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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노 칼럼] 시대전환 조정훈의 절묘한 ‘태세 전환’

성기노피처링대표 2023. 10. 3.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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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1일 강서구 문화복지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동행 서약식에서 김기현 대표가 합당을 선언한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이념대결 조장과 갈라치기 ‘기세’에 눌려 국민의힘은 시종일관 용산 눈치만 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총선은 치러야 하기에 최소한의 ‘중도정당’ 냄새는 풍기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김기현 대표가 고육지책으로 영입한 첫 번째 중도 확장 ‘통합’ 인사가 바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입니다(조 의원은 비례대표 신분이라 탈당하고 국민의힘에 입당하면 의원직을 잃기 때문에 합당 전 겉은 여전히 시대전환, 속은 국민의힘이다). 

조정훈 의원은 극한의 진영대결을 노정하고 있는 21대 국회에서 한때 합리적인 대안 제시와 가치지향적인 정치인으로 호평을 받았던 인물입니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하필 ‘민주당 출신 의원’을 첫 번째 영입 인사로 선정해 선거 전 ‘철새 1호’를 당의 외연 확장 간판으로 내세웠습니다. 

조정훈 의원은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지만 낙천하자 시대전환이라는 당을 직접 창당해 기회를 노렸습니다. 그 후 민주당이 비례 위성정당을 창당하자 잽싸게 더불어시민당에 입당한 뒤 금배지를 달고 시대전환으로 다시 복귀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타고난 ‘줄타기’의 재능을 이미 한번 보여주었습니다. 

당시 조 의원은 2020년 3월 10일 기자회견에서 “꼼수 위성정당을 내세운 미래통합당, 뒤늦게 비례연합 참여로 선거법 개정 취지를 저버린 민주당 모두 국민을 좌절케 하는 선택지”라고 위성정당을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그 후 6일 만에 시대전환을 탈당하고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 입당해 버렸습니다. 

누군가의 뒤통수를 친 결과로 그는 용케 금배지를 달았지만, 당시 정치권에서는 “말로는 ‘구정치 판갈이’를 외치던 시대전환 대표가 스스로 자신의 말을 뒤엎고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꼼수 정당’에 참여함으로써 그 정당성을 부여하는 자가당착적인 변절을 했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당시 조 의원의 절묘한 ‘권테크’에 여의도에서 잔뼈가 굵은 정치인들마저 혀를 내둘렀습니다. 

 

조정훈 의원이 지난 2월 15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50억원 뇌물사건 무죄판결에 대해 질의하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영상 갈무리)


시대전환을 탈당해 더불어민주당 위성정당에서 금배지를 단 조 의원은 그래도 양심은 있었던지 21대 국회 전반기만 해도 ‘친정’인 민주당 눈치를 보며 ‘아군’인 척 행세했습니다. 그런데 21대 국회 후반기가 시작되자 그는 그동안 숨겨놓은 ‘탐욕의 발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그는 전반기 국회 활동을 통해 친 민주당 성향을 보이며 당시 여당에 ‘꼬리를 흔들었지만’ 워낙 기득권이 강고하게 버티고 있는 민주당에 자신이 발 디딜 틈이 없다는 점을 인식했던 순간부터 야금야금 ‘변절’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민주당이 2022년 4월 문재인 대통령 퇴임을 앞두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밀어붙이자 “검수완박을 한다고 부패 권력 척결이 가능하겠느냐”며 반대해 국민의힘 ‘아군’으로 파격적인 변신을 감행했습니다. 당시 언론은 범 민주당 인사가 ‘검수완박’을 반대하는 ‘기현상’을 민주당 검수완박 밀어붙이기의 반대 명분 소재로 보도하며 조 의원을 ‘무한 펌프질’하기 시작했습니다. 

‘검수완박’ 반대로 언론의 ‘공중 부양’에 한껏 취해버린 조 의원은 그 후부터 노골적인 ‘친 국민의힘’ 행보를 이어갔습니다. 지난해 11월 이태원 참사가 났을 때 “우리 정치는 이를 악물고 이 참사를 정쟁의 소재로 소진하지 말아야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국가의 안전 관리 실태 부실의 책임을 묻는 것을 두고 ‘정쟁의 소재’로 비하하고 폄훼한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의 논리를 그대로 읊조린 것입니다. 이때부터 그는 국민의힘 ‘동행’의 밑밥을 노골적으로 깔기 시작했지만 대중들은 그다지 의식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2월 그는 “대통령 임기 시작해서 지금 9개월도 안 됐다. 이런 상황에서 (김건희) 특검을 한다는 건 적절치 않다”며 윤석열 대통령을 기쁘게 했습니다. 이때부터 윤석열 정권과 노골적인 동조 추파를 던지는 조정훈을 국민의힘이 ‘동행자’로 예의주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조 의원의 소신을 가장한 잇단 ‘이적 발언’은 민주당을 ‘정쟁만 일삼는’ 집단으로 비판하는 데 결정적인 ‘인용’ 소재로 활용됐고 이는 국민의힘이 그를 영입하는 결정적인 배경이 됐습니다. 

