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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의 정치 피처링
[성기노 칼럼] ‘퇴진 1순위’ 김기현,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본문
국민의힘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뒤 ‘뻔한’ 수습책을 내놨습니다. 압권은 일요일이었던 지난 15일 한밤의 의총이었습니다. 선거 패배 이틀 뒤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차분하고 지혜롭게 변화를 추진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가이드라인을 받은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총장에서 정말 말 잘 듣는 모범생답게 ‘차분하게’ 수습하는 모양새를 기가 막히게 연출했습니다.
의원들이 4시간 넘게 격론을 벌여 내린 결론은 ‘김기현 대표를 중심으로 더욱 단결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김웅 의원은 “우리가 강서구청장 선거를 단결을 안 해서 졌느냐. 단결을 너무 잘 해서 진 것 같은데”라고 반문했습니다.
그래도 명색이 집권여당의 국회의원들인데 용산의 ‘지혜로운 변화’ 오더를 ‘단결’로 받들어 모시는 놀라운 충정을 시전하며 쇄신은 슬그머니 뒷전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한두 명도 아니고 집단으로 ‘대통령 심기경호’를 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금배지’만 가득 차 있는 것 같습니다.
의원들의 ‘단결 퍼레이드’에 한껏 고무된 김기현 대표는 내년 총선 때까지 자신이 ‘자리보전’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인지 “총선에 패배할 경우 정계 은퇴로 책임을 지겠다”라며 30여분 동안 장광설을 쏟아냈다고 합니다. 내년 총선에서 집권여당이 패배하면 김기현 대표의 ‘묵숨’보다 윤 대통령의 레임덕을 더 걱정해야 할 판인데 한가하게 자신의 거취문제나 거론하는 ‘눈치 없는’ 대표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는 국민들도 많습니다.
사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휴일 한밤중에 의총을 열며 나름 위기감을 보여주려 했지만 4시간 아니라 4일 동안 회의를 해도 마찬가지 결론을 내렸을 것입니다. 이번 선거 패배를 자초한 ‘원점’을 타격하지 않고 주변부만 백날 때려본들 문제의 본질은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영화 ‘에일리언’에서 숙주가 사라져야 영화가 끝나는 것처럼 국민의힘도 권력의 ‘핵’만이 현재의 선거 패배 정국을 수습할 수 있습니다.
사실 윤석열 대통령은 역대 정권 사상 유례없는 집권여당에서의 초월적인 지위와 힘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올해 3월 전당대회에서 김기현 대표를 ‘심어’ 강력한 섭정 체제를 실현시켰습니다. 윤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여당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첫 선거 패배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대선 이후 ‘윤석열 승리 공식’이 무너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선거 패배 수습을 위해 국민의힘에 대대적인 쇄신을 요구하는 것은 자신의 ‘정치적 선택’이 틀렸음을 자인하는 꼴입니다.
더군다나 윤 대통령은 최근 이념에 과 몰입한 결과로 정국을 완전히 ‘동맥경화’ 상태로 만들어 놨기 때문에 더더욱 선거패배 ‘출구전략’을 내놓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국민의힘에도 할 수 없이 ‘차분하게 하라’는 시그널을 준 것입니다. 이는 ‘내가 잘 못 한 거 같은데 그렇다고 너무 세게 용산을 몰아세우지 말고 적당히 쇄신의 냄새만 풍기라’는 암시입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보궐선거 패배 수습 국면에서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 3월 전당대회에서 ‘대통령의 당무 개입’ 논란을 무릅쓴 이후 지금까지 용산이 여의도를 완전히 컨트롤 한다는 비판을 받아 온 만큼 이번만큼은 그런 논란을 일단 잠재울 필요가 있습니다.
용산 대통령실은 선거 패배 직후 “선거를 치른 것은 대통령실이 아니라 국민의힘”이라며 ‘윤석열 책임론’에 선을 그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김기현 대표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해서 여당 대표 자리에 앉혔지만 그동안 그가 보여준 대통령 총력지원과 당 관리 측면에서 실망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옵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올해 말경에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김기현 대표가 이번에 용케 살아남았지만 결국 그가 윤 대통령으로부터 종국에는 버림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실 현재의 김기현 체제로 내년 총선을 치르겠다는 생각을 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하지만 윤 대통령으로서는 내년 총선 때까지 아직 6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당장 당을 갈아엎는 것이 시기상조입니다. 그래서 일단 국민의힘에 ‘차분하게’를 주문한 것일 뿐, 김기현 대표 체제는 이번 보궐선거 패배를 통해서 사실상 그 명운이 다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신임 당직자 인선을 앞두고 조수진 최고위원이 “황당하네. 김기현 대표 쫓겨나겠네ㅜㅜ”라는 문자 메시지를 여의도연구원 관계자로부터 받은 것이 노출된 것도 ‘김기현으로는 총선까지 갈 수 없다’는 당내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됩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김기현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패배하면 정계은퇴 하겠다”고 발언한 것은 4선을 하면서 쌓은 정무적 감각이 과연 맞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입니다. 의총장에서 단결을 외치는 의원들의 본심이 과연 순수하게 김 대표를 재신임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윤 대통령 눈치 보기에 급급한 의원들의 ‘공천바라기 행태’인지, 그 구분을 김 대표만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기현 대표로서는 실기를 했습니다. 보궐선거의 책임을 지고 스스로 사퇴를 선언하고 ‘후일’을 도모해야 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만류해도 당과 대통령을 구한다는 선당후사의 일념으로 직을 던지겠다고 선언했다면 적어도 김 대표의 ‘진정성’만큼은 국민들에게 각인될 수 있었고 그것이 바늘구멍만한 ‘개인회생’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사실 “김 대표의 퇴진은 ‘김기현’을 선택했던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잘못된 것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라 불가능할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김 대표가 자신이 적극 주장해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나게 되면 윤 대통령으로서도 그 사퇴를 수용하는 모양새가 되고,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도 자신의 리더십을 그동안의 일방독주에서 통합과 협치로 ‘마지못해’ 전환할 수 있는 명분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못 이기는’ 척 김기현 대표를 잘라내고 당을 비상대책위 체제로 전환해 통합 개혁형 인물을 새로운 수장으로 영입한다면 이는 그동안의 일방독주에 따른 대통령 책임론의 하중을 희석시킬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김 대표가 용산 눈치를 보면서도 물러나지 않는 것은 ‘금배지’ 한 번 더 달아보려는 탐욕과 미련 때문입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김 대표가 이번에 물러나게 되면 완전히 재기불능 상태에 빠져 내년 총선 공천도 위험해지니 어떻게 해서든 버티면서 자신의 공천권만 확보하기 위해 용산과 ‘딜’을 한 뒤 미련 없이 대표직을 던질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합니다.
김기현 대표는 영남에서만 ‘편하게’ 4선을 하면서 한 번도 정치적 결단이나 승부수를 던져본 적이 없습니다. 김 대표가 5선을 그리도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보궐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깨끗하게 물러나 후일을 도모하는 게 낫습니다. 아니면 용산의 외면과 동료들의 ‘배신’ 속에서 쓸쓸하게 여의도를 떠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이런 정치공학적 계산보다 민심의 심판에 응답하는 게 집권여당의 대표로서 당연한 책무 아닐까요.
(여성경제신문 10월 17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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