보를 배출해내야 한다. 용케 ‘신선해 보이는’ 후보 한명으로 대선의 빅 로또를 맞았지만 그런 행운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국민의힘 의원 자신들도 계산이 서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 진교훈 후보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56.52%(13만7천065표)를 득표해 39.37%(9만5,492표)를 얻은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를 17%포인트 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사진=진교훈 후보 페이스북)

 

이런 점에서 왜 집권여당 수장을 맡고 있는지, 그 존재이유가 갈수록 궁금해지는 김기현 대표의 안드로메다로 가는 유체이탈 패배 반응은 놀랍지도 않다. 김 대표는 “이번 선거의 패인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총선 승리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하찮은’ 구청장 선거이기 때문에 아무도 책임질 일이 아니라는 듯 그는 내년 총선 걱정부터 했다. 

 

크든 작든 의미가 없는 선거는 없다. 어떤 선거도 단 한 표 차이라도 승부가 결정 난다면 그 시점의 민심을 가장 정확히 반영하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다. 이번 선거에 대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어떤 식으로든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주는 게 강서구민들의 정권심판 투표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지만 김기현 대표는 그 어떤 과단성도 보여주지 못했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비겁하고 기회주의적인 처신으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인구 50만명 선거가 마치 국민 5000만명 선거로 과다 대표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승리 약발도 완전히 떨어져버렸다. 윤 대통령은 정치 입문 4개월만에 보수정당의 대선후보가 됐고 8개월만에 대권을 잡은 희대의 ‘행운아’다. 

탄핵으로 신음하던 국민의힘에 ‘메시아’같은 존재였고 윤 대통령의 ‘정치 신인 신화’는 국민의힘을 용산 앞에 일렬로 줄 세우는 기제가 됐다. 국민의힘에서는 ‘윤 대통령이 아무리 일방독주를 해도 선거에서 이긴 전력이 있기 때문에 괜찮다’는 무사안일주의와 무책임한 수수방관이 지배했고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그 최정점이었다. 

이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윤석열 무결점주의’가 깨졌다는 공감대가 폭 넓게 확산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보궐선거 패배 직후 국민의힘이 처음으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항명’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여성가족부 장관 김행 후보자의 사퇴를 대통령실에 권고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그 후 즉시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국민의 뜻을 헤아려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전언과 함께 김행 지명 철회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2023년 3월 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신임 당대표로 선출된 김기현 대표(사진 가운데)가 최고위원들과 함께 당원들 앞에서 국민의힘 로고가 새겨진 깃발을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는 이전 같은 ‘수직체계 당용 관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여당을 만만하게 보고 ‘소몰이’를 하던 윤 대통령의 자신감 넘치는 스타일이 완전히 구겨졌고 이는 필연적으로 당 장악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다. 

이번 보궐선거는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민심과 중도층의 향배를 어느 정도 예측해볼 수 있는 계기도 됐다. 윤 대통령은 ‘보기 싫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끝까지 끌어안으며 ‘보수-중도 연정’으로 대선에서 운 좋게 승리했다. 

하지만 화장실 다녀온 뒤 그동안 숨겨온 ‘대선 전리품 독식’의 ‘사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고 이 전 대표를 비롯한 당내 소장파들과 완전히 척을 졌다. 그 후 ‘이념 역주행’ 등의 일방독주로 윤 대통령은 중도층의 지지기반을 서서히 잃어가고 있었고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그 징후를 상징적으로 말해준다.


 

이번 선거 결과를 보면 중도층이 단단히 뿔이 났음을 알 수 있다. 강서구청장 투표율 48.7%로 2000년 이후 대도시 구청장, 지방 시장 등 기초단체장을 뽑는 재.보궐선거의 평균 투표율(38.5%)보다 10%포인트 높았다. 특히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김태우 후보가 2.6%포인트 차로 신승한 것을 감안하면 이번 선거의 격차는 거의 20%포인트에 육박한다. 이런 결과는 국민의힘에 ‘수도권 몰살’의 포비아를 안겨주고 있고 이 공포감은 윤석열 대통령의 여당 구심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강서구청장 재보궐 선거 후폭풍은 시작은 미미하지 몰라도 그 결과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물론 내년 4월 총선까지 재보궐선거 민심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어떤 식으로든 혁신과 변화의 몸부림을 보여주어야 한다. 

 

관건은 윤석열 대통령이다. 여전히 여당에 대한 강력한 통제력을 발휘하고 있는 그가 움직이지 않으면 국민의힘 혁신도 하나마나한 것이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이 그동안의 독주 정치에서 벗어나 통합과 협치의 리더십을 보여줄까. 회의적이다. 지금까지의 윤 대통령 정치 퍼포먼스를 볼 때 드라마틱한 개혁은 불가능에 가깝다. 지금까지의 고정지지층 묶어두기 전략을 모두 갈아엎는 것은 곧 자신의 국정운영 철학을 전면 부정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승부사’ 윤 대통령은 더욱 자신의 ‘정치실험’이 맞다는 걸 입증하기 위해 철저하게 여당을 더 컨트롤 하려고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민의힘 혁신은 물 건너 가게 되고 자포자기 심정으로 내년 총선을 맞이할 수도 있다. 골프에서 프로와 아마의 차이는 ‘점수 관리’에 있다. 프로는 웬만해선 얼토당토 않는 스코어를 기록하지 않는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위기관리에 모든 역량을 투입한다.

 

반면 아마추어는 한번 무너지면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 허우적거리기 마련이다. 지금이라도 국민의힘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잃은 점수에서 더 까먹지 않기 위해 관리모드로 전환하고 싶은 마음이 꿀떡같겠지만 윤 대통령이 과연 그런 ‘수그리기 전략’에 동의할까.

 

윤 대통령이 변하지 않으면 국민의힘에 대한 그립의 강도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윤 대통령 주변에서 레임덕의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날 것이다. 이는 권력의 탄생과 정점, 몰락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필연적인 현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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