 

9월 21일 강서구 문화복지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동행 서약식에서 김기현 대표가 합당을 선언한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김기현 대표의 ‘철새 1호’ 영입에 대해 당 안팎에서는 “인재가 씨가 말랐든지, 아니면 국민을 완전히 우습게 아는지 완전히 ‘망사’를 저질렀다”는 비판이 점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조 의원은 당적을 4번이나 바꾼 ‘철새’라는 오물을 뒤집어쓰고 있음에도 전혀 개의치 않았습니다. 조 의원은 국민의힘과 동행 선언을 하면서 “저에 대한 비판을 달게 받아들이도록 하겠다. 저를 비판하시고 아주 따갑게 때리셔도 좋다. 그걸로 통합의 길을 열 수 있다면, 기꺼이 감내하겠다”고 태연하게 말했습니다. 

 

조 의원의 ‘창당 동지’였던 이원재 전 시대전환 공동대표가 “너무나 황당하고 참담하다. 국민의힘과 (시대전환은) 전혀 가치를 공유할 수 없는 정당이다. 가치와 국민은 없고 탐욕과 협잡만 남은 우리 정치의 추잡한 단면”이라고 비판했지만 ‘멘탈갑’ 조정훈은 ‘반대 의견도 충분히 들었다’며 콧방귀도 뀌지 않았습니다. 

조정훈의 절묘한 태세 전환을 보면서 한국 엘리트들의 ‘권력 기생 기술’에 새삼 놀라게 됩니다. 일단 두꺼운 얼굴이 기본입니다. 잠깐 욕 들어 먹으면 최소 몇 년은 비단길이 보장되는데 노력 대비 엄청난 결과를 안겨주는 그 ‘정치적 가성비’를 왜 마다하겠습니까.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던 따뜻한 미소는 국민의힘 동행식에서 당의 간판 바꾸는 것쯤이야 우습다는 듯 어느새 교활하고 탐욕스러운 얼굴로 변해 있었습니다.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가 지난 3월 1일 서울 중구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제 104주년 3.1절 기념식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다가가 악수를 건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낙선한다고 해도 ‘영입’ 케이스로 입당한 그를 국민의힘이 모른 척할 수는 없습니다. 선거 후 장관이나 핵심 기관장으로 활용해야 윤석열 정권의 중도 외연 확장 노력을 계속 ‘홍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행히 당선된다면 조 의원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선택입니다. 

갈수록 선거판이 정치인의 개인적 역량이나 소신이 아니라 진영대결 ‘도매금’으로 결판이 나다 보니 조 의원의 철새 행각도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머리 좋은 조정훈이 노린 것이 바로 이런 집권당의 다급함과 국민들의 정치혐오겠지요. 조정훈은 자신을 뽑아준 비례대표의 ‘민의’를 개인적 출세의 도구로 사용했습니다. 엘리트들의 물불 안 가리는 출세 지향 주의는 한국 정치의 역진을 초래하는 ‘기생충’ 같은 행보입니다. 

조정훈은 국민의힘에 ‘입당’할 때 한 인터뷰에서 “요즘 젊은이들한테 30년 동안 한 회사에서 일하라 하면 끔찍하다고 한다. 제가 가는 길을 가보려고 대기업을 나와서 창업해 보겠다 한 것이다. 당적이 아니라 국적이 중요하다. (추구하는 가치는)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국회를 회사쯤으로 생각하는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과 변절에 대한 편의적인 해석 능력이 부럽기만 합니다.


 

사실 조정훈이 한국 정치의 거물도 아니고 초선에 불과합니다. 어찌 보면 그의 변절도 ‘철새 도래지’로 돌아가는 자연스러운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국민의힘이 ‘영입 1호’로 조정훈 같은 ‘권력충’을 버젓이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윤석열 정권의 수준과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조정훈이라는 정치인은 한국 정치의 병폐인 진영대결이 낳은 희대의 행운아라는 점에서 그의 변절이 단순히 개인 차원에서 머무르지 않습니다. 지금 여의도에서 소명 의식을 가지고 꿋꿋하게 소신의 길을 걷는 정치인을 찾기란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처럼 어렵습니다. 편하게 진영의 방패 뒤에 숨어 ‘줄타기’에만 혈안이 돼 있는 게 작금의 정치인들입니다. 298명 국회의원이 ‘우리가 곧 조정훈이다’라고 외쳐도 전혀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 게 정치 현실입니다. 

요즘 정치인들이 가장 잘하는 것이 유연성을 가장한 태세 전환입니다. 정치인은 자신의 소신과 신념을 지키기 위해 평생을 헌신하는, 의롭지만 외로운 직업입니다. 하지만 작금의 정치인들은 신념과 소신으로 잘못된 길을 바꾸어 나가려는 게 아니라 상황 논리에 따라 태세 전환을 하며 양지만을 좇으려고 합니다. 21대 국회 내내 권력 획득의 기술만을 연마한 조정훈에게는 철새라는 딱지를 붙이기도 아깝습니다. 그래도 철새는 자신의 터전을 떠나기 전까지는 소신과 신념이 있는 척이라도 했으니까요. 

 

(여성경제신문 10월 3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